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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불교성지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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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 스님의 <성지에서 쓴 편지>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호진 스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것은 내가 쓴 <나는 인도에서 붓다를 만났다>를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호진 스님은 신화화된 붓다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나는 부처님 신화를 오히려 널리 홍보하여 대중으로 하여금 불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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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 스님의 <성지에서 쓴 편지>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호진 스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것은 내가 쓴 <나는 인도에서 붓다를 만났다>를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호진 스님은 신화화된 붓다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나는 부처님 신화를 오히려 널리 홍보하여 대중으로 하여금 불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호진 스님 같은 수행자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불교의 열린 태도이다. 다른 종교 같으면 천둥번개가 치고 마침내 벼락이 내릴 일임에도, 교주의 생애에 대해서까지 성역화하지 않은 불교야말로 진정으로 열린 종교라는 것이다.

신화화된 붓다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호진 스님이 신심이 약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붓다의 뜻을 모르는 것이다. 붓다는 열반에 드시면서 "나에게 의지하지 말고 법에 의지하라"고 했다. 호진 스님이 붓다의 법을 굳건히 믿고 있는 수행자라는 점에서 그는 엄연히 성실한 불교수행자이며, 그것도 대단히 성실하고 훌륭한 수행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얼마나 근기 있는 수행자인가를.

 

아시다시피, 붓다는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 보드가야에서 바라나시 옆 사르나트까지 250킬로미터를 걸어가서 첫 제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을 호진 스님은 걸어서 순례한다. 어쩌면 호진 스님의 여행은 붓다의 여행보다도 힘들었다. 붓다에게는 다른 교통수단이 별로 없었지만, 호진 스님의 경우에는  다른 편리한 교통수단이 있음에도 그것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더욱이 호진 스님은 이방인이었다. 가난한 인도 사람들에게 외국인 여행자는 부유한 사람들로 비쳐서 때로는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호진 스님은 278킬로미터의 기나긴 길을 14일 동안 걸어서 건너갔다. 도보 여행 동안 겪었던 어려움이 적혀 있긴 하지만, 그 어려움은 글에 적은 것보다 훨씬 더했을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여행은 한번으로 족했을 수도 있었으련만 호진 스님은 붓다의 마지막 여행을 다시 한번 흉내낸다. 라지기르의 영취산에서 열반지인 쿠쉬나가르까지, 352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20일에 걸쳐서 걸어간 것이다. 보통 근기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이런 시도는 모두 붓다의 생애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것이다. 붓다의 생애를 인간적이고 역사적이고 논리적인 관점으로 정리해보고자 한 호진 스님의 열정은 대단하다. 나는 그 열정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대단히 분석적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서양사람 못지않게 분석적임을 알 수 있다. 서양사람들이 노아의 방주가 있었는지 직접 확인했듯이 호진 스님은 많은 신화가 가미된 붓다의 여정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나는 불교 학승이 이렇게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것이 상당히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설사 그의 생각이 아직 나와 다르다 해도 그의 태도는 소중한 것이다.

 

붓다의 마지막 여행을 경험하기 전에 쓴 다음 글은 그가 이 여행을 얼마나 각별한 신심으로 시도했는지를 증명해준다.

 

 

"과연 이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어떤 돌발적인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매일 어디에서 자고 어디에서 먹을까. 심한 병에라도 걸린다면 이번 이행이 마지막 길이 되지 않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날에는 대체로 불안한 마음이 되기 마련이지만 비오는 날이라서 감상적이 된 것 같습니다. 일 년 전, 경주를 떠날 때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서 모든 것을 정리했습니다. 모든 것을 정리했다고하니 좀 거창해 보이지만 나 같은 '독獨살이'에게는 '책과 얼마간의 남은 돈을 어디에 기증해달라'는 한 줄의 글로써 충분했습니다.

이번에도 며칠 전 '유언 편지'를 델리에 유학하고 있는 두 제자에게 보냈습니다. 그들에게 3일마다 내 위치를 알리기로 하고 3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을 때는 그 근방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지역 경찰서에 가서 시체를 찾아볼 것, 찾을 수 있다면 화장해서 그 자리에서 재를 뿌려달라는 것이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갖고 있던 현금인출 카드를 그들에게 보내면서 필요한 비용을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참 간단하지 않습니까.

지안스님,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삶이 중요하고 복잡한 무엇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죽음 앞에 설 때는 얼마나 단순한 것인지 이번 여행 준비를 하면서 한번 더 생각했습니다. 한움큼의 재가 되어 붓다가 걸었던 길 위의 어떤 지점에서 잠시 동안 흩날리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죽는 사람이 산 사람에게 남길 수 있는 것 가운데서 바람직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를 때때로 기억하면서 그리워할 수 있을 몇 토막의 추억 같은 것일까요. 지안스님, 우리 두 사람은 그런 몇 토막의 추억이 될 만한 것은 갖고 있겠지요.

내일 아침 일찍 먼 길을 떠납니다. 안녕히."

(190~191쪽) 

 

 

 

 



YES마니아 : 로얄 c******g 2010.12.20. 신고 공감 6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불교 성지를 순례하며 깨친 생각들을 편지로 전하다!
"불교 성지를 순례하며 깨친 생각들을 편지로 전하다!" 내용보기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한번이라도 해당 종교에 관한 장소를 찾아 답사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종교와 관련된 특별한 의미나 유적이 있는 장소를 성스러운 장소라는 의미로 성지(聖地)라고 일컫고, 성지를 답사한 경험은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이 책의 저자들은 불교의 승려로, 주요 내용은 불교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인도의 유적지를 답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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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한번이라도 해당 종교에 관한 장소를 찾아 답사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종교와 관련된 특별한 의미나 유적이 있는 장소를 성스러운 장소라는 의미로 성지(聖地)라고 일컫고, 성지를 답사한 경험은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이 책의 저자들은 불교의 승려로, 주요 내용은 불교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인도의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쓴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답사를 떠난 승려(호진)가 그 과정에서 생각하고 느꼈던 바를 정리하여 편지를 보내고, 다른 한 사람의 저자(지안)는 국내에서 그 편지의 수신인으로 정성을 답아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전체적인 구성은 답사를 떠난 승려의 편지가 주축이 되고, 그에 따른 답장 일부가 첨부되는 형식이다.


‘인간 붓다에 대한 단상(斷想)’이라는 부제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의 성지 순례의 목적은 붓다가 출가를 하여 깨닫고 그 내용을 법(佛法)으로 삼아 사람들에게 교화했던 흔적을 따라 답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답사를 떠난 승려가 ‘초기 불교를 현대적인 방법으로’연구하는 입장이라면, 답장을 한 승려는 ‘대승불교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불교의 성지를 순례하는 과정에서 보낸 편지들은 이미 <불교신문>에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편지라는 형식보다 순례의 과정에서 승려이자 연구자로서 생각한 바의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이 책의 중심이 되었다고 하겠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듯이 '같은 불교 연구자라 해도 붓다와 교리에 대한 관점이 다르'지만, '같은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입장에서 쓴 내용을 한 곳에 묶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여겨 이러한 형식을 기획했다고 한다. 


특히 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인도에서 한국으로 편지가 오는데 거의 한 달이나 걸렸고, 한국에서 인도로 가는 편지’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불교의 성직자인 승려들 가운데 불경과 불교의 교리 등을 연구하는 이들을 공부하는 승려라는 의미로 학승(學僧)으로 구분하고, 한 자리에서 참선을 하며 깨달음 얻고자 하는 승려를 ‘선승(禪僧)’으로 일컬는다. 따라서 불교의 경전과 교리를 연구하는 저자들을 학승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만 연구의 구체적인 분야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나중에 기록되고 편찬된 불교의 경전에는 붓다의 형상이 다소 윤색되고 신화화되어 있기에, 초기 불교를 연구했던 저자(호안)는 현지 답사를 통해 힘겨운 수행 과정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고 불법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간 붓다’의 면모를 찾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가 ‘인간 붓다’의 면모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 붓다가 걸었던 여정을 직접 발로 걸어 직접 체험을 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힌두교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인도에서 불교는 상대적으로 약세에 있기에, 불교 유적지가 잘 가꾸어지고 보존되어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붓다가 깨달음을 얻었던 보리수릉 찾아,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처음 설법을 했던 녹야원까지 저자 역시 직접 걸어서 답사를 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휴식을 위해 잠시 쉬었던 기간까지 포함하여 17일 동안 280km를 걸어 녹야원에 도착했다고 한다. 80세의 나이로 열반에 들기 전 붓다가 이동했던 길을, 저자 역시 그대로 더듬어 20일에 걸쳐 ‘약 900리 길(352km)’을 힘겹게 걸었다고 한다. 당시와는 자연 환경이 달랐겠지만, ‘인간 붓다’가 걸었던 길을 직접 답사했던 저자의 노력이 충분히 결실을 맺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의 내용은 답사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온전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이해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i*****n 2026.05.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