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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과 섬진강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여유를 엿보다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여유를 엿보다" 내용보기
박남준 시인의 시집은 처음이다. 하지만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를 읽고나서인지 그의 이름과 그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낯설지 않다. 그의 전화녹음멘트는 유명하여 다른 책에서도 몇 번 언급이 되었다. 그때마다 그의 시집을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 이번 시집과 처음만나게 되었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를 읽으며 그가 등장하는 곳곳마다 그의 이야기에 반하게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여유를 엿보다" 내용보기
박남준 시인의 시집은 처음이다. 하지만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를 읽고나서인지 그의 이름과 그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낯설지 않다. 그의 전화녹음멘트는 유명하여 다른 책에서도 몇 번 언급이 되었다. 그때마다 그의 시집을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 이번 시집과 처음만나게 되었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를 읽으며 그가 등장하는 곳곳마다 그의 이야기에 반하게 만들었다고 해야하나, 지리산에서 자연과 벗하며 욕심없이 살면서 버들치를 키우고 있어 '버들치 시인' 으로 알려진 그가 낙오된(?) 동네사람들과 함께 만든 '동네밴드' 에서 그가 여러가지 악기를 가지고 오디션에 참가를 했지만 결국에는 '하모니카' 로 동네밴드에 한자리 차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등등 너무 웃긴,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들에 반하고 '지리산 행복학교'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던 이 시집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이 시집을 구매하게 되었다. 

시집치고는 겉표지가 사뭇 밋밋하다. 옅은 귤색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을 의미하는 색인지. 유자차 색일까. 하며 시집을 처음 받아들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그가 사는 집의 황토빛에 가까운 색일지도 모른다는,자연의 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를 펼쳐 들었다.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은 지난 봄에 지리산을 여행하며 지나치기도 한 곳 같기도 하고 어필 본듯도 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알았다면 들러서 잔치국수 한그릇에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알이 통통하게 박힌 칡즙이라도 한 잔 마시고 가는 것인데 하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음 지리산 여행때는 놓치지 말고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에 들러 꼭 잔치국수를 한그릇 먹고 가리라. 

시인은 그곳에서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은 한편의 시로 승화시켰다. 아무것도 없이 낡은 트럭 한 대를 개조하여 자리를 잡고 잔치국수도 팔고 어느정도 빚도 갚아 나가다보니 아내가 암이란 큰 병에 걸리고 남편은 지극정성으로 그저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것들을 캐다가 달여 먹였는데 남편의 정성덕분인지 아내가 병이 나았단다. 그렇게 아내는 남편의 간이 휴게실 옆에  '반짝이 옷가게' 를 차리고 새 삶을 열었다. 그 이야기가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동에서 구례 사이 어진 강물 휘도는 길/ 비바람 눈보라 치면 공치는 날이다/ 집도 없고 포장마차도 없는 간이 휴게실이 있지/ 고물 트럭을 개조해 만든/ 재첩 국수와 라면, 맥주와 소주와/ 음료수와 달걀과 커피 등등/ 전망 좋고 목 괜찮아 오가는 사람들 주머니가/ 표 나지 않고 기분 좋게 가벼워지는 동안/ 눈덩이 같던 빚도 갚고 그럭저럭 풀칠도 하는데 빌어먹을/ 그 아저씨의 그 여자는 암에 덜컥 발목을 잡혔다// 소원이 있었댄다 꿈 말이지 웃지 말아요 정말이라고요/ 반짝이는 옷을 입고 밤무대에 서는 가수/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깊이 모자를 눌러쓴 그여자는/ 아저씨를 졸라 간이 휴게소 아래/ 얼기설기 비닐하우스를 지었다/......'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그 여자의 반짝이는 옷 가게' 라는 시는 정말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그들의 삶을 전부 담아 놓은 것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시는 형식이 아니라 '진솔함' 진실을 담아 내는 것이라는 것처럼 담백하면서도 감동을 준다.

이렇듯 그의 시집은 1부와 2부에 실린 시들은 지리산과 섬진강변에 살면서 자연과 벗하고 자연과 동화되어 넉넉하지는 않지만 마음만은 어느 부자 부럽지 않은 넉넉한 그의 삶과 이웃들의 이야기 혹은 동시같은 아름다운 자연이 담겨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준다.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썼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 편지// '봄 편지' 라는 시인데 너무 좋다. 연둣빛 고운 봄이 아장아장 걸어 나온듯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만큼 그는 지리산 생활에 젖어 들고 있다는 것일테다. 또 한편의 동시같은 아름다운 시를 소개하자면 '언 개울물 풀려 흐르자/ 앞산과 뒷산 우르르 겨우내 묵은 때를 씻겠다고/ 달려와 얼굴 비춰보려는데/ 어랏 혼자 다 차지하고 아예 몸을 담그고 있는/ 저 젓- 쬐그만 녀석/ 퐁당 톡 도토리 한 알// '독탕' 이라는 시인데 동시같으면서도 너무 곱고 순수하고 아름답다.도시에서 세속의 때가 묻었다면 이런 시가 나왔을까.지리산은 시인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도토리처럼 여물게 했다. 너무 이쁘고 아름답고 순수한 시들이 많다. '.... 어찌하여 향기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가// 차를 덖다가 그랬다/ 한 잎 찻잎이 온전히 솥에 던져져/ 초록의 향기로움 세상에 전하듯이/ 사람의 삶도 상처를 통해서야/ 비로소 깊어지는가/ 남김없이 수분을 빼앗기고 바짝 뼈마디 뒤틀린 것들이/ 찻물에 띄워지며 새록새록거리는 아기 숨소리/..... / '어린 찻잎' 이라는 시인데 어린 찻잎을 덖으며 '어찌하여 향기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가' 시인의 탄식처럼 들린 한마디가 내 가슴을 붙잡는다. 우리는 향기를 고통없이 돈으로 사려고, 아니 손 쉽게 얻거나 드러내려고 하면서 산다. 하지만 어린 찻잎마져 고통을 견디고 난 후에 향기가 더 그윽함을 시인은 맑은 시로 여실히 보여준다.

그뿐만이 아니라 제3부의 시들은 그가 자연가 환경을 지키기 위하여 국토순례를 하면서 오체투지를 하며 지키려 했던 그의 의지가 녹아 있는 '참여시' 들이 또한 발길을 잡는다. 이 이야기 또한 '지리산 행복학교' 에서도 잠깐씩 언급되었지만 그와 다른 스님들과의 오체투지는 유명하다. 그가 그토록 몸으로 지키려했던 자연과 환경, 미물들에 대한 사랑과 작은것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급급한 높은 곳에 앉아 큰소리만 치는 이들에게 그는 피를 토하듯 아름다운 우리 자연에 대하여 줄줄이 풀어낸다. 그가 이 시집 전에는 이와는 조금 다른 시들을 썼다고 하는데 난 이 시집이 참 맘에 든다. 아름다운 지리산과 섬진강과 그 속에서 함께 하는 자연과 사람들이 모두 그의 시의 주인이 되고 우리 국토와 자연이 시인의 눈과 마음에서 새롭게 탄생되어 비록 '밥벌이' 에 큰 득은 되지 못하지만 누군가 지키려는 큰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 참 좋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우고 더불어 사는 것' 이란 것을 보여주는 듯 하여 마음이 넉넉해지는 시집을 언제곤 내 마음이 혼탁해질때 한번씩 꺼내어 읽어보려 한다.

y******2 2011.01.06.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소소하고 정겨운 것들을 관찰하는 시인의 시선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 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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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없고 포장마차도 없는 간이 휴게실이 있지 고물 트럭을 개조해 만든 재첩 국수와 라면, 맥주와 소주와 음료수와 달걀과 커피 등등"    어떤 누군가는 어린 날을 추억한다. 작고 작은 것들과 자연,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것들을 탐색한다. 나이를 먹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확인한다. 욕망은 덧없을 뿐이라는 것을 재차 느낀다. 세파에 흔들린 모든 것들을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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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도 없고 포장마차도 없는 간이 휴게실이 있지 고물 트럭을 개조해 만든 재첩 국수와 라면, 맥주와 소주와 음료수와 달걀과 커피 등등

  어떤 누군가는 어린 날을 추억한다. 작고 작은 것들과 자연,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것들을 탐색한다. 나이를 먹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확인한다. 욕망은 덧없을 뿐이라는 것을 재차 느낀다. 세파에 흔들린 모든 것들을 한탄한다.

 

  이 시를 읽는 누군가는 이럴 것이다.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는 시인의 눈으로, 거대하고 웅장한 것들보다 소소하고 정겨운 것들을 찾는다. 파괴되고 있는 작은 것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다. 이제 중년을 넘은 시인은 여러 순간 '老'를 확인한다. 그러나 쓸쓸함과 호젓함 대신, 나이 먹음으로써 순환되는 시간을 느낀다. 자연은 이렇게 돌아가는 일이라는걸. 그리고 주변 것들을 돌아본다.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옷가게에 있었던 그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 생명의 소리를 속삭이던 자연의 아름다운 것들.

 

  '버들치 시인'으로 유명한 (공지영 작가의 <지리산 행복학교>에 나왔다고 한다) 박남준 시인은 84년에 등단했고, 다큐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스님들과 함께 생명의 길을 찾는 오체투지 순례에 참여하기도 했다. 종교적, 정치적인 일에 참여한다며 비판도 많이 받았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시인의 시선은 이 시집에도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 3부는 대부분, 참여시의 특징을 보인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망가진 생명의 강을 바라보며 슬퍼하고, 위안부와 제주4.3사건, 그리고 그를 통해 떠나간 많은 이들을 추억하고 슬퍼한다. 생명과 평화를 바라보는 그의 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분노를 버리지 않았으나 밝고 즐거운 시를 쓰고 싶었다"고 말한 시인, 막히지 않고 흐르는 강물 같은 시, 퐁퐁 새록새록 피어나는 자연의 소리는 살아있으며 속삭인다. 시인의 글은 반짝거리고 밝다. 언젠가 읽고 싶다고 담아두었던 그의 '산방일기' 읽고 싶다.

 

 

 빈 들녘 바라본다

 오래도록 앉아 있거나 혹은 서성거리듯 걷는다

 거기 돋아나는 소리,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연둣빛 물들이는 봄날의 노래가 있다.

 습기들의 장마와 무더운 햇살과 뜨거운 사랑 훅훅 거리던

 여름 거친 숨소리가 있다 땀 흘려온 것들이

 고요히 익어가는 시간, 대지를 금빛 경이로 물들이며

 겸손한 알곡들이 세상의 생명들에게 경배하는 가을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빈 들녘, 어찌 엎드려 절하지 않겠는가 (21p, 첫눈과 빈 들녘 中)

 

 

 어린 찻잎이 화염 타오르는 솥 안에서

 다작다작 茶雀 휘돌며 춤을 춘다

 싱싱한 것들이 연초록 봄빛들이

 화르릉 달아오른 불길을 품고 껴안으며

 풀이 죽고 숨이 꺾인다

 꺼내어져 둥근 빨래처럼 비벼지고

 모아졌다 풀어졌다 다시 뜨거워진다

 온몸 비틀리며 말라간다

 어찌하여 향기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가 (30p, 어린 찻잎 中)

 

 

 거스름돈, 주머니에 넣은 동전이 흔들릴 때면

 이명처럼 어디에서 누가 종을 치는가

 애기똥풀이 필 때면

 흰씀바귀꽃 목 긴 꽃그늘이 바람에 흔들릴 때면

 낮은 곳으로 마른 대지를 적시며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엎드려 흐르는 강물

 강물을 따라 걷다가 당신이 거기에 있었음을

 아니 바로 강물이었음을

 이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68p, 푸른 종소리가 그립다 - 권정생 선생)

 

 

 퐁퐁퐁 샘물에 목을 축이며 가는 길이 있다

 막걸리 한두 잔의 인심이 낯선 걸음을 붙드는 길이 있다

 높은 산을 돌아 개울을 따라 산과 들을 잇고

 너와 나, 비로소 푸른 강물로 흐르고 흐르는

 아직 눈매 선한 논과 밭, 사람의 마을을 건너는 길이 있다 (129p, 지리산에 가면 있다 - 둘레길)

 



p********1 2014.02.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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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데 [시집-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가을이 오는데 [시집-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내용보기
짧은 글 그 안에 담겨 있는 긴 이야기, 그 이야기를 읽는다. 이 가을에.자라면서 혹은 살면서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늘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들, 늘 곁에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 어느 순간 그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들어오라고 해도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굳이 챙기지 않았는데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그게 꼭 나이 탓인 것만 같다. 그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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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그 안에 담겨 있는 긴 이야기, 그 이야기를 읽는다. 이 가을에.

자라면서 혹은 살면서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늘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들, 늘 곁에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 어느 순간 그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들어오라고 해도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굳이 챙기지 않았는데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그게 꼭 나이 탓인 것만 같다. 그런 나이가 오는 것이다. 저절로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

박남준의 시를 이 시집에서 처음 본 것은 아닌데, 내 감상의 기록의 흔적을 찾지 못하겠다. 어쩌면 그때는 또 내게 보이지 않았던 탓인지 모르겠다. 다시 찾아봐야겠다. 내게 있을 그의 다른 시집을.

아주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끄집어 내어 소중한 느낌으로 만나게 한다. 내가 이것을 잊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잊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 생각해 내었으니 참 다행이다, 라고 느끼게 하는 구절들.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좀 아팠다. 1부에서는 그저 좀 편했는데, 2부, 3부, 4부로 넘어가면서 시들이 아프게 한 것이다. 우리 말로 된 시들이 깊고 깊은 아픔을 준다는 것에 한 번 놀라고, 아직도 이 아픔과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이라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세상은 참으로, 좀처럼 변하기 어려운 모양인 것이지.



18
한때 그대를 위해 붉은 목숨을 내놓으리라
그런 날이 있었다

29
한마디로 인연이란 만나는 일이다
기쁨과 고통,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물들어간다는 뜻이다

30
사람의 삶도 상처를 통해서야
비로소 깊어지는가

32
사랑은 쉬지 않고 닮아가는 것
동그랗게 동그랗게 모나지 않는 것
안으로 안으로 깊어지는 것

37
그리움도 오래된 골목 끝 외딴 감나무처럼 낡아질 수 있을까

71
꽃을 바라보다 내 얼굴을 만져보네
새들의 하늘을 올려보다 걸어온 발등을 바라보네
이제 그만 나른해져야겠네

121
비, 비, 이 땅은 지금 우기의 날들
저 비를 딛고 일어설 아름다운 희망의 꿈을 꾸어봅니다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YES마니아 : 로얄 j***6 2011.09.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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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품어 시를 쓴다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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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시 53   빛을 품어 시를 쓴다―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박남준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10.10.25. 8000원     빛을 품는 사람이 시를 씁니다. 시 한 줄이란 바로 빛 한 줄기이기 때문입니다. 빛을 품는 사람이 시를 읽습니다. 시 한 줄이란 곧 빛 한 자락이기 때문입니다.   해가 뜨면서 빛이 온누리를 감쌉니다. 해가 지면서 빛이 온누리에서 스러집니다.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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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시 53

 


빛을 품어 시를 쓴다
―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박남준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10.10.25. 8000원

 


  빛을 품는 사람이 시를 씁니다. 시 한 줄이란 바로 빛 한 줄기이기 때문입니다. 빛을 품는 사람이 시를 읽습니다. 시 한 줄이란 곧 빛 한 자락이기 때문입니다.


  해가 뜨면서 빛이 온누리를 감쌉니다. 해가 지면서 빛이 온누리에서 스러집니다. 어둠도 빛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을 테지요. 빛이 사라진 자리에 ‘빛이 없는’ 모습이 어둠일 테니까요.


  빛은 하나하나 그림을 그립니다. 어둠이 물러가고 날이 밝으면, 나뭇가지도 풀잎도 메뚜기도 제비도 시골집도 아파트도 제 모습을 살그마니 보여줍니다. 해가 둥실 떠올라 온누리가 밝고 환할 적에는 바다도 하늘도 구름도 꽃도 자동차도 책방도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빛 한 줄기가 온누리에 이름과 모습과 이야기를 입히듯, 글 한 줄로 이루는 시 한 가락은 온누리에 새로운 이름과 모습과 이야기를 선보입니다. 해가 뜨면서 온누리에 빛깔이 감돌고, 시 한 줄 노래하면서 온누리에 빛무늬가 어립니다.


.. 꽃이 피어나는 건 / 당신을 향한 내 사랑 때문이다 / 지금 별똥별이 반짝이는 건 / 이 밤 당신께 보내는 연분홍 편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  (최대의 선물)


  ‘꽃’이라는 말은 시인이 빚었습니다. 흙을 일구면서 숲을 사랑하던 시인이 빚은 말이 ‘꽃’입니다. 무시무시한 총이나 칼을 휘두르던 사람은 ‘꽃’이라는 말을 빚지 않았습니다. 무서운 정치권력을 뽐내던 사람은 ‘꽃’이라는 말을 빚지 않았습니다. 관료 노릇을 하거나 학자 노릇을 하던 사람도 ‘꽃’이라는 말을 빚지 않았습니다. 참말, ‘꽃’이라는 낱말은 시골에서 흙을 아끼고 보듬던 사람이 빚었습니다.


  이리하여, 이 꽃에는 이 꽃대로 새로운 이름을 붙입니다. 저 꽃에는 저 꽃대로 새로운 이름을 붙입니다. 군인도 권력자도 학자도 관료도 꽃이름 붙이는 데에 마음을 쓰지 않지만, 시골 흙일꾼은 조용히 꽃이름을 짓습니다. 오래오래 꾸준히 꽃이름을 짓습니다.


  꽃이름에 이어 풀이름을 짓습니다. 풀이름에 이어 나무이름을 짓습니다. 꽃과 풀과 나무에 이어, 벌레마다 이름을 다 다르게 지어서 부릅니다. 벌과 나비한테도 다 다른 이름을 붙여요. 새한테도, 물고기한테도, 시골 흙일꾼은 저마다 다른 이름을 슬기롭게 떠올려서 아름답게 불러요.


.. 우리 집 양철 지붕 위 비 오는 소리 / 따르르르 따르르륵 // 마당 앞 파초 잎에 비 드는구나 / 파르르르 파로로롱 ..  (소리)


  빛을 품어 시를 쓰고, 빛을 품어 말을 짓습니다. 빛을 품어 시를 읽고, 빛을 품어 삶을 짓습니다.

  온누리 모든 목숨한테 가장 사랑스러울 이름을 지어서 부른 시골 흙일꾼은, 곧이어 밥과 옷과 집을 가리키는 살갑고 따사로운 이름을 지어서 부릅니다. 기둥 하나와 섬돌 하나를 살가운 벗님으로 여겨 기쁘게 이름을 붙입니다. 절구 하나와 숟가락 하나를 반가운 이웃님으로 삼아 즐겁게 이름을 붙입니다.


  참 마땅한 노릇인데, 군인도 권력자도 학자도 관료도 밥을 먹고 옷을 입으며 집에서 쉽니다. 그러나 군인도 권력자도 학자도 관료도 밥이나 옷이나 집하고 얽힌 낱말 어느 한 가지도 짓지 못했고, 지을 생각조차 못 품어요. 게다가 군인이건 권력자이건 학자이건 관료이건 밥과 옷과 집이 없으면 모두 죽겠지요. 더욱이 햇볕과 바람과 물과 흙과 풀이 없으면 이들 군인을 비롯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햇볕을 못 쬐고 바람을 못 들이켜며 물을 못 마셔도 목숨을 건사할 군인이나 권력자가 있을까요? 그렇지만 군인이건 권력자이건 햇볕과 바람과 물과 풀을 아름답고 정갈하게 돌보거나 보듬거나 지키거나 가꾸는 일에는 하나도 마음을 안 써요.


  시골 흙일꾼은 ‘어머니’와 ‘아버지’와 ‘아기’와 ‘아이’ 같은 낱말도 짓습니다. 이런 낱말 즐겁게 지어서 환한 웃음꽃처럼 노래합니다. 이윽고, 시골 흙일꾼은 ‘사랑’과 ‘꿈’과 ‘믿음’이라는 낱말을 지어요. 이제 시나브로 ‘노래’와 ‘춤’과 ‘이야기’ 같은 낱말을 짓고, ‘잔치’와 ‘두레’와 ‘품앗이’ 같은 낱말을 짓습니다.


  시골 흙일꾼은 ‘고속도로·공장·발전소·전투기·컴퓨터·스마트폰·케이티엑스·송전탑·농약·유전자조작·버스·비행기’ 같은 낱말을 안 지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 어느 한 가지조차 없어도 우리 삶은 아름답게 일굴 수 있습니다. 꼭 없어도 되는 것들 이름을 짓는 군인이거나 권력자이거나 학자이거나 관료인 셈입니다. 꼭 있어야 하는 것들 이름하고는 동떨어진 채, 사람들이 꼭 누리면서 나누어야 할 아름다움을 잊거나 등돌리도록 부추기는 군인이요 권력자요 학자요 관료라고 느낍니다.


.. 꽃 대궐이라더니 / 사람들과 뽕짝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 / 쩔그럭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뻔데기와 / 동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 / 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 /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 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 / 간밤을 설렜을 것이다 / 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  (봄날은 갔네)


  사랑을 하면서 시를 씁니다. 사랑을 하면서 삶을 가꿉니다. 사랑을 나누면서 시를 읽습니다. 사랑을 나누면서 삶을 일굽니다.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시를 못 씁니다. 사랑을 생각하지 않거나 사랑을 헤아리지 않거나 사랑을 살피지 않는 사람도 시를 못 씁니다. 사랑을 노래하기에 시를 읽어요. 사랑을 꿈꾸기에 시를 읊으며 이야기꽃을 피워요.


  어버이가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밥을 지어 아이한테 먹이듯, 시를 쓰는 사람은 온누리 모든 숨결에 사랑스러운 이름 하나 붙입니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어버이와 함께 살아가며 씩씩하게 자라듯, 시를 읽는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가장 따사로운 실마리를 알뜰살뜰 잇고 돌봅니다.


  그러니까, 시를 쓰지 못하는 사회는 메마릅니다. 시를 읽지 못하는 학교나 정치나 교육이나 문화나 행정이나 경제나 사회운동은 모두 팍팍합니다. 시를 쓰는 사회일 때에 아름답습니다.


  시는 문학이 아닙니다. 시골 할매 이야기 한 자락이 모두 시입니다. 골목동네 할배 이야기 두 자락이 몽땅 시입니다. 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이론이나 지식으로는 시를 못 써요. 이론이나 지식은 이론이나 지식일 뿐 시가 아닙니다.

  시는 사랑이요, 시는 삶이며, 시는 꿈입니다. 사랑이 시로 태어나고, 삶이 시로 드러나며, 꿈이 시로 이루어집니다.


.. 이제 곧 신시도와 선유도를 잇는 연륙교가 세워지면 / 아이들은 배를 타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출할 수 있을 것이다 /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 아무도 연분홍 해당화의 바닷가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 자전거를 타고 헐레벌떡 달음질로 뛰어와 / 고래고래 떠나는 배를 향해 작은 손 흔들어주던 / 아이들의 얼굴도 희미해질 것이다 ..  (섬에서 부르던 유행가)


  박남준 님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실천문학사,2010)를 읽습니다. 지리산 어느 멧자락에서 씩씩하게? 또는 신나게? 또는 재미나게? 또는 홀가분하게? 또는 사랑스럽게 살아간다고 하는 박남준 님 삶이 한 올 두 올 묻어나는 이야기가 담긴 시집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빗소리 들으며 시를 씁니다.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픈 대로 밥을 지으며 시를 씁니다.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눈을 쓸거나 바라보면서 시를 씁니다. 술 한 잔이나 차 한 잔을 마시면, 또 이러한 삶대로 찬찬히 노래를 부르듯 시를 씁니다.


.. 삽질을 하려거든 강 말구 밭에서 하시구요 / 뱃놀이를 하려거든 강 말구 바다에서 하시지요 / 새들이 오지 않는 운하는 싫어 / 물고기들 살지 않는 운하는 싫어 / 친구들과 물장구치는 강이 더 좋아 / 푸른 강물 금모래 밭 강이 더 좋아 ..  (강이 더 좋아)


  그나저나, 밭에서도 삽질을 할 노릇이 아닙니다. 밭에서 할 일이란, 흙과 풀을 사랑할 일입니다. 아무렇게나 파헤친다면 밭일이 아니에요. 그야말로 ‘삽질’이 되어요.


  삶은 삽질이 아니라 삶입니다. 사랑과 꿈으로 이루어지는 삶일 때에 참으로 삶입니다. 따사로운 손길로 사랑을 빚을 때에 삶이라 하지, 우악스럽고 거칠게 이웃을 괴롭히는 모습은 삶이라 하지 않아요. 이럴 때에는 바보짓이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대강이건 대운하이건, 또 이런 토목공사이건 저런 개발사업이건, 이 나라에서는 으레 바보짓이 되풀이됩니다. 이 나라에서 군인이거나 권력자이거나 학자이거나 관료인 사람들은 자꾸자꾸 스스로 바보짓을 되풀이하려 합니다.


  삶을 바라보지 못하고 돈만 바라보기 때문일까요. 사랑을 바라보지 않고 권력만 바라보기 때문일까요. 꿈을 바라보지 못하고 이름값만 바라보기 때문일까요.


.. 노루가 떠나간 들녘을 생각해보았는가 / 새들이 깃들지 않는 숲을 떠올려보았는가 / 제초제와 농약과 화학비료들 자욱한 사철 푸른 골프장의 잔디밭이 / 곶자왈의 이름을 대신할 것이네 ..  (곶자왈, 스스로 빛나던 이름이여)


  마음속에 시를 품어요. 마음속에 사랑을 품어요. 아이들한테 삽질을 가르치거나 물려주면 재미있을까 생각해 봐요. 어린 아기들한테 옹알이 아닌 지식과 정보와 이론을 줄줄 읊는다면 얼마나 재미있을는지 곱씹어 봐요. 졸린 아이들 앞에서 꽥꽥 소리지르는 대중노래 부르면 아이들이 반길는지 헤아려 봐요.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 곁에서 영어교육 조기교육 한자교육 부르짖는 모습이 얼마나 철이 있다 할 만한지 가늠해 봐요.


  아름답게 누릴 삶을 생각해요.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는 삶을 곱씹어요. 즐거이 꿈꾸는 빛을 헤아려요. 따사로이 손 맞잡으며 걸어갈 길을 가늠해요.


  빛을 품어요. 빛을 가꿔요. 빛을 노래해요. 빛을 나눠요. 스스로 빛이 되고, 내 동무와 이웃 모두 함박웃음 같은 빛이 되어 서로서로 어깨를 겯어요. 마음속에서 샘솟는 모든 말이 시가 되도록 해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 노래가 되도록 해요. 내 모든 몸짓이 꿈이 되고 이야기가 되도록 해요. 삶을 노래하면서 언제나 웃어요. 4346.8.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이달의 사락 h*******e 2013.08.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