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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면서 그의 자서전을 읽게 된 것은 부제처럼 커다랗게 붙어있는 <성장>이란 단어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른이 되기위해서는 사춘기를 겪어야하며 성장이란 미명아래 때론 고통스럽고 때론 나도 내마음을 모르는 혼란한 상태로 거북한 현실앞에 내던져진다. 그 길은 누구도 동행할 수 없으며 모순덩어리를 안고 혼란스럽고 격정의 폭풍우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감내야하는 통과의례이다. 사람에 따라 수위는 다르지만 우리는 이것을 통해 성장하고 어른으로 발돋음하며 자기만의 가치나 목표를 세우고 더 긴 여정을 준비한다.
러셀 베이커~ 그는 퓰리처상 평론부문 수상 경력이 있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관객의 입장에서 주위 가족들을 그려내고 있으며 자신의 부끄럽고, 우스꽝스런 속내까지 솔직히 들어내는 모습은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한 아이를 키우기위해서는 온 마을사람들의 보살핌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무릇 아이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주위사람들의 희노애락을 같이 느끼고 몸으로 부딪혀봐야 남을 배려하고 스스로 성장할 자양분을 많이 얻는다는 진리를 또 한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홉남매중 맏딸로 지방 변호사인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시골선생님으로 오게 된 저자의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와는 영 딴판으로 11번째의 아들인 아버지는 투박한 시골 청년이었다. 어머니 못지않게 기가 센 할머니와 어머니와의 가족간 갈등관계,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시작되는 외삼촌댁의 더부살이, 대공황시기에 어려운 살림등 러셀앞의 삶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았다. 8살이 되자 아들의 출세와 성공를 향한 의지를 태우는 어머니는 러셀에게 신문판매일을 시키셨으나 야무지고 똑부러진 여동생 도리스와는 달리 적극성이 부족한 그에게는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른들의 얘기에 귀기울이고 행복해하며 세상을 배워나갔다.
"..어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때면 나는 아주 진지했다.나는 그 자리에서 이 세상에 대해, 그리고 이 세상을 읽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는 셈이다. 내가 배운 것은 이야기의 내용 자체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 태도에 있었다.그리고 그 태도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인생의 밑거름이 되었다."(p188)
치매라는 병으로 병원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열었고 어머니를 찾아뵙는 장면으로 책을 마무리한 그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상당히 컸음을 느낄 수 있다. 그에겐 희망을 버리지않고 든든히 버텨주신 어머니셨다. 러셀이 사귀는 친구에 노심초사하고, 여자친구사귀는 아들이 늦게 들어오자 초조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여느 어머니와 다름없었고, 수중에 돈이 없어도 할부로 교회에 갈때면 말끔히 빼입을 꽤 값이 나가는 옷을 사 입혔으며 신사로서의 에티켓을 가르치셨고, 어려운 살림중에서도 쪼개어 자전거라는 성탄절 선물까지 마련하는 어머니셨다.아이의 잘 하는 점을 찾으려 애쓰고 대학진학을 위해 열심히 학습을 시킨 어머니는 당신의 좌절된 젊음을 아들의 출세를 위해 바치셨고 그 꿈은 집도 있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위해 철도회사에 다니는 허브아저씨와 재혼하게 됨으로써 현실성있게 이루어졌다.
어머니의 열정적인 뒷바라지의 결실인지 러셀은 존스 홉킨스대학에 장학생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해군 비행단 조종사훈련까지 받는 멋진 신사가 되었다. 어머니의 마음에 쏙 드는 기준의 여자는 아니었지만 예쁘고 생활력 강한 미미와 결혼을 하며 한 아이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집안의 기둥 자리를 내주기 싫어 새아버지를 지적 우월감으로 철저히 무시하는 반항하는 행태라던가, 미미와의 연예과정이나 어머니와의 첫 대면인 식사초대이야기등은 가볍고 즐거움과 웃음을 준다.이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에서도 소박하지만 유머와 절제를 잃지않는 외가의 분위기영향인 듯도 한데, 이렇게 성장시기의 환경은 그 사람의 일생을 통해 오랫동안 영향을 주게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
그의 자서전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과거여행에 대해 알게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부모가 우리에게 자신의 과거를 얘기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부모님의 시간에 한정된 것을 깨부수고 빠져 나오고 싶었듯이 우리 아이들도 나의 미래였지만 그들에겐 과거인 시간에는 무관심하다. 언젠가 그들도 그 과거를 알고 싶어하는 때가 올까? 러셀의 다음 귀절에서 그 해답을 구해본다.
"우리 모두는 과거에서 왔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생겨나게 한 그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인생이 아주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시간으로부터 현재에까지 뻗어있는, 사람들로 엮어진 동아줄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인생이란 결코 기저귀에서 수의(壽衣)를 입기까지 한 뼘의 여정으로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p22)
어느 새 잔잔한 감동이 여운을 남기며 내 가슴을 두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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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가진 홍보문구 중 하나, ‘그는 가공되지 않은 쓰라린 기억을 재료로 너무나 따뜻하고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뉴욕 타임즈의 평은 이 자서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블랙코미디라는 것인가. 비극적 상황을 희극으로 해석하는 그 냉소적인 발언들을 과연 자기 인생에다 대고 거침없이 쏘았을까. 표지부터 뭔가 새로웠다. 그러나 상상은 과했다.
출생 이전부터 결혼을 하기까지, 저자의 성장기가 담겨있다. 역사에 맞물린 그의 인생, 더불어 그 시대의 평범한 일상들을 엿볼 수 있다. 글쎄, 줄거리를 대강 요약해 혼자서 뇌까려보니 사실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법한 이야기다. 영웅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통의 끝자락에서 경험한 시대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전쟁이 담겨있다고 해서 주인공이 참전병으로서 겪은 잔학무도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땐 그랬지’사상으로 입각하여 볼 때, 충분히 평범한 한 인물의 이야기다.
저자는 1925년 버지니아의 모리슨빌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병이 깊어 돌아가셨다. 시어머니와 원만하지 못했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친동생의 집에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가정 형편이 많이 힘든 러셀은 어렸을 때부터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파는, 지긋지긋한 생활에 들어선다. 공황이었다. 그러나 외삼촌댁에 있는 작은 소년은 경기를 체감하지 못했다. 그 시기 어머니는 올루프 아저씨와 교제를 시작한다. 이 대목에서 덴마크계열로 영어에 서툰 백인 아저씨가 어머니와 나누는 편지 부분은 흡사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들의 언어를 연상케 한다.
(…)당신 생각은 어떠습니까? 제가 당신을 보러갈까요, 아니면 당신이 저를 보러올까요? 경기가 나쁨니다.(…) [p.124]
결국 끈질긴 공황의 터널을 빌미로 어머니와 울루프는 정리된다. 삼촌댁에 객식구가 늘어나자 어머니는 그동안 모아둔 돈을 가지고 볼티모어로 떠난다. 그곳에서도 지독한 가난은 계속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머니는 러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어머니의 하나뿐인 미래였다. 이와 더불어 러셀은 학교에서 우등생으로 자리매김하며 장학생으로 존스홉킨스 대학에 들어간다. 그즈음 어머니는 새로운 남자 허브아저씨를 만나고, 결혼에 이른다. 가장이란 자리에서 퇴출 된 그가 무식한 허브아저씨를 가족 안에서 제외시키는 방법으로서 그는 그답지 않은 아주 졸렬하고 비열한 방법을 쓴다.
내 목표는, 아저씨가 자신의 무식함을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고 그러므로 당신이 내게는 관심거리조차 될 수 없음을 깨우쳐주는 것이었다. 직접적으로 모욕을 주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아저씨를 괴롭힐 수 있었던 데에 내 교활함이 있었다. [p.279]
개그콘서트에 신설 된 코너 ‘착한 척 하지 마’의 대사, ‘나만 그래? 나만 쓰레긴가?’가 떠오른다. 이런 그의 진실 된 고백 속에서 난 나의 교만스런 모습을 투영해본다. 때문에 상당히 찌르는 구절이다.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발휘하며 대학을 누비던 그, 세계 제2차 대전이 한창중인 1943년 해병비행단에 들어간다. 살만 찌고 유럽남부를 순회하다 돌아온 군 생활도 그에게 동정남의 딱지를 떼 줄 수는 없었고, 그는 성(性)적 열등감에 사로잡혀 쏘다닌다. 그리고 만나게 된 미미. 한 신문사에 가까스로 취직한 그는 ‘우리가 들고 있는 카드에 그런 패는 없다’며 결혼에 대해선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미미의 화려한 밀당 작전에 넘어가 러셀은 결혼하게 된다.
이야기는 평범하나 무지하게 재밌다. 러셀의 원문도 이러할까 싶을 정도로 번역이 잘 되어있고, 번역자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가가 곳곳에 묻어난다. 일독이지만 양장본답게 400페이지 안에서 오탈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푹 빠져서 깊게 읽게 되는 그런 이야기, 그 시절 그 때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이야기다. 워낙 재밌기 때문에 퓰리처상 수상에 대한 이해와 수긍을 가져다주는 책이다.
장사치가 이런 말을 한다. ‘일단 써봐! 후회 하면 장을 지진다니까!’ 이 책이 그렇다. 그 시절을 살았던지, 그 세대를 배웠던지 간에 누구에게나 권할 법한 이 책은 일단 한번 읽어보기를 권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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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자서전을 읽어봤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다. 솔직히 '러셀 베이커'라는 이름은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유명한 언론인이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나이가 들었고 미국 관련 언론인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는지라 약간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비록 번역본으로 읽기는 했어도 이 책에는 진실과 유머가 뒤섞여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누구나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물론 이 책을 다 읽고난 나도 이 책의 솔직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겼다. 굉장히 무덤덤하게 디자인 된 표지가 그리 특별해보이지는 않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면 그리 무미건조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이보다 생생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찾으려고 해도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이야기가 저자가 직접 겪은 실화라는 사실이다. 덕분에 저자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년은 매우 길었던 미국의 대공황 시대를 유년기로 보냈다. 그 시대는 누구나 어려웠고 살기 힘들었다.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소년의 어머니는 그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악착같이 일하고, 자신의 아들을 공부시킴으로서 신분 상승하고자 노력했다. 어머니의 그런 노력은 결실을 거두어 마침내 아들은 미국에서 유명한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사업에도 소질이 없고, 운동에도 그닥 소질이 없던 주인공은 일찍부터 자신이 가진 재능이 글쓰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본 어머니의 무한한 관심 덕분이었다. 그런 자신의 장점을 꾸준히 갈고 닦은 결과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고, 재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미국의 유명한 언론인이 되었다. 사실은 나도 어릴 때 꿈이 작가였던 만큼, 어린 주인공에게 참 많은 공감과 감정이입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그 외에 어머니의 무한한 지원과 관심, 그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의 모습은 이 책의 주인공과도 참 많이 닮았다.
무조건 어머니의 말을 잘 들을 것만 같았던 주인공에게도 반항의 시절이 있었다. 첫번째는 양아버지를 인정하는 일이었고, 두번째는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일이었다. 양아버지 문제는 사춘기라면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사건이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남자보다 여자 동생인 도리스가 좀 더 적응과 이해를 잘 했는데, 아무튼 새로운 가장을 받아들이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을 게다. 그리고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처음에 참 많은 방황을 했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자신과 잘 어울리는 좋은 부인을 만난 것 같다.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행동, 마음 됨됨이가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주거나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그냥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고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그런 솔직함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미국의 대공황이라는 어려운 상황이 없었다면, 그리고 미국이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주인공의 운명도 참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운명은 자신이 의도한 바와 상관없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이 때 자신의 신념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그 물결에 휩쓸려 방황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 때마다 자신의 중심을 잡은 덕택에 지금은 저명한 유명인사가 되었다. 20대 후반은 제 2의 사춘기라고 할 만큼 굉장히 마음이 갈대와 같이 흔들리는 시기이다. 그저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학생에서 벗어나 밥벌이의 어려움을 처음 겪게 되고, 자신의 이상과 일치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것은 꽤나 시기적절한 타이밍인 듯 하다. 이 책은 뭐든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멋진 책이기 때문이다. 정말 잘 쓰여진 성장기에 관한 자서전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라고 주저없이 말하겠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던지 이 책은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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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공되지 않은 쓰라린 기억을 재료로 너무나 따뜻하고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전기 장르의 위대한 작품이다. - 뉴욕 타임스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봤을 장르가 바로 자서전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읽어 볼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도 하고 또 무언가 배울점이 있는 사람의 삶을 되돌아볼수도 있다. 그리고 거기서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학창시절이나 어렸을적이 읽었던 자서전은 주로 위인전이었던것 같다. 단순히 훌륭하신 분의 삶을 배우고, 또 그들처럼 성공해라와 같은 메세지를 얻기위해 읽고 또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이순신, 헬렌 켈러, 슈바이처 등등..
그에 비해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접하게 되는 자서전은 조금 포커스가 달라진 것 같다. 모두에게 칭송받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삶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 한 인물의 인생을 풀어낸 에세이와 같은 느낌.. 물론 그들의 삶에서 배울점을 찾을수 없다거나 훌륭한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다. 퓰리처상 수상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인과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욱더 많은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서점가에 보면 일부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의 자화자찬의 자서전이 판을 친다. 그들의 삶에서 배울것이 없는 것은 아니나 때론 너무 과장된, 어쩔 때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뻔뻔함에 손사레를 치게 만드는 책도 있었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음.. 뭐랄까.. 그냥 솔직하다. 부끄러울수도 있는 치부와 자신의 삶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주변의 친구와 기억들까지... 마치 한편의 잘 다듬어진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마치 소설을 읽듯이 읽혀졌던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물은 바로 그녀의 어머니이다. 힘들었던 시절 속에서 주인공을 칼럼니스트로 가게 이끌었고, 강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진다. 베이커가 자랐던 시기는 대공황을 지난 미국 역사의 어려운 시기였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저자의 어머니는 특유의 근면함과 어떤 현실도 극복하려는 의지속에서 난관을 헤쳐나간다. 그리고 저자에게 출세와 성공이라는 단어를 이룰수 있게 도와준다.
책의 앞부분에는 병상에 누워 계시는 현재의 어머니와의 대화속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그의 어머니가 저자의 일생에 있어서 빠질수 없는 위치에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책을 읽다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이 등장한다. 힘들었지만 이겨내면서 지내온 가족사와 모리슨빌에서의 이야기들, 양아버지와의 관계와 그가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만난 그와의 인연들.. 그러한 삶의 조각 하나하나가 바로 지금의 베이커를 있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장을 넘겨가면서 한편의 위인전이 아닌 재미있는 한편의 일대기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자만심과 자존감에 빠진 내용이 아니라, 솔직한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수 있었던 계기가 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소개의 문구처럼 정말 감동과 즐거움, 그리고 깨달음을 안겨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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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과거에서 왔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생겨나게 한 그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인생이 아주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시간으로부터 현재에까지 뻗어 있는, 사람들로 엮어진 동아줄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인생이란 결코 기저귀에서 수의를 입기까지의 한 뼘의 여정으로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22p) 어릴 때는 내 인생이 다른 사람들, 아니 온 우주의 만물과 얼기설기 엮어지고 지탱하며 이루어진다는 것을 좀처럼 깨닫기 어렵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살아보면 알게 될 게다.’ 류의 어른들의 잔소리를 들을 때면, 내놓고 무시는 못해도 언제나 속으로는 ‘꼰대 양반, 또 시작이군’ 이라 생각하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당당히 내 힘만으로도 삶을 꾸려나갈 수 있으리라 호언장담했던 그 시절엔 과거 따위는 존경도, 애정의 대상도 될 수 없었다. 그러나 내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할머니를 비롯한 가까운 친척 어른들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드려야 하는 나이에 이른 지금, 나는 이제야 비로소 인생이란 모든 감사한 것들과의 인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이해한다. 요즘 나는 새삼 기억을 되살려, 오랜 시간 ‘소 닭 보듯’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던 시간과 대상들이 얼마나 스스로 아름다운 존재들이었는지를 느껴보곤 한다. 러셀 베이커는 [성장]이라는 책 속에서 자신의 인생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준 인연들을 하나하나 불러와 아주 선명하고도 사랑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고집스럽고 위선적이고 때론 서툰 허세와 억지를 부리기 일쑤인 자신과 가족, 지인들의 모습들을 적나라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로 여기 살아있는 것처럼 재현해 냈다. 그들은 때론 사랑하고 때론 갈등하고, 다시 용서하고, 또 배려하면서 서로의 인생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주며 살았고 누군가는 먼저 세상을 달리했다. 그것이 러셀의 인생이면서 바로 지금 우리의 인생이다. 러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보이고 내 주변의 인연들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책을 읽는 내내 러셀의 이야기를 읽는 것인지 내 삶을 되돌아보는 것인지 혼돈하는 순간이 반복되었다. 더구나 그와 나의 시대가 50여 년의 세월의 차가 존재하고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와 나의 어린 시절이 너무도 많이 닮아 있었기에 나는 그와 함께 울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 평범한 인생이지만 당사자에게는 그 누구의 삶보다 찬란하고 소중한 나 자신의 인생. 러셀의 [성장]이 위대한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평범한 삶의 모습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 아름다운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다는 데 있다. 그것이 이 책이 다른 보통의 자서전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침묵은 너무나 깊어 옥수수가 자라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었다…..(중략) 처마에 매달아 놓은 작은 그네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면 그건 산들바람이 할머니 댁 뒤뜰을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중략) 낮잠을 든 집들 사이를 지나며, 나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양철 지붕들이 딱딱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았다. (72p) 그의 필살기는 아무래도 온 몸의 감각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표현력에 있는 것 같다. 옥수수 자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침묵이라니! 나는 그의 표현력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하고 말았다. 비단 청각 만이 아니라 이 책은 온통 시각, 청각, 후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맛깔스러운 묘사로 그득하다. 덕분에 나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80년대 유행하던 전원풍의 미드( ‘초원의 집’…)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종종 빠졌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어떤 시대를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 단 한 권의 책을 골라야 한다면, 잘 쓰여진 장편소설 하나를 고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 군상들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 시대의 정치경제, 사회문화 수준이나 가치관, 꿈과 희망 등을 가장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러셀 베이커의 [성장]은 이런 목적에도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암흑 같은 공항시대를 통과하면서도 끝내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꿈꾸며 살아낸 미국인들의 한 시대를 바로 옆 이웃의 삶처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소설 같고,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안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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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우주가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거기, 어머니가 계셨다.
1981년 가을, 치매로 병상에 계신 어머니를 방문하며 이야기가 끝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어쩌면 이 책은 저자의 '성장기'를 다룬 '자서전'이면서 동시에 그의 성장을 이끌어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기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의 정신이 시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현실 세계라고 믿고 있는 곳으로 어머니를 잡아 끌어오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어머니와 과거로의 멋진 여행을 같이 하기 위해 애쓴다. 어느 날엔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신 어머니에게 기분이 좋으시냐고 묻자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한다. "네. 오늘 기분 최고에요. 아빠가 나 오늘 배 타고 볼티모어에 데려 가신다고 그랬단 말이에요"(19). 얼마 전, 크게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할아버지 이순재'가 '꼬마 이순재' 시절 엄마의 등에 업혔던 기억을 떠올리며, "엄마", "엄마"를 부르면서 눈물 짓던 장면!
저자는 이때의 감상을 이렇게 적는다. "어머니를 따라 희망 없는 과거 여행을 계속하며 나는 내 과거를 그토록 쉽게 내버린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었는가를 깨달았다. 우리 모두는 과거에서 왔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생겨나게 한 그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인생이 아주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시간으로부터 현재에까지 뻗어 있는, 사람들로 엮어진 동아줄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인생이란 결코 기저귀에서 수의를 입기까지의 한 뼘의 여정으로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22). 그리하여 저자는 '자신을 생겨나게 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러셀은 자신을 키워준 사람들을 만난다. <성장>은 '러셀 베이커'라는 유명 칼럼리스트의 성장사를 다룬 자서전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그만이 아닌 것이다.
풀리처상에 빛나는 미래의 칼럼리스트 '러셀 베이커'는 '출세'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던 어머니에게 내몰려 여덟 살 때 언론계에 첫발을 들여놓게 된 기억부터 풀어놓는다. 공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1932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삼촌댁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소년 러셀은 비지니스에 별로 소질이 없다는 것이 드러날 때까지 신문을 팔았다. 소년 러셀이 열한 살이던 해, 선생님으로부터 A를 받은 여름 방학 과제물 '작문'을 직접 읽어본 어머니가 "너 작가가 되는 게 어떻겠니?"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말이다. 역사적으로 세계 대전이 있었고, '공황'이라는 사회의 소용돌이가 아버지를 잃은 한 소년의 삶까지 잠식해들어온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그의 이야기가 비극으로 읽히지 않는 것은 유쾌한 문체 속에 놀라울 정도로 솔직한 소년의 진솔함 때문이고, 다양하고 복잡한 인생사가 생생한 인간군상 속에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읽고 있으면, "이것이 인생이구나" 되뇌이게 된다.
위인들의 '자서전' 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 '러셀 베이커 자서전' <성장>은 색다르고 특별한 자서전으로 다가온다.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자서전과는 달리 대공황을 지나는 어느 가난한 가족들의 역학과 소소한 일상이 잔잔한 여운을 만들어내며, 나와 나의 가족들, 그리고 부모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조용한 관심을 불러으킨다. 역경을 딛고 이루어낸 눈부신 성공담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와 세상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어떻게 '나만의 우주'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성장>의 주인공은 한 사람이 아니라, 그들 모두이고, 러셀 베이커에게 특별했던 어머니라고 하고 싶다.
구호식품을 타서 먹는 형편에도 '집안의 기둥'인 아들이 신사처럼 보이기 위해서라면 값비싼 양복을 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는 그의 어머니는 우리의 어머니와 많이 닮았다. 시어머니와 힘겨루를 했던 어머니는 어느새 세월이 흘러 아들의 아내와 힘겨루기를 하는 '시어머니'가 된다. <성장>은 소년이었고, 아들이었던 러셀이 스물여섯의 나이에 결혼을 한 뒤, 이야기는 1981년 가을로 훌쩍 건너 뛴다. 이제 러셀은 '생후 3개월 된 손녀'는 둔 할아버지가 되었다.
러셀은 자유로운 시간 여행을 하며 다시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는 행복한 딸이 된 '여든의 어머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하나의 세계가 살다가 사라졌으며, 그 세계가 내 피와 뼈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음에도 난 그것에 대해 이집트의 파라오에 대해서만큼도 아는 게 없었다"(20). 러셀의 오늘은 부모님의 미래였으나 그는 그것을 따분한 과거로만 여겼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의 약동하던 미래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따분한 과거가 되고 마는 것을 줄곧 지켜보며 깨닫는다. 자신이 그토록 따분하게만 여겼던 부모님의 과거는 이제 사라졌지만, 그것이 자신의 피와 뼈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음을 말이다.
그 사람을 알려면 뿌리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내 스스로 창조해냈다고 믿는 순간들도, 바로 그 뿌리의 자양분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뿌리는 그리 자랑스러울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초라한 그것이여서 오히려 감추고 싶을런지도 모른다. 위대한 칼럼리스트 러셀의 보잘 것 없는 '뿌리'처럼 말이다. 그러나 <성장>은 이 세상에 보잘 것 없는 '뿌리'란 없다는 것을 다시 알게 해준다. 누구의 것이건, 어떤 모양이건 절대 하찮아질 수 없는 사랑처럼, 누구의 어떤 뿌리도 하찮은 것이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생명을 얻고, 성장하고, 다시 새로운 세대에게 생명을 이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그 뿌리 때문이 아니던가. <성장>을 통해 뿌리의 은혜를 알게 되었으니, 러셀 베이커의 <성장>은 내게도 <성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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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베이커는 우리들에게 PBS의 <명작 극장> 의 진행자로 알려져 있다. 1992년부터 2004년 은퇴할 때까지 이루어졌다. 1962년부터 1998년까지 그 유명한 '뉴욕 타임즈'의 '옵서버' 칼럼을 썼으며 1979년 '옵서버' 칼럼으로 조지 포크상과 퓰리처상 평론 부분을 수상했다. 또 이 책 <러셀 베이커 자서전 : 성장 Growing Up>으로 1982년에 퓰리처상 평전/자서전 부문을 수상했다. 이처럼 유명한 사람의 퓰리처상 수상 자서전이 이제야 소개가 되다니...번역가인 송제훈씨의 번역으로 12년전에 출간되었다가 조용히 사라졌었는데 연암서가에서 재발간을 한 것이었다. 덕분에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올해 들어서 자서전 형식의 책을 이 책까지 세 권을 읽었는데 하나는 역시 언론인인 마이크 레너드의 '우리 인생 최고의 쇼' 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컬러 오브 워터', 그리고 이 책 러셀 베이커의 자서전이었다. 셋 다 어린 시절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유머와 슬픔과 감동을 간직한 책들이었는데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이 책들을 열권안에 꼽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배꼽을 잡았었다. 가만 보니 러셀 베이커의 자서전이 발간된 연도로 보나 아마 이런 책들의 시초가 아니었나 싶다. 너무나도 재미있는 문체들과 문장들과 줄거리가 시종일관 자신과 가족의 일들 중에서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 까지도 다 까발리며 어떻게보면 자학적인 이야기에 독자들은 빠져들며 철저히 솔직해서 오히려 웃기고 재미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개인사적 슬픔과 잔잔한 감동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코드이다.
왜 이 책이 <성장>이라는 제목인지는 다 읽고 나서야 알 것 같다. 러셀 베이커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부터 친할머니와 아버지의 열한명의 형제들인 삼촌들, 그리고 외가쪽으로도 어머니의 수많은 동생들인 외삼촌들의 이야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러셀과 여동생 오드리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며 3년간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던 애인인 미미와 결국 결혼에 성공하는 내용까지가 이 책의 줄거리이기 때문에 '성장'이라는 제목이 정말 딱 맞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어머니께 드리는 헌화와도 같은 작품이다. 대공황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다소 딱딱하고 엄하긴 했지만 러셀을 지적인 인간으로 키워낸 것은 어머니의 영향과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중요한 성장의 시기에 어머니가 항상 격언과 격려 때로는 지겨운 간섭으로 그를, 그토록 원했던 '출세'한 인간으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그토록 똑 부러지고 부지런했던 어머니가 여든이 넘어 치매에 걸려 아들을 못 알아보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듯 그녀의 추억 속으로 헤집고 다닐때조차 러셀 베이커는 유머와 재치를 잊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힘들고 슬픈 상황인데도 담담하고 유머로 승화시킨 그의 자서전을 읽노라면 후배들에게도 이런 글쓰기에 지대란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 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의 소개글로 마무리 하고 싶다. - "그는 가공되지 않은 쓰라린 기억을 재료로 너무나 따뜻하고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전기 장르의 위대한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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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당히 편협한 독서 취향을 지녔다. 자서전이라고 읽은 몇 권은 대부분이 자기 성공담을 다룬 것들이었다. 물론 그들의 성공담이 신나고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 그들을 보여주기보다 한편의 시간 때우기 소설로 다가왔다. 대필 작가들이 쓴 글이나 깊이 있는 이야기가 빠진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선택이 나빴거나 그 당시 다른 읽을거리가 없었던 탓도 있다. 아주 정말 가끔 읽는 평전에서도 이런 경향이 보일 때가 있지만 말이다. 러셀 베이커 자서전을 선택한 것은 한 독자의 “자서전이란 이런 것”이란 글 때문이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이런 종류의 책을 좀처럼 읽지 않던 나에게 이 문장은 강한 호기심을 불러왔다. 1982년 퓰리처상 평전/자서전 부분을 수상했다는 이력은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낯선 작가의 글이다 보니 혹시 지루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펼쳐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러셀 베이커에게 빨려 들어간 것이다. 처음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맹모삼천지교나 한국 엄마들이 떠올랐다. 자식을 성공과 공부를 위해 정성과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들을 위해 생활비를 쪼개 최고의 선물을 하는 그녀를 보면서 우리의 어머니들이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이런 어머니에 대한 그의 기억과 추억은 냉정하면서도 사실적이다. 미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지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고부간의 갈등, 생활고, 연애, 자식의 성장과 성공 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이것은 다시 최근 최인호 씨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고 추억한 글들을 연상시켜주었다. 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아버지가 빨리 죽어 어머니가 힘겹게 아이들을 키웠다는 것과 작가가 된 것이다. 시간적으로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20대 중반까지 다룬다. 자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만 그의 과거를 좇아가다보면 그 시대의 사회 모습을 만날 수밖에 없다. 특히 공황기에 그들의 겪은 고통과 힘겨운 상황은 그 시대가 어떠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과 백 년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현재와 달라 굉장히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의 풍요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1차 대전을 비롯한 전쟁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이것은 현재 미국인들이 외국에서 벌어진 전쟁을 보는 시선과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여기엔 현재의 우리도 그런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지만 말이다. 가난은 한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하게 만들고, 한 곳에 계속해서 머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죽음이 할머니 곁을 떠나게 만들고, 외삼촌에게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그곳마저 떠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사는 친한 친구와 헤어지게 만들지만 그곳에서의 삶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깨닫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경제적 상황적 악화가 그들이 혐오하는 삶 속으로 밀어 넣지만 역시 어머니는 자식에게 최선을 다한다. 비록 그 시대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시대적 한계는 러셀과 동생 도리스의 행동과 성격을 대비해도 금방 드러난다. 적극성이나 사업 수단이 더 뛰어난 도리스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직업 선택에 제한이 생기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물론 이것을 검증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가 겪은 실패와 불안과 두려움 등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다. 적극성을 키우려고 아들을 신문팔이로 만들거나 좋은 성적을 위해 옆에 붙어 공부를 시키거나 좋은 친구를 만나라고 하는 행동들이 우리의 것과 너무 비슷하다. 신문팔이의 경우는 조금 별개지만. 이것은 아마 적극성 외에 경제적인 이유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부모의 미래가 아이들의 과거”란 말은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문장이다. 이것은 앞부분에 나오는데 어릴 때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성장이란 제목처럼 그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그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유치하고 비열한 행동들은 아이들이 단순히 과거의 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소년의 성장기로도 읽을 수 있지만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빠르게 읽으면서 한 편의 재미난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양한 주제들과 역사로 이어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정말 멋진 자서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