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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놀로지, 파노프스키의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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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기운 때문에 코맹맹이를 데리고 나왔다. 원래는 건강 체질이라고 말하는 그이의 얼굴은 이미 신열로 홍조를 띠고 있다. 센 기침이 안쓰러워 보인다.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가기가 조금은 미안해졌다. 이제 그만 보내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무렵 문득 다시 나를 집중케 하는 소우주로 끌고 간다. 학부 시절 예의 박학함과 천재성에 자극을 받았다는 교수님 이야기였는데, 미술과 언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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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기운 때문에 코맹맹이를 데리고 나왔다. 원래는 건강 체질이라고 말하는 그이의 얼굴은 이미 신열로 홍조를 띠고 있다. 센 기침이 안쓰러워 보인다.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가기가 조금은 미안해졌다. 이제 그만 보내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무렵 문득 다시 나를 집중케 하는 소우주로 끌고 간다. 학부 시절 예의 박학함과 천재성에 자극을 받았다는 교수님 이야기였는데, 미술과 언어에 대한 소양이 특히 뛰어나셔서 수업 내내 지적 쾌감을 맛보았다는 것이 요지였다.

아버지께서 디자인을 전공하셨기 때문인지 평소에 미술과 관련한 주제에는 좀 빠지고 싶지 않아 한다. 하지만 그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이름은 좀 생경했다. 뒤러? 뒤러라고?

그 친구에겐 좀 미안하지만 그 이후의 대화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주 주말에 그 교수님이 썼다는 두 권의 책을 찾았다. 그리고 뒤러와 파노프스키라는 또 다른 르네상스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뚜렷한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하여, 그 속에서 배태했던 이성적 질문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형식으로 논리를 전개해 나간다. 때문에 글의 요지와 핵심 주제가 문맥을 따라 명쾌하게 드러나 있다. 그 꼼꼼한 문체는 토마스 쿤과 헤겔, 푸코와 소쉬르까지 아우른다. 저간의 대가들이 형형한 눈망울로 멜랑꼴릭하게 쳐다보고 있다고 할까. 그들의 지적 산물을 녹여 그려주는 아이코노그래피와 아이코놀로지에 대한 지도는 이해도를 높여주어 습득하기 쉽게 한다. 어떤 저작들을 보면 한없이 옆으로 가지 치기를 해 나가서 논지 자체를 흐려버리는 방종함을 느끼게도 만드는데, 이 책은 그런 조바심을 일으키게 하지 않을 만큼의 미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부분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또 하나 이 책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앞에서 잠깐 밝힌 바대로 명징한 문제 의식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저자가 천착한 의식적 흐름에도 기인하고 있을 뿐더러 읽는 이에게도 비슷한 동기 부여를 허락한다. 소크라테스 식의 문답법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같은 서술은 머리말에서부터 시작해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완성이 된다. 사실 이러한 질문 형식과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는 식의 하이퍼텍스트는 조금 산만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글 자체의 학술적 특징을 감안해 본다면 차라리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한 친절한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4년에 출간 되었으니 이 책이 나온지 이제 꼭 만 4년 째이다. 파노프스키를 지금까지 몰랐다는 내 지식의 편협함에는 부끄러웠고, 대학 졸업 이후 텍스트로 오랜만에 접한 소쉬르의 이름 앞에서는 지난 기억이 아삼아삼했다.

무엇보다 독서가 더뎠던 만큼 무게감 또한 진중하다. 남은 1월을 뒤러와 함께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인상적인 글이다.

w******1 2008.01.1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