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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런던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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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따라다녔을 뿐인데, 뭔가 엄청난 일을 하고 난 기분. 삼일 동안 열중해서 읽었더니 머리가 뜨끈뜨끈해졌다. 디킨스는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사람들을 자기 세계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사흘 간 디킨스를 따라 런던 거리를 누비고 편지를 쓰고 연극무대에 서고 격정에 사로잡혀 글을 쓰고 출판사와 싸우고 낭독 공연을 하고 이탈리아와 스위스와 미국으로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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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따라다녔을 뿐인데, 뭔가 엄청난 일을 하고 난 기분.

삼일 동안 열중해서 읽었더니 머리가 뜨끈뜨끈해졌다. 디킨스는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사람들을 자기 세계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사흘 간 디킨스를 따라 런던 거리를 누비고 편지를 쓰고 연극무대에 서고 격정에 사로잡혀 글을 쓰고 출판사와 싸우고 낭독 공연을 하고 이탈리아와 스위스와 미국으로 여행을 다니고 눈밭을 20킬로미터씩 걸었다녔다. 이 모든 걸 머릿속으로 따라했을 뿐인데, 책을 덮고 나니 뭔가 엄청난 일을 하고 난 기분이다. 역시 작가는 관찰력과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그 부분에서 디킨스를 따라갈 작가는 앞으로도 좀처럼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천재 작가라 불리는 것이겠지만, 그의 능력은 그렇다치고, 그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은 나같은 필부필부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것이었다. 특히 돈 문제에 관한 한, 평생 돈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보통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가 바로 디킨스였다. 그가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나서도 돈 걱정에 시달린 것을 두고, 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는 그게 다 퍼주기 좋아하고 사치스러운 그의 성격 탓이라고 했다. 디킨스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제 보니 디킨스는 타고나길 더러운 것을 못 참고 주변에서 힘들어 하는 걸 못 보는 성격이었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지나치게 배려하는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아름답고 유쾌한 걸 추구하는 성향을 트집 잡을 수는 없다. 그 반대 성향이라면 몰라도. 디킨스는 자기가 생각한 대로 살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일했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도 상상을 초월할 노력을 기울였다. “가난한 이들의 친구” 같은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솔직히 평생 등골 브레이커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그의 운명은 가난한 사람이 보기에도 딱하게 보일 정도였다. 부모에 형제에, 처가 식구에…평생 대체 몇 명을 먹여살린건가. 정말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다.

한편으로, 디킨스는 보는 사람을 좀 질리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그는 뭐든 ‘미친듯이’ 한다. 글을 쓸 때도 뭔가에 사로잡힌듯이 쓰고, 산책을 해도 하루에 몇 십 킬로미터씩 걷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예컨대 자선 공연이나 자선 활동-을 할 때조차 본업인 글을 쓸 때만큼 열과 성을 다한다. 이 책의 부제가 ‘런던의 열정’인데, 다 읽고 나면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가 간다. 내가 보다가 정말 어이 없었던 부분은 디킨스가 가족들과 와이트섬으로 휴가 갔을 때 얘기다. 겨우 몇 주 쉬려고 간 곳에서 디킨스가 뭘 했냐면, 목수를 불러다가 부지 내 폭포를 개조하고 지속적으로 물이 쏟아지는 샤워장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휴가 가서 공사를 벌였다는 말이다! 그 와중에 매일 새벽 두 시까지 글도 썼다고. 절레절레. 하긴 35년 동안 쉬지 않고 작품을 내면서도 자식을 열 명이나 낳은 사람이다. 뭔 설명이 더 필요할라나.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넘사벽 캐릭터고 보기만 해도 지치는 스타일이지만, 뭐 이런 게 천재들 보는 맛임은 부인할 수 없다. 처음에는 아니,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지? 미친놈 아냐? 하다가도, 인간의 경계를 확장한 그 대단한 여정 앞에선 두 손 모으고 리스펙트하게 되는 것. 어릴 적 체육 시간에 절대 못 넘을 것 같은 뜀틀도 옆에 있는 친구가 어느 순간 휙 뛰어넘으면 혹시 나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진짜로 뛰어넘기도 한다. 사실 실제로 뛰어넘고 못넘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어쩌면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 도전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일런지도. 그러므로 혹시 나도? 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가능성에 대한 시야를 확 터주는 존재들은 언제나 소중하다. 특히 의욕부진에 시달리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크게 와닿는 부분이었는데, 사실 이 책에 대해서는 그것 말고도 할 얘기가 많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인데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디킨스의 작품이나 배우 기질, 그가 걷기 중독자란 사실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디킨스의 인간관계가 흥미진진했다. 포스터와 칼라일, 윌키 콜린스 같은 친구들 이야기는 깔깔거리며 읽었다. 세상 죽이 잘 맞으면서도 어딘지 계속 긴장감이 감도는 친구 사이로 이만한 예가 없다. 마크 트웨인이었던가? 작가들만큼 질투가 심한 족속도 없다고 했는데, 디킨스의 교우관계를 보면 그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디킨스 전기작가답게 묘사가 아주 훌륭하다. 디킨스는 물론이고 디킨스 주변 인물들도 캐릭터가 살아 있어서 읽는 내내 푹 빠져들었다.



j*******9 2017.10.2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