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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한국어 제목으로 삼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원작인 M. L. 스테드먼의 장편소설 바다 사이 등대에 더 어울린다. 한없이 거칠고 적막한 바다의 풍광은 전쟁 후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허감을 시각화했다. 예기치 않은 비극을 어리석을 만치 홀로 감내하는 남자의 헌신은 등대의 묵묵한 운명과 닮았다. 연출과 각본은 사랑과 순수의 종언을 처연한 사실주의로 그려낸 데릭 시언프랜스가 맡았다. 영화의 전반부가 고립과 환희의 정서를 바다와 빛의 메타포로 재현해내고 있다면, 후반부는 비밀과 죄의식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들의 마음의 부서짐을 다룬다. 센티멘털리즘과 신파성을 일부 감내한다면, 감정의 기만 없이 진심을 파고드는 드물게 만나는 정통 멜로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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