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구조주의 철학의 시조로 추앙되는 남미문학의 거장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Luis Borges.1899∼1986). 그는 생의 후반을 암흑 속에서 보내며 어둠을 질료로 환상의 세계를 구축한 20세기의 거장이었다. 그는 1955년 그토록 바라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에 임명됐을 때 서서히 약화되던 시력마저 완전 히 상실하고말았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신은 빛을 여읜 눈 을/이 장서도시의주인으로 만들었다」며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를 시로 읊었다.
어린시절부터 과도하게 책을 본데 다 유전적인 이유까지 겹쳐생의 후반 30여년을 어둠 속에서 살아야 했던 그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를 잃은 대신 오히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워버린 금세기 세계문학의 독특한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마르케스나 에코,푸코,데리다 같은 이들의 정신적 스승으로 추앙됐던 보르헤스는 9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열광적인 신도들을 거느리며 「보르헤스붐」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1935년 단편 「불한당 들의 세계사」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의 단편「픽 션들」과 「알레프」는 유럽과 미국의 문학과 비평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 쳤다.「픽션들」속에 삽입된 「바벨의 도서관」「바빌로니아의 복권」은 소설의 죽음을 외치는 금세기말의 문학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 대표적 작품들로 손꼽힌다. 이 책은 이런 보르헤스의 문학관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맘에 든다. [인상깊은구절] 세계사는 계속 진행됐고, 크세노파네스가 공격했던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은 시적 허구나 악마의 위치로 떨어졌다. 그러나 한 신은, 즉 '삼중으로 위대한 헤르메스'(Hermes Trismegisto)은 수많은 책을 구술했으며(클레멘트에 의하면 42권, 이암블리쿠스에 따르면 2,000권, 헤르메스의 다른 이름인 토드(Thoth) 신의 사제들에 따르면 36,525권), 그 책 속에는 모든 것이 다 씌어져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