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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읽은 미술 책 중 가장 몰입해서 읽은 책은 다니엘 아라스의 <디테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디테일>은 내가 인상깊게 읽은 책 중 도저히 남에게 추천할 수 없는 책 1순위기도 하다. 워낙 치밀하고 빡빡한 책이라서 대중성이나 접근성은 확실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기야 <디테일>을 보면서 '이걸 곧바로 이해하다니, 난 확실히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구나.'라고 생각한 꼭지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디테일>을 보고 다니엘 아라스의 책을 더 읽고 싶었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은 극소수였다. <디테일>이 얼마나 빡빡한 책이었는지 생각하면 납득할 만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쉽기 그지없었다. <명화 속으로 떠나는 여섯 가지 모험>은 그 극소수의 책 중에 하나다. 동시에 정말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디테일>에서 다니엘 아라스의 폭넓은 지식과 안목이 십분 발휘되었다면, <명화 속으로 떠나는 여섯 가지 모험>에서는 독특한 발상과 맛깔나는 입담이 돋보인다. <명화 속으로 떠나는 여섯 가지 모험>을 한 단어로 설명하라면, '경박단소'를 들겠다.
단어나 문장은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부담없고 평이하다. 비교적 얇은 두께도 그런 인식에 한몫한다. 하지만 다니엘 아라스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내실있는 미술 서적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용은 지극히 알차고, 흥미를 돋우면서도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려주고 있다.
<명화 속으로 떠나는 여섯 가지 모험>은 유명한 그림들을 다루고 있지만, 잘 알려진 사실들을 재정리하고 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냥 보고 지나쳤던 부분에 대해 심도있게 접근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끄집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림 자체로만 그치지 않고 당대 미술사조나 그림 유행 등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다.
요컨대 벨라스케스의 <궁정의 시녀들>에 대해, 아라스는 일반적인 것과 다른 해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궁정의 시녀들>에는 뒤에 작은 거울이 있는데, 그 거울에는 국왕 부처가 비치고 있다. 대개 당시 국왕 부처의 이 초상을 벨라스케스가 그리고 있는 캔버스에서 비친 그림이라고 간주했다.
하지만 다니엘 아라스는 이런 통설을 반박한다. 국왕 부처의 초상을 같이 그릴 떄에는 똑같은 크기의 왕 초상과 왕비 초상을 같이 그렸지, 부부를 같이 그린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한참 이런저런 생각을 늘어놓은 다음 아라스가 내놓은 잠재적인 추론은 이렇다. 국왕과 왕비를 그려넣으면 그림 구도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왕 부처를 그림에 넣기 위한 편법적 발상이었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이 추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설득력있는 논거를 갖춘, 유력한 추론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것을 아는 기쁨은 대개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는 데에서 나온다. 하지만 <명화 속으로 떠나는 여섯 가지 모험>은 잘 알려진 그림에 대해 미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구명한다. 흥미로우면서도, 정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다니엘 아라스를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추천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