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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은 정말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독일에 바이엘사는 2차대전 시절에 수 많은 사람들을 생체실험으로 잔혹하게 죽였던 회사중에 하나입니다. 만약에 이런 짓을 '어차피 죽여없애버릴 죄수(?)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고 합리화 한다면 그 회사에 악마기업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바이엘사는 첨단 의학품을 많이 만들어 병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의 디스커버리 총서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가치없는 책들이 난무하는 서점에서 반짝반짝 거리는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서가 프랑스 책이라 여러가지 면에서 영미권 책과는 시각이 조금 다른 재미까지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정말 다 재미있는 디스커버리 총서 중에 이'언어의 다양한 풍경'은 마치 작은 바구니안에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들로만 꼭꼭 채워넣은 듯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인 '기록과 증언'은 저자가 수 많은 자료중에서 고르고 골라 핵심만을 모아놓은 것 같아요.
100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에 그나마 그림과 사진이 많아서 정작 글을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한 페이지는 왠만한 책의 10페이지를 압축시켜 놓은 느낌입니다. 이 책의 저자 두 사람은 푸아티에 대학과 파리8대학 교수입니다. 이 분들의 대단한 선별,요약 능력을 감안하면 그 강의는 얼마나 대단할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 우리나라 대학 교수중에 자기 전공분야를 이렇게 알차고 쉽고 재미있게 요약 정리할 능력이 되는 사람이 1%라도 될까요..
번역도 한국말처럼 잘 되었습니다. 조금만 전문 분야의 책이면 기형적인 한글을 만들어 버리는 번역자들도 많은데..그런 역자들의 제일 큰 해악은 그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독자를 질려버리게 만들어서 관심 자체를 파괴해 버리는 것입니다. 나쁜 번역은 선량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죄 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책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쨋건 디스커버리 총서는 발간한 출판사를 칭찬해 주고 싶은 책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세상일의 복잡함이 있습니다.
시공사 대표가 언젠가 출판문화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주는 표창을 받은 뉴스를 읽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시공사 대표 전재국씨는 전두환씨의 장남이니까요. 아버지 때문에 아들까지 나쁘게 볼 건 없겠죠. 하지만 전두환씨가 국가에 환수해야될 추징금을 돈이 없서 못내겠다고 버티던 바로 그 시기에 전재국씨는 경기도에 백억원대의 땅을 구입했습니다. 그것도 앞으로 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는 그런 땅으로 골라서.
구구한 설명 필요없이 국민의 목숨을 빼앗아 정권욕을 채웠던 사람의 피묻은 돈이 문화사업에도 쓰이게 된 것입니다. 세세하게 따지자면 그 나름의 이유와 설명은 너무 많겠지만... 전재국씨는 언제나 억울하다고 한다네요. .. 시공사는 출판사라기 보다는 미디어 그룹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규모가 되는 큰 회사입니다. 재벌가도 아닌 정치인 아들이 정말 빈손으로 남들은 사명감으로 힘들게 일한다는 출판계에서 수백억원대의 회사를 만든 것이.. 모르겠습니다. 정말 불세출의 사업가여서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죠..
좋아하는 책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좋은 책이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를 못합니다. 여유있는 자금이 있었으니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좋은 책을 낼 수 있었겠죠.
예전에 어떤 SF영화에서 전쟁중에 잡은 포로의 몸을 잘라내서 자기편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죽이지 않고 잡은 포로니 나름대로 가치있게 사용하겠다는 생각이었겠죠.. 그 섬뜩한 기분이 지금까지 기억납니다.
양심과 정의감 때문에 희생되었던 모든 선배,선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