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SP판에서 복각해서 녹음해 놓은 음반이라, 어느 정도는 음질이 나쁠 것이라는 각오는 첫 장의 첫 곡에서부터 흔들렸다. 가사를 분간하기 어려운 열악한 재생 음에 실망하여 설마 12장이 모두 이런 식이라면...하고 걱정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곡 부터는 잡음은 있어도 가사나 음악적인 분위기를 전달받는데 큰 문제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녹음이 되어 있었다. 실제 그 시절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과거에 대한 동경을 가지는 세대로서 과거 부모님이 들으셨을 음악들을 그 시절의 목소리로 듣는 느낌은 단순한 호기심의 충족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 과거의 푸근함이랄까..부모님 시절의 활동사진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나도 심하게 망가져있는 곡이 들어 있어서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한 곡 내에서 20번도 넘게 음이 튀어서 다른 대목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음을 이어붙이는데 박자가 두 세 박자가 갑자기 줄어들거나 다시 반복되는 등 결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없는 편집의 불성실함을 드러내는 곡도 있었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이 음반들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시기에 녹음된 해방 전의 곡들을 다룬 10장짜리 음반들은 이 음반들보다 전반적으로 음의 녹음상태가 좋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곡의 심한 회손은 해방 전의 음반들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견이 좁은 나로서는 2집을 내면서 앞의 시리즈에 비해 정성과 노력을 덜 기울이고 빨리 상품화하려한 조급함이 이처럼 조잡하게 편집된 곡을 만들었다고 결론내리게만든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오래된 곡들을 정리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려한 기획사의 의도와 노력은 높이 살만하지만, 1장당 1만원이상의 가격으로 음반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거는 최소한의 기대는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라디오를 통해서는 깨끗한 상태로 들을 수 있는 '남성 넘버원' 곡이 거의 알아들을 수 없게 누더기가 된 체로 편집된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보상하지 못한다는 점을 기획사는 염두해 두시길 바란다. 기획판 = 자료적 가치 + 최저수준의 음질 이라는 등식을 세우지 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