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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를 보면 회사에 갓 입사한 "최희경"이란 인물을 스토리 중심에 배치한 SKT 광고가 많은 이들 입에 오르내립니다. 이정재씨가 어느새 저런 내레이션(아마도 해당 인물의 아버지 역)을 할 관록과 연배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자자하고(대개는 긍정적인 평입니다), 컨셉이 감동적이다(이런 반응이 주류죠)부터, 성숙한 사회인보다는 시스템에 맹종하는 부품 느낌이다, 편의점 알바나 멀티플렉스 상영관 안내 스탭 같다 등등 다양한 느낌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는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이라든가 현재 자신이 어떤 처지, 지위에 서 있냐에 따라 갈리는 태도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신입이라고 미적거리거나 어색해하는 분위기, 뻘쭘해하며 눈치나 살피는 어설픈 마인드셋은 이미 입사 당시부터 낙제점입니다(그 전에, 아마 면접 전형에서 탈락하겠죠). 책 제목을 보십시오. "당당한 신입". 회사의 신입 사원뿐이 아니라 젊은이라면 요즘은 어딜 가서도 당당한 눈빛과 태도가 기본입니다만, 그렇다고 없는 자존과 확신을 내세워 지나치게 오버하는 "시늉"도 문제입니다. 둘에 공통점이 있다면, 노련한 눈은 그 숨긴 진면목과 한계를 단숨에 알아본다는 정도일 겁니다.
사회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아무리 신입이라도 "한 번의 실수"가 용납 안 되고, 처음부터 "준비된" 자질과 태도, 마음가짐이라야 조직에서 환영받습니다. "치열한 밥벌이의 시작이다." 평범한 말 같아도 사실 이런 조직인으로서의 자질 양성은, "반은 사회 생활과 같다"는 대학생 시절부터 이미 시작됩니다. 벌써 비싼 등록금을 대기 위해, 혹은 품위 유지를 위해 알바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합니까. 자원은 부족하고 인구는 많고 노동의 생산성은 (이미 너무 저 멀리 앞서 가 버린) 자본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진 한국에서, 밥벌이 자체도 만만한 일이 아닐 뿐 아니라 남들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게 벌써 지난한 과제입니다. 뒷방에 앉아서 거대 담론이나 떠드는 건 차라리 쉽습니다.
저는 몇 년 전, 어르신들이 잘 알만한 지난시절의 복싱 영웅 홍수환씨가 타이틀을 따 낼 때 임한 전략을 회고하는 걸 방송에서 보았습니다. 상대가 훨씬 젊고 펀치도 강하기에 이 페이스로 가다간 질 수밖에 없다고 본 코치(세컨)님은, "수환아, 이번 라운드만 뛰고 시합 관두자."라고 했답니다. 15라운드(당시엔 그랬죠)까지 체력 안배하고 저 괴물 같은 상대와 계속 싸울 끔찍한 생각을 안 해도 되며, 이번이 마지막 라운드일 뿐이라고 여기니 갑자기 없던 힘이 마구 나더라는 겁니다. 힘이 다 빠진 듯 보였는데(따라서, 다 이긴 시합으로 착각) 의외로 폭풍 같은 돌격을 해 오니 지레 당황한 상대는 지금까지의 유리했던 국면을 못 살리고 무릎을 꿇었다는 거죠. 이 일화는 그 긴박한 상황에서 한국의 지도자들이 얼마나 영리한 전략(삼국지 조조의 망매지갈 고사를 연상케 하죠)을 짜낼 기질, 능력이 되는지도 실감케 할 뿐 아니라(다른 나라 사람들 같으면 전력 열세다 싶을 때 그냥 포기하고 말지 저런 교묘한 심리적 전술을, 그것도 우리 측 자원에 대고 쓰지 못할 겁니다), 사람의 정신 자세, 마음가짐에의 약간의 자극으로도 얼마나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확인시키는 다소 무서운 예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자께서도 그 비슷한 말을 합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라." 복싱은 사람이 몸으로 뛰는 운동이니만치 라운드 사이의 1분이라는 짧은 휴식기 동안에 체력이 온전히 회복될 수 없습니다. 막간 휴식은 고사하고, 조 프레이지어는 알리와의 대전 중 (비록 이기긴 했어도) 어딘가 내상을 입은 탓에 이후 그전만큼의 폭풍 같은 스태미너와 기량을 다시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회사원은 어떨까요? 올해가 마지막이라 여기고 업무에 자기 포텐 전력을 다 쏟아 부으면, 비록 한 해 고과가 최고로 기록되었어도 다음해에는 속빈 쭉정이처럼 주저앉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육체의 능력과 정신 체력의 차이입니다. 머리는 아무리 써도 쓰면 쓸수록 좋아질 뿐, 감가상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대뇌의 기능도 쇠퇴는 하겠습니다만 그건 육체 노화기제에 따른 것이지 본연의 정신적 기능을 과하게 쓴 탓에 마모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머리를 안 써 버릇하고 평소의 편안한 루틴에 묻어가는 버릇이 든 사람이, 머리는 물론이고 몸도 일찍 늙습니다. 나이에 비해 동안인 이들의 특징은 대개 엔돌핀이 꾸준히 나오며 일상이 행복한 이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얼굴에 잡초를 심고 사는 불평쟁이의 경우 진짜 나이보다 십 년은 더 늙어 보이죠.
"프로가 되기 전에 진정한 아마추어가 돼라" 저는 이 말이 참 와 닿았습니다. 진정한 아마추어라고 해서 앞에 "진정한"이 붙은 이유는, 그냥 서툴기만 한 아마추어는 조직에 아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죠. 여기서 진정한 아마추어는 밥벌이 때문에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진정 사랑해서 관심을 보이고 달인이 되어 가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물론 한국의 젊은 신입들은, 대체로 영리하고 군기가 바짝 들어 있기에 바로 실전 투입 가능한 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근데 이게 자기 감정이 개입된, 애정이 스민 과정이 아니라서, 일찍 조로 현상이 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걸 막고 오래 가는 프로가 되려면, 순수한 열정으로 내 머리와 마음이 모두 납득하는 아마추어 기간을 좀 거칠 필요가 있다는 게 저자의 취지라고 독자로서 저는 해석했습니다(책에는 이런 표현이 나오지 않습니다).
"먼저 말하지 마라", "상사와 싸워라.", "그저그런 월급쟁이로 살지 마라" 등 바로 지금을 사는 조직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명언들이 많습니다. 취업에 성공한(그렇게나 어려운 취업이었는데, 지금부터 진짜 고생이 시작이라니!) 이들은 물론, 아직도 문턱을 넘지 못해 고생인 취준생들이 반드시 읽어 봐야 할 명작입니다. 이런 멋진 책 리뷰를 여기서 끝맺는 게 아쉬울 정도로 좋은 말이 많았습니다만 지금 나가봐야 해서 아쉽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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