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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이 있을까? 뜨거운 태양을 받는 카리브 해변에서 해수욕과 휴양을 즐기는 이미지, 또 최후의 공산주의 국가로서 카스트로, 체게바라의 혁명이 현재까지 유지되면서 인민의 평등이 이루어져 있을것만 같은 낙원이라는 이미지 등이 떠오른다. 최근 한국인들 중에서도 이러한 쿠바의 환상적인 모습을 떠올리면서 방문하는 이들이 종종 있고 시중에 여러 여행책자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한국인들에게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너무 멀리 있는 국가이다. 실제로 방문한 이들도 이상적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를 느끼기도 한다. 쿠바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피상적 이미지만을 가지고는 힘든 것이다. 뜨거운 태양 덕분에 노예 노동으로 사탕수수가 대량 재배된 슬픈 역사가 있었고 이는 여전히 쿠바의 경관에 큰 흔적을 남기고 있다. 미국 자본의 영향에 대한 반동으로 탄생한 쿠바 혁명으로 공산주의 체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지만, 미국과 너무 가까운 위치와 관광지리적 매력으로 인해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책은 이처럼 독특한 자연지리와 인문지리를 가지고 있는 '쿠바성(Cubanidad)'이 드러난 경관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의 공저자와 공역자는 모두 지리전공자이다. 공저자는 각각 자연지리와 인문지리를 전공했는데, 책에서 전반적으로 견지하고자 하는 관점은 신문화지리이다. 쿠바라는 하나의 카리브해에 위치한 자연지역에 여러 사람들이 정착하고 살아가면서 '자연-인간 관계'를 맺어오는 과정을 주목한다. 그저 "쿠바에 가면 이것저것을 볼 수 있다"는 서술이 아니라, "쿠바에서 현재 볼 수 있는 여러 경관을 이러저러하게 해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관을 하나의 텍스트처럼 읽고 해석하는 관점이다. ![]() 쿠바에 대한 이미지. 쿠바 혁명 전 미국에서 특히 쿠바를 낭만적이고 향략의 공간으로 재현했다. 2장에서 훔볼트라는 인물에 대해 주목한다. 훔볼트는 19세기 가장 위대한 독일인 탐험가이자 지리학자이다. 19세기 초 훔볼트는 라틴아메리카를 탐험하면서 여러 지역의 자연환경을 관찰, 측정, 기록, 분석하였는데, 이때 저자는 쿠바에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경관을 분석한 부분에 주목한다. 사탕수수 생산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한 뒤, 쿠바의 사탕수수 생산과정이 노예 노동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이들과 체제를 사회정의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훔볼트라는 인물이 자연지리학자로서 지형, 기후, 생물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자연과 사회에 대해 폭넓은 통찰을 하였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러한 훔볼트의 통찰은 여러 의의가 있었다. 스래서라는 미국인이 노예노동 비판 부분만 누락하여 미국에 소개하여, 미국 자본의 쿠바 지배로 이어지도록 했다고 한다. 동시에 훔볼트의 사회와 인권에 대한 통찰은 라틴아메리카 독립과 사회주의 사상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훔볼트라는 인물이 정말 많은 분야에 상반된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지금도 쿠바에서는 훔볼트를 의미있는 인물로 기리고 동남부 산악 국립공원 명칭으로 붙이기까지 했다니... '훔볼트의 경관'이라는 표현이 처음엔 과하지 않나 싶었는데 현재 쿠바의 경관을 설명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종적으로 불공평한 쿠바에 대한 스래셔의 상반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훔볼트의 인종 그리고 사회정의에 대한 기여가 널리 확산되게 되었다. (...) 훔볼트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윤리와 연결 짓는 전 세계적인 인식(Weltbewubsein)의 기초를 다졌다고 주장하였다. 분명한 것은 훔볼트가 인도주의, 경제, 정치 등과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노예제도를 공격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식민 모국인 스페인의 개혁주의자와 중남미 진보주의자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p.74~75) 3장에서는 설탕 생산과 관련한 부분이다. 설탕은 단순히 쿠바의 수출 상품 중 하나가 아니라, 사탕수수 재배 과정에서 쿠바의 자연환경, 인구구조, 교통체계, 도시구조 등에 큰 영향을 주었다. 쿠바의 열대 사바나 기후와 저평한 지형 및 점토질 토양은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적절했다. 스페인 식민주의자들과 아이티 혁명 이후 쫒겨난 프랑스 식민주의자들까지 쿠바에서 노예노동을 통해 사탕수수를 재배했다. 19세기 쿠바의 인구증가와 삼림제거는 사탕수수 농장의 확대와 연관이 없을 수가 없었고, 쿠바는 사탕수수 운송을 위해 스페인보다도 먼저 철도가 놓였다고 한다. 이후 공산주의 혁명, 소비에트의 설탕 구매, 소비에트 시장의 몰락으로 인해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과거 여러 시기의 경관이 쿠바 땅에 남아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의 시대 별 공간 분포 변화 4장에서는 전통유산에 대한 부분으로, 쿠바의 여러 자연경관과 문화경관의 가치 중 어떤 부분이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에 주목한다. 특히 3장의 설탕 생산과 관련하여 '트리니다드 와 로스 인헤니오스 계곡'이 인상깊었다. 앞서 읽은 책인 <쿠바 팔불출 지리쌤들의 눈으로 보기>에서도 방문한 장소인데, 수많은 사탕수수 농장 중에서 왜 이곳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고 관광지가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인헤니오스'가 지명이 아니라 소규모 제당공장이란 일반명사이자 전통 생산체계를 의미하는 말이었다는 점이 언급되어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탕수수 재배 경관이라기보단, 지리적 특성상 대규모화, 산업화의 물결을 우연적으로 피해가서 오히려 세계유산에 지정된 것이다. 또한 지형학 교과서에 나오는 모고테(mogote)가 분포하기로 유명한 비날레스 계곡은 세계'자연'유산이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점도 흥미로웠는데, 그 이유는 이곳이 오랜 담배 재배 전통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지정 및 미지정 문화유산을 살펴보고, 문화유산 지정 과정과 관광상품화의 의미 등에 주목한다. 19세기 초 50년 동안, 트리니다드와 그 주변 계곡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상당량의 수출용 설탕을 생산하게 되었다. (...) 이 노예 노동력 기반의 생산은 1850년에 절정에 이르렀고 지역의 사탕수수 농장주들은 소규모 제당공장(인헤니오스, ingenios)을 보다 현대적인 증기작동 제당공장(센트랄레스, centrales)으로 바꿔 나가는 데 실패하였다.(p.138~139)
비날레스 계곡. 자연환경은 물론 담배 재배라는 문화경관을 볼 수 있다. 아바나에서 서쪽으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5장에서는 쿠바의 관광 산업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한 시기(2009년)만 해도 미국과 쿠바는 왕래가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쿠바는 불과 한두 세대 전에 수많은 미국 자본에 의해 리조트가 건설되고 많은 관광객이 붐볐던 곳이고, 미국인들은 그 향수가 아직 있다고 한다. 또한 쿠바에서는 천혜의 자연환경, 여러 인종과 문화의 융합으로 인해 형성된 다채로운 문화경관, 그리고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금기되어 있어 매력적인 경관까지 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미국인들이 쿠바를 방문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하고, 몇년 뒤 미국의 대 쿠바 국교정상화 이후의 인구지리 및 관광지리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 쿠바가 국제 관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지만, 세 번째(미국)와 일곱 번째(멕시코) 관광 대국 사이에 위치해 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관광산업 분석가들은 매년 플로리다를 방문하는 4000만 관광객 중 10%만 끌어와도, 600만 방문객들과 산더미 같은 외화가 쿠바로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플로리다 남쪽과 스페인, 멕시코에 주로 분포하는 쿠바인 디아스포라는 두 번째 집이나 은퇴를 위한 곳으로 자신의 모국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다. 사회보장이 줄어들고 401(k) 퇴직연금도 안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인 베이비붐 세대도 저비용에 높은 생활 편의 시설을 갖춘 쿠바에 주목하고 있다. (p.198~199) 6장은 '정보'라는 제목이었는데,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간판, 광고 경관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공산주의 체제로 반 세기를 보낸 쿠바는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기업의 선정적인 상업 광고를 보기 힘들고, 정부가 광고판을 생산하는 주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러한 간판, 광고 등을 정보 경관으로 보고, 주제 별로 분류한 뒤 쿠바 사회와 연관하여 분석한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선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지를 알 수 있었고, 이러한 간판을 훼손하는 이들이 없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다양한 생각을 억압하고 세뇌한 권위주의의 유산일까? 아니면 훼손할 필요가 없는 의미있는 메세지여서 그런 것일까? ![]() 마지막으로 쿠바의 경관에 대해 요악하고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책이 마무리된다. 한편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얼핏 쿠바 여행갔을 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모아놓았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쿠바라는 국가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을 신문화지리적으로 분석한 학술도서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쿠바 여행을 다녀온다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심층적으로 쿠바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학술도서 치고는 두께도 가볍고 잘 읽히는 편이다. 쿠바에 대해 관심이 많고 '쿠바성(Cubanidad)'에 대해서 잘 알고 싶은 여행자, 지리학도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