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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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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정사는 가깝습니다. 춤이 내면의 욕구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가장 내밀한 욕구의 표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몸으로 나누는 정사일 테니까요. 하여 춤과 정사의 경계는 아슬아슬합니다. 춤의 몸짓에서 정사의 몸짓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정사의 몸짓은 어느 순간 춤이 되기도 합니다. 이사도라 던컨의 자서전에서 발레는 정사의 예술적 표현이라는 글을 읽었던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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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정사는 가깝습니다. 춤이 내면의 욕구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가장 내밀한 욕구의 표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몸으로 나누는 정사일 테니까요. 하여 춤과 정사의 경계는 아슬아슬합니다. 춤의 몸짓에서 정사의 몸짓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정사의 몸짓은 어느 순간 춤이 되기도 합니다. 이사도라 던컨의 자서전에서 발레는 정사의 예술적 표현이라는 글을 읽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런 정의가 터무니없는 말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귄터 그라스라니 놀랍습니다. 일흔 살이 넘은 『양철북』의 작가가 아닌가요. 어른들 세계가 혐오스러워 스스로 성장을 멈춘 오스카를 그린 작가. 게다가 독재 정권 치하에서 고통받던 우리 작가들을 위해 구명 운동을 했던 작가입니다. 한국을 방문해서는 일 년에 한두 번만이라도 남북 작가들이 비무장 지대에서 모여야 한다고 역설했던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춤과 정사만으로 시집을 묶은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권위에도 굴하지 않고 평생을 작업하고 사랑해 온 열정의 작가라는 설명을 읽으니 이번 시집도 이해됩니다. 귄터 그라스는‘이이였을 때’춤을 배웠습니다. ‘전쟁 중이었고, 군화를 신은 사내들은 / 동쪽 멀리 떠났다. / 춤추고 싶어 / 몸이 단 아가씨들은 / 손가락을 튀겨 / 수업을 마친 우리 사내애들을 불렀’(「일찍 배웠다」)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비등점까지, 아니, 그보다 더 멀리 / 두 살덩이가 한껏 달아오를 때까지’(「언젠가 뢰벤부르크에서」) 춤추지만 춤에는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래서일 것입니다. ‘짐승처럼 / 우리는 서로를 맛보았’고(「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듀엣으로 쨍그랑거렸’(「격렬한 부딪침」)습니다. 그러고 보니 춤과 정사만 가까운 것이 아니라 죽음도 그렇습니다. 삶의 절정이라 할 춤과 정사가 죽음과 이웃입니다. 하지만 일흔 살이 넘은 귄터 그라스가 추는 정사와 죽음의 춤은 가슴에 와 닿지 않습니다. 내 춤은 신명에 겨운 춤 자체에 더 가깝다고 스스로 주문하기 때문입니다. 덩더더 덩더더 덩더더 덩더 덩더더 덩더더 덩더더 덩더. 아직 잔치는 끝나지 않았고 신명도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어깨춤 저절로 나고 엉덩이 덩싯거리는데 춤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저 몸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출 뿐입니다. 마지막 소원 세 가지 이리 와, 나와 춤춰 주오, 내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한, 두 발로 설 수 있는 한, 걸음마에서 교차 스텝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것들은 아직도 여전히 ABC처럼 익숙하다오. 그래도 연금 생활자가 되면서 수그러든 통증이 왼쪽 장딴지에서 수시로 쿵쿵거리니, 그대 부디 잠시만 기다려주오 다음 춤을 위해 나의 관절이 유연해질 때까지. 이리 와, 내 곁에 누워주오, 나의 하나이자 전부인 그것이 일어서는 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통계대로 증명하는 데 그것도 한몫 하는 한. 극지방에서도, 고비 사막 한가운데서도 늙은이들까지 여전히 섹스를 한다오,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욕망을 채우려 한다오, 그것이 완전히 시들기 전까지는. 그러나 그대 부디 인내심을 버팀목으로 삼아주오 그것이 - 그대 놀라는구려 - 단단해질 때까지. 이리 와, 나를 지켜봐 주오, 내가 물구나무를 설 수 있는지 거꾸로 된 눈으로도 주변의 것들을 알아볼 수 있는지. 나는 늘 기린처럼 위로부터 비스듬히 지렁이의 눈으로 아래로부터 비스듬히 이해하려 애썼다오,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 무언지 태초에 무엇이 먼저였는지, 닭인지 달걀인지를. 그러니 그대 부디 너그러이 보아 주오, 나의 물구나무가 끝끝내 물음표처럼 보일지라도. 내 곁으로 가까이, 함께 춤을, 곁에 누워, 경이롭게 바라보오, 은총과 우연의 힘으로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YES마니아 : 골드 g*******g 2004.04.2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