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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추천받은 책이다. 처음 책 표지를 보고는 그냥 그런 그림책 이야기이겠거니 했는데, 책을 펼친 순간 와장창 좁은 생각이 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림책이 이렇게 철학적이고, 창의성의 바다라고? 놀라움과 함께 이름도 낯설고 어려운 유럽의 작가들의 아틀리에로 들어가 본다.
작가 최혜진은 모르는 이에게 다가가 질문하고, 의미를 발견하고, 글 쓰는 일을 20년째 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우리 각자의 미술관>,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등이 있다. 사실적이고 감각적이 사진이 함께 실린 이 책의 사진을 담당한 신청용은 일본의 잡지사와 한국의 잡지사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파리에서 유학 중이다. 이 책은 저자의 그림책에 대한 호기심과 창의성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창의성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그림책과 그 작가들을 만나서 창의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기획인터뷰를 묶은 것이다. 총 10명의 그림책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그녀의 포부를 따라 궁금함과 열정으로 인터뷰 속 작가들을 만나는 여정에 함께 해 본다.
관찰력은 보는 대상에 감정이입을 하거나 감탄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탄하는 마음이 관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관찰이라는 행위 안에는 사랑이라는 성분이 분명 들어 있습니다. (p27, 조엘 졸리베) 저자가 처음 실은 조엘 졸리베의 관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왜 유럽의 10명의 작가들 중 이 사람을 맨 처음 실었는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완전히 몰입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느라 작가의 의도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서 꺼내 쓸 수 있게 머릿속에 잘 정리 해놓는 것이 관찰이라는데, 관찰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다시 찬찬히 내용을 들여다보다가 깨닫는다. 조엘 졸리 베는 그림책 작가로는 독특하게 판화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판화의 특성상 공간을 비우고 깎아내서 그림을 만드는 것이므로 무언가를 더한다는 창의 성의에 대한 개념을 뒤집는 작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가 전해 주는 관찰이라는 것은 사랑을 가지고 감정이입을 통한 감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사진으로 찍은 듯한 묘사를 뛰어넘는 대상의 감정까지도 느끼고 표현하는 행위인 것이다. 갓 아기의 필요를 정확하게 채우는 엄마는 경험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아기를 향한 사랑으로 인해 아기의 필요를 알아내는 것이리라. 오래전 책에서 읽고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어디에서 누구의 말인지도 잊었지만, 늘 사랑으로 상대를, 사물을 대하려고 애썼던 말이 되었다. 그 사랑이 관찰력을 가져오고, 관찰력은 작가의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관찰을 통해 창의력도 길러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작가는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멈추어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이들의 관찰력과 창의력을 위해 질문했을 때 그녀의 말이다. 우리는 시간을 주지 않고 빨리빨리 채우고 배우고 뛰어나길 바란다. 멈추어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자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자신의 취향을 이해하고, 자기만의 느낌을 찾는 일은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혼자 묵묵하게 실패를 견디는 힘이 필요하니 어렵고 막막한 게 당연해요. 방향성 찾기는 혼자서 자연스럽게 이뤄내야 하는 과업입니다. ‘ 좀 못해도 상관없어’라고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어요. (P74~75 올리비에 탈레크) 법칙 같은 것은 없고, 취향과 느낌의 문제라고 말하는 올리비에 탈레크의 작가로서의 자신만의 색깔 찾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느낌이나 취향을 잘 알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의 생각이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저자는 질문했다. 이 질문에 작가는 말한다. 자신만의 느낌을 찾는 일은 묵묵하게 실패를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고. 너무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훈련받은 우리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심하게 여유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묵묵하게 실패를 견디어 왔으니 공감을 통한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올리비에 탈레크를 저자는 공감의 쓸모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공감이 어떻게 쓸모가 있는지 그의 생각과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이겠지. 우리에게 공감이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약한 감수성일 뿐인데, 그는 그 공감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무릎딱지라는 작품에서도 그의 탁월한 공감 능력이 돋보인다. 너무 잘하기를 바라고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아이들의 실패를 부모가 안타까워해서 실패하지 않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아이들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우리는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이 넘어진 사람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리겠는가? 우리는 모두 다 같이 좀 못해도 괜찮다.
시도해 보고 감탄하고, 실패하고, 수정하고, 배우고, 다시 해보면서 변화하는 존재가 사람입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은 거짓말이에요. 그 말 좀 믿지 마세요.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산다는 건 예측 불가능한 난관을 통과하는 과정이고, 우리는 언제든 그 과정에서 배우고 수정하고 진화할 수 있습니다. (P103 클로드 퐁티)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훌륭한 그림책 작가가 되어 화목한 가정을 꾸린 클로드 퐁티의 말이다. 유독 유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요즘에 그의 말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르고 놓쳤던 육아의 실패를 지금도 수정하고 진화 시킬 수 있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다. 그의 삶의 과정들이 이 말들 속에 들어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아이들과 놀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작가. 그의 정원의 그네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 그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할아버지 같다. 가정의 불화와 힘듦을 책을 통해 위로받고 내면의 힘을 키워왔다고 한다. 책이 주는 위로와 격려, 배움 등은 모두에게 공통분모처럼 나타난다. 그의 예측 불가능한 난관도 책과 함께 통과하면서 배우고 수정하고 진화했으리라. 그러면서 그는 효율성과 목적성에 사로잡힌 독서를 아이의 독서에 대한 관심을 꺾는 일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 책을 읽으라고 한다던가 책 읽기가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말들을 경계한다. 세상을 다각도로 배워가야 하는 아이에게 집요하게 쓸모를 계산하는 부모는 커다란 벽처럼 느껴질 거라고 말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에 속에 아이들을 일찍부터 독서로부터 멀어지는 쓸모와 효율을 따지는 부모가 되지 말아야겠다. 이미 많이 늦은 것 같지만.
어떤 일을 하는데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건 어른들의 방식입니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데 내 시간을 쓰겠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라는 사고방식이 새롭고 흥미롭고 창조적인 순간을 만들어 준답니다. 그럴듯한 이유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좋으니까. 이 이유 면 충분합니다. (p274 이치카와 사토미) 유럽의 그림책 작가 중 유일하게 일본 출신의 작가의 말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경제 사회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 유독 꼼꼼하게 읽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일본의 정해진 교육체계와 삶의 방식이 싫어서 무작정 20살에 어학연수를 핑계로 이탈리아로 떠났다. 이후 프랑스에 정착하여 입주 보모 일을 하던 중 그림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교육 방식은 교육자들 편의의 교육이라고 잘라 말한다. 우리의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는 교육 현실을 접하고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녀가 일본을 떠났기 때문에 지금의 작품들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어린이들처럼 생각하고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그녀의 작품관이 여과 없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좋아해서 아무 경제적 가치가 없지만 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이 일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시간 낭비는 아닐까?, 이렇게 재미있고 좋아서 하는 건 좋은데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데...’ 같은 생각들이 많아진다. 또 아이들에게도 그런 말들로 시간관리를 중요하는 나를 발견한다.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어하는 일, 좋아해서 하는 일에 시간을 쓰면서 죄책감은 가지지 않아도 되는 귀한 문장이 되었다.
유럽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10인의 인터뷰 속에는 자녀 교육이 나오고, 작가의 작품관이 솔직하게 이어진다. 때론 자녀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자신의 아틀리에의 소품들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친절하지만 확고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그림책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 몇 가지 공통점들도 발견했다. 독서와 공연, 전시, 음악 등을 늘 가까이하고 어려서부터 경험했다는 것이다. 또 부모님들의 양육 방식도 비슷했는데, 부모님들이 자녀들과 시간을 많이 함께 보냈으며 자연에서 놀았던 유년 시절이 많았다. 또 성향상 대체로 혼자 있거나 우울한 성격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말한다.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경험들이 작품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아이들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목적과 효율을 중요시하지 않는 독서를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배웠다. 우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다고 해도 주변의 모든 아이들이 학원에 다닌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나의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까? 결국은 알고 모름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의 문제이며, 신념과 가치의 문제가 아닐까? 목적과 효율을 떠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것. 그것이 한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이 아닐까? 책을 읽고 작가들을 만나면서 내 삶의 방향성을 찾는 느낌이었다. 비록 예측 불가능한 난관들이 무수히 다가오겠지만, 단단한 나로 온전히 살아낼 힘을 얻었다. 아이들의 창의성과 육아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삶의 태도와 방향성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깨달음을 줄 책으로 모두에게 권한다. 한 사람의 소중한 존재로 자신을 마주할 용기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성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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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럽의 그림책 작가 10인의 인터뷰집으로 제2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림책은 작가의 창의력과 상상력, 철학의 집합체이다. 어른인 나에게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팍팍한 삶에 지친 이들을 치유하는 수단이다. 그림책이 가진 힘이다. 이 책은 그림책 작가들이 진솔하게 전하는 그림책의 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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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대로도 괜찮다는 문장은 힘들 때 듣고 싶었던 개인적으로 가장 위안이 되었던 글이다. 그래서 책소개에 적혀있는 문장만으로도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책 작가들의 인터뷰 집이라는 다소 생소한 책의 장르에도 이를 낯설게 여기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따뜻한 감성과 위로가 되는 이야기들이다. 가볍지 않지만 너무 먼 것 같지도 않은 그들의 담소가 감수성을 자극하고 창작의 영감이 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
| 계속 사야지 하다가 이번에 구매했어요. 단순히 그림책에 관한 작가들의 인터뷰같은 책이 아니라 그림책에 개해서, 아이들에 대해서 다양한 의미가 담겨져있어서 두고두고 읽을 책인 거 같아요. 평소에 그림책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면 꼭 추천드려요. |
| 그림책을 더 깊이 알고싶어 독서모임에서 공부하기로 정한책! 작가들의 창작 과정이나 추구하는 마인드를 알수있어 좋다 작가들이 성장해 온 환경도 작품을 쓰는데 한 몫하고, 부모님의 교육관이나 가치관도 작가의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것같다 |
| 나도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어느날 친구가 추천해준 책. 제목을 듣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등등. 세상 사람 모두가 달라서 노력형도 있고, 천재적인 형도 있겠지.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것. 어느날 뚝딱 나오지는 않는다. 이 책에 이어서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