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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아마 화가 일거야, 왜냐고?'
"'작가는 아마 화가 일거야, 왜냐고?'" 내용보기
마지막 장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늘 하는 버릇이지만..., 이 과정이 내겐 중요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떠오르는 첫 이미지, 그건 내게 어떨땐 영상의 한 장면으로 떠 오르기도 하고, 아니면 문장, 단어로, 또 어떨땐 눈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의도되지 않은 이런 행동들이 누군가 옆에서 본다면 웃고 말겠지만. 그런들 어떤가, 내가 문학작품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 속에서 즐
"'작가는 아마 화가 일거야, 왜냐고?'" 내용보기
마지막 장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늘 하는 버릇이지만..., 이 과정이 내겐 중요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떠오르는 첫 이미지, 그건 내게 어떨땐 영상의 한 장면으로 떠 오르기도 하고, 아니면 문장, 단어로, 또 어떨땐 눈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의도되지 않은 이런 행동들이 누군가 옆에서 본다면 웃고 말겠지만. 그런들 어떤가, 내가 문학작품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 속에서 즐기는 유희가 바로 이런 류의 것인것을. 그리고 고백컨대, 내 스스로의 문학작품에 대한 편견은 다분히 시각적이라는 것이다. 작품의 사건 속에서, 인물에서, 그리고 구성에서도, 심지어는 활자와 행간 속에서도 시각적인 것을 생각해 본다. 그러면 서점을 찾지말고 화랑을 찾아가 보라고 은근히 비웃겠지만 천만 만만에... 내 스스로의 유희는 이런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전혀 시각적이지 않을것 같은 것에서 시각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는것은 나의 편견적인 유희가 아니라, 바로 (화가적인)소설가의 능력일 것이다. 나의 이런류의 유희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한 작품이 바로 <사이보그 나이트클럽>이다. <사이보그 나이트클럽>을 읽고 나자마자 떠오른 이미지는 소설속의 한 대목과 함께 떠오른 영상이었다. 무엇이냐고? '절망과 내통하는 즐거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진실은 잠들었다.' 그리고선 이 활자들이 조금씩 움직여 카오스의 비선형도형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불규칙, 혼돈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이나 선형성, 규칙성이 존재하는 '카오스'. 거짓말 이야기에 대한 개연성과 리얼리티, 소설 속의 소설이야기 '사이보그 나이트클럽'. 작가의 문체는 단아하면서도 정확하다. 그리고 치밀하다. 화가의 붓끝에 모아진 힘과 정신을 보는 듯 하다. 오늘밤, 나는 '오더 소더버그'가 되어 새 재봉틀을 구하는 그녀의 방에서 어슬렁거릴지도 모르겠다.

[인상깊은구절]
'절망과 내통하는 즐거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진실은 잠들었다. 오직 필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얘기가 옳다는 것을 믿게 할 개연성이었다. 세상의 모든 귀는 개연성을 먹고 산다. 더럽다고? 순진한 작자들만 그렇게 말한다.
h*****9 2004.02.21.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무수한 거짓들의 환락가, 과연 진실찾기란 가능한 명제인가
"무수한 거짓들의 환락가, 과연 진실찾기란 가능한 명제인가" 내용보기
강렬한 붉은 표지, 독특한 제목...... 무심결에 닿아버린 나의 손길은 마치 운명 같은 강력한 이끌림에 힘없는 포로가 되어 버렸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진 이명행이란 작가가 누군지조차 알지 못했다.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들만 골라서 섭렵하던 편협한 나의 문학의 우물에 울컹하고 내려않은 신선한 얼음의 출렁거림처럼 이 책이 나에게 준 파동은 참으로 어
"무수한 거짓들의 환락가, 과연 진실찾기란 가능한 명제인가" 내용보기
강렬한 붉은 표지, 독특한 제목...... 무심결에 닿아버린 나의 손길은 마치 운명 같은 강력한 이끌림에 힘없는 포로가 되어 버렸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진 이명행이란 작가가 누군지조차 알지 못했다.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들만 골라서 섭렵하던 편협한 나의 문학의 우물에 울컹하고 내려않은 신선한 얼음의 출렁거림처럼 이 책이 나에게 준 파동은 참으로 어마어마했다. 오직 하나의 진리와 진실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던 꽉 막힌 상자속의 내 두뇌에게 작가는 ''진짜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하며 조곤조곤 말을 걸었다. 그 간지러움에 넘어가 소설속에서 진실을 쫓는 즉 완벽한 진짜 정보를 쫓는 두 주인공의 행보를 조심스레 뒤따르며 느낄수 있었던 그 설레임과 초조함, 긴박감...... 아! 그 짜릿한 전율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런지... 작가는 먼저 그냥 흘려 들으라는 듯이 인간이 가지는 무수한 양의 페르소나에 대한 화두를 장난처럼 툭 던져 놓았다. 오프라인 속 현실의 나와 온라인 상의 나의 존재, 현실의 나는 상대에 따라 또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가면을 바꿔가며 행동한다. 무역회사의 직원이라 말하고 다니나, 또 남들은 그저그런 이름난 작품하나 없는 무능한 소설가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SB의 정보관인 성호경이 그 탁월한 예이다. 그는 현실속에 버젓이 존재하지만 그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양면성이 온라인 상으로 오면 그 정도가 훨씬 심해진다. 익명성이란 온라인의 바다 속에서 그는 마치 변극을 하듯 사회적, 국제적, 온갖 지식으로 넘쳐나는 인텔리 ''동고''의 모습으로, 또 한편으론 무수한 여성들을 달변의 혀로 농락하며 유희적 섹스를 즐기는 ''댄싱 울프''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이중성의 활개를 편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변모처럼 극과 극을 달리는 그의 이중적 정체성은 사회기자인 민지수에게 그의 정체를 들킴과 동시에 크나큰 위기를 맞는다. 동고와 댄싱울프로 자신을 속이는 그에게 민지수는 묘랑과 명월이라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를 혼동에 빠뜨린다. 자신이 밝히는 것 외에는 아무 현실도 드러나지 않는 비현실의 공간이라는 온라인의 특성상 이들은 이름이라는 하나의 명명이 지워지지 않는한 자신의 얼굴을 표현해 낼 수 없는 것이다. 민지수는 이를 이용해 그가 동고일때는 묘랑으로, 또 그가 댄싱 울프일때는 명월이로 변모하며 그의 이런 이중성을 비웃는다. 그들에겐 온라인을 벗어난 상대의 정체는 단순히 그년과 놈일 뿐이고, 온라인이란 시니피앙은 그 자체가 거짓이라는 아이러니로 인해 현실과 괴리될 수 밖에 없는 무중력의 공간이다. 그런 그들이 오프라인 상에서 어느 정보 문건의 유출이라는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됨으로써, 현실이라는 접점은 그들이 온라인상에서 밝힌 무수한 진실들이 결국은 아무 쓸모없는 가상의 것이었다는 충격을 던져 준다. 오프라인에 던져진 그의 이야기, 또 그에 반하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그와 그녀 역시 현실의 먹이사슬 속에서 희생된 하나의 미끼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며 현실 속 어디에도 진실은 부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가 그토록 찾고자했던 것들이, 책장과 책장사이를 넘나들며 몰입했던 그 모든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모두가 거짓의 껍질만 핥고 있었던 것 뿐이라는 그 허무감은 씁쓸한 현실의 절망적인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만지고, 듣고, 냄새 맡는 모든 것들이, 특히 인간이란 거부할 수 없는 존재의 발자취들이 재각기 자신의 멋대로 만들어진 이미지의 향연들, 즉 온라인 속의 무수한 이모티콘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이 세계에 진실이란 존재하긴 한 것일까...... 당연하다고 믿었던 세계의 벽이 한층 허물어진듯한 기분이 든다. 오랫만에 참으로 신선한 책을 만난 듯해 흐뭇하다..
u******1 2006.09.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