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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120 페이지짜리 부클래식판 카르멘을 만났습니다. 얇은 책이니 만큼 읽기 전에 유투브에서 비제의 카르멘을 틀어놓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2시간 40분짜리 영상보다 책 읽기가 먼저 끝날지도 모릅니다.
익숙한 비제의 카르멘을 비롯해 모든 카르멘 시리즈의 원작인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카르멘 입니다. 저자인 메리메는 1800년대 프랑스 작가로 두번의 스페인 여행을 통해 이 작품을 단편으로 발표했다고 합니다.
소설의 배경은 스페인 입니다. 돈 호세라는 귀족 출신의 군인이 보헤미안 카르멘을 만나 사랑에 빠진 후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보헤미안은 당시 유럽전역에 퍼져 있던 유랑민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집시'와 '지고이네르' 등도 같은 표현이라고 하네요. 보헤미안의 특징은 검은 피부에 찢어진 검은 눈, 그리고 산스크리트어에서 파생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볼 때 인도나 히말라야 주변 출신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남자들은 주로 장사나 밀수 등으로, 여자들은 춤을 추거나 점을 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 합니다. 치명적인 매력의 대명사인 카르멘의 전설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합니다.
[살결은 매끄러웠으나 구리 빛에 아주 가까운 편이었다. 눈은 이마 쪽으로 치켜졌지만 눈 꼬리가 유난히 길었다. 입술은 약간 두툼하나 윤곽이 반듯했고, 그 아래로 껍질이 없는 살구씨보다 더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약간 굵고, 검은색이었으며, 길고 번들번들한 까마귀의 날개처럼 푸른색 윤기가 돌고 길었다.... 이 여인은 결점이 하나 있으면 장점이 하나 있어, 결국 그 대조로 인해 아름다움이 더 뛰어나 보이는 것이었다. 이 여인은 기이하면서도 야성적인 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여인의 얼굴은 첫눈에는 상대방을 놀라게 하지만,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그런 얼굴이었다.] [34]
책에 묘사된 그녀의 성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여자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 여자는 평생 동안 단 한 마디라도 진실을 말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54]
[선생님, 그 여자가 웃으면 말을 조리 있게 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 여자와 함께 웃게 되기 때문입니다.] [73]
[당신이나 조심해요, 나한테 뭘 하지 말라고 하면 난 그걸 반드시 하고 마니까!] [76]
[호세, 당신은 불가능한 일을 부탁하고 있어요. 나는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그런데 당신은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군요. 그래서 당신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에요. 나는 아직도 거짓말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러긴 싫어요. 우리 사이는 이제 끝난 거에요. 당신은 내 롬이니 당신의 로미를 죽일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카르멘은 언제나 자유로울 거에요. 카르멘은 칼리로 태어나서 칼리로 죽을 거에요.] [103]
저는 지금 비제의 카르멘을 듣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군복을 입는 돈 호세와 카르멘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니체가 이 음악을 듣고는 '음습하고 우울한 독일적 분위기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찬란한 태양의 음악' 이라고 평했다고 하지요. 정말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입니다. 스토리를 알고 보니 오페라가 더 친숙하게 다가오네요.
하지만 혹시라도 카르멘 같은 여자를 만나보고 싶은 호기심을 갖고 계신 남성분들. 절대로 그러지 마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절대 아물지 않는 생채기도 있는 법 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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