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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통틀어서 조선만큼 오랫동안 단일 왕조가 유지된 국가는 드물다.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500년을 버틸 만큼 조선은 정교한 사회였고 적어도 19세기 말까지는 실패한 국가가 아니었다. 전쟁, 자연재해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을 조선이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브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가 발전과 번영을 불러오고 지배계층만을 위한 수탈적이고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의한다면 조선의 생존 비결은 대동법과 균역법 등 끊임없는 개혁으로 포용적 제도를 펼쳤기 때문이다. 17세기 조선은 여러 차례 전쟁과 대기근 그리고 전염병을 경험하며 경제 파탄을 겪는다. 백성이 떠도는 위기 상황에서 조선은 200년간 고민을 했고 100년 동안 조금씩 개혁을 시도했다. 수많은 관료와 정치가들이 민생안정과 국가 재정 확보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고 시행착오도 거쳤다. 그 결과로 나온 포용적 재정개혁이 대동법이다. 대동법은 공정과세를 이루어 없는 자들은 부담이 줄었고 가진 자들은 부담을 나눠가졌다. 논의 당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개혁의 부수효과로 상업이 발전해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그 당시 조선이 점진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성공 경험을 축적했고 나아가 대동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작은 문제를 해결한 성공 경험이 정책을 추진할 관료들과 정책의 대상인 백성들에게 정당성과 안정감을 주었다.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것이 위기인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개혁이나 거대한 담론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경험한 성공과 실패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 만든 공정하고 포용적인 개혁만이 민주주의 체제의 유지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성장을 같이 이룰 수 있는 비법이다. 대동법이라는 성공한 과거의 정책에서 실패하지 않는 국가로 나아갈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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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나 옛날이나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개혁을 논의하고 이것저것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5년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조급하고 실패할 가능성은 더 크다. 이 책은 대동법의 좌절과 추진과정, 지향하고자 한 목표, 재정사적 의의 등을 파헤치고 있다.
인조때부터 효종, 현종을 거치는 동안 개혁 추진세력의 노력과 경험이 축적되어 비로소 대동법은 정착될 수 있었다. 약 100년의 세월이 소요된 셈이다. 그렇다고 대동법이 완성된 개혁은 아니었다. 일부는 여전히 현물의 형태로 바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부담은 대동법 시행 전에 비해 약 5분의 1로 줄어들었으며 관행적으로 행하던 것이 법으로 정착되었다. 법적 강제성을 부여 받은 것이다.
대동법은 오늘날 개혁을 시행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본다. 왕은 조정에서 공론을 모으고 개혁 시행 대상 지역의 여론을 수렴하여 결정하였다. 개혁은 시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므로 새로운 제도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추진 세력이 꼭 필요하다. 초반에 대동법은 그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관료들이 많아 추진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 제도가 아무리 좋다한들 개혁의 대상이 되는 자들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되면 실패하기 쉬운 법이다. 대동법은 그 시행을 바라는 지역부터 추진되었다. 호서지방은 공물 부담의 불평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대동법이 시행되기를 무척 바랐다. 호서 지방의 대동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자 호남 해변 지역으로 확대하였고 나중에는 호남의 산간 지역까지 확대되었다. 호서 지방의 성공 사례가 개혁 추진에 있어 큰 원동력이 되었음은 당연하다.
개혁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또한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왕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왕실의 절용에 기대는 공안개정론은 대동법에 점차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개혁은 현실을 반영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실무를 잘 알지 못했던 송시열은 공물가를 시가대로만 사주인에게 주면 된다고 생각하였지만, 경각사나 호조가 사주인에게 부여하는 여러가지 부담을 고려하면 사주인의 파산하거나 그런 부담을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개혁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게 된다. 제도를 제대로 설계하지 않고 지키라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삼도대동법(경대동)이 실패했던 이유는 개혁의 반발을 의식하여 문제가 되는 제도의 근본을 해결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대동법으론 결코 양입위출(민에게 한번 수취하고 나면 추가로 수취하지 않아야 함)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으며 이는 곧 개혁에 대한 불신이 되어 대동법 자체에 대한 회의를 가져올 수 있다. 인조때 경대동이 아니라 대동법을 시행했더라면 대동법이 더 빨리 정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동법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데 또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의 실패 사례는 나중에 경대동이 아닌 지방까지 포함한 대동법을 시행하여야 공납 부담의 불평등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되기도 하였지만.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설득이 선행되지 않은 채 섣부르게 추진되면 결과적으로는 더 시간이 소요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공안 개정론자들은 방납의 폐단의 원인을 제도가 아닌 개인적인 윤리 문제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위정자가 나라와 국민은 위하는 마음으로 다스리고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면 해결된다고 본 것이다. 제도적으로 부패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각관의 운영비와 공물 운송비를 지급하지 않게 되면 민에서 수탈하여 채워 넣는 수밖에 없음)를 도외시한 채 관리들의 청렴함만 강조한들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대동법은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먼저 고쳐야 한다고 보았다.
공안 개정론자들이 주장한 것 중 하나로 예로부터 공물은 수령이 왕에게 바치는 예로써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선 안된다는 것이었으나,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유형원은 주장한다. 고제에 의하면 민에게서 10분의 1을 거둬들이고 나면 더 이상 수취하지 않았으며 그 10분의 1을 가지고 왕에게 바칠 현물을 샀다는 것이다. 대동법 시행을 주장한 다른 사람들이 현실적인 것을 근거로 삼았다면 유형원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자료 수집을 통하여 자신의 근거로 삼았다. 그리고 유형원은 당제의 조.용.조 제도를 비판하였는데, 이는 당시의 현물 공납이 당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모방적 동형화는 지금이나 예나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동법을 추진하려고 했던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안민을 통한 장기적인 익국의 추구였다. 그것이 관료와 유생을 비롯한 지식인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민익국은 재정 확보의 목적의 일환이라기보다 대동법을 통해 민의 담세 능력에 따른 공평한 부담의 부과를 목표로 하였고 그 결과 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었다. 올바르고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오랜 시간 호강의 반발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표류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고 본다. 어떤 개혁을 추진할 때 먼저 개혁의 목적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를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목적이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면 추진 과정에서 흔들리게 되고 결국 흐지부지해 질테니.
이 책은 또한 부록으로 인물사전과 용어해설까지 갖추고 있어서 이해를 돕고 있다. 대동법뿐 아니라 개혁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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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 좋은 대중역사서는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다. 국민들이 역사에 대한 관심은 지대한데, 제대로 된 대중역사서는 드물다. 많이 드물다. 그런데, 이 책은 모처럼 만난 좋은 대중역사서다. 사실 대중 역사서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내용을 담고있다. 두께도 상당하다. 하지만 한자 가득한 전공자들을 위한 역사서가 아님에도, 편향되지 않고 진중하게 대중들을 향해 한 가지 주제를 이토록 진중하고 알차게 알려주는 책도 드물다. 반가운 책이다. 조금 늦게 만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책 대동법을 통해 조선 대동법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조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최고의 개혁 대동법. 국사 시간에 그저 한줄 두줄로 배웠던 것을 이렇게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기대가 된다. 좋은 역사서들이 끝없이 계속 나와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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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조선 중기 실시되었던 대동법에 관한 학문적인 연구서다. 저자는 대동법이 단순히 세제(稅制)개편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국가기본정책상의 개혁이라고 진단한다. 조․용․조로 대변되는 조선조 초기부터 실시되던 국가조세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한 위정자들이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같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새로운 차원의 국가재정운용 방안을 입안한 것이 바로 대동법이라는 것.
저자는 종래의 연구방식과는 달리 대동법이 가진 세제로서의 기능과 상업에 끼친 영향보다는 그것이 지닌 정책적 개혁 의의에 초점을 맞추어 백여 년간 진행되어 온 이 지난한 작업을 차분히 설명해내고 있다.
2. 감상평 。。。。。。。
조선왕조는 어떻게 500년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짧게는 수십 년, 길어야 2, 3백 년 안팎을 지속했던 중국의 제 왕조들과 비교한다면 월등히 오랫동안 한 왕조가 지속된 셈이다. 더구나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은 후에도 3백 년을 더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당시 위정자들이 달라진 상황에 맞는 국가운영정책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시행해왔기 때문이며, 그 대표적인 정책이 대동법이라고 말한다.
대동법은 하루아침에 입안되고 시행된 간단한 정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운영의 기본이 되는 세제를 바꾸는 것이기에 대단히 조심스러우면서도 큰 파급력을 지닌 것이었다. 때문에 정책담당자들은 백여 년의 걸친 오류의 시정 끝에 마침내 이 새로운 정책을 자리잡도록 할 수 있었다. 흔히 텔레비전 사극에 등장하는 것처럼, 그리고 일제가 식민교육을 통해 심어둔 것처럼, 그들은 매일 같이 궁궐을 드나들며 자기 권력유지에만 목을 맸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적어도 그들은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사실을 알고, 최소한 백성들이 먹고 살 수는 있도록 하는 데에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두고 있었다.
오늘날 이 나라의 정책 당국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물론 일이란 게 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인공섬이니 대운하니 하며 국민 세금을 쓸 데 없는 토목공사에 쏟아 부으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으며 도리어 눈에 보이는 치적을 위해 그렇게 예산을 낭비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을 보면서, 또 힘없고 가난해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산은 늘 지워버리고, 자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에게 몰아주는 비열한 이들을 보면서, 이제 막 건국 된지 60년이 된 이 나라가 과연 조선왕조처럼 오백 년을 이어나갈 수는 있을지 의문이 든다.
대단히 잘 정리 된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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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