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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지난날이래야 먼 과거가 아니고, 바로 1년 전의 일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바로 1년 전에 우리사회에서는 무엇이 문제였었는지, 어떤 이슈들이 사회를 달구었는지, 그것들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 칼럼인 창비주간논평은 우리의 정치, 사회, 문화의 중요한 현안과 쟁점들을 포착하여, 한반도적 시각과 진보개혁적 관점에 입각하여 분석과 대안 제시를 지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1년 동안 그곳에 실렸던 논평들을 주제별로 가려서 엮은 이 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논점들을 다시 한번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총7부로 되어있는 책에서 필자들은 2010년 6.2지방선거를 전후하여 이슈가 된 연합정치,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경제논평과 동아시아 국제사회의 변화, 그리고 교육, 복지, 환경 영역에서 눈에 띄게 부각되었던 의제들에 대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경쟁 메커니즘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서로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말한다. 한쪽 에서는 경쟁만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그런 경쟁 속에 집어 넣으려는 생각은 없다. 다른 쪽에서는 경쟁이 도입되는 경우 어디서나 신자유주의 냄새를 맡으며 투쟁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그들은 왜 경쟁도입이 대중에게 설득력을 갖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의 문제는 경쟁의 과잉이나 과소가 아닌 과잉과 과소의 병존 또는 경쟁의 이중구조에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대기업, 대학교수,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한쪽의 경쟁과소가 과잉보상과 과잉권력을 가지고, 중소기업, 시간강사, 비정규직 등으로 대변되는 다른 쪽의 경쟁과잉이 과소보상과 과소권력으로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승자독식의 경쟁 메커니즘도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보다는 전체 사회의 경쟁강도를 완화하는 것과 경쟁의 이중구조를 타파하는 공정한 경쟁원칙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전자는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것이고, 후자는 공정과 정의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6.2지방선거를 계기로 제기된 연대는, 그 결과를 볼때 우리 자신들마저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금은 이런 분위기를 지속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말한다. 민주당은 크기 때문에 양보해야 하며, 진보파는 진보적이기 때문에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민주당은 연대를 위한 의미 있는 양보를 할 때에만 집권이 가능하고, 진보세력은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설 때만 그들의 세력 신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집권세력은 사람들의 탐욕을 조정하려 하고 있고, 이럴 때 개혁 진보세력은 국민의 감동을 사야 승리할 수 있음을 그는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러한 연대가 과연 내년, 그리고 내후년까지 이어질수 있을지, 그리하여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수 있을지 관심이 갈수밖에 없다. 매일은 아니지만, 길을 오가다 낙동강을 자주 보고 있다. 대규모 준설과 보 작업을 하고 있는 낙동강 변을 보노라면 처절하다 못해 안쓰러움을 느낀다. 파헤쳐져 있는 강변은 이제 공사를 그만 둔 다해도 몇 년 동안은 흉물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얼마 전에 읽은 브라질의 꾸리찌바시가 생각난다. 그들은 홍수를 조절하기 위하여 하천에 영향을 주는 도로나 건물의 건설마저도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물의 흐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을 파고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는 것이 4대강 사업의 골자라니, 과연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삽 한 자루만이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진실이 무엇이던 간에 밝혀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KAL858기 폭파사건을 안기부 조작에 의혹을 두고 수년간 이를 취재했던 신동진씨는 2004년 과거사건 진상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 참여하여 안기부 수사기록을 보고서, 비로소 그 당시 정부에서 발표하였던 수사결과를 신뢰하게 되었다고 한다. 초기 수사발표가 부실하여 조작냄새를 심하게 풍겼던 것은, 당시 정부와 집권세력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천안함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모순과 의혹으로 가득 찬 수사결과 보고서는 무엇 때문일까? 지금의 집권세력이 그 당시의 집권세력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나타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착잡해진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국제사회의 신질서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미국은 아직까지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이다. 중국 역시 지구적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근대 국제정치가 주는 교훈은 모든 패권은 반드시 쇠락하고, 패권의 자리는 다른 국가에 승계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패권의 쇠락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패권이 세계를 관리하는데 지불했던 비용이 크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국가가 부상하고, 결국 기존 패권에 도전하며, 이들의 경쟁은 군사력에 의해 조정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미중 갈등을 구조적 문제로 이제 막 시작될 게임의 서막이라고 보는 그는, 이들의 갈등이 과거와 같이 패권 경쟁의 길을 가지는 않을것 이지만, 어느 경우에도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 일수 밖에 없다고 보고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그의 말을 예사롭게 넘길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그 밖에도 필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격한 논쟁을 몰고 왔던 이슈들에 대해서도 분석을 하고 있다. 캠퍼스는 시장이 되고, 대학은 기업으로 변해버린 대학문제, 우리나라 복지제도 중 그나마 가장 나은 것으로 여겨지는 건강보험에 반하는 의료민영화 문제, 그리고 무상급식 논쟁까지 지난 1년간 우리사회를 달구었던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대안제시들이 있다. 불과 1년전, 아니 몇 달 전의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까마득한 옛날일 들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떤 까닭일까? 세상이 그만큼 빠르게 변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바람이 불 듯, 한바탕 논쟁 끝에 지나가면 잊어버리려는 망각의 힘 때문일까? 잘못된 것은 끝까지 그것을 기억하고, 바로잡으려는 우리의 노력이 더해질 때, 또 다른 의혹을, 그리고 잘못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는 올해의 어떤 사건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