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조는 자의든 타의든 당시에도 그러했고 후대인 지금도 항상 세인들의 중심에 서 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조조를 간웅으로 묘사했지만 정작 그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조조에 대한 식지 않는 열의는 진행중에 있다. 마치 삼국지연의를 정사로 곡해하는 이들에겐 천하에 둘도 없는 몰인정하고 간사하기 이를데없는 간웅으로 회자되고 있고 이에 반해 정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에겐 희대의 영웅으로 남아있다. 그동안 삼국지의 주연들인 조조와 유비, 손권, 제갈량에 대한 많은 서적들이 출판되었고 특히 촉나라의 유비와 제갈량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의 힘은 아직도 건재하게 세인들의 눈을 틀어 잡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반면 조조에 대한 평가와 위치에 대해선 얼마전부터 새로운 시각과 재조명이 이루어 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미흡한 면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황건적의 난등으로 제국의 앞길이 한치앞도 예견할 수 없는 난세에서 걸출한 영웅들이 출현했고 그런 난세를 사실상 평정하고 천하를 통일한 사실상의 황제였던 조조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너무나 인색했던 것이다. 그동안 조조에 대한 연구나 그의 제대로된 평전하나 제대로 일반독자들에게 접해보지 못했던 차에 이번 장쭤야오의 <조조평전>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조조와 당시 시대상을 정사에 의거하여 기술된 이번 평전은 그동안 조조의 간괴나 전술전략등에 초점을 맞추었던 극히 일부분인 평가서에 비해 조조 개인의 삶과 그의 정치철학을 담고 있는 그야말로 조조에 관한 종합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조조의 거의 모든것을 말하고 있는 책으로 삼국지의 열렬한 메니아층 뿐만 아니라 삼국지에 대해서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는 저서이다. 특히 조조에 대한 불편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겐 조조의 정확한 면모를 보게되고 조조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이들에겐 진정한 조조의 진면목을 보게 한다.
삼국이라는 구도는 솥의 다리처럼 3세력이 균형의 추를 맞추어 세상을 정립하고 있는 상태를 보통 삼국이라는 표현으로 대변한다. 대표적으로 한나라 붕괴이후 위,촉,오의 시대를 삼국시대라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삼국시대라는 표현이 좀 민망할 정도로 조조의 위쪽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다. 사실상 3국중 출신성분으로 따져 본다면 손권이나 유비에 비해 조조는 그 내막을 알 수 없을정도로 한미한 출생으로 그나마 환관인 조숭의 양자라는 갓끈을 부여잡고 시작해서 마침내 거대한 제국를 건설하게 된다.
대부분의 영웅들에게 볼 수 있는 면모가 인재경영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손권의 경우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굳건한 인적 인프라가 기반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 유비의 경우는 당시 시대상에 맞지 않는 감성에 호소하는 인화술를 바탕으로 인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실례로 자신의 아들을 살릴려고 적진을 뚫고 나온 조자룡 앞에서 자신의 못난 아들때문에 훌륭한 장수를 잃을 뻔 했다는 멘트 한마디로 이미 조자룡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손권이 주어진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했다면 유비는 감성마케팅의 달인이었다. 이에 반해 조조의 인적 네트워크는 철두철미한 계산에 따라 형성된 듯이 보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손권과 유비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조조만의 특색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갔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여 자신만의 원칙하에 시행하였다. 무엇보다 조조의 강점은 다름아닌 "절대"라는 개념의 상실 그 자체라고 해야겠다. 조조에게 절대라든지 불변이라는 개념은 자리잡고 있지 않을 정도로 조조는 임기응변의 대가였고 항상 열려있는 사고방식으로 일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이 조조 주위로 인재들이 몰려들게 하였고 그런 인재를 조조는 적극 활용했다. 자주 비견되지만 제갈량 사후 촉의 급격한 쇠퇴와는 달리 조조의 위는 철저한 인적 네트워크의 구성으로 인해 한 개인의 공백이 조직자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 바로 이점이 조조의 치밀한 인적 구성원들의 조정능력이었던 것이다. 조조는 군사,경제,사회,문화등 여러방면에 걸쳐 다방면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메트릭스구조체를 가동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인물은 유비와 제갈량이지만 가장 혹독한 비판과 누명을 감내한 인물은 조조이다. 그러나 정사에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은 이와 정반대이다. 진수는 위를 정통으로 삼국지를 찬수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조조라는 인물에 대한 재평가가 단행되고 있다. 특히 기업경영측에서 조조의 인재관리 와 전략분석을 중점으로 그의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조조는 분명 정치,군사, 경제,문학등 다방면에 걸쳐 영웅적인 기질을 드러냈고 자신의 거대한 목표를 향해서 철저하게 계획된 수순을 밟았고 무리한 포석(칭제)을 두지 않았다.
흔희 우리는 삼국지연의를 통해서 조조를 간괴와 그리고 의리도 없고 사람목숨을 파리 목숨 다루듯이 하는 일개의 모략꾼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타당한 면도 충분히 있다. 조조는 정적이나 적군들에게 그다지 관대하지 않았고 또한 과도할 정도로 무자비한 복수의 향연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시대상에서 이러한 모습은 비일비재하였고 조조만의 전매특허로 낙인 찍기엔 어딘가 부족함이 있다. 실례로 여포를 참하는 과정에서 유비가 보여준 모습은 오히려 의리를 저버린 행동으로 더 비난받을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조는 건안문학이라는 중국문학의 한줄기를 뒷받침했던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악부시나 오언절구시등의 통해서 문학적인 측면에서도 발굴의 기재를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고, 경제사로서의 경제정책(토지정책)에 남다른 기지를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군사적 지략가를 뛰어넘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돋보이는 역량을 발휘했다. 이는 조조가 정치가로서의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사마광의 <자치통감>과 주희의 <통감강목>에서 조조를 희대의 간신, 찬역한 도적등으로 폄하하기 시작한 부분이 후대 나관중의 모티브가 되어 조조에 대한 이미지는 되돌리기 힘든 형국에 이르게 되었지만 거의 동시대 인물인 진수의 <삼국지>등에서 묘사되고 있는 조조는 천하의 영웅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극과 극을 달리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조조가 이처럼 역사와 소설속에서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다는 자체가 바로 그 만큼의 애증과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조조는 간웅과 영웅이라는 양면을 다가지고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면모를 한쪽면으로만 몰아가는것 역시 잘못된 인식일 것이다. 당시 난세의 형국에서 이러한 양면성을 보이지 않았던 인물은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지 못한 인물은 그야말로 역사의 저편으로 살아지는 그런 한치 앞도 못보는 시기에 한시대를 풍미했고 그리고 수천년이 흘러서까지 세인들의 하마평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조조는 분명 영웅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저자는 조조의 삶을 통해서 후대에 치열하게 공방되는 조조에 대한 재평가 부분을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서 공명정대하게 이끌고 있다. 인적네트워크관리, 문학발전의 기여도, 경세가로서의 경제정책등 조조가 여타 인물들과 다르고 뛰어났던 부분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더불어 흔히 간사하게 여겨지는 인재술과 속임수등 부적절한 면에 이르기 까지 조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서술하면서 독자들 스스로에게 조조에 대한 판단을 일임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역사적 조조와 개인적 조조를 둘 다 언급하면서 조조 개인의 삶에 대한 조명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그것도 지금까지도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인물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무시하는 것 보다 그로 인해 삼국시대가 가장 보편화되고 알려지게 된 기여를 했다는 점을 저자는 솔직히 인정하면서 소설과 역사속의 진실을 독자들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조조평전>은 한말에서 삼국이 정립되기까지의 시대적 상황과 조조를 중심으로 한 관도대전, 적벽대전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생생한 설명이 아우러져 또 하나의 삼국지를 읽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
|
장쭤야오 저/남종진 역 | 민음사 | 2010년 10월
원소와 조조의 싸움 속에 등장하는 오소를 '조소'라고 표기해놓은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이 책 속 다른 부분에서는 '오소'라고 잘 표기해놓고 딱 한부분 '조소'라고 표기를 해놓고 게다가 괄호 속에 한자까지 새 조 鳥를 써좋고 있었지요. 까마귀 烏와 새 鳥 한자가 비슷하다보니까 생긴 실수인데 <민음사>라는 이름값을 생각해볼 때 아쉬운 오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외에도 사람 이름을 줄줄 나열하던 끝에 윗 줄에 있는 인물과 성이 섞여버리는 오타 실수도 눈에 띄었습니다. 불쌍한 조홍 ...
하지만 몇 안되는 타이핑 실수 만으로 8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매력을 버리기는 어렵습니다.
소설로 인해 때론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렸던 조조. 하지만 이 책은 여럿 역사서를 살피면서 전체적인 조조의 인물됨을 입체적으로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조조의 장단점, 조조, 조비, 조식 일가의 문학적인 성취 등을 한글 해석과 한자를 병기하여 놓은 점은 이 책이 주는 보너스라고 할 수 있겠지요. 조조 일가의 시부를 한글로 변역해놓았는데 한글 번역 자체가 하나의 시처럼 멋드러지게 빚어놓아 그 자체로서 문학적인 향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공을 많이 들인 책이라는 것을 거기서도 느낄 수가 있겠더군요.
조조 외의 인물들, 특히 즉 삼국지 게임 속에서는 매력도 전투력도 지력도 낮게 형성되어 세간의 주목을 끌지 못하였던 인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기회도 갖게 해줍니다. 예를 들면 <한호> 같은 인물이죠. 그 시대에 내가 살았다면 과연 <한호>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대 <한호>처럼 살아서는 공직에서 공을 세우고 죽어서 부국위민의 덕을 쌓기보다는, 이 군대 저 군대 끌려다니면서 화살받이가 되어 살진 않을까요?
황건적에서 시작하여 황건의 난리가 끝난 뒤 산 속 도적이 되었다가 이후 형주 채모가 지휘하는 수군으로 들어가고, 형주 군사에서 조조의 수군으로, 조조의 수군에서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오나라 주유 군대 밑으로 주유가 죽은 후 관우의 군대에 들어갔다가 관우가 죽은 뒤에는 오나라 여몽 밑으로 들어갔다가 관우, 장비의 복수를 하러온 유비의 군사를 이릉에서 맞이하여 예전 촉나라 친구들을 불태워죽이는 잡졸(雜卒)의 운명은 어떨까...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조조, 하후돈, 하후연, 조비, 조인, 손권, 여몽, 육손,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제갈량 같은 명성있는 인물, 게임 상의 수치가 놓은 캐릭터들 외에 다양한 인물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국가를 보위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것은 허저, 전위 같은 만부부당의 용장이나 관우, 장비 같은 만인지적의 맹장이 아니라 진흙 속에 가려진 옥 같은 숨은 인재를 등용하고 그 인재를 잘 보듬고 길러내어 국가의 기둥으로 삼으며 둔전제를 잘 이용하고 국가 재정을 살찌운 인재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안정된 행정 능력, 국가와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애국의 마음이 코에이 삼국지 게임 상의 화려한 무력 99, 지력 99 같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수치에 가려지는 세간의 평판이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둔전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게도 됩니다. 민둔과 군둔으로 나뉘며 조조 이전에도 있었고 보급에 효과적이었으나 일종의 비상시의 조치 같은 것이라서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었다는 것 같은 것이지요.
여자에 눈이 멀어 분란을 자초하기도 하고 애꿎은 서주 사람을 학살하기도 하는 등 성격적인 결점을 종종 드러낸 끝에 끝내 천하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몇 대(代) 가지 못하는 단명 정권으로 남게 되었지만 자기 이름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반쪽짜리 조조, 환관의 자손에서 위대한 시인, 뛰어난 전략가, 위대한 권력자의 위치에 올랐던 조조의 인생 행로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는 않나 싶습니다.
|
|
오타와 번역이 엄청나 민음사 카페에 수정을 의뢰 하였습니다.
도대체 리뷰를 올린 사람들은 책을 읽고 쓴 것인지, 상품권을 노리는 작자들인지..
번역자는 삼국지를 알기나 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가는...
서둘러 수정이 필요한 책입니다.
오타와 잘못된 번역을 그냥 두기에는 아까운 책이며, 민음사라는 출판사 역시
그런 스케일의 출판사가 아님을 본인은 믿습니다. |
|
머리말부터 흥미를 느끼게 하는 조조평전. 한 마디로 정말 재미있다. 물론 역사적으로 아직도 엇갈리는 평가의 인물이기에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조조의 집안 속내부터 조조의 인물됨까지 방대한 양적 자료를 지루하지 않게 잘 소설처럼 잘 엮어내고 있어서 책 두께의 압박을 이기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이덕일씨가 쓰는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딱 내 입맛에 맞는다. 역사적 사실이지만 나열, 열거가 아닌 픽션이 가미된듯한 재미를 준다. 물론 사료를 바탕으로 객관적 시각을 잃지 않으려 하지만 조조라는 인물 자체가 참으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서인지 마치 만들어 놓은 인물의 일생을 보는 듯 하다. 처음에 느낀 책은 두께는 책을 읽는 동안은 잊어버릴만큼 흥미로운 사실들이 가득하다.
|
|
혼란을 사람들을 규합시킨다. 그리고 한데 모인 대중으로부터 실질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지도자가 등장하곤 한다. 물론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비범함을 간직한 사람도 있기야 하겠으나, 역사 속에 등장한 많은 영웅들은 시대의 요구에 의해 탄생한 경우가 많다. 경제 위기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사람들이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요즘의 세태와 크게 다르지가 않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부각된 지도자가 역사에 길이 남느냐는 그러나 별개의 문제이다. 권력을 얻음과 동시에 돌변하는 사람도 많고, 게 중에는 능력이 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떠오른 인물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조조는 과연 어떠한 평을 들어야 할까? 사실 그에 대해서 긍정적인 말은 들어보지 못한 듯하다. 사람들은 그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은 기준 없이 잔인하게 죽였음에 주목해왔다.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는 인물로서 역사는 조조를 그려왔다. 등장 인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삼국지도 읽다가 포기해버린 나로서는 이 인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조심스럽다. 이 참에 조조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싶어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지도자들이 그러하듯 출생부터 비범했던 건 아닌 듯하다. 오히려 가문이 예상외로 내세울 게 별로 없어 보여 의아하다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난세에는 누구나 권력을 지향하기 마련이며, 조조는 막연히 생각만 한 게 아니라 제 그릇을 스스로 키워나감으로써 다른 이들과는 다른 삶을 걷기 시작했다. 독특하다 싶었던 것은 바로 스스로를 황제로 옹립하지 아니한 채 끝까지 한나라의 틀을 깨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지도자의 위치에 처음부터 내세우거나 어느 시점부터 과도한 권력욕심을 아예 드러냄으로써 적을 키웠던 것을 고려한다면 조조의 자제력(!)은 그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장막이 아니었나 싶다. 그가 왕실의 편에 선 것과 같은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은 그를 선으로, 정의로 인식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왕실의 권력을 야금야금 제 것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의 치밀함 역시 두드러졌다. 그는 자신의 공적에 대한 치하가 이어질 때면 여러 차례 물린 후에야 이를 받아들였으며 그에 관한 기록을 어김없이 남겼다. 기록은 길이 남는다는 점에서 이는 장기적 차원의 관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조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지니고 있었다. 저자는 조조가 인재를 귀히 여겼다고 보았는데, 순욱, 곽가, 순유, 가후 등 실제로 많은 인물들이 조조에게 귀의해 미완의 천하통일에 힘을 보탰다. 여포, 원소, 원술 등 많은 정적들과의 다툼에서 조조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인재 포섭 능력에서 조조가 다른 이들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조조는 분명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항상 자신감이 넘쳤으며, 그 때문에 실패에 사로잡힌 순간에도 상대적으로 냉정할 수 있었다. 적벽에서의 패배 후 그 주된 원인으로 군사들 사이에 널리 퍼진 전염병을 자신 있게 언급하는 모습으로부터는 어떠한 패배감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랬기에 조조는 전장에서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주눅들지 않을 수 있었고, 패배 후에도 오히려 제 세력을 다독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러기만 했더라면 인간미는 훨씬 덜한 인물로 조조는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조조도 우리와 같은 인물이었음을 난 이 책의 많은 부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죽음이다. 조조 역시 시간으로부터 자유롭진 않았으니,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이미 오십이 넘은 나이로 인해 그는 괴로워했다. 너무 뛰어나면 튀기 마련이며 시기하는 세력도 많을 수밖에 없으니, 하나의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큰 꿈을 가진 조조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가 예술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던 것을 외로움의 발로였다고 표현한다면 지나치려나? 하지만 그와 같은 표현의 수단을 갖지 못했더라면 그는 아마도 미쳐버렸을 수도 있다. 무려 1800여 년 전의 사람인 조조를 평가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필요에 따라 조조를 향한 평가도 달라져 왔다. 특정 시대, 특정 사회에 속해 있는 우리로서는 제 아무리 객관성을 기한다 하여도 완벽한 객관성이라는 것을 성취할 길이 요원하다. 간사하고도 잔인한 이미지, 이중적인 모습 역시 조조의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인간 조조를 설명하는 데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이제까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혹은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윤색되었던 조조의 또 다른 모습들을 이 책으로부터 발견할 수 있었다. ‘조조’라는 거대한 퍼즐의 몇 %나 이 책을 통해 완성할 수 있게 되었는진 잘 모르겠다. 한 인물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게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퍼즐들을 손에 쥔 채 그렇게, 내게는 좀더 많은 방황이 필요하단 생각을 해 본다. |
|
오늘날 조조가 악명惡名을 떨치게 된 것은 촉한정통을 내세운 <삼국지연의>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왕실을 정통으로 받들고 덕德과 인仁의 정치를 편다고 설정된 촉한의 유비에 대비되어 악역을 맡게 된 조조의 비애인 것이다. 실상은 뛰어난 병법가, 훌륭한 정치가 였음에도 그저 잔악하고 표리부동한 모습들만 크게 부각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삼국을 통일한 것은 조조의 위나라였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임을 감안해볼때 조조가 걸출하고 뛰어난 인물이었음에는 틀림없으나 그에 못지 않게 간악하고 잔인한 면모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장쭤야오의 <조조평전>은 조조의 일대기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조조의 훌륭했던 점, 조조의 치세와 업적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으며, 많은 사료와 자료를 토대로 연의에서 잘못 서술되고 있는 점들도 바로잡고 있다. 기존에 조조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잘못된 점이 많다는 것을 전제로 하다보니 그것을 바로잡고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조건적인 조조 찬양의 느낌이 드는 부분도 적잖이 있으나 조조의 이름을 내건 평전이므로 충분히 감내할만한 수준이다. 또한, 후한말부터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시간순서로 따라가며 중요한 사건과 인물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므로 삼국지 그 자체의 이야기를 감상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소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그 흐름을 파악하고 따라갈 수 있으며,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소설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의에서 생략된 부분들, 잘못 기술되거나 각색된 부분들을 비롯하여 같은 사건이나 인물이라 할지라도 각각 다른 시점이나 평에서 본 모습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어 삼국지연의를 읽은 사람들은 필히 읽어봐야 할 저술이라 단언할 수 있다.
빼곡한 글자로 무려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평전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가는 내내 인간 조조에 대한 새로운 모습들을 알아가는 재미와 삼국지의 참맛을 새삼 느끼며 그 역사의 시간속에 흠뻑 빠져들었다. 또한, 이 방대한 저술을 완성한 작자와 상당히 고생하며 번역했을 번역자, 책을 출판한 민음사에도 고마운 마음 금할 길이 없었다. 참으로 이런 책이야 말로 양서良書라 일컬어 마땅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