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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의 앙가쥬망과 영어의 인게이지먼트는 철자가 같고, 유난 떨며 별스러운 데서 다 차별성을 강조하려 드는 프랑스인의 주관적 코르푸스에 일단 시선을 두지 않는다면, 그 뜻도 거의 같은 편이다. 우리말로는 '현실참여'라는 건조하고 딱딱한 용어로 번역되기 일쑤이나, 이 단어는 그보다는 훨씬 폭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 환기하는 감정적 심상은 대체로 단순하다.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엮임, 얽혀듬'의 뜻이다. 숭고한 존재는 일관성과 순일성이 그 핵심적 가치이나, 유동적이고 변덕스러운 실존은 '내버려 두면 썩'게 마련이다. 해서, 실존은 대체 그 속성상 한자리에 가만 있질 못하고, 타자와 환경에 끊임 없는 컨택을 시도하여 화학 반응을 유발하며, 급기야 물리적 본성까지 변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튐'이 안착이며, 변화무쌍이 그 정성(定性)이니, 예를 들어 장 주네 같은 이가 소년 시절 잠시 매춘에 종사하는 타락을 겪었다 해도, 그건 오히려 치열한 준위의 에너지를 증명함이지 치욕의 주홍 글씨가 될 수 없다는 식이다. 좋게 보아 청춘과 정열의 발랄함이요(이런 배경이 감상의 전제가 되어야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이 청소년 포르노로 보이지 않는 법), 나쁘게 보아 버르장머리를 망친 가망 없는 어린것들의 분탕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데, 알고 보면 지성인이라기보다 연예인에 가까웠던 사르트르들의 모순 가득한 행각도 기실 그 깊이가 빤한 탓이기도 하다. 말로를 다룬 많은 책들은 그가 24세 때 벌인 '반티아이스레이' 사원 도굴 사건에 대해 모호한 서술로만 처리하고 넘어간다. 분량도 적은 이 책은, 말로 부부가 사건 직전 투자상의 실책으로 파산 지경에 달했음을 명확히하고 있고, 이어진 '소동'은 그 경제적 빈궁을 탈피하기 위한 명백한 절도임을 (단정만 않았다뿐) 독자에게 친절히 '설득'하고 있다. 그의 혼란스럽고 역동적인 내면의 동기가 어떤 형이상학적 합리화의 근거를 제공하건 말건, 식민당국이 (그 주인인)원주민으로부터 침탈한 자원을 돌려 주는 행위도 아닌, 현지에 마땅히 보존되어 있어야 할 문화재를 자신의 소유로 영득하려 했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는 수치스러운 도굴 이상의 어떤 것도 아니다. 허나, 이 책에서도 잘 서술하고 있듯, 말로는 그가 편집자로 일했던 '악시옹'에서 희대의 살인자를 찬양한 바 있으니, 대전의 참화로 셀 수 없는 인명을 학살한 책임이 있는, 이미 도덕적 파산을 선언한 지배체제의 무능과 위선을 고발하기 위해, 몇 명의 무고한 목숨들을 희생자 명단에 추가한 그(살인마)의 행위는 몸으로 보이는 체제 전복의 선언이었다는 취지다. 이런 맥락에서, 식민 당국의 현지인 말살, 착취의 추악한 행정을 폭로하기 위해, 차라리 반어적 매니패스토로 그는 '대놓고 도둑질'이 타당하다고 판단,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는 정도로 스스로를 변호한다. 대체 이런 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지야 독자의 양식이 판단할 일이겠고, 중요한 건 이 책의 경우 말로와 그의 변호인단의 그런 (억지)논리를 자세히 싣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네가 남창이었듯, 말로는 거의 같은 의미와 정도로 '도굴꾼'이었다는 결론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게 말이다. 사르트르들과는 달리, 말로는 소위 '입진보', '리무진리버럴'에게 별 인기가 없는 편이다. 그는, 골수 민족주의자요 누가 뭐래도 정통 우익인 드골 장군의 대열에 서서, 좌파의 이상과 혁명의 이념을 확실하고 화끈하게 등지는 선택을 2차 대전 직후 요란하게도 대중 앞에서 해 보였기 때문이다. 문화부 장관 입각이라는 현실에서의 영예까지 뒤따랐기에, 나름 고독한 내면에의 침잠이나 인도주의, 박애의 명분으로 소련 등의 현실사회주의를 비판한 까뮈나 지드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그는 여러 모로 색깔 분명한 변절자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특정 이념의 선험적 타당성이란 도무지 증명될 길 없는 난제요 블랙홀임을 늦게서라도 깨달을 만한 이라면, 말로가 현대인에게 던지는 난감함이란 어느 편에 줄을 섰느냐의 문제보다, 차라리 다른 쪽에서 당혹감을 느껴도 느낄 법하겠으니... 그건, 대체 한 사람이 비판이건 찬양의 대상이 되건 그 전제로서 파악되어야 할 정체성 이슈에서, 이처럼이나 변화무쌍한 '실존적 행로'를 보인 이라면, 과연 생의 어느 국면에서 던진 무슨 말과 작품을 기준으로, '그는 ....이었다' 식의 언도를 내려야 하는가 하는, 바로 그 점이다. 과연 실존의 외피와 쉴드는 착용하거나 두르기 편한 것이, 이 말로 같은 이야말로, 혹여 누가 "넌 대체...?"하고 물으면, 태연하게 "나? 나지 뭘?"하고 되받아치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 자가 침노한 그 동양의 사원에서 모시는 대각성인이라면 염화시중의 미소까지 부가서비스로 머금기라도 해야 가일층 뽀대나는 광경이었겠지만, 타인에 대한 호감의 표현에 인색했던 '역사적 그'를 떠올린다면 담배 한 개피 머금은 더러운 썩소가 저 퉁명스러운 대답의 액세서리로 아마 제격이지 싶다. 그저 정신 없는 수다와 우아함 가득한 손놀림, 현란히 돌아가는 스텝에 묻혀, 구경, 동참하는 이로 하여금 본연의 자신을 망각하게 하는 이 재기발랄한 퇴폐남과 그저 엮이지 않기만을 시(時)의 작금을 넘어 범인(凡人)이야 소망, 유념할 뿐인 것을. |
| 문학청년 - 시암의 사원약탈자 - 반식민주의 운동의 선봉 - 스페인 내전의 공화투사 - 나치에 맞선 레지스탕스의 수장 - 드골주의의 007 - 문화부 장관. 이것이 한사람이 걸어온 길이라면 쉽게 믿어지십니까? 바로 앙드레 말로의 여정이었습니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가 항상 그렇듯이 그 멋있는 부제 -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과연 인간의 조건이란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책 안에서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뒤에 소설이 실려있기는 합니다) 아마도 앙드레 말로의 삶을 통해 일관된 자세였던, '실천-행동'이 아닌가 합니다. 아는것이 아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어렸을적 앙드레 말로의 묘사에서 오히려 그의 굉장한 의지가 느껴졌는데요. 구체적으로 행동하고 나서부터는 그 행동이나 실천의 의미가 좁아지는듯 했습니다. 그리고 사원약탈 마저도 너무 낭만적으로 포장되어 있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2차세계대전 후 '드골주의의 007'이 된 후의 묘사는, 드골주의의 신봉자였던 면을 애써 무시한채 문화부장관의 일면만을 일부러 묘사한것 같아서 쓴웃음을 짓게합니다. 그의 드골주의 신봉에 대한 평가는 본문중의 시몬느 드 보봐르의 몇줄 의견이 다인듯 싶습니다. 저자 본인이 이렇다 저렇다 좋다 나쁘다 얘기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화부장관으로서의 활약은 현대 프랑스를 이토록 비옥한 문화국가로 만든것은 사실이죠. 드골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레지스탕스의 총궐기를 호소하면서, 나치를 이겨서 몰아내자는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도 이 전쟁에서 뭔가 역할을 함으로써 후에 그에대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 다시 얘기하면 어떻게든 전승국에 포함되어 자신들의 미래는 자신들이 결정할수 있어야 한다는 냉철한 현실판단이겠죠. 우리의 과거도 돌아보게 만드는 일성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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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골과 말로의 좌담에 관한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대화가 초역사적이라는 점이다. 희망의 저자가 전해 주었는지, 아니면 주위 사람들이 기록해 두었는지, 어쨋든 오랫동안 드골의 비서를 지냈던 클로드 모리아크에 의해 충실하게 재현되고 있다. 역사는 법칙을 끌어내는 수단에 불과했다. 정통 휴머니스트의 전통 속에서 자란 둘 모두 인간을 초월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을 이야기하며 영웅을 이야기한다. |
| 앙드레 말로...실천적 지식인의 삶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하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나의 느낌이다. 하지만 그가 행동했던 모든 것들이 바르고 옳은 길은 아니였음을 명심하고 이 책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1, 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이라는 유럽사의 역동기를 관통하며 살았던 말로는 소설가와 혁명가, 정치가로서 소설보다 더 역동적인 삶을 살았다. 크메르 예술에 심취하여 인도차이나반도를 갔던 말로는 서양의 제국주의를 목도했고 펜으로 동남아의 민족해방운동에 합세하였고, 에스파냐 내전에서는 파시즘에 대항하여 군대를 조직했으며, 세계대전이라는 전 인류의 파괴적인 축제를 통해 구제도가 붕괴되고 드골정권에 의해 현 프랑스의 기초를 다지던 무렵엔 앙드레 말로는 문화부장관으로서 문화제국 프랑스의 기초를 공고히했다. 그야말로 역사의 소용돌이 한 중심에 서서 그 흐름에 충실히,그리고 말로 그의 말대로 '삶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지식을 안다는 것은 약간의 대가를 요구할 뿐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지식을 깨어있음에 접목시키고, 깨어있는 지성으로서 행동한다는 것은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그런면에 있어서 앙드레 말로는 깨어있는 삶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를 보여준다는 면에 있어 하나의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행동하는 지성, 말로의 삶을 심도있게 보여주지는 못하나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살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는듯하다. 말로의 저서<왕도>,<인간의 조건="">을 읽을때 이 책이 약간의 도움을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되어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후회없는 선택을 한 듯하다.인간의>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