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석산의 네임밸류가 꽤 되나 보다. 이제 '탁석산의'가 통하는 걸 보니.
흄 전공자로서 '유명론'을 받아들이는 탁씨에게 '민족'이라는 것은 너무 토대가 없단다.
대충 얘기의 내용은 요즈음 전개되는 '민족주의 논쟁'들과 궤를 같이 한다.
민족주의가 반역이라고 까지 외친 임지현을 비롯한 여러 지식인들의 주장을 포섭하고 있다.
토론을 가정하고, 논자들의 대화체로 책을 구성한 것이 큰 특징이고, 이 책의 미덕이라 생각된다.
'철학의 대중화'에 앞선다는 여러 이들의 평가에 부합하고 있다.
민족주의가 우리나라 근대사의 여러 국면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버려야할 시점이란다. 여태까지 목표지를 닿기 위한 '사다리'로 쓰였을 뿐, 이제부터는 순기능보다는 우리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니, 사다리를 걷어차잔다.
특히 일본을 그냥 외국으로 보지 못하는 무조건적인 '반일'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단다.
민족주의란게 사실 여러가지와 맞불려있어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해지는게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라고 자신있게 외치는 이가 있긴하지만, 그조차 사실은?
아무튼 책 내용에 대해서 대충 찬성이다.
하지만 목표지가 어디인가에 대한 대답으로서 '세계시민주의', 혹은 임지현이 얘기한 '시민적 민족주의'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사실 감이 오지 않는다기 보다는 요원하다고 생각이 된다. 그보다 좀더 가깝게 닿을만한 중간기착지를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그리고 유럽을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케이스라고 생각하는 것을 비롯해서 얘기 중에 '사대주의'의 냄새가 조금씩 묻어나는 것이 거슬렸다.
유럽은 민족주의에서 자유로운가? EU가 국가주의로부터의 점진적인 해방이라 볼 수 있는것 같기는 하고, 민족주의는 글쎄, 모르겠다.
과연 민족주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우리 민족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촌스런 말이 눈에 덜 띄고, 귀에 덜 들렸으면 한다.
하지만 편가르기 좋아하는 내가 진정한 민족주의자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