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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이 생각난다면 그리움일 것입니다. 이 책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다면 미련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사랑을 확인하고, 싶고 약속으로 남겨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신나게 웃으며 보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보며 갑자기 숙연해지는 것은 나무 밑에 숨겨둔 사랑의 약속이 이루어 지기 때문이고, 영화 ‘줄리엣의 편지’를 보면서 감동하는 것은 50년이 지나 이루어지는 사랑 때문입니다. 누구나 영원한 사랑을 꿈꾸기에 연인들은 약속을 합니다. 남산 길을 걸으며 수많은 자물쇠로 채워진 사랑을 보았습니다.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수많은 자물쇠를 보며 사랑의 구속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에게 구속당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기꺼이 자물쇠로 자신을 사랑으로 채워버립니다. 그리고 열쇠를 버립니다. 이제는 누구든지 이 구속에서 벗어날 수 가 없습니다.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도 금이 가기 시작을 하고 결국은 이별의 아픔을 상처로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면 죽음 때문에 갈라진 사랑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랑도 있습니다. 언제나 내 마음은 그 사람 옆에 있지만, 정작 그 사람이 내 곁에 없을 때 그리움이 찾아옵니다.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 이 책을 손에 들고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왜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말라고?” 했을까 이제는 안부를 묻지 않을 정도로 내 마음에서 그리움이 사라졌다는 말인가 아니면 그리움이 내 삶에 생활화 되어 안부를 묻지 않을 정도로 편안해 졌다는 말인가 내 마음이 전달될 수 없기에, 또 보고 싶어 참을 수 없는 뜨거운 마음이 그리움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에게 이 제목은 생소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의지나 선택과 상관없이 가족과 떨어져 여러 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일 년여의 시간, 이 글들은 대부분 그 기간에 쓰여진 나의 그리움에 대한 기록이다. 그 시간들이 시가 되고 일기가 되고 편지가 되었다. 그리움의 강에 몸을 적시지 않으면 사랑은 찾아와 주지 않는 법이다” (7쪽) 이 책은 그리움의 실체가 있습니다. 가족입니다. 편안한 가족이기에 믿으니까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언제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있습니다. 수많은 사랑의 자물쇠 중에서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녹슬고 빛이 바랜 사랑의 아름다움, 그 사랑에도 그리움이 있다는 것을 노래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박해선은 스무 살 무렵 월간 <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그 후 그는 시인보다는 방송국 PD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시적인 감성은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문세 쇼> <열린 음악회>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등과 <해피 선데이- 1박2일> <해피 선데이> <미녀들의 수다>등을 기획했습니다. TV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이소라의 프로포즈>는 가끔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리고 눈물 많은 그녀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를 만든 PD 박해선의 글을 읽는다는 것에 호기심부터 발동이 되었습니다. 감성적인 책들은 무엇보다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이 책은 겉표지부터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있습니다. 눈이 쌓인 나목의 모습을 흑백으로 처리했기에 황량함이 있지만 강렬한 빨강색 표지는 이 황량함을 따뜻하게 포옹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움 자체는 황량함이 주는 메마름이 있지만 그 본질은 자신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내가 그렇듯 내가 그렇듯 그대도 그럴 것이다. 나의 눈속에 박힌 그대 얼굴 나의 이마 가득 그대 생각 나의 가슴이 이리 저리듯 그대도 그럴 것이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내가 그렇듯 그대도 그럴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 모든 삶의 의미는 그대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그대에게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나는 오늘도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괜찮은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대에게 시시한 존재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내 삶의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그리움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박해선의 글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구어체가 주는 편안함때문입니다. ‘눈이 아프고 나서 이렇게 깨달았다는 거야, 그렇지만 다시는 눈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는거지.ㅎㅎ하 나이 아흔에 수필집을 내는 노익장이 그저 탄복스러울 뿐.‘ (25쪽)
마치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눈빛을 교환하며 웃으며 말하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그의 글은 편안함과 친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글의 소재도 생활에서 밀접한 것들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 신앙생활, 자신의 어린 시절, 아내에 대한 사랑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글의 소재들인데 내 마음을 열면 그 의미가 보입니다. 감성적인 글은 삶에 의미를 부여할 때 아름답고 소중하게 표현되는데 일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좋습니다. 나아가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힘입니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우리 주변의 추한 것들조차도 아름답게 바라보도록 인도해 줍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 따뜻함을 귀한 가치로 여길 것 같습니다.
철을 연마하듯이 나의 이성을 냉철하게 만드는 책들도 좋지만 가끔은 추운 겨울밤에 홀로 앉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도 있습니다. <그리움에 안부를 묻지 마라>는 한밤중에 홀로 일어나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내 감성을 깨우는 글 한 구절 한 구절을 노트에 적어 놓아야 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한 구절을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홀로 웃음 지을 수 있는 책입니다. 내가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얼마나 풍성한가요? 더군다나 ‘나의 가슴이 이리 저리듯 그대도 그럴 것이다.’고 믿고 있다면 밤을 홀라당 새워도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을 화장실이나 지하철에서 읽는다면 이 책에 대한 모독입니다. 이 책은 왠지 모를 외로움이 찾아올 때, 막연한 그리움이 있을 때 친구가 되어주는 책입니다. 그러기에 언제나 홀로 깨어서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읽어야 합니다. 외로움이, 그리움이 친구가 되어 내 옆에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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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제목에 홀라당 숨이 넘어갈 뻔했다. 아직도, 여전히 [그리움]이란 단어를 접하면 왠지 그리움이 생겨난다. 그리움을 발음하다 보면 그리운 사람들이 그리워질 것 같다. 그 옛날 사무치게 그리워 목이 메이고 가슴이 몹시 아프던 때도 있었나니. 그밤은 길기도 했건만 그래도 그리워하다가 어느새 잠은 들었었지. 이제는 그 그리움과는 다른 그리움이 자리한다. 그건 한때 알았던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의 그리움일뿐이다. 그냥 궁금한거다. 아스라이 멀어져간 그날의 추억으로만 기억할뿐이고, 그럼에도 족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평이벤트에 당첨된 도서다. 당첨자 발표가 안나기에 궁금했는데 슬그머니, 화들짝 책이 내게로 온거다.
<책 내용 맛보기> 나도 남
남들에게 정성껏 잘하고 살아야지. 남들에게 나는 또 다른 남 아닌가. 결국 나에게 잘하고 사는 셈. 미워하지 말고 구순하게 말하고 생각도 착하게 하고 나도 남들의 남이니까. ---15페이지
기막히다. 어쩜 5귀절속에 저리도 깊은 진리를 새겨 넣을 수 있나. 새삼 놀랄뿐이다. 아찔하다. 나도 남들에겐 또 다른 남이구나. 구순하게 말하고 생각도 착하게 하고.
길 위에 서면
길 위에 서면 세상이 나와 상관있다가 이내 상관없어진다
모든 길들은 너를 향한 길이나 너를 향한 길이 없고 모든 길은 너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나 멀어지는 길이 없다
안타깝지 않은 길이 없고 그립지 않은 추억이 없다
길 위에 서면 내가 길이 될 때까지 걸어야만 한다 네게로 가는 길이 될 때까지 ---58페이지
가보지 못한 길은 선택의 문제지요. 늘 선택의 기로에 서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지만 지나놓고 보면 그게 더 나았을거야 라는 하지 못한, 못했던 선택에 미련이 남지요. 그게 사람과의 情일 경우엔 평생을 가기도 한다. 그 상황에서의 최선이었다면 그런 자책은 이젠 그만하자.
사랑이
우리 마음대로 사랑하면 행복할 것 같아도 우리 마음대로 못하는 그 무엇이 있어 비로소 사랑은 아름답다 ---88페이지
그렇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늘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가 보다. 같이 살아보면 또 알게 되는 그 무엇이 실망과 절망을 주기도 한다. 살아보지 못한 삶, 같이 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아쉬워 그리움이 될뿐일게다.
한 오백 년
그대 느낌 위에 내 느낌을 그대 생각 위에 내 생각을 사랑하듯 포개놓고 시간과 호흡을 섞어 한 오백 년 살고 싶었다 한 오백 년 살고 싶었다
느낌과 생각을 사랑하듯 포개놓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시간과 호흡을 섞어 한 오백 년 살고 싶은 마음이 중요한거지, 막상 한 오백 년 산다면 또 어떨까?
안부
돌아보지 마라 눈물 난다 세상 그리움에게 더 이상 안부를 묻지 마라 네 뒷모습 보고 있을 그대에게 네 눈빛 다시 보이지 마라 이제 그리움들은 다 잘 있다 너 없이 잘 있다 ---129페이지
그리움들은 다 잘 있답니다. 너 없이 잘 있답니다. 그러니 나만 잘 살믄 됩니다.
마음 밝은 편지
편지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 편지 속의 글씨들이 요술을 부립니다 더러 감추어진 글씨들도 있고 더러 쓰여지지 않은 말들도 있습니다 더러 긍정이 부정으로 읽히고 더러 부정이 긍정으로도 읽힙니다 편지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결국 보낸 이의 마음을 읽어
낮에 온 마음 밝은 편지를 읽고 밤늦도록 울기도 합니다 ---190페이지
내맘 상황 따라서 밝은 편지가 어둡게 읽히기도, 내맘 상황 따라서 어둔 편지가 밝게 읽히기도, 한단걸 알게 되는날 마음이 편해질겁니다. 글씨는 감정이 없습니다. 그걸 읽어내는 내맘 상태입니다.
<책 읽은 소감> 분명 어디엔가 남아 있거나 숨어 있을 감성을 부단히도 찾아내게 하는 책을 만났다. 남의 감성으로 동행한 감성산책이었지만 그건 내 안에도 분명 있었던 감성이었던 것을... 그걸 발견하는 순간이 기껍다. 울컥해진다. 아직도 이런 감성이 살아있음에 놀란다. 기쁜 놀라움이다. 잔잔하게 촉촉히 스며드는 감성에 오롯이 빠진다. 빠지는 즐거움이 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아련해진다. 그리운 추억속으로 자맥질한다. 거기엔 다 있다. 웃음이 난다. 풋풋함이다. 싱그러움이다. 어린 젊은날이다. 그랬구나! 그 시절의 '나'가 거기에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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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있다. 나름대로 감성도 충만하고 이를테면 스스로 문학적이라 하는. 또는 뭔가 도움이 되고픈 마음인지 인생에서 뭔가 알고 있다 생각해서인지 자꾸만 충고같은 것을 하려는 그런 사람들. 구하지도 않은 충고에 너무나 뻔한 말들을 늘어놓는 사람들. 뻔한 말이란 진심없는 말,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신의 경험이 아니라 어디선가 주워들은 그런 말, 나도 본 어디에선가의 그 말을 자신의 말처럼 그대로 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한 번쯤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거르고 걸러 말을 해 본적은 있는 걸까 의심하게 된다. 나도 저런 진심없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조심해야지, 하고 뻔한 말을 하기 싫어서 하지 않다보면 할 말이 없어질때가 많다. 그냥 들어만 주면 되는 일이 세상엔 많다. 어쩌면 우리는 또 그렇게 듣기보다는 남들이 내 이야길 들어주기만을 더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점점 속에 자신만의 감성적인 부분을 드러내 보이기가 더 어려워지고 스스로의 말을 잊어버릴때도 있다.
시인었단다. 이 책의 작가는. 아니 시인이래. 시인으로 등단까지 했던 사람이 PD가 되었단다. 시인이 PD를? 좀 의외였다. 시인도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무슨 의외라고. 출판사같은 곳이 아니라 방송국이라니까. 흔히 예능이라 불리는 그런 쪽의 PD여서 그런 생각이 들었지. 또 PD란 끝없이 기획도 하고, 뭐랄까. 다소 냉정한 면이 있을 것만 같으니까. 그런데 박해선이라는 사람이 기획한 프로그램들을 보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문세 쇼, 열린음악회,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해피선데이, 미녀들의 수다... 주로 음악과 사람사이의 이야기가 있는 그런 프로그램들이구나 시인이서 가능한 그런거였을까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들. 그래 시인이었대. 그래서 뭐... 처음부터 읽기 싫어서 중간부터 펼쳐 들었다.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니까.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이야기는 엄마가 아파서 수술을 하려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술전에 엄마를 봐야만 할 것 같은 마음에 무작정 기차를 타고 한번도 가본 적 없는 큰 도시로 엄마를 찾아간 이야기였다. 방랑기있는 삼촌에게 주워들은 것을 기억해 내 기차에 무임승차해서 광주에 도착했지만 엄청나게 큰 도시에서 엄마가 있는 병원은 정작 찾지 못하고 어린 아이들을 잡아다 팔아먹는 나쁜 이들에게 걸릴까봐 두려워지고 겨우 막차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였다 집에 오자마자 작은 형에게 맞았는데 알고 봤더니 형이 걱정하던 나머지 때린 것을 알고 형이 고맙기까지 하더란 이야기였다. 나도 모르게 빙긋 웃다가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네 살때 어느 날 엄마가 많이 아팠다. 열이 많이 나고 일어나지도 못 할만큼. 와락 겁이 나서 막연히 약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아플 때마다 갔던 약방에 찾아갔다. 엄마하고만 가던 그 길을 처음으로 혼자 오래오래 걸어서 약방에 도착했더니 친숙한 약방 할아버지가 안계시고 처음 보는 젊은 아저씨가 있었다. 숫기 없이 낯선 아저씨에겐 말도 못 붙이고 약방 구석에 서서 한참을 사람들이 오고 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빠지고 한적해지자 그제서야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 어른을 기다린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용기를 내서 약주세요. 라고 했더니 엄마가 심부름 시켰는지 무슨 약을 사 오라고 했는지 물었는데 엄마가 시켜서 온 것도 아니고 무슨 약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약방 할아버지께 말하면 알아서 약을 주실거란 믿음으로 찾아갔던지라 당황한 나는 다시 한참을 걸어 집에 가서 엄마에게 묻는 다는 것이 엄마 아파? 였다. 엄마가 어떻게 아픈지 제대로 말도 안해줬고(못하셨단 게 맞을게다) 나는 다시 한참을 걸어 약방에 도착해서 엄마가 그냥 많이 아프다고만 말했다. 결국 젊은 아저씨는 내게 엄마랑 같이 오라는 말을 하고 나는 또 터벅터벅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딜 그렇게 다니냐는 엄마말에 약도 못구한 무능력함에 우물쭈물하다가 약사러 갔더니 약방 할아버지가 그만뒀대 라는 말을 했다. 엄마가 듣기에 두서없는 어처구니 없는 말로만 여겨졌었나 보다.
저녁무렵부터는 간간히 깨던 것도 없이 엄마는 계속 잠이 들어 있었는데 끙끙 앓으셨다. TV에서 보던 게 생각나서 세수대야에 물을 떠다가 엄마 이마에 밤새 수건을 올렸다. 네 살짜리가 왜 그런지 뭘 알았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TV에서는 누군가 아프면 그렇게 수건을 물에 적셔서 이마에 올려주니까 그렇게라도 해야겠단 생각에 따라 한 거였다. 그런데 웬지 수건이 마르면 안될 것 같아서 잠도 안자고 밤새 내내 수건을 갈았다. 다음날 새벽녘 엄마가 눈을 떴다. 빨갛던 엄마 얼굴이 평상시처럼 하얘져 있었다. 엄마는 나보고 밤새 뭐했냐고 묻고는 수건을 보고 네가 했냐고 물으셨다 나는 엄마 얼굴을 만져보고 이제 안 아파? 물었다. 엄마는 이제 다 나았다면서 나를 꼭 끌어안고 자자고 하셨다. 그리고 엄마는 아침이 되자 정말 안아픈지 평상시처럼 일어나셨다.
며칠 후, 엄마랑 약방에 들리게 되었는데 그 날은 원래대로 할아버지가 계셨다 평상시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하던 나였지만 그날은 약방 할아버지가 더 반가운 마음에 할아버지 어디 가셨어요? 라며 다짜고짜 물었다 어디안가고 있는데? 라고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하시는 중에 며칠 전에 봤던 젊은 아저씨가 안에서 나왔다. 약방 주인이 바뀌었다고 말했던 나는 엄마에게 저 아저씨야 라며 가리켰고 그 아저씨는 날 보고 며칠전 왔던 꼬마네 라며 아는체를 했다. 그날 내가 와서 다짜고짜 약 달라고 했다고. 그 젊은 아저씨는 의대 다닌다는 할아버지의 아들이었다. 엄마는 그날 많이 아팠던 이야기를 했고 할아버지가 내게 기특하다며 사탕을 주셨다. 그리고 약방을 나와서 엄마가 나를 꼭 안아주셨다.
엄마가 아프다고 할때 들었던 그 막연한 절실함, 그런 내 맘도 몰라주고 아픈데 걱정되게 종일 싸다니다 온다며 혼난 일, 나중에 어른들에게 칭찬들은 일, 그보다 엄마의 오해도 풀리고 나를 안아주셨을 때의 그 안도감이 그렇게 떠올랐다.
비단 어린 시절뿐이 아니라 아이, 어른, 아들, 남편, 아버지, 친구, 내가 아닌 남...그 어느 때인가의 그리움을 나도 모르게 끄집어내는 글들이 이어졌다. 시로도, 추억에 관련된 이야기로도. 그리고 그런 중에 박해선이란 사람의 글 위로 나를 보게 된다. 고맙던 것, 잊었던 것, 내가 생각하고 싶었던, 생각과 다르게 보아왔던. 그런 것들을. 이렇게 살라고 이런 식으로 해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야기들. 김장훈은 '다른이에게서 나와 같은 뒤안길을 발견 했을때 느끼는 묘한 위로'라고 했다. 표현은 달라도 누구나 갖고 있는 그것은 '마음'이다. 그 마음이 간직하고 있는 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모든 '그리움'. 그리고 또 찾아올 격함의 지나간 자리에서 찾게 될 '그리움'이 아닐까.
참 신기하다 읽다보니 마치 여행중에 느끼게 되는 고요한 시간만 같다. 왁다글한 사람들 소리, 차의 엔진 소리, 도시의 소리, 그런 세상사이의 온갖 부산한 소음들이 점차 가라앉고 어느덧 일정하게 차가 도로 위를 달리며 가르는 공기간의 소음, 혹은 덜커덩 거리는 철로위를 달리는 소리만 들리게 되면서 찾아오는 평화. 표지에서 가수 김장훈의 말처럼 격한 세상에서 잠시 멀어지는 그런 기분이다. 나를 쪼아대는 미움도 없고 스스로가 모자라게 느껴지던 서운함도 없이 그렇게 감정소모 없이 단순해지는 마음. 세상과 나만. 그렇게 모든 것의 사이없이 그냥 나 자신을 내 안의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혼자만의 여행에서나 느껴보던 그 기분이었다. 좋은 글 하나 콕 찝어서 말하고 싶지 않은 책, 그냥 다 그렇게 좋았다.
★책의 맨 뒷부분에 있는 성시경, 이소라, 호란, 김장훈, 이문세, 유희열, 윤도현이 낭송하는 40개의 시낭송CD는 설레이는 선물이자 보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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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지 마라 눈물 난다 세상 그리움에게 더 이상 안부를 묻지 마라 네 뒷모습 보고 있을 그대에게 네 눈빛 다시 보이지 마라 이제 그리움들은 다 잘 있다 너 없이 잘 있다 (129p) 그에겐 많은 것이 있다. 그 중 최고는 가족이다. 그는 사랑한다고 외친다. 자신을, 아내를, 아들과 딸을...... 어머니, 아버지를 외친다. 아내에겐 대놓고 사랑한다고, 그녀의 온몸을 훑으며 그의 시선은 하루 종일 그녀를 좇아가기도 했다.(211p, 카피된 파일) 나도 그의 아내를 따라 우리 남편 좋은 점 스무 가지를 나열해본다. 과연 다 채울 수 있을까 했는데 금방 채운다.(그건 저기 아래에 있으니 닭살행각이라 생각되어진다 싶은 분은 읽지 말고 넘어 가셈) 아마도 그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1년 정도 일도 쉬고 관계도 쉬었던 것 같다. 그 동안 그가 가졌던 여러 생각들과 메모들을 추려낸 것 같다. 간간히 시도 있고 회상도 있고 편지도 있고 슬쩍 남긴 메모, 그리고 블로그에나 썼을 듯한 단상도 있다. 별 걸 다 넣었구나 싶어, 책 구성이 무질서 할 것 같지만, 아니! 아주 깔끔하고 보기 좋게 편집되어 있다. 틈틈이 꺼내어 읽기 좋은 책이다. 한 번 쓰윽 일독하고 화장실 또는 거실 한 켠에 두고 가끔씩 꺼내어볼만한 책이다. 간간히 들어있는 그만의 유머에 피식하기도 하고 고개 끄덕이게 하는 문장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가 내뱉는 감성에 함께 동화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연예인들의 목소리가 담긴 그의 시를 귀로도 감상할 수 있게 시디도 수록되어 있다. 자신을 성찰하며 ‘제자리’(233p)로 돌아왔다. 제자리가 지상에서 가장 편한 자리임을 알아챘다. 그 제자리에 가족이 있고 자기 일이 있음을 깨닫는다. 차분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엔 안성맞춤인 책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줄 시 하나 읊으며 글을 마무리 하련다. 그냥 한나절 종종 연락이 닿지 않는 삶을 사세요 당신만의 유예된 공간 당신을 붙잡는 수많은 손 귀로 파고드는 수천의 전파, 수만 카메라 아무도 모르는 그곳에서 당신 생각만 하세요 당신 꿈만 꾸세요 이제 그만 남의 꿈 남의 눈빛과 셈 다 잊고 그냥 한나절 푹 주무세요
<남편의 좋은 점 20가지> 부부사이가 안좋아 가족상담하러 가면 부부에게 꼭 이걸 시킨다고 한다.
나도 따라 해본다. 1. 유머 감각 2. 키가 커서 나를 완전 감싸서 안아줄 수 있다. 3. 잘 생겼다. 4. 항상 긍정적이다. 5. 영어를 잘한다. 가장 존경하는 부분 6. 운동을 잘 한다. 7. 기타를 잘 친다. 8. 작곡을 한다. 결혼기념일 선물로 작곡 중, 대학가요제 본선에 나가기도 했다는데.. (급수정, 영남권 본선에서 3위하여 전국 본선은 못나갔다네요. 2위까지 나갈 수 있었다는..그래서 전국 본선에 나간 것이나 다름없답니다 ㅎㅎㅎ 영남권 42팀 중 3위는 대단한 거라며 자찬하는군요) 9. 친절하다. 10. 글을 잘 쓴다. 11. 사람들이 좋아한다. 12. 하온이(아들)에게 너무나 자상한 아빠다. 13. 일 하나는 꼼꼼하게 한다. 14. 음식을 나보다 더 잘 한다. 심지어 김치도 담는다. 15. 화를 잘 내지 않는다. 16. 항상 웃는 얼굴이다. 17. 내가 하고 싶어 하면 무조건 하라고 한다. 18. 사람을 잘 파악한다. 19. 통찰력이 뛰어나다. 20. 피부가 하얗고 촉촉하다. 나랑 반대! 우선 여기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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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 박해선. 헤르메스 미디어
지센린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일흔이 넘으신 나의 조부를 생각했고 장영희 교수의 일화를 읽을 때는 그녀의 부친인 장영록 교수와 그녀의 은사였던 브루닉 신부의 일화를 생각했다. '다 지나간다'라는 시를 읽을 때는 오리슨 스웨트의 기적같은 삶을 생각했고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에서는 '차라리 내 딸이 죽었더라면 행복하겠다'고 말했던 펄 S.벅의 가슴 에이는 심정이 떠올랐다. '100단어만 쓰며 살자'는 대목에서는 뇌졸증으로 쓰러져 말을 더듬던 내 친구가 생각났고 '지금껏 만났으나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 용서했다'는 대목에서는 3년간 외면하며 지냈던 '누구'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영혼아 잘 자거라'에서는 내가 사랑해야할 '작은 어깨'의 누가 생각났다. '해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벌판이 그대 너른 길일뿐이에요. : 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13p) 첫장은 짐짓 경건하고 엄숙하다. '길'이라는 인생길의 신출귀몰한 가변성과 진지한 숙고는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체 게바라의 고백을 연상시킨다. '길 위에서 지낸 시간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그러고보면 방황은 있을지언정 필요없는 방황이란 없는게 인생길이다. 이어지는 글들도 찰나같은 인생길에서의 진지한 모습을 생각한다. 특히92세에 눈을 잃게 된 지센린의 에피소드와 <다 지나간다>라는 수필집 이름은 마치 삶의 종착역에 걸린 안내표지판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살면 후회는 하지않을 것입니다. 이 방향이 올바른 삶의 방향 맞습니다'하는 듯한.. 그러고보니 나의 조부도 그러셨다. 조부께서는 공무원을 하시다가 명예퇴직을 하셨고 그 후에도 성실한 삶으로 일관하셨었다. 남는 시간에는 일어와 붓글씨 연습을 주야로 하셨다.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것이 나이 일흔에 손자들에게 와서 인터넷기초 책자를 펼쳐놓고 조곤조곤 물어보시던 그 열심이 존경스러웠다. 손자들이 없는 시간이면 홀로 피아노 앞에 앉으셔서 찬송가를 끊길듯 말듯 하며 이어가 는 머리 희끗한 뒷모습까지, 당신의 모습은 이 손자에게도 삶의 이정표였다. 최고의 영문학자인 장영록 교수와 그 분의 딸, 장영희교수 그리고 짐점선씨의 이야기도 같은 감동을 준다. 로 투병생활을 했다. 지금은 완쾌가 되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분들의 모습을 보면, 천양희 시인의 시 <뒤편>이 연상된다.
'백화 마네킹 앞모습은 화려하다 은은하고 멀리 퍼져나가는 종소리를 내는 종 뒤에는 언제나 힘차게 때리는 '종메'가 숨겨져 있는 법이다. 그 누구 하나 삶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으셨을 텐데 '가슴'에 안고 참 잘도 참으셨다. 참 잘도 사셨다. 이분들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만으로 박해선님의 첫장은 삶으로, 육성으로 부르는 엄숙한 '칸타타'다. 하지만, 산다는 것이 어디 그리 거저되는 일인가.
살다가 보면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그렇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삶이 '살아'질지언정 '누려'지지는 못한다. 인간이란 가슴을 내어준 사람만 가슴을 받는다 (103p) 지금껏 만났으나 피하고 싶은 사람들을 다 용서했다
'사랑에게'에서 정호승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나의 눈물에 독이 없기를 바란다
자구를 따르던 동공이 멈추고 책장이 안 넘어간다.
'얕은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이 얕은 마음을 어이할까? '아이같은 즐거움에 아이같은 생각속에 아이처럼 살았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어린아이의 열린 마음을 점점 잃어버리고 나만의 성을 쌓아가며 하나씩 마음의 문을 닫아 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멜빌은 '나는 머리만 있는 쥬피터보다 마음만 있는 바보가 되겠다'라고 했을까. 그러고보니 <자라지 않는 아이>는 펄 S.벅의 작품이기도 하다. 장애로 '자라지 않은 아이'를 둔 어미의 고통까지 미화할 생각은 없으나 적어도 '마음의 녹슨 갑옷'을 풀어헤친다는 점에서 나는 저자와 같이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thinker777........1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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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운 겨울 마음이 헛헛하다. 입맛도 없고 살은 빠지고 눈 밑 다크서클이 더 진해진 듯하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에는 증조모께서 옛날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더랬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은 바쁘셔서 우리 삼남매를 봐주시기 어려웠다. 나는 할머니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했고 할머니는 내가 무얼 하든 예뻐해 주셨다. 할머니는 그렇게 우리를 키워주셨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셨다.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가 고입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아직도 힘이 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면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살면서 누구나 힘든 시기가 찾아 온다. 그럴 때 기대고 싶은 따뜻한 추억 하나정도는 있지 않을까……. 추운 겨울의 초입에 이 책을 만난 건 어쩌면 내게는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시인이면서 방송사 PD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힘든 시절을 겪고 그 기간 동안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 철학, 사랑을 담은 에세이집이자 시집이다. 첨부된 CD에는 연예인들이 직접 낭송한 작품들을 들어볼 수 있다.
나는 흙냄새 나는 글이 참 좋다. 삶의 질곡이 진솔하게 묻어나고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순리에 따르려는 모습이 글 속에서 묻어난다. 자신을 위로하는 글에서는 슬픔이,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글에서는 수줍음이 드러난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 따뜻한 시선들이 함께 모여 마치 자신에게 보내는 긴 편지 같다. 긴 시간 이렇게 살아낸 내가 참 대견스럽다. 겪지 않아도 될 힘든 일들이 내게도 있었다. 버텨내는 것이 너무 힘들고 두려워서 건강에 이상도 생겼지만 지나고보니 시간이 약이더라. 이 추운 겨울 힘든 시기를 맞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P294-295
자장자장 아무것도 아니다 내 영혼아 땅이 갈라지고 홍수가 나더라도 놀라지 말고 잘 자거라 너를 괴롭히던 모든 적들이 이 밤엔 쉰다 아무것도 아니다. 다 지나간다 네 욕망도 후회도 미련도 사랑도 다 지나간다 지나가지 않는 목숨이 어디 있느냐 모두 다 지나갔다 웃고 소리 지르고 눈물 흘리며 다 지나갔다 어려워하지 마라 내 영혼아 다 쉬운 일이다 마주쳐 네가 놀랐을 뿐이다 놀람은 이내 스러지느니 그치지 않는 미움 또한 없느니 내 영혼아 오늘 이 밤은 천 년 전의 그 밤이며 천 년 후의 그 밤이다 편한 얼굴로 가라앉은 마음으로 이 밤 잘 자거라 너를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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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11/22)가 절기(節氣)상으로 “소설(小雪)”이었으니 벌써 겨울이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살이가 바빠지니 계절은 살갗에 와 닿는 바람의 온도로만 가늠할 뿐 계절의 변화를 모르고 산다. 예전에는 가을이 되면 자주 듣게 되는 가을 노래들, 즉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나 10월 말일이면 수십 번도 더 들었을 이용의 "잊혀진 계절", 바람이 차가워질 때면 역시나 자주 듣게 되는 “찬바람이 불면” 등을 들으면서, 또는 형형색색 물들어가는 도심 가로수나 시골 녘 들판과 산의 풍경들을 보면서 괜한 감상(感傷)에 빠지곤 했었는데 이제는 책상 옆 탁상 달력이 어느새 두 세장 밖에 남지 않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알았을 때, 또는 이른 아침 출근 길 공기가 어느새 차갑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나서야 어느새 가을이구나, 그만큼 지금 삶이 얼마나 여유가 없어졌는지,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 어느 해보다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해서 어느새 그 끝자락마저 사라져버린 11월 어느 날, 잊어 버린 줄 알았던 내 감성(感性)을 자극하는 책 한권을 만났다. 즐겨보던 음악 방송 프로그램 연출자이자 시인인 박해선의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헤르메스 미디어/2010년 11월)>이 바로 그 책이다. 짙은 빨간색 표지가 가을 분위기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책 속에 담겨 있는 시와 에세이들은 가슴 속 깊이 잠들어 있던 감성을 올곧이 일깨워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을 상념(想念)에 젖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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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소개 글을 대할 때는 오래전 읽었었던 서정윤 시인이나 원태연 시인의 시집들처럼 다분히 감상적인 시어(詩語) - 학창시절 읽었을 때는 시구(詩句)들을 일기장 등에 따로 적어놓고 연애편지 쓸 때 자주 인용했었는데, 지금 읽어보면 낯이 간지러울 정도로 유치하게 느껴진다 - 들로 가득한 그런 시집으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어보니 감성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진솔한 단상(斷想)들과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져 그저 가볍게만 읽히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이런 느낌이 아마도 프롤로그에서 밝힌
나의 의지나 선택과 상관없이 가족과 떨어져 여러 곳에서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일 년 여의 시간. 이글들은 대부분 그 기간에 씌여진 나의 그리움에 대한 기록이다. 그 시간들이 시가 되고 일기가 되고 편지가 되었다.
라는 글처럼 우리에게 털어놓지 못한 작가만의 사연과 감상이 올곧이 책 속의 시와 에세이에 담겼기 때문이라 짐작하며 글을 읽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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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바쁘고 힘든 일상에 지쳐 계절의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고 하루하루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한나절 연락도 닿지 않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푹 한숨 자라고 이야기한다.
남의 꿈 남의 눈빛과 셈 다 잊고 그냥 한나절 푹 주무세요 - <그냥 한나절> 中에서
또한 우리의 사랑이 지금 생에서 끝나는 한순간의 사랑이 아니라 다음 생에까지 이어지는 그런 영원한 사랑이 되기를 바라는 애절한 마음을 노래한다.
전생에 서로 미워해서 지금 그대를 사랑하게 된 것이면 이생의 끄트머리에 난 그대를 일부러 미워할 것이다 (중략) 그런 게 아니라면 이 사랑을 다음 생엔 어쩌란 말이냐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 <우리가 이승에서> 中에서
하지만 그렇게 영원하길 바라던 사랑이 끝나게 되었다면, 그의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저절로 눈물이 흐르는 그런 사랑을 두고 떠나야 한다면, 돌아보지 말 것이며 이 책의 제목처럼 그리움에 더 이상 안부를 묻지 말고 그냥 떠나라고 이야기한다.
돌아보지 말라 눈물 난다 세상 그리움에게 더 이상 안부를 묻지 마라 네 뒷모습 보고 있을 그대에게 네 눈빛 다시 보이지 마라 이제 그리움들은 다 잘 있다 너 없이 잘 있다 - <안부>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어 가슴 하나 가득 차오르는 외로움은 결국 사랑에 의해 치유될 수 밖에 없으며, 사랑이 외로움을 키우고 외로움이 사랑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라고 말한다.
외로움은 질환이다 약이 소용없는 독한 질환이다 오직 사랑으로만 치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사랑이 외로움을 키운다 한없이 외로워하라 그 외로움만이 사랑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다
잠깐 소개한 아름답고 감성적인 시(詩) 외에도 짤막한 에세이들과 시와 글들과 잘 어울리는 사진들을 수록하고 있는데,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과 가족, 그리고 그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 그리고 삶에 대한 단상들을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가 아내에게 바치는 ‘하나뿐인 당신. 당신이 나의 종교라오’라는 고백을 읽으며, 사랑은 그저 가슴 속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낼 때 비로소 그 모습을 온전히 갖게 된다는 오래전 어느 수필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친구에게, 부모님께, 나를 아끼고 격려하는 소중한 인연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나와 그런 인연을 맺게 될 그 누구들에게 멋쩍어서 들려 주지 못했던 말을 가만히 말해본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 앞에서 좀 더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외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사랑합니다”
![]() 오랜만에 대하는 감성적인 글들이라 처음에는 쉽게 몰입되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읽을 수록 조금씩 조금씩 작가의 감성에 동화되어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책 속 구절들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아 자꾸 책장을 쓰다듬고 펼쳐보게 되는, 그리고 책에 들어 있는 이소라, 성시경, 이문세 등 그와 함께했던 가수들의 시낭송 CD를 틀어놓고 다시금 책을 펼쳐 읽게 되는, 요란스럽진 않지만 가슴 한 켠을 조용히 물들이는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덕분에 자꾸만 메말라가는 가슴을 따뜻한 감성으로 채울 수 있었고, 이미 훌쩍 지나가 버렸다 생각했던 2010년 가을 한 자락을 잠시나마 내 곁에 머물게 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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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머쪄서 꼭 읽고싶었던 책이다.
<그리움에 안부를 묻지마라> 캬~~~~ 이럴때 소주 한잔 걸쳐주셔야하는데 술을 잘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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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뒤에 씨디도 있다. 이문세, 김장훈,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성시경, 호란님이 낭송한 시들이 들어있는 씨디이다. 다들 목소리가 너무 좋은 분들이라 기대가 된다. 아직 듣지못함-.,- 희열님 엄청 조아라하는데 히히 기분이 한껏 UP!
출장길에 차안에서 읽었는데 (요즘 차에서 책을 보면 멀미를 한다.. 왜그런거지?) 머찐 사진과 시들이 어울러져서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기분이 좋고 회상에 잠기게 만들었다.
책을 읽다가 너무 좋은 글귀가 있어서 친구에게 문자로 보냈더니 친구가 좋아했다. 바로 p49에 있는 "이제 그만 남의 꿈 남의 눈빛과 셈 다 잊고 그냥 한나절 푹 주무세요"다. 아무래도 우리나이가 남의 꿈과 남의 눈빛과 남의 셈때문에 그토록 괴로운 시기가 아닌가 싶다. 지금 나이에 이루어야할 세상의 것들을 못이루었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구박과 조롱어린 시선들을 받아왔던가..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너나 잘해라"이다. 내가 생각해도 무지 까칠하다. 그래서 아예 입을 닫기로했다. 웬만하면 부딪히지 않고 피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와 마음을 좀 정리하고 세상으로 나아가야겠다. 지금 내가 살아가야하는 이 시기에 충분한 영양공급이 될 책인거 같아서 대어를 건진 느낌이다!
한마디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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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표지가 어여뻐 책을 보자마자 몇번을 쓰다듬었다. 그 매혹적인 표지를 살짝 들췄더니 겨울이 내 앞에 펼쳐져 또다시 맘이 흐뭇~^_____^ 저 소복히 쌓인 눈속을 거닐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을 하며 첫장을 펼쳤다. 짧은 글 속에담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기분. 그 기분에~ 느낌에 취해 책장을 넘기다보니 느닷없이 밀려오는 울컥함에 책장을 덮어야만 했다. 순간 예상치못하게 코끝이 아려오고 눈시울이 붉어져 당황하기도 잠시.... 다음글이 궁금하여 책을 들었다~ 놓았다.... 끝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새벽녘에 눈이 떠져 두리번거리다 침대옆 가만히 날 바라보고있는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깊은 밤 고요함속에 박해선 작가의 글을 읽고있으려니 글 속에 마디마디 전해져오는 그 울림이 더욱 깊어지는 시간들.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글에선 따뜻한 애정이 보이고,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과의 그리움에선 내 가슴이 저려온다. 그가 들려주는 일상이.. 아름다운 시 들이.. 마치 내 이야기같아 애잔함은 배가되고 때론 이야기속 누군가가 내가되어 나도 이렇게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목마름을 느끼기도 했었지.... 하는 기억이 찾아든다.
인생에 길을 잃고 헤메는.. 사랑에 길을 잃어 오랫동안 방황하는 마음에 위로와 가만히 다독거려주는 손길같은 고마운 글들. 이 책속에 담긴 글들을 읽고있으려니 아련한 기억들이 찾아오고 그 기억들속에 소중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그리고 미소가 지어지기도한다. 어느 글에선 내리는 빗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또 어디선 그 옛날 내가 좋아하던 그의 냄새가 불어오는 듯도하여 반갑고 또 반갑다.
읽는 순간 마음에 와 닿아 몇번이고 반복해 읽게되는 글들이 있다. <다 지나간다>라는 시 또한 내 가슴에 깊이 와 닿은 글 이었다.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갔다. 걱정마라.'라는 이 마지막 구절이 나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위로같아서 몇번이고 소리내어 읽고 또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엔 눈으로.. 마음으로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소리내어 읽곤했다. 소리내어 글들을 읽다보면 그 느낌이 훨씬 크게 다가오는 것만같아 참 좋다. <기도>를 읽으면서는 내가 매일 밤 드리는 기도를 떠올리며 그분에게 내 목소리가 좀 더 가깝게 들리기를 소망하기도 하면서 박해선 작가의 기도 말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풀빵엄마의 거룩한 삶을 이야기하고 추기경님의 따뜻함을 전해주며 스님의 맑은 심성을 이야기하는 글들에 내마음에도 덩실덩실 포근함이 찾아온다. <새벽 이슬>을 가만히 되내이며 나도 날마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사람이 되고픈 간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전해주는 그 사랑스러움을 평생 간직할 수만 있다면....
때론 어릴적 추억을.. 어느순간엔 잊혀진 사랑을.. 그리고 부모님의 감사함과 가족에대한 애정까지. 이 많은 감정들과 고마움과 아련함과 미소를 불러일으킨 반갑고 고마운 글들에게 "참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건네고싶다. 책속에 있는 글을 멋진이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CD는 더없이 반가운 선물~!^^ 성시경이 들려주는 <길위의 사람>은 어떤 느낌일까? 이소라의 차분하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선사하는 <공중전화>에선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마음이 더욱 깊게 다가오진 않을까.... 이문세가 들려주는 <아버지>와 <자장자장>을 들으며 이 밤을 마무리한다면 정말 근사하겠지~^^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에 담긴 글들에 행복을 느꼈다면 멋진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주는 시 낭송에 다가오는 겨울을 한껏 느껴보는 것도 참 좋겠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전해준 고마운 글 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겨울을 닮아 더욱 어여쁜 책, 그리고 이야기들....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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