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의 범절을 가장 중시했던 양반의 국가 조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있었으니 아무래도 인간 사는 곳은 다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었나 보다. 포도청과 의금부 등 사법 기관이 존재했다고는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성 스캔들이라니, 조선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당대 대부분의 기록들이 그러하듯, 이 책에 실린 내용들 역시 종친들, 양반들의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 더욱 충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스캔들에 대한 처벌의 수위에 있지 않나 싶다. 특히 왕의 종친이 행한 것을 두고는 국가 기강문제 등과 더불어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왕이 아끼는 신하였기 때문에, 개국공신이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처벌이 거부되기도 했었다. 왕의 문란한 여성 편력이 문제시 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양반 아닌 계층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더라면 분명히 다른 결과를 낳았으리라. 거기에, 16세기 후반부터 짙어지기 시작하는 조선 사회의 남성 중심성 역시 이 책에선 엿보인다. 즉, 남성과 여성이 함께 관여되어 있을지라도 대부분 남성은 좌천이 되었다가도 2-3여년 만에 복직되기 일쑤였으나, 여성의 경우 사형, 때로는 참수형에까지 처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철저히 흥미 위주로 읽어나갈 수도 있는 책이고, 실제로도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기록들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사관의 주관적인 견해가 첨부되긴 했으나, 작가의 견해는 배제된 경우가 대다수이다보니 순수 사례집 마냥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선이라고 하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규범적인 외양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이 책은 흥미 이상의 무언가를 가져다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