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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을 입체로 바라보는 자에게 요행 따위란 없다.
"평면을 입체로 바라보는 자에게 요행 따위란 없다." 내용보기
모든 픽션이 삶의 진실을 비춘다고 하면, 일부러 주변을 어둡게 하여 본질을 드러내려하는 작품이 카이지이다. 그대는 밝은 곳에 산다고 착각하겠지만, 빛이 세들고 있는 이 거대한 집의 원소유주는 어둠이니라. 세상만사가 합리와 이성에 따라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순간마다 너의 선택과 갈등이 낳는 예기치 못한 결과에 따라가는 혼돈일지도 모르는 삼라만상을 단지 통계
"평면을 입체로 바라보는 자에게 요행 따위란 없다." 내용보기
모든 픽션이 삶의 진실을 비춘다고 하면, 일부러 주변을 어둡게 하여 본질을 드러내려하는 작품이 카이지이다. 그대는 밝은 곳에 산다고 착각하겠지만, 빛이 세들고 있는 이 거대한 집의 원소유주는 어둠이니라. 세상만사가 합리와 이성에 따라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순간마다 너의 선택과 갈등이 낳는 예기치 못한 결과에 따라가는 혼돈일지도 모르는 삼라만상을 단지 통계학적인 관찰에 의해 ‘인과’라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느니라. 사람이 운명을 거스를 수 있습니까 ? 제아무리 평등하다 쳐도, 개인마다 태어난 환경과 복(福)은 정녕 다르지 않습니까 ? 정말 인생은 팔자소관대로일까, 아니면 그토록 선한 척 하는 작품들의 위선적인 교훈따라 열심히 살면 모든 것이 성사될까 ? 매 발매분마다 수전증을 일으키는 작품이고 이번 24권도 예외가 아니다. 도박장 건물을 기울이고, ‘늪’이라는 도박기계의 핵심부품도 망가뜨리는 등 용의주도한 준비를 했던 카이지. 아무도 감히 도전할 수 없도록 갖가지 그물을 쳐놓았고 그 자신이 헤이토 회장의 왕국을 물려받을 거라 장담하는 이치죠우. 그들의 닮은 점은‘도박’이라는 우연을 자신들의 승리를 보장하는 ‘필연’으로 바꾸려는 데에 있다. 상대방의 수를 읽는 동시에 상대방이 읽지 못할 수로서 상대방을 패배의 늪으로 인도하려는 행태. 하지만 정작 결전이 벌어졌을 때 그들은 각자의 시나리오가 완벽히 먹혀들어가지 않는 것에 좌절하며 세상이 노랗게 보인다. 23권에서 카이지는 막판에 승리를 걸머쥐는 듯 보였지만, 구슬이 목표구멍에 들어가야하는 원반의 ‘기울기’는 역시 하늘만이 그 이치를 아는 ‘혼돈덩어리’였다. 두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운, 즉 숙운(宿運)에서는 이치죠우가 앞섰다. 카이지는 밑천이 바닥난다.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선택’의 순간은 우리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 전체에 비춰보아야한다. 밑천을 날렸지만 ‘늪’에서 승리할 수 있는 치명적인 현상을 눈치챈 카이지는 동료 엔도가 비밀리에 마련해둔 도피자금 1000만엔까지 퍼붓자고 간청하고 끝내는 일갈한다. 실패하면 지하 생활만 하면 되고 그 정도 각오도 없는가, 도망친 다음에야 술에 절어 가진 돈이나 축내고 사는 반송장 같은 인생이 아닌가라고. 사람은 살면서 결정적인 순간을 서너번은 맞이한다는데, 우리가 살면서 ‘안락한 도피’를 택할 건가 아니면 ‘죽기를 각오한 마지막 결정타’까지 노릴까 생각해본다면 그 답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죽기보다 더 하겠냐’라는 잔인한 농담도 있지만, 평온할 때에는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모가지에 들어온 서슬퍼런 칼날이 피와 심장을 탐하는 순간이면 누구나 살려달라고 외치며 도망치지 않겠는가. 강한 의지란 여타 하류 작품에서 보여주는 이악물고 쇼하는게 아니라, 자기 목숨조차 가볍게 여기는 미친 짓거리가 아닐까. 우리가 파쇼라고 격리해 둔 광인들을 비하하고 깔보는 건, 실제로 그들이야말로 만인과 만인이 투쟁하는 세상의 본질을 깨우친 우월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문명국가의 철칙이며 우리가 숭상하는 대화와 타협, 이성과 인권이란 것도 기실은 뒷구녕으로 호박씨 까며 미사일 처박고 돈놀이로 불로소득 챙기는 것 덕분이 아니던가. “기회는 의외로 가까이 있는 법, 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부활까지도 가능해.” 우리 독자들이 이제 불가능하다고 고개 돌릴 부분에서, 카이지는 정말 놀라운 발견으로 역전의 기회를 잡는다. 득의만만하다가 당황한 이치죠우는 운이 좋았을 망정, 평면을 입체로 바라보는 혜안까지는 없었다. 카이지가 마지막 발악으로 잡은 역전, 그 발상은 기상천외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이 작품을 꾸준히 보았다면 카이지의 승패 따위는 신경쓰이지 않을 것이다. 묘하게도 작품의 전개가 주인공의 패배로 점철되어서이고, 주인공이 그래도 부활하는 데에는 더 이상 토달 수 없는 이유가 항상 있었다. 그보다도 어째서 우리들은 카이지나 이치죠우가 꿰뚫어보았던 ‘수’를 읽지 못했을까하는 데에서 두려움을 느껴야 정상이지 않을까. 이야기의 극적인 흐름에 휘말려서 미처 생각을 못 해서일지, 아니면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심도있는 설정과 상당한 연구는 보통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워서인지. 아무튼 이 한권의 명저에 공포를 느꼈다면 적어도 “지하감방”에 끌려가는 일이 생기긴 어려울 것이다. 로또 복권과 부동산 투기가 장려되고, 어차피 인생은 한방이라는 귀족들의 ‘얼토당토않은’ 논리가 유포된 나머지 개미들이 그동안 일해온 양곡을 배짱이들에게 바쳐야야하는 나라에서 산다면‥

[인상깊은구절]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밑에도 사람을 만들지 않는 법. 이 말의 의미는, 결국, 인간의 귀천은 기회에 달렸다는 거지. 바보 멍청이든, 쓰레기 같은 놈이든 간에, 기회만 잡으면 승자가 된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의외로 가까이 있는 법, 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부활까지도 가능해. 다시 말해‥ 한번 죽었던 구슬이라도 되살아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