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 연애를 하던 때, 뜬금 없이 선물 받았던 녀석. 얇고, 짧고, 간단한 책은 선물 받았던 날 그 자리에서 전부 읽어버렸었다. 일부러 서점에 들러서 뭘 선물할까 고민하다가 골랐다면서 웃어보이던 그 사람에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줬던가. 그냥 짧게 웃어주었을지도 모르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동화 같은 느낌은 준다. 한 편의 동화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그 동안 잊고 있던 것을 깨닳았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누군가와 사랑을 한다는 것은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싶었다. 이 책을 선물해 준 사람과 헤어지던 날, 추웠던 그 날, 커피 두 잔을 시켜놓은 카페에서 우리는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덜덜 떨면서 우리집으로 찾아왔던 그 사람의 손을 잡은 채로 벌써 몇 시간이 그 주위를 배회했었다. 결국 우리의 결론은 이별이었지만, 왜 그렇게 결론이 났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약간의 양보와, 약간의 이해가 필요했다. 우리는 둘 다 서로에게 양보할 줄 모르고, 이해할 줄 몰랐다. 서로간에 지켜줘야 할 것이 있고, 보듬어야 할 것이 있다. 난 그 사람에게 그 선을 넘지 않고 잘 해줬을까. 언제나 이기적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나란 인간이 과연. 책을 펼쳐 읽다가 문득 울컥했다. 사랑하고 있을 당시, 읽었을 때는 가슴이 따뜻했었는데…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사람을 잃고 난 이후에, 사랑하지도 않고 사랑받지도 않는 내가 읽기엔 너무 따스해서 질투가 날 정도. 아, 괜히 감상적으로 변해버렸다. 별 것 아닌 일에 이렇게 울컥울컥 하는 걸 보면, 여름을 꽤 많이 타는 것 같다. 아니면 더워서 짜증이 식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