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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쿠라키 마이의 데뷔 앨범 'Delicious Way' 를 듣는다.
첫곡 델리셔스 웨이의 경쾌한 전주 속에 2 년전 여름의 어느날이 떠오른다. 그 날은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고, 나는 멍하니 대학로를 걷고 있었다. 누구나 때론 그런 날이 있을것이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 공부도 일도 친구관계도 연애도 도무지 꼬여버리는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정말 더웠다.
멍하니 이어폰을 끼고 걷고 있는데 친구가 이노래 저노래 담아준 씨디에서 바로 이 노래가 나왔다. 어찌보면 흔한 댄스곡인 이노래, 벙벙되는 베이스 소리와, 조금은 옛날틱한 리드 사운드, 가끔씩 웃음도 나는 코러스를 가진 이 노래가 어찌나 시원하게 들리던지. 순간 더위도 짜증도 잊고 난 마이가 노래하는 '델리셔스 웨이'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자세히 알지도 못한채 단순히 신나는 곡을 부르는 댄스 가수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만난 이 'Delicious Way' 음반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1번 트랙인 '델리셔스 웨이'는 예외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을정도.
아마 쿠라키 마이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쓰기 때문으로 여겨지는, 이 음반의 주된 정서는 바로 소녀의 순수하고 풋풋한 사랑이다. 데뷔 싱글인 2 번 트랙 'Love, Day After tomorrow' 부터 연속으로 크게 히트한 'Stay by my side', 'Secret of my heart' 가 모두 이런 정서가 담긴 곡들이다. 그러나 순수하고 안타까운 소녀의 사랑 노래라고 하면 발라드를 연상하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그런 내용의 가사를 미드 템포의 세련된 사운드로 담아낸게 이 곡들, 이 음반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음반의 다른 곡들도 대부분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는 가운데, 마이의 랩을 들을 수 있는 'Never gonna give you up' 과 'Everything's all right' 은 귀에 쏙 들어오는 경쾌한 댄스 넘버. 그리고 'Baby Tonight~You&Me~'와 유일한 일본어 제목을가진 '君との時間'는 우타다 히카루와 비교되는 R&B의 신성이라는 쿠라키 마이의 애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발라드다.
개인적으로는 '델리셔스 웨이'도 좋지만, 이 음반의 베스트는 세번째 트랙 'Secret of my heart' 라고 생각한다. 마이의 애절한 목소리, 세련된 편곡, Key 가 바뀌는 후렴부의 코드 진행등이 다 좋지만, 무엇보다 1 절에서 Bridge, 2 절로 이어지는 곡자체 구성상의 강약과 마음의 고백에 이르는 가사 내용이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고도의 스타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아이돌 가수들의 곡은 그 노래가 그 노래 처럼 느껴지기 쉽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댄스 가수들이 쉽게 잊혀지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다른 점은 제쳐두고라도 데뷔때부터 스스로 가사를 쓰며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고, 또 대단한 인기를 유지하는 쿠라키 마이를 우리나라의 가수들도 한번쯤 눈여겨봐야할 듯하다... 라는 생각은 우리나라 가요계를 생각하는 팬으로서의 바램이고, 어쨌든 내게 이 쿠라키 마이의 'Delicious Way' 앨범은 여름날 가끔씩 꺼내 들으면 여전히 시원하고 달콤한, 더위를 피하는 '달콤한 방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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