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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짐머는 유명한 과학저술가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내가 읽은 그의 첫 책이다. 아니 기회만 되면 항상 뒤적였던 『진화: 시간의 강을 건너온 생명들』이 있었나? 마음 먹고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읽지는 않았으니 독서라 할 만하지는 않다. 『마이크로코즘』은 대장균에 대한 책이다. 대장균은 Escherichia coli, 줄여 E. coli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다. 실험실에서 그냥 ‘이콜라이’라 하면 다 알아듣는다. 알아듣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부른다. 다른 말로 할 것 없이. 그냥 ‘이콜라이’, ‘E. coli'라고 하는 것이 너무 친숙하기 때문에 원래 학명은 무엇인지 잊고 지내는 겨우도 있다. 그래서 내 대학시절 미생물학실험 시간 쪽지 시험의 첫 문제가 바로 이 ’E. coli'의 full name을 쓰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친숙하다. 미생물을 전공으로 하는 실험실에서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물학 관련 실험실에서 다 친숙하다. 유전공학적 실험이 조금이라도 들어간다면 이 대장균을 쓰지 않을 도리가 별로 없으니까. 이런 대장균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탐나는 일일 수 있고, 과학자들에게 친숙한 만큼 쓰기도 쉬운 일처럼 보인다. 만약 어떤 세균 한 종(species)에 대해서 쓴다면 바로 첫 번째는 당연히 대장균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그게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란 걸 또 알 수 있다. 이 세균이 발견되고 이용되어온 역사를 되짚어 보다 보면 너무 전문적으로 흘러가버릴 위험성이 있다. 그걸 일반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잘 옮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너무 전문화된 현대 과학은 대장균 하나를 설명하는 것도 그런 전문적인 용어를 동원해야만 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칼 짐머는 하나하나 잘 짚어나갔다. 대장균을 통해서 우리가 알아나간 것들을 전문적인 실험을 통해서, 그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이용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대장균에 의한 질병도(물론 대부분의 대장균은 질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대장균을 이용한 진화에 대한 증명도, 대장균을 이용한 생명 현상 규명도, 대장균을 이용한 유전공학의 세계 진입도, 그리고 대장균을 둘러싼 여러 논쟁도 마치 세상의 연구가 대장균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 생물학이 대장균에 빚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가를 잘 알 수가 있다. 사실 대장균을 잘 알면 생명 현상의 기본은 대충은 꿰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 책만 잘 이해한다고 해도 현대 생물학의 기본은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원제의 부제도 “E. coli and The New Science of Life"이다.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여기에 쓴 내용의 80% 가량은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만큼 이것들을 한 코에 꿰어 대장균이 무엇이고, 대장균을 통해 무엇을 알아냈는지를 잘 설명할 수 있지는 않다. 내 능력의 모자람 때문이기도 하고, 칼 짐머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 그래서 내가 그의 책을 읽는다. 굉장히 훌륭한 책이고, 현대 생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번쯤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지만(물론 좀 지나긴 했다. 현대 생물학에서 5년은 한 세기나 다름없다. 하지만 역사가 바뀌진 않으니까), 끝으로 한두 가지 아쉬운 점만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내용 중에 연구자 이름들에 영어를 병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맨 끝의 참고문헌은 영어로 되어 있는데, 참고 문헌과 연결시키기가 굉장히 어려웠다(이것도 조금 전문적인 관심을 갖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이긴 하다). 두 번째로는 번역의 문제다. 물리학 전공 출신의 번역가라서 그런가. 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띈다. 말하자면 생물학에서라면 그렇게 번역하지 않는 부분들이 좀 있다는 얘기다. 그게 가끔 몰입을 방해하곤 한다. (2013.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