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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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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판 간행된 뒤 10년만인 2017년 100쇄를 넘기면서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소설 뒷면에 작가의 '못다 한 말'이 수록되고 각 장 마다 그림이 추가 되어 볼거리가 훨씬 더 풍부해졌다. 작가는 굳이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고 했지만 병자호란의 상황을 잘 녹여 쓴 내용이라 생각한다.   1636년 겨울, 강화도로 피신하기 전에 한양까지 들이닥친 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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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판 간행된 뒤 10년만인 2017100쇄를 넘기면서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소설 뒷면에 작가의 '못다 한 말'이 수록되고 각 장 마다 그림이 추가 되어 볼거리가 훨씬 더 풍부해졌다. 작가는 굳이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고 했지만 병자호란의 상황을 잘 녹여 쓴 내용이라 생각한다.

 

1636년 겨울, 강화도로 피신하기 전에 한양까지 들이닥친 청나라 군대를 피해 임금과 조정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임금이 청나라 황제 앞에 나가 삼배구고두례를 하기까지 47일간의 모습을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냈다. 조정은 싸울 것인가 항복할 것인가를 놓고 말싸움을 이어가고 피난가지 않고 성에 남은 백성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조정 때문에 고단하다. 청나라의 칸과 용골대는 성에서 나오지 않고 버티고 있는 조선의 임금과 신하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병자호란은 50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임진왜란 7년에 버금갈 만큼 비참한 패배를 안겨준 전쟁이라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대비도 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어린아이, 노인들이 먼저 고통받는다. 이 책에는 조선 병사들의 모습이 누구보다 비참하게 묘사되었다. 한겨울 옷이 변변치 않아 얼어 죽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고, 전략 없는 장수의 헛된 도발에 몰살당하는 장면은 읽기 힘들었다.

 

등장인물들은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힌다. 특히 영의정 김류는 등장할 때마다 독자의 화를 돋운다. 높은 자리에 앉아 그 어떤 책임도 지려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권세는 최대한 부리려 하는 모습이 지금과 비교했을 때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백성들 위에 군림하던 신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쓸모없는 말에 매달려 있고, 지혜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 내는 사람들은 평소 무시 받던 백성들이라는 점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긍정적인 인물은 임금도 신하도 아닌 대장장이 서날쇠다. 그는 아비를 찾아 성으로 들어 온 늙은 사공의 어린 딸을 거두고, 천막을 만들 때 쓸 바늘과 실을 구하고 임금의 격서를 들고 성을 빠져나간다. 영의정부터 젊은 관리들이 말에 매달려 전전긍긍 할 때 서날쇠는 몸으로 익힌 지혜를 발휘해 나랏일을 하고 가족을 무사히 지켜냈다. 조정이 용골대의 희롱에 어떤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말의 늪에 빠질 때 서날쇠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해나갔다.

 

작가는 한 축으로는 조정 대신들의 말싸움을, 한 축으로는 서날쇠의 건강한 생활을 희망으로 남한산성의 일을 담아냈다. 책을 덮으며 지금은 그때와 다르지? 라고 자문했을 때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t******e 2021.05.13.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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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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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전의 어둠이 짙어지고 임금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 스러졌다. 바람이 대궐 뒤 숲을 흔들어 나무 위에 쌓인 눈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19쪽)냉혹하도록 추운 겨울은 지금 이 조선의 삶과 같다. 어둠과 무거운 눈덩이 속에 갇힌 조선은 모두 얼어붙어 있다. 임금과 신료가 그러하니 명을 섬기든 청을 섬기든 매한가지인 백성도 그러하다. 영화에서는 서날쇠가 그런 말을 하지만 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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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전의 어둠이 짙어지고 임금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 스러졌다. 바람이 대궐 뒤 숲을 흔들어 나무 위에 쌓인 눈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19쪽)

냉혹하도록 추운 겨울은 지금 이 조선의 삶과 같다. 어둠과 무거운 눈덩이 속에 갇힌 조선은 모두 얼어붙어 있다. 임금과 신료가 그러하니 명을 섬기든 청을 섬기든 매한가지인 백성도 그러하다. 영화에서는 서날쇠가 그런 말을 하지만 책에는 나오지 않는 대사다. 하지만 백성을 대변하는 서날쇠의 대사는 가슴 깊이 꽂힌다.

왕조가 쓰러지고 세상이 무너져도 삶은 영원하고, 삶의 영원성만이 치욕을 덮어서 위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최명길은 차가운 땅에 이마를 대고 생각했다.(259쪽)

대의는 대의일 뿐이다. 그럼 명이든, 청이든, 왜든 되는데로 섬기면 그만인가. 애초에 아무도 섬기지 않으면 좋지 않은가. 힘이 없는가, 의지가 없는가. 왜 이날의 치욕이 훗날의 타산지석이 되지 못하는가.

나는 이 아비를 사랑한다. 미워하지 않는다.(398쪽)

제 자식까지 죽이고 마는 이 무능하고 힘없고 야비한 아비를 작가는 미워하지 않을지라도 나는 밉다. 소현세자가 왕위를 이어받았다면 훗날의 치욕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명의 멸망을 보았으므로 청의 멸망을 예견할 수 있고, 신문물과 신사상을 배워온 소현이 왕이 되었다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말의 길은 마음속으로 뻗어 있고, 삶의 길은 땅 위로 뻗어 있다. 삶은 말을 온전히 짊어지고 갈 수 없고 말이 삶을 모두 감당해낼 수도 없다.(397쪽)

김상헌과 최명길이 주고 받는 말은 남한산성에 스스로를 가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극명하게 내보인다. 삶을 감당하지 못하는 말에 희생당하는 것은 힘이 없는 백성 뿐이다. 힘 있는 자들은 자신의 말에 희생당하는 백성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다. 힘 없는 백성은 스스로 알아서 살았다.

서날쇠와 정명수는 둘 다 극천이었지만 삶의 길은 정반대였다. 서날쇠는 삶의 현실에 대한 본능적 애정이 있었지만 정명수는 현실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424쪽)

정명수와 같지는 않다고 하기 위해 나는 임금과 사대부에게 생기는 적개심을 거둘 수가 없다.

... 난해한 나라로구나...... 아주 으깨지는 말자...... 부수기보다는 스스로 부서져야 새로워질 수 있겠구나......(301쪽)

망궐례를 행하며 명을 향해 춤을 추는 임금을, 그것을 부추기는 사대부를 나는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 난해다하는 말은 그저 홍타이지가 했음직한 말이었을까, 작가의 심정을 드러낸 말이었을까.

죽을 힘을 다해 싸우지도 못하고, 목숨을 쉬이 구걸하지도 못하는 동안, 죽어나가는 것은 백성들이었다. 이들의 섬김은, 이들만의 섬김은 이백오십년이 지난 후에는 백성들의 목숨값이 된다. 나는 <남한산성>을 읽으며 이들의 말을 통해 조선의 마지막이 예견되는 것같았다. 등골이 서늘했다. 그저 당장 이 남한산성에 갇혀 앞뒤가 꽉 막힌 답답함만이 아픈 것이 아니었다. 힘 없는 백성을 이용만 하고 돌보지 않는 저들의 마음이, 저들 자신만을 생각하는 마음이, 멸망을 자초하게 되는 역사가 그저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치욕을 통해서도 배우지 못하는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이 세계가 영원히 불완전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사랑과 언어는 이 불완전성의 소산이다.(430쪽)"라고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또 어디선가는 실수를 하겠지... 이제는 실수도 책임도 우리가 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일게다.

작가가 졸작이라 칭하는 <남한산성>의 언어는 빼어나게 아름다워 읽는 내내 한글자 한글자에 매료되고 감동을 받았다.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싶은 작품이다.

o********o 2018.05.03. 신고 공감 9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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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도 인조와 남한산성에 있었다.
"김훈도 인조와 남한산성에 있었다." 내용보기
단연 그의 책중(하얼빈,연필로쓰기,남한산성)최고라 말하고싶다.언강을 읽으면서부터 내 발이 시려왔고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가 나에게도 와 닿았다.동상으로 손가락,발가락이 잘려 나간 병사들.그저 할 일을 할 뿐이라는 이시백,자기 몫의 몇배를 해내는 서날쇠,갖은 수난을 견디는 백성들,여자들은 청의 노리개로 끌려가고 남자들은 노역으로 장애를 얻었다.어린 아이들은 언강에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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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그의 책중(하얼빈,연필로쓰기,남한산성)최고라 말하고싶다.
언강을 읽으면서부터 내 발이 시려왔고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가 나에게도 와 닿았다.

동상으로 손가락,발가락이 잘려 나간 병사들.
그저 할 일을 할 뿐이라는 이시백,
자기 몫의 몇배를 해내는 서날쇠,
갖은 수난을 견디는 백성들,
여자들은 청의 노리개로 끌려가고 남자들은 노역으로 장애를 얻었다.
어린 아이들은 언강에 던져졌다.

김류는 사대부의 체면이 중요했고
인조는 남한산성 안에 있었다.
김상헌과 최명길의 얘기를 들으며...
김상헌과 최명길은 다른 길로 가자 하지만 둘의 말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조선을 사랑했다는 것!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무엇을 한 것일까?
백성을 생각했던가!조선을 위했던가!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만 그곳에 있을 뿐이었다.

김상헌과 최명길의 설전은 가히 클라이맥스였다.
상헌의 마음도,명길의 마음도 너무 잘 알겠기에 그 상황이 더 분할 따름이였다.
내가 그때 그시절 그곳에 있었다면 나도 명길의 뒤를 따랐을 것있다.한명의 백성이라도 더 살려야 했기에...
인조는 정묘호란을 겪은 백성들에게 병자호란까지 겪게 만들었다.

21세기 지금 우리도 남한산성 안에 있는 건 아닐까?생각해본다.봄이 오고 있지만 발 끝이 시린 이유가 그것일지도.



t*****a 2023.03.25.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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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성과 수성은 다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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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스포'인 소설만큼 얄궂은 게 없다.결말을 알고 있는 소설만큼 미적지근한 게 또 있을까 싶지만, 소설의 세계에서, 거기에 '역사'가 더해지면 이건 또 얘기가 또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것은 닫힌 결말 안에서 실존의 선과 악이 나뉘고 분명 존재했으나 직접 보지 못한 일들과 인물을 상상으로 구현해냄이 구체적이니 몰입이 자연스럽고 그에 따른 감동은 배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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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스포'인 소설만큼 얄궂은 게 없다.
결말을 알고 있는 소설만큼 미적지근한 게 또 있을까 싶지만, 소설의 세계에서, 거기에 '역사'가 더해지면 이건 또 얘기가 또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것은 닫힌 결말 안에서 실존의 선과 악이 나뉘고 분명 존재했으나 직접 보지 못한 일들과 인물을 상상으로 구현해냄이 구체적이니 몰입이 자연스럽고 그에 따른 감동은 배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남한산성은 그런 의미에서 읽는 재미가 훨씬 더 다채롭고 섬세했다. 조선의 강토를 짓이기며 쳐들어온 청을 앞에 둔 채, 남한산성을 둘러쓰고 앉은 조선의 왕과 대소신료들이라는 어찌보면 단순한 그림 속에서 그 곳의 그 날들의 치열함은 폭발한다. 고심하는 것 외에 할 것이 없는 왕과 그런 왕을 보필하며 조선의 국운을 짊어지고 살 길을 도모코자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립하는 상헌과 명길, 각자의 자리에서 견디거나 스러지길 택하며 비극의 상황을 아로새기는 숱한 인물들과 함께 잘 벼린 칼날같은 추위를 견디며 나도 그 날의 그 곳, 남한산성에 함께 있었다.

인조의 고심은 조선의 국운에 닿아있지 않아 보였다. 그의 기다림은 출성을 해 스스로 먹잇감이 되면 내가 살 수 있을지, 수성을 한다면 저들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을지, 사로잡힌다면 저들이 날 보전해줄건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놓으라는 징얼거림의 시간이었다. 그런 왕을 성심으로 지켜내는 이들의 간절함을 보고 있노라면 나라를 대표하는 이의 위력과 책임감을 절감하게 된다. 갖추어야 할 것이 없는 왕을 모시고 사는 업보는 백성에게 돌아가는구나. 그 죄가 어찌나 큰지 자기 살던 자리로 돌아가는 이의 삶도 앗아야 하는 거구나.

수성과 출성은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으나, 조선의 앞날을 두고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설전을 벌이는 상헌과 명길에게 조선은 방법이 다를 뿐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적인 것이었을 터. 죽기를 각오해 조선을 받치겠다는 이와 치욕을 감당할지언정 조선을 살려내고야 말겠다는 이의 말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것은 무용한 일이다. 두 사람의 언쟁은 결국 스스로의 목숨을 내놓은 채 '살 길' 을 찾아 조선이 지켜져 나가기를 바라는 한 마음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음이다.

조선은 결국 명길이 열어 준 길을 따라 출성했다. 싸우기를 주장했던 이들의 목숨을 내어주고 왕은 이마를 짓이겨 살아 남았다. 살아남은 이들은 이미 죽은 자의 육신을 거두고 피를 씻어내며 그들이 남긴 흔적 위에 다시금 삶을 채웠다. 그렇게 왕을 내어준 남한산성도 조선도 다행히도 살아남아 지금의 우리가 있다.

한풀 껶였으나 기세가 녹록지않은 봄날의 꽃샘추위에 손 끝을 주무르며 읽었다. 발이 시려 작은 난로를 켰고 목이 서늘해 스카프도 둘렀다. 어제는 벚꽃이며 봄꽃이 만발한 꽃터널이 우거진 강둑길을 동료들과 걸었는데 그 찬란함이 새삼스러워 눈시울이 붉어졌다. 먼 발치에 임진왜란의 유명한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 동상이 보였다. 지키려 애쓴 이들의 공을 지금의 내가 이리도 따스히 누리고 있구나. 한동안은 이른 봄에 느낀 남한산성의 불안한 고립과 추위를, 마침내 찾은 조선의 봄의 강토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d*******3 2023.03.28.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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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역시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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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를 읽고 저의 수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아름다운 문장에 매료되었더랬습니다. 시가 아닌 소설이 이렇게 시적(詩的)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역사 속 박제된 사료로서만 기억되었던 인물들이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간적 면모를 드러낼 수 있음에 놀랐죠.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 훨씬 더 치욕스러운 역사 병자호란의 이야기, 『남한산성』   서울을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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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의 노래』를 읽고 저의 수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아름다운 문장에 매료되었더랬습니다. 시가 아닌 소설이 이렇게 시적(詩的)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역사 속 박제된 사료로서만 기억되었던 인물들이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간적 면모를 드러낼 수 있음에 놀랐죠.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 훨씬 더 치욕스러운 역사 병자호란의 이야기, 『남한산성』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임금의 몸에 치욕이 닥치는 날에, 신하는 임금을 막아선 채 죽고 임금은 종묘의 위패를 끌어안고 죽어도, 들에는 백성들이 살아남아서 사직을 회복할 것이라는 말은 크고 높았다.

문장으로 발신한 대신들의 말은 기름진 뱀과 같았고, 흐린 날의 산맥과 같았다. 말로써 말을 건드리면 말은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빠르게 꿈틀거리며 새로운 대열을 갖추었고, 똬리 틈새로 대가리를 치켜들어 혀를 내밀었다. 혀들은 맹렬한 불꽃으로 편전의 밤을 밝혔다.....               (p.15)

 

  첫 문장을 읽자마자 ‘아, 역시...’란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화려하고도 세련된 문장을 읽다 보면 『칼의 노래』가 겹쳐보이기도 합니다만, 결국 『남한산성』이나 『칼의 노래』나 모두 조선 시대 참혹한 전쟁의 기록인데다 같은 작가의 글이니 분위기가 비슷할 수밖에 없는 거겠죠. 김훈 특유의 문체를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그저 심취할 밖에요.

  『남한산성』의 경우 우선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삽화로 들어간 문봉선의 그림 29점입니다. 최소한의 색감으로 간결해 보이면서도 깔끔하게 그려진 삽화는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서글프게, 그리고 가끔은 처연한 느낌으로 이야기의 분위기를 대변해주었습니다. 

 

▲ 특히 가장 마지막에 들어간 그림은, 분명 색감이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Almond Blossoms)와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게 느껴졌네요.

 

  그리고, 책 끄트머리에는 「못 다한 말」(사실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못다 한 말’로 되어있더라는...^^;)이란 제목의 이런저런 작품 뒷얘기, 남한산성 지도, 병자호란 전후의 인조실록 부분을 날짜별로 정리한 내용, 낱말풀이까지, 그야말로 풍성한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구요. 

 

▲ 영남대학교 박물관의 「남한산성 고지도」를 기초로 재편집한 남한산성 지도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주로 이순신 장군의 시점에서 서술되었던 『칼의 노래』와 달리 인조, 김상헌, 최명길 뿐 아니라 김류, 이성구, 서날쇠, 정명수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점이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특별한 감정을 이입하지 않은 듯 담담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책에서 읽었던 각 인물들에 대한 선입견이 깨어지고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야 했던 각자의 비극적 상황이 사실감 있게 다가오더군요. 특히 인조에 대한 부분은, 그간 무능하고 비겁한 왕, 자격 없는 왕이라고 욕했던 게 미안할 정도였구요.

  희한한 건, 각 인물들의 행동과 말을 무뚝뚝하다 싶을 정도로 건조하게 써내려감에도 이상하게 그 속마음이 오히려 더 선명하고 생생하게 느껴졌다는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단순하면서도 복합적인 미묘한 감정의 울림, 그게 바로 작가의 필력이자 매력이며 위대함이겠죠?

 

YES마니아 : 로얄 h******e 2020.10.24.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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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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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은 역사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서 만들어진 소설이다. 그 시절 청에 대한 일련의 대응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고,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모순 관계의 상황을 그려낸다. 동명의 작품으로 영화까지 나온 이야기, 그 내면을 살펴본다면 답답함과 더불어 안타까움과 민생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어느 한 생명 소중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을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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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성은 역사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서 만들어진 소설이다. 그 시절 청에 대한 일련의 대응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고,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모순 관계의 상황을 그려낸다. 동명의 작품으로 영화까지 나온 이야기, 그 내면을 살펴본다면 답답함과 더불어 안타까움과 민생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어느 한 생명 소중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이야기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다가옴을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은 아련함을 만들어낸다. 등장인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자리와 행동은 다르나 삶의 무게는 동일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삶이란 경중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기에 말이다.

 

  언제나 사회의 전환점이 발현되는 시기에는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읽을 줄 알아야 삶을 건사하기 쉽다. 또한 부의 축적이 가능한 자리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지만 그 흐름과 무관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기에 모든 행동과 결정에는 나름대로의 가치가 존재한다.

 

  돌이켜보면 나보다 남을 탓하기 좋아하는 존재가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특별히 나라는 대상에 대입시켜 볼 수 있을 만큼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하는 위대한 사람들은 늘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은 늘 볼 수 있던 주요 세력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서민적인, 그리고 민촌에서 살아오던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결국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발견하게 만들어주는 역사의 격량인 남한산성을 읽어보는 것은 좋은 선택일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d****o 2020.09.06.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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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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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 "남한산성"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책이 아닌 영화로 남한산성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대사들로만 대부분이 이루어진 영화를 그렇게 몰입도 있게본 적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남한산성의 대사는 훌륭했고그 영향은 원적 김훈 저서의 " 남한산성" 책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전쟁이 결말을 대부분이 알고 있는 그 극한의 상황에서싸워야 했던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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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 "남한산성"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책이 아닌 영화로 남한산성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대사들로만 대부분이 이루어진 영화를 그렇게 몰입도 있게

본 적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남한산성의 대사는 훌륭했고

그 영향은 원적 김훈 저서의 " 남한산성" 책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전쟁이 결말을 대부분이 알고 있는 그 극한의 상황에서

싸워야 했던 당시 조선 사대부들의 상황 처지 그 속에서의 내분

갈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처지에 따라 입장이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명에 관한 맹목적인 사대는 처지나 입장을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였음을 드러내고 있다

백성과 국가의 운명은 처지나 입장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y******5 2018.11.2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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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 남한산성을 읽고
"[북클러버] 남한산성을 읽고" 내용보기
거제도 독서모임 북흐북흐가 참여하는 YES24 북클러버 한 작가 깊이 알기로 시작한 김훈 작가님의 책이 벌써 세 번째다. 그리고 마지막. 하얼빈과 연필로 쓰기로 이어졌던 한 작가 깊이 알기는 남한산성으로 마무리 짓게 되었다. 김훈 작가님은 원체 유명한 작가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이 없었다. 북흐북흐에서 한 작가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아마 작가님의 책들은 더 늦게 읽기 시
"[북클러버] 남한산성을 읽고" 내용보기

거제도 독서모임 북흐북흐가 참여하는 YES24 북클러버

한 작가 깊이 알기로 시작한 김훈 작가님의 책이 벌써 세 번째다. 그리고 마지막.

하얼빈과 연필로 쓰기로 이어졌던 한 작가 깊이 알기는 남한산성으로 마무리 짓게 되었다.

김훈 작가님은 원체 유명한 작가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이 없었다.

북흐북흐에서 한 작가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아마 작가님의 책들은 더 늦게 읽기 시작했을테다.

하루라도 빨리 김훈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했다.

꾹꾹 눌러쓴 듯 가볍지 않고 묵직한 작가님의 뜻이 담긴 문장을 읽어가며,

재미있는 이야기꾼, 재미있는 이야기속에 담긴 의미를 묵직하게 건넬 수 있는 작가라 참 좋았다.

그러나 남한산성을 읽으며, 작가님에게 살짝은 아쉬운 부분이 생겼다.

연세가 있으시니 어쩔 수 없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내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정명수의 여자들은 화장이 짙었고, 틀어 올린 머리 아래로 목이 길었다. 수레 위에서 여자들은 깔깔거렸다. 여자들이 길가에 엎드린 백성들을 향애 손을 흔들었다" -개정판 386쪽 -

호된 전쟁의 소용돌이가 끝나고,

청으로 끌렸갔던 많은 백성들의 모진 삶이야 글로 적지 않아도 아리게 아프게 다가온다.

고생고생하고 겨우 돌아온 고향에서 화냥년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살아갔을 여성들의 삶은 더 비참하고 힘들었을텐데....

책 말미 문장을 꼭 청으로 끌려가는 기녀들의 철없는 웃음과 기쁨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는지...아쉬움이 남는다.

내 아쉬움과는 별개로, 남한산성은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이다.

독서모임에서 다른분들이 말한 것처럼,

작가가 꼭 조선시대 인조와 함께 남한산성에 함께 있었던 것 처럼

이야기들이 들숨과 날숨을 쉬며 생생하게 책속에 살아있다.

책을 3월 읽었는데도, 책장을 펼치면 한 겨울 찬바람 쌩쌩 부는 듯 몸도 마음도 참 시렸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의 삶은 고달팠고, 하루하루 먹고 사는게 가장 큰 근심이다.

예나 지금이나 임금과 신하는 백성들의 삶을 그저 말로서만 애달파한다.

청나라 군사들이 백성들을 짓밝아도 그저 성안에서 말의 성을 쌓아올릴 뿐이다.

자욱한 말먼지속에서 백성들의 고난은 그저 뿌옇게 흐리져만 간다.

서날쇠와 이시백.

둘은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작가는 서날쇠라는 인물을 쓸 때 가장 신났다 했는데,

나 또한 이 두 인물의 이야기를 읽을 때 그나마 신이 났다.

김상헌과 최명길.

주화파와 척화파로 대표되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땐 나도 긴장했다.

누구의 길이 옳은 것일까?

지금을 사는 우리는 청나라의 역사를 알고 있기에 쉽게 최명길의 손을 들어줄 수 있지만

그때를 살았던 김상헌과 최명길은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길을 이야기할 뿐이다.

나라와 백성을 사랑했던 둘의 절절하고 애절한 마음이 그저 안타까웠다.

인조.

남한산성에 갇혀 그저 왕의 자리를 지킬뿐이었던 무력하고 힘없는 왕.

나는 그 왕이 참 애달프고 측은했다.

물론 그의 삶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힘없는 나라의 왕이 되어 아무것도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없이

남한산성에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인조의 처지가,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너희들이 이 외로운 산속에서 얇은 옷에 떨고 거친 바에 주리며,

살이 얼어 터지고 발가락이 빠지는 추위에 알몸을 드러낸 채 성을 지키고 있으니,

나는 온몸이 바늘로 찔리듯 아프다.

개정판 221쪽

인조가 진심으로 백성들이 애달파 마음이 아팠는지는 모르겠지만,

남한산성을 읽는 내내 나는,

살이 얼어 터지고 발가락이 빠지는 추위에 성을 지켰던,

성밖에서 삶을 견뎌냈을 애달픈 백성들의 삶이

온몸이 바늘로 찔리듯 아프고 아렸다.

o****n 2023.03.2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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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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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작가님의 책을 최근에야 읽게 되었습니다.소장용으로도 좋고요. 이 가을에 큰 울림이 있는 글을마주하게 되어서 참 행복합니다.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그 시간을 걸어온 사람들의시간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일이 흥미로웠습니다.남한산성은 치욕스러운 역사의 일부지만 그 또한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나은 외교와 관계수립 등을 계획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차 한 잔 마시면서
"남한산성" 내용보기
김훈작가님의 책을 최근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소장용으로도 좋고요. 이 가을에 큰 울림이 있는 글을
마주하게 되어서 참 행복합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그 시간을 걸어온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일이 흥미로웠습니다.
남한산성은 치욕스러운 역사의 일부지만 그 또한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나은 외교와 관계수립 등을
계획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차 한 잔 마시면서 다시 책 읽으러 갑니다.
모두 빛고운 가을 되시기를 바랍니다.
y******4 2020.10.3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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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인가 최명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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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선생님의 책을 좋아한다. 소설이지만, 폭넓은 취재와 깊은 사색과 살아있는 문체가 어울어져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면 굉장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말의 문장이 이토록 간결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 를 연실 외치면 감탄하며 읽는다. 좋은 문장이 많아 밑줄을 긋다보면 한두줄이 아니고. 모르는 단어가 나와 사전을 찾아보면 '이런 단어도 있었네' '참 예쁜 발음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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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선생님의 책을 좋아한다. 소설이지만, 폭넓은 취재와 깊은 사색과 살아있는 문체가 어울어져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면 굉장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말의 문장이 이토록 간결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 를 연실 외치면 감탄하며 읽는다. 좋은 문장이 많아 밑줄을 긋다보면 한두줄이 아니고. 모르는 단어가 나와 사전을 찾아보면 '이런 단어도 있었네' '참 예쁜 발음이다' 등.. 국어공부하는 느낌도 난다. 남한산성은 읽는 내내 김상헌, 최명길, 인조 그리고 김훈작가가 느꼈을 그 답답함을 나도 느꼈다. 강대국 틈에서 나라의 안위를 위해 선택해야했을 그 많은 사안들. 슬프고도 또 슬프고.. 슬펐다. 어느 민족이든, 나라든 슬픔의 역사는 늘 있어왔지만, 남한산성의 경우 명에서 청으로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미리 알고, 어느 정도 전쟁 준비를 강건히 하고, 방비책을 세웠더라면 항복을 하더라도 저렇게 비참하게 하진 않았을 것같다. 남한산성의 내용은 국사시간에 배운 병자호란이 전부이지만, 작가로부터 살아난 생생한 현장감이 아직도 여운을 남긴다. 김상헌인가 최명길인가.. 누구나 김상헌의 말이 옳다 이상적이다 말을 하겠지만, 결국 선택은 최명길로 향하였을 것을. 이것이 현실인 것.

YES마니아 : 골드 y*****s 2018.12.26.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