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때 교과서를 통해, 언어영역 문항 지문을 통해 접했던 소설들은 한결같이 지루했다. 해학적인 문체, 위트, 유머 등등이 느껴진다는 해설을 읽으면서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 답을 벗어나는 상상을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물론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해석해볼 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복종이 좋다는 한용운 님의 시를 남녀간의 사랑으로 해석하는 학생을 끌어안을 정도까지 너그럽지 못한지라. 그랬기에 그 시절 모든 문학은 공감하는 것이 아닌 암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나라나 교과서가 재미없기는 매한가지인건지. ‘교과서가 죽인 책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 표지를 보았을 때 나는 모든 이들을 규격화, 표준화하는 하나의 기제로서의 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일지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획일성이 중시되는 것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그리고 나는 기대했었다. 외국의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과 실제 문학 작품간의 비교라도 해주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하지만 왠걸. 오히려 이 책은 일종의 인물 백과 사전과도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로부터 시작해서 현대의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과 그들의 저서에 대한 일종의 개론서, 소개서였던 것이다. 역시나, ‘교과서가 죽인 책들’이라는 제목은 우리나라 언어로 번역되면서 붙은 제목이었고, 원제는 ‘Books that changed the world’였던 것이다. 흑흑. 난 속았던 것이었다. 비록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저자인 Robert Bingham Downs 의 능력은 탁월했노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평생을 도서관의 발전에 바친 인물답게, 그는 다방면에 걸친 다양한 인물들의 공적을 짧은 분량 속에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그것도 난해하지 않게. 한 인물이 사회에 한 전체적인 공헌에 대해 개략적으로 이야기를 한 후, 그 인물의 생애에 대해 다루고, 특정 저서가 어떠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한편의 역사서였다. 무엇보다도 각 인물들이 살았던 시대에 따라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음으로 인하여 순서대로 읽는 과정 속에서 저절로 서구 문화의 발달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는 여느 역사 교과서보다도 훌륭했다. 지금까지 접해본 어떤 역사 과목 교과서도 이보다 더 명쾌하게 눈에 들어오진 않았었던 것이다. 과거 수능을 볼 때 수탐II 에서 ‘세계사’를 선택과목으로 선택했을 정도로 역사를 사랑했던 나였지만, 그런 나에게도 국사, 세계사 교과서는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에 불과했다. 너무도 광범위한 내용을 압축해서 한 권의 책에 수록해서인지 교과서에는 흐름이라고 하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외국어 수업이 과다하게 많은 학교를 다녔는지라(‘국사’라는 과목을 한 학기에 다 끝내버리는 무지막지한 학교였다.-_-), 그런 빈약(?)한 교과서만큼이나 빈약한 역사 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수능 문항을 푸는 것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지만, 단순 암기로 얼룩진 역사 의식이 수능 고사장을 나서는 그 순간에 백지로 돌변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서양 못지 않게 우리의 역사 속에도 많은 인물들이 존재했고, 그들이 남긴 저서들은 우리 사회를 적지 않게 변화시켜왔다. 인물들을 통해 보는 우리나라의 역사도 나름대로 흥미롭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문학 작품에 대한 교과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해석을 책으로 출판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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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밌는 책을 읽었다.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성서부터 레이첼 카슨의 책까지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며 많은 영향을 준 저작자와 그 책의 내용 그리고 시대상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로왔고, 서양사를 쭉 훑어본 듯 하여 재미있었다. 오래전에 읽은 책들도 있지만, 귀로 들었던 책이 대부분이고, 들어보지 못한 저작물도 꽤 있었다. 책 저자의 약간 치우친 사고 방식과 많은 부분을 깊게 파고 들지 못한것(이 책에서 바랄 수는 없는 거 같고) 이 아쉽지만, 이 모든 책들의 영향이 지금도 계속된다고 생각하니 책이란 살아있는 기록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동양사에서 이런 책들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2004/12/13 e- 한 시대와 사회의 주도적 이데올로기와 사상은 지배 계급의 것이다. 이것을 부정하고 보편적 진리를 발견하여 한 시대를 그리고 인류사를 진보시킨 거인들의 지적/실천적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 나 자신, 이 시대 진리를 탐구하는 진보주의자인가? -2005/01/05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