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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누이는 위대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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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들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친근하고 부드러우며 자연스럽습니다. 건반의 소박한 울림은 어딘가 아스라한, 마치 추억 속을 더듬는 듯한 기분을 안겨줍니다. 어린 시절, 곡명도 모르는 아름다운 선율들이 때때로 흘러나오던 옆집, 그리고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피아노를 잘 친다던 그 집 누나... 이것은 소위 거장성이 말해주는 위대한 카리스마나 혀를 내두르게 하는 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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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들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친근하고 부드러우며 자연스럽습니다. 건반의 소박한 울림은 어딘가 아스라한, 마치 추억 속을 더듬는 듯한 기분을 안겨줍니다. 어린 시절, 곡명도 모르는 아름다운 선율들이 때때로 흘러나오던 옆집, 그리고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피아노를 잘 친다던 그 집 누나... 이것은 소위 거장성이 말해주는 위대한 카리스마나 혀를 내두르게 하는 독창적인 천재성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의 명연주입니다. 아마추어리즘을 연상케 하는 소박하고 똘망똘망한 터치는 "영혼을 뒤흔드는" 위대한 연주들 속에서 주어진 소중한 휴식처럼 느껴집니다. 장혜원은 기본을 확실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명연주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입니다. 절제된 페달 사용, 약간 낮은 음량 (음량이 낮은 하프시코드가 원래 악기니만큼 이 특성이 중요합니다), 장식적인 도드라짐을 최대한 억제하는 수수한 완급조절...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정석을 중요시하는 모범적인 아마추어와 같은 순수함이 묻어 나옵니다. 그렇게, 느린 악장에서 배어나오는 울림은, 아름답다기보다는 곱다, 라고 표현해야 할 것입니다. 매니큐어보다는 봉숭아 물들이고, 분 바르지 않아도 발그스레한 볼을 가졌던 추억 속의 누군가가 떠오릅니다. 그 추억 속의 누군가가 기억 속에서 잊혀질 때쯤 함께 잊혀졌던 순수한 연주. 어떤 분께서 이 음반을 언급하시며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 라는 싯구를 가져온 것은 더없이 적절한 인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언젠가부터 클래식 음악의 팬임을 자처하던 순간에는 미처 기억해내지 못했던,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고운 숨결의 연주. 누이는 그렇게 돌아온 것입니다. 물론... 이 음반에 불만은 있습니다. 초기 낙소스 녹음이 그렇듯이 관현악 파트의 해상도 (특히 관악기) 가 좀 떨어지고, 저음부의 빈약한 톤 역시 실망스럽습니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기량도 탁월한 피아노에 비해서는 평범한 편이구요.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편이지만 편차가 좀 있어서 간혹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때가 있습니다. 특히 vol.2의 BWV 1057번 1악장에서의 리코더 파트는 유달리 갑갑한 녹음과 밋밋한 연주라는 악재가 만나서 신경이 쓰이기까지 합니다. 이후에 낙소스에서 나온 쾰른 챔버의 바흐 관현악 시리즈에 비하면 오케스트라의 수준과 녹음 기술의 내공에 차이가 있지요 (뭐 세월탓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독주 피아노를 감싸주고 틔워주는 면이 좋아서 쓸만한 정도의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녹음의 경우도, 피아노의 톤은 괜찮게 잡아내 주었구요. 결국, 객관성이란 면에서는 좀 뭣합니다만, 그래도 연주는 별 다섯 (네, 최고라는 뜻) 주겠습니다. 무엇보다 관건은 연주를 들은 후의 느낌일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가슴 속에 남은 알싸한 기운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별 다섯에 충분했습니다. 아마도 그 기운이란, 대단하단 말을 연발하게 되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참 곱다는 말을 쓰게 해 준 연주를 만나게 되어 느낀 반가움과 행복이었겠지요. ^^ Fortune
s*****d 2004.03.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