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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 일이라고는 전화를 걸어 묻어둔 과거를 다시 상기시켜준 것 뿐이었다. 과거의 죄는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지지도, 옅어지지도 않았다. 꾹 참고 흘려보낸 세월속에서 잠자코있다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살아나 주인공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죄란 그런 것 일까. 소설은 힘이 있다. 어림짐작으로조차 잘 그려지지 않던 그 시절로, 나는 틈틈히 책을 펼치는것만으로 쉽게 갈수 있었으니까. 전쟁이니 부역이니 인민이니 그런것들을 잘 모르더라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무섬증과 한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안에서 누군가는 인정했고, 누군가는 끝내고자 했다. 과거의 죄를 불러오면서도 그토록 차갑고도 냉정했던 전화 속 그가 죄를 끝내고자 하면서도 또다른 죄는 짓지않겠노라 말하던 예상치못한 솔직함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