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 / 실비아 마르틴 지음 안혜영 옮김 마로니에북스 刊
“콜라주 기법이 유화를 대체했듯이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다.” 백남준이 섬뜩하고 기이하고 끔찍하고 그로테스크한 것을 한데 모아 놓고는 비디오 아트란다 바야흐로 비주얼시대다 물론 보여주는 것의 개념이지만. 그래도 멀쩡한 피아노를 때 난해하다. 어쩌면 싸이코거나 독특한 정신 세계를 향유하는 질병적 현상을 여과없이 요즘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다양한 비디오성 단말기들이 지천이다. 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발칸 바로크' 는 살을 갓 발라낸 소뼈를 쌓아놓고 그위에 앉 비디오 아트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어리둥절한 예술들이다. 이 책을 보는내내 작가적 또 한 번 마로니에북스의 베이직 아트 시리즈에 의해 미술적 소양이 길러진 느낌이다. |
‘비디오 아트’, 우리에게는 백남준의 영향으로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하지만 비디오 아트가 뭐지? 하고 물으면 말 그대로 비디오, 즉 텔레비전을 표현 매체로 하는 현대 예술의 한 경향이라고 밖에는 대답할 말이 없다. 하긴 1970년대 전반부터 성행한 이 비디오 아트라는 녀석(?)은 아직까지 특별한 형식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과거 수작업의 시대에는 예술과 기술의 관계가 매우 긴밀했으나, 기계 생산이 발달하면서 예술은 기술로부터 독립해 자율성을 띠게 된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 예술에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시작되면서 20세기 후반 이 시도들은 급진적인 발전을 보이게 된다. 이런 흐름의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비디오 아트이다. 아직까지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은, 첨단 기술과 전위 예술을 결합한 이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가 앞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세계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백남준의 작품들과 비엔날레에서 접했던 몇몇 작가들 외에는 비디오 아트를 실제로 만난 적이 별로 없었던 나에게, 이 책을 읽는 것은 굉장히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백남준을 비롯하여 클라우스 폼 브루흐, 로버트 카엔, 개리 힐, 마리 호 라퐁텐, 마르셀 오덴바흐, 토니 오슬러, 파브리조 플레시, 빌 시먼, 빌 비올라 등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직접 만나기 힘든 작품들을 이렇게 책에서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는 기쁨. 다만 캔버스에 고정된 작품이 아니기에, 비디오 아트의 본질을 평면인 종이가 표현할 수 없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움직이는 전자회화’를 정지된 한 컷으로만 보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실제로 청각과 시각을 동원해서 보게 된다면, 공간에 차 있는 실재감을 느끼면서 작품을 보게 된다면 감동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른다섯 명의 비디오 아티스트들의 대표적인 작품들 중 인상적으로 작 느껴진 품들도 여럿이지만, 그 중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발칸 바로크>가 가장 충격적이고 슬펐고 오래 여운이 남는다. 살을 갓 발라낸 1500개의 소뼈들을 산처럼 쌓아 놓고 그 피투성이의 뼈더미 사이에 흰옷을 입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앉아 있다. 뒤쪽의 대형 영사기가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 그녀는 4일 6시간동안 뼈 하나하나를 의식을 치르듯 씻어내며 유고슬라비아의 민요를 불렀다고 한다. 구 유고슬라비아 사태, 코소보와 크로아티아의 ‘인종 청소’에 대한 애도를 담았다는 <발칸 바로크>, 마치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애통한 제의(祭儀)처럼 느껴지는 그 사진을 보며 숙연해졌다. 비디오 아트라는 예술의 최첨단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많은 작가들이 자신들만의 색깔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비디오 아트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 책 덕분에 앞으로 비디오 아트에 대해 더욱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서 비디오 아트 관련 책들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알게 되면 보인다는 말은 정말 맞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백남준의 작품들도 다시 만나러 가봐야지.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비디오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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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회나 그림과 관련된 책은 더러 접하곤 했지만, 비디오 아트를 따로 다룬 책은 처음이었다. 고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 이후 비디오 아트라는 것에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해 한 번 정도 전문적인 책을 읽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싶었다. 미술적 능력이나 창의력 뿐 아니라 더불어 기술적인 요소가 더해져야 가능할것 같은 비디오 아트는 기계치인 내게는 더 근사한 예술세계의 모습으로 다가왔고, 가끔 작품을 접할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호기심과 함께 궁금증이 생기곤 했다.
그동안 미술관련서적을 많이 출간했던 '마로니에 북스' 출판사답게 그동안 타 출판사나 미술관련 서적을 검색하면서도 잘 접하지 못했던 비디오아트만을 따로 다룬 책을 낸 것은 반가운 일이다. 현대 미술서 등을 접하면서 그 중에 작은 지면으로 접하던 비디오 아트는 몇 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접할 때와는 달리 '비디오 아트'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답게 '움직이는 영상' 이라는 제목의 꽤 많은 지면을 활용해 비디오 아트의 전문적인 지식을 1960년대 부터 최근까지 시대별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때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잘 모르던 비디오 아트의 발전 과정이나 기술적인 내용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소중한 내용을 담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
기계적인 영상을 다루는 부분과 퍼포먼스를 합친 작가들의 충격적인 작품들이나 생소한 작품등도 많아서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고, 그동안 잘 접하지 못했던 비디오 아트 작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과, 다양한 시도로 작품세계를 열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부분의 비디오 아트의 이론을 읽고 나면 비디오 아트분야의 전문 작가와 대표적인 작품들을 한 지면씩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첫 번째 작가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의 <발칸 바로크> 라는 작품부터 섬뜩하면서 흥미를 끈다. 살을 갓 발라낸 1500개의 소뼈를 산처럼 쌓아 놓고 그위에 작가가 직접 앉아있고 뒷쪽의 영사기에 작가의 부모와 작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냥 작품만 접했다면 도저히 이해하기 불가능 했을 것 같은 작품이었지만, 그녀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설을 읽어가면서 조금이나마 그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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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트> 작가들은 대부분 생소했고, 그저 우리나라 고 '백남준' 선생님 정도만 알 수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천천히 한 작품씩 감상하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조금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표지 뒷면의 "콜라주 기법이 유화를 대체했듯이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다." 라는 '백남준' 선생님의 글은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작품세계가 새로워지는 비디오 아트의 세계를 알 수 있는 근본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책 속에 나온 모든 작품이나 작가정신을 제대로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실험정신과 예술세계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과학적 발달이 ,또 다른 문화적 발달과 다른 영역을 만들어 낼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비디오 아트라는 분야를 통해 알 수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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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중매체의 발명으로 인해 경계가 분명해진 구조를 가진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인쇄되고 전자화된 이미지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문화적 진화의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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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내가 만난 두번째 TASCHEN 시리즈이다. 첫번째로 페르난도 보테로를 만났고 두번째로 이렇게 비디오 아트를 만나게 됬다. 비디오 아트, 우리에겐 '백남준'의 영향으로 매우 가깝게 느껴지는 예술 중 하나이다. 다들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것이다. 형형색이 빛나는 작은 TV들이 여러가지 형상으로 쌓아져 있는것을. 사실 수 많은 예술의 종류중에서 무엇보다 현재의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와있는것은 바로 비디오 아트일것이다.
"4, 3, 2, 1. 발사! 4는 사랑의 순간들, 3은 삶의 단계들, 2는 흑과 백, 1은 흑백과 컬러, 영화와 비디오, TV의 삶, 히틀러와 시몬 베유, 스필버그와 고다르를 위해!" -BY 마크레키
우선 비디오 아트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비디오아트를 정의하기는 힘들다. 기껏해야 말하자면 '비디오를 이용한 예술'정도? 왜냐하면 비디오 아트는 아직까지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디오 아트란것은 무한히 표현되고 표현할 수 있다. 자, 그럼 비디오 아트의 대표적인 인물과 작품속으로 들어가보자.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발칸 바로크>
가장 머릿속에 깊게 남은, 섬뜩하면서 슬픈 그런 작품이었다. 천 오백개의 소 뼈위 그녀는 구 유고슬라비아의 민요를 계속 부르며 뼈들을 닦아내고 있다. 그녀 위로 영사기로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고향은 구 유고슬라비아. 다들 알다시피 유고슬라비아의 그 슬픈 비극을 이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르셀 오덴바흐 <아프리카에 대한 생각> , 올라델레 아지보예 밤그보예 <귀로>
이 두작품의 공통점은? 이 두 작품 모두 아프리카(흑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들은 렌즈를 통해 무엇보다 진실 된 세계를 보았다. 그렇기에 그 진실된 세상을 그들은 잡아내려 노력하고 노력해 아프리카를 표현했다.
비디오 아트! 수 많은, 때로는 짧은, 때로는 긴 그런 영상들로 작가들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비디오 아트에 대해 도저히 나는 말로 말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 역시 예술은 '눈'으로 보아야만 한다. 혹시 과천대공원에 갈 일이 생긴다면, 그 근처에 갈 일이 생긴다면 먼저 놀이기구를 타러가지 말고 그 근처의 '국립현대미술관'에 가면 백남준의 작품을 볼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당신은 '느낄것이다.' 비디오 아트가 무엇인지.
백남준 <글로벌 그루브> - "이것은 당신이 세상의 모든 텔레비전 체널을 바꿀 수 있을 때 언뜻 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의 일부이며, 텔레비전 가이드는 맨해튼의 전화번호부만큼이나 두껍다." |
정보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등 다양한 영상기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시대가 되었다. 예술과 삶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했을 때 문학이나 미술 등 여타의 예술과 달리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디지털 기기를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경우에 따라 누구나 비디오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비디오 아트에서 표현된 영상들을 보면 꼭 사람의 마음이나 사람이 꾸는 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형상을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밀하고 엄격한 기술에 의해 생산된 기계가 만들어낸 영상이 사람의 무의식이나 무형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사회적 혼란, 인식의 확장,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시간의 연결고리, 정치적 메시지, 개인적인 추억, 갈등, 사랑, 기쁨, 슬픔 등 비디오 아트가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형태로 담아내거나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비디오 장비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예술 표현의 방식의 가능성도 함께 발전해 온 비디오 아트는 21세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예술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기술문명의 발전이 인간에게 위기가 아닌 인류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할 있도록 도와주는 유익한 도구라는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1960년 중후반부터 확립된 비디오 아트의 개략적인 소개와 함께 비디오 아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백남준 작가를 포함하여 다양하고 심오한 사상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표현한, 동서양과 대륙의 한계를 뛰어넘는 35명의 멋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는 오랜 생각끝에 겨우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위예술가인 고 백남준 씨가 떠오를뿐 다른 이름이 떠오르는 예술가가 없을만큼 내게는 참으로 생소한 분야다. 그렇다고 내가 비엔날레 같은 것을 자주 보러다니는 예술적인 감각도 없다. 그래서 그만큼 무지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상식을 늘리려고 집어든 책이 마로니에북스에서 타첸 베이직아트 시리즈로 발간된 『비디오 아트』다.
책은 1960년대 처음 시도되었던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 운동을 시작으로 비디오 아트가 현대까지 오면서 어떻게 변해 왔는지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술과 영상에 따라 변천해온 과정, 인간의 몸과 퍼포먼스가 도입되어온 과정, 그리고 여성의 이미지와 배경의 변천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를 조명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35가지의 여러 예술가의 대표적인 작품을 통해 이들에 대한 정보와 작품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고 작품의 몇 장면을 사진을 통해 나열해 놓았다.
솔직히 상식을 늘리려고 책을 끝까지 다 읽었지만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가 본래 움직이는 영상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인데 대부분이 전위예술의 차원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예술가 자신이 등장인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일부의 작품에서는 관객이 작품과 동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작품의 상영시간도 5분도 안되는 짧은 작품이 있는가하면 며칠씩이나 걸리는 긴 작품도 있고, 화면 역시 한 화면에서부터 수많은 TV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책은 내가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이를테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전위예술가 백남준 씨가 독일에서 처음에는 전위예술이 아닌 작곡을 공부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을 인터넷에서 찾아 직접 감상 해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 혹시 비엔날레가 열리면 한번쯤 찾아가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해 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어려웠지만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책 뒤표지에 나오는 백남준의 다음과 같은 말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는 것을 느낀다.
"콜라주 기법이 유화를 대체했듯이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다." |
예술은 일상의 일부분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예술은 진실이 아니다. - 빌 비올라 이번에 읽은 책은 TASCHEN의 Basic Art Series의 [비디오 아트]다. 빌 비올라의 말이 진실은 아닐지라도 비디오 아트에서 일상은 중요한 테마이다. [비디오 아트]는 비디오 아트의 역사와 함께 백남준을 비롯하여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캔디스 브라이츠, 낸 후버 등 35인의 비디오 아티스트들의 대표작을 다룬 책이다. 표지 그림인 브르스 나우만의 「인류학/사회학」, 백남준의 「글로벌 그루브」, 피필로티 리스트의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야」가 실려 있다. 화가들은 자신이 경험한 혹은 상상한 세상을 그리며 많은 화가들은 자화상을 그렸다. 그러나 그림에 실재하는 자신은 없다. 화가는 그림을 그렸을 당시 그림 밖에서만 실재했다. 그림을 좋아하며 가끔 미술관을 찾기도 한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는 나는 관람자이다. 어떤 그림은 족집게 점쟁이처럼 내 마음을 그대로 그려 나를 놀라게 하고 어떤 그림 앞에선 발을 뗄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그림의 관람자일 뿐이다. 비디오 아트는 비디오라는 매체를 매개로 한 예술이다. 피빌로티 리스트는 자신이 만든 대부분의 비디오에서 직접 연기했고 아브라모비치에게 있어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은 그녀의 중요한 예술 행위였다. 아티스트는 카메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기록하지만 동시에 비디오 속 연기자이고 현실의 행위 예술가이다. 관람객 또한 감상자이자 비디오 속 연기자가 된다. 회화가 ‘정지된 영상’이라면 비디오 아트는 ‘움직이는 영상’이다. 관람객은 시각을 통해 그림을 본다. 촉각을 통해 그림을 볼 수 있지만 전시된 그림의 대부분은 보호 문제로 촉각을 통해 그림을 감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비디오의 특징은 움직이는 영상과 더불어 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하나의 감각을 이용하는 것보단 여러 감각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공부의 관점에서 눈으로 책을 읽는 것보단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쓰면서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비디오 아트는 관객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개입과 감상이 가능하게 한다. 나는 예술과 다큐멘터리, 픽션, 사실 사이에서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작업을 하고 싶다. - 기트 빌레센 화가는 경험과 상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리는 일이 가능하지만 현실의 미술관이라는 장소에 있는 관람객은 오직 과거만 볼 뿐이다. 에이라-리사 아틸라는 다양한 삶에 처한 사람들의 정체성의 문제를 탐색했고 올라델레 아지보예 밤그보예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기원과 자아상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현실의 공간 자체가 예술의 공간이 된다. 비디오의 세상에선 다양한 공간의 확장이 가능하다. 비디오 아트에선 사실과 허구, 내면과 외면, 내부와 외부, 아티스트와 관람객, 과거와 현재, 개인과 사회라는 경계가 사라진다. 비디오 아트를 많이 보지 못했고 책으로 만난 비디오 아트는 정지된 화면이라 와 닿지가 않았다. 비디오 아트는 여전히 내겐 어려운 분야지만 기술의 진보와 함께 변화할, 자유롭게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그래서 관람객과 소통할 비디오 아트의 미래는 궁금해졌다. |
1940년대 잭슨 폴록이 공업용 페인트를 흩뜨리는 기법을 통해 회화에 대한 퍼포먼스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존 케이지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뚜껑을 닫음으로써 악기를 이용하지 않는 소리와 소음들을 음악으로 만들었다. 일상과 예술을 통합하는 시도였다. 이들은 예술에 대한 기존 관념을 무너뜨렸다.
오늘날 예술에 대한 기존 관념을 무너뜨리는 데 비디오 아트만한 전위가 없을 것이다. 1960년대 기술 발전에 힘입어 비디오 아트가 탄생했다. 도전적인 예술가들이 새로운 기술을 실험했고, 그것이 예술적 표현에 적합한지 도전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 다양한 예술 언어로 자신을 표현했다.
선구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콜라주 기법이 유화를 대체했듯, 브라운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오늘날 예술의 최전선은 비디오 아트다.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비디오 아트>는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개괄하고 여러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이 책은 앞부분에 비디오 아트의 지난 역사를 간략하게 실어 지난 과정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어서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업을 소개한다.
비디오 아트는 다채롭게 갈래가 뻗어나가고 있다. 다라 번바움은 미디어 시대에 여성의 지위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위해 비디오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다. 작가는 여성의 몸을 정형화된 역할 모델과 행동 패턴에 대해 언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디오 아트를 사용한다.
이 책에는 퍼포머로 유명한 아브라모비치의 <발칸 바로크>도 소개되어 있다. 코소보와 크로아티아의 '인종 청소'에 대한 애도를 담은 작품이다. 그녀는 사람 높이보다 더 높이 쌓인 피투성이의 뼈들 위에 않아 있다. 하나하나의 뼈를 의식을 치르듯 씻어내는 민요를 부른다. 마치 희생자를 위로하는 굿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애통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백남준, 클라우스 폼 브루흐, 로버트 카엔, 개리 힐, 마리 호 라퐁텐, 마르셀 오덴바흐, 토니 오슬러, 파브리조 플레시, 빌 시먼, 빌 비올라 등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접하기 힘든 것들이다. 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하겠다.
비디오 아트는 시간에 기반한 예술이다. 지면에 정지시킬 때 한계가 생긴다. 이 책의 아쉬움이 그것이다. 움직이는 비디오 아트에서 정지된 한 컷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컷이 더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럼에도 예술의 최전선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재미를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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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트’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백남준’을 꼽을 것이다. 나 역시 10여 년 전 대전의 한 미술관에서 백남준의 <거북선>을 보고 그 위용과 색다름에 눈을 못 떼었던 기억이 있다. 비디오가 디지털 세대인 우리에게 친숙한 매체인 것처럼, 비디오 아트는 우리 시대에 즐겨야 할 중요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고흐, 고갱 등이 매우 훌륭한 우리의 예술적 자산이지만, 비디오 아트는 현재 진행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아갈 예술사조의 한 방향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디오 아트’라는 말을 듣고 ‘백남준의 거북선’ 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편협한 지식을 채우기 위해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 <비디오 아트>에서는 내가 책을 읽기 전 기대했던 것과 같이 비디오 아트의 역사와 그 특징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비디오 아트라는 분야에 큰 발자국을 남긴 예술가들과 그 작품들을 큼직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그동안 접해 왔던 고전적인 작품들처럼 아름다운 모습 보다는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작품들이 많아 책을 읽는 내내 괴로웠던 것은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비디오 아트를 비디오로 접하지 않고 책으로 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을까. 간이 콩 알만 한 나에게는 호기심 해결과 동시에 공포를 안겨 주었지만, 동시대에 발전 중인 예술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짚어 볼 수 있어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