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그 인생은 화려해지고도 하고 궁핍해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전은 2차적이다. 독자들은 이를 읽음으로써 (작가의 관점을 거친) 한 사람의 일생을 접하게 되니 말이다. 그 관점이 옳은지 그른지에 상관없이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은 즐거움을 동반한다. 일종의 호기심이라고 할까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삶은 흥미롭다. 그녀는 오늘날 가장 많은 영향력을 지닌 페미니스트 중 한 사람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여성으로서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역할 모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녀는 큰 힘이 되어준다. 1930년대 태생의, 여성에게는 전업 주부 이외의 삶이 거의 허락되지 않은 시절 그녀는 태어났다. 어쩌면 그녀는 여성이었기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혼자서는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존재였다. 거의 모든 여성 교육은 남성의 시각에서 조율되었다. 어떠한 학교를 졸업했으며 전공이 무엇이었는지 따위는 여성의 삶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그저 여성에게는 결혼만이 존재했다. 일정한 나이가 이르면 당연히 결혼해 한 남자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살아야만 하는 존재. 그 시대는 모든 여성은 남성의 존재를 통해 완벽해지던 시대였다. 여성에게는 자신의 성과 출산에 대한 통제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를 이미 열을 낳았고 심각한 당뇨 합병증을 앓고 있을지라도 남편이 원한다면 출산을 해야만 하는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결혼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꼭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결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녀는 반쪽짜리 인생을 살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그녀가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을 재정의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감정이었다. 꿈 많던 자신의 어머니가 결혼제도에 의해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실패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그녀는 너무 이른 나이에 성인이 되어야만 했으니 말이다. 그녀의 선택은 그녀의 삶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열정을 맘껏 분출할 수 있는 자유가 그녀에겐 존재했으며, 그 역동성의 중심에는 페미니즘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부터 페미니스트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기자로서 냉철한 판단력과 객관적인 문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녀는 여성이기 보다는 남성이어야만 했다. 같은 글이어도 작성한 이가 남성인가 여성인가에 따라 그 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그녀의 글은 여성이 작성한 것이었기 때문에 객관성을 인정받기 힘들었다. 그녀는 기자이기 보단 여성이었다. 그녀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는 종종 성적인 대상으로 그려졌다. 그녀가 어떠한 기사를 썼고, 어떠한 정치적인 발언을 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어떠한 옷을 어떻게 입었고 어떠한 포즈를 취했는지, 주변에 어떠한 남성들이 있었는지가 주목받았다. 이와 같은 현실은 그녀를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바로잡아야 할 것이 많은 사회였기에 그녀는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분주함은 모호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지금도 완벽하다 할 수 없지만 그 당시로서는 막 형성되고 있던 흐름, 그 중심에 그녀는 위치하고 있었다. 없는 물결을 창출해내는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여성은 독립적인 화두일 수 없는 시대였다. 모든 진보 운동이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그려지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를 살면서 그녀는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건강 문제가 그녀를 괴롭혔다. 끊임없는 자금난도 그녀를 압박해 들어왔다. 그녀에겐 변화가 필요했다. 이상만큼이나 현실도 중요하다는 사실에 그녀는 눈을 떠야만 했다. ...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삶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녀의 인생은 그녀가 선택한 것이며, 우리의 인생은 결국 우리가 선택한 것들로 이루어질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사회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믿음,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향해 묵묵히 걸어나갈 수 있는 용기를 나는 그녀의 삶을 통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