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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긴 했지만 언제인지도,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옛날 영화가 떠오른다. 임진왜란때 왜군과 싸우던 사명대사가 지팡이를 흔들자 번개가 번쩍하면서 내리치는 모습이 나왔다. '우리편 이겨라'는 생각만으로 혼쭐이 나는 왜군을 보고 속으로 흐뭇했다. 나이가 들어 머리가 굵어진 이제는 그런 억지스런 모습이 마냥 우습기만 하다. 그 영화 감독은 그렇게라도 해서 왜군을 물리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존 부어맨 감독이 1981년에 만든 <엑스칼리버 Excalibur>를 다시 보면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잉글랜드 사람들은 제 나라를 하나로 만든 사내를 높이 쳐주고 싶은데, 그냥은 안 되니까 하늘이 준 칼을 지어내서 아더왕을 높이려 하는가 싶다.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로 보면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한강을 두고 다투던 시절인 6세기쯤의 일이므로, 이제의 잣대로만 볼 일도 아니지만, 남의 나라 귀신 싸나락 까먹는 이야기에 침을 흘리며 볼 것도 아니다.
영화 속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처음에는 잘 짜인 이야기 덕분에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뒤로 갈수록 느슨해져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2. 첫째는 아더왕의 아버지 울터(가브리엘 번)의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울터'라 부르지만, 대본이나 다른 자료에는 '유더' '우더'(Uther Pendragon)로 나온다. 싸움밖에 몰랐던 사내라 땅을 더 많이 빼앗으려 콘웰 공작(코린 레드그레이브)과 싸운다.
그러다가 마법사 멀린(니콜 윌리엄슨)의 말에 따라 못에서 엑스칼리버를 얻은 울터가 콘웰과 사이좋게 지내려 다짐을 하고 콘웰의 성에서 잔치를 벌인다.
그런데 콘웰의 아내인 이그레인(카트린 부어맨)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달라진다. 울터가 눈이 돌아간 탓에 속마음을 내뱉는다. "저 계집을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어..."
사내들의 삶은 술과 계집, 노름이 끼어들면 달라진다고 하던가. 사내들이 칼로 세상을 다스리던 때라 하지만, 남의 아내를 빼앗아 잘 될 수가 있을까? 멀린의 도움으로 울터가 억지로 이그레인과 살을 섞기는 했지만, 뒷감당이 어렵다. 아들 아더가 태어났으나 제 곁에 두질 못한다. "내 아기를 돌려줘요..." 하며 소리치는 이그레인의 애닯은 목소리만 남는다.
3. 스무 해가 지나 아더(나이젤 테리)는 모븐네에서 길러져 이제 어엿한 사내가 되었다. 울터가 죽어가면서 돌에 꼽아놓은 엑스칼리버는 임자를 못찾았다. 내노라 하는 기사들이 나섰지만 아무도 뽑지 못했다.
그걸 아더가 뽑아낸다. 힘도 들이지 않고. 믿기지가 않은 사람들이 시키는 바람에 아더가 다시 제 자리에 꽂아놓는다. 이제 다른 이가 뽑아본다. 뽑힐 리가 없다.
"돌에서 칼을 뽑는 이가 잉글랜드 임금이 될 것이오" 했던 마법사 멀린의 말에 따르면, 아더밖에 뽑을 사람이 없는 셈이다.
시골 무지렁이가 엑스칼리버를 뽑았다 해도 기사들이 그냥 임금으로 따라주지는 않는다.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표를 거쳐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보다 많이 배웠고 돈과 힘이 있었던 사람들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저 운이 좋아 되었을 뿐, 그를 마음으로 따르지 않았다. 일마다 딴지를 걸고 토를 달았다.
아더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칼만 뽑은 게 아니라 싸움도 잘 한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아더가 임금 노릇을 하고 기네비어(체리 런기)와 혼인을 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4. 마무리는 아더왕도 사람이어서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 기네비어가 칼싸움 잘 하는 랜슬롯(니콜라스 클레이)과 바람이 나고, 배다른 누나인 모가나(헬렌 미렌)는 마법으로 속여 아더와 살을 섞고는 모드레드(로버트 에디)를 낳는다. 이 모드레드는 아더의 조카이자 아들인데도 아더와 칼을 겨누고 임금 자리를 놓고 싸운다.
아더가 늙어감에 따라 잉글랜드는 먹고 살기가 어려워져 백성들은 굶주린다. 백성들이 잘 살도록 하려면 다스리는 이들이 고루 나눠 주고 어려움을 풀어주면 될텐데, 엉뚱하게도 예수가 마지막으로 포도술을 따라 마셨던 잔을 찾아야 된다며 온 나라로 사람들을 보낸다.
우리나라도 피리를 불면 쳐들어온 나쁜 놈들이 다 물러간다는 '만파식적'이란 피리 이야기가 내려오지만, 이런 것에 기대는 일은 사람이 할 일은 안 하고 좋은 열매를 바라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5. 어찌 보면 한이 많은 아더왕의 삶을 140분짜리 영화에 담은 것으로 봐줄 수도 있다. 토마스 말로리의 책 <아더왕의 죽음 Le Morte d'Arthur / the death of Arthur>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여서,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겠지만, 아쉬운 대목이 더러 있다.
어째 잉글랜드에서는 떳떳하게 낳은 아들이 제 구실을 못하고 엇길로 태어난 사내들이 설치는지... 아버지 울터왕이 남의 아내와 잠자리를 해서 낳은 아들이 아더왕이고, 아더왕이 제 배다른 누이와 살을 섞어 만든 아들이 모드레드라니...
아더왕처럼 마법사의 도움이나 엑스칼리버 같은 좋은 칼이 없어도, 김유신 장군과 수많은 화랑들을 잘 이끌어 나라를 하나로 만든 신라의 문무왕이 더 뛰어나 보인다. 먼 나라는 사이좋게 지내고 가까운 나라는 쳐들어간다는 전략으로, 멀리 있는 당나라의 힘은 빌리고 가까이 있어 다투던 백제와 고구려는 쳐들어가고...
아내인 기네비어와 랜슬롯이 바람을 필 것으로 일찍부터 마법사 멀린이 알려준 탓에 아더왕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건,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다. 뒤에 오는 일을 갖고 앞의 일을 재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바람 피우는 일을 알게 되면서 겪는 괴로움만 나타내는 게 오히려 맞지 않을까.
6. 영화를 잘 찍었다. 어떤 장면도 눈에 뚜렷이 와닿도록 찍어 빛깔이 좋다. 울터왕의 무리들이 싸울 때 추운 숲에서 찍은 탓에 말의 입과 코에서 입김과 콧김이 뿜어져 나올 때나, 이그레인을 빼앗으려 울터왕의 무리들이 돌을 쏘아대며 콘웰의 성을 쳐들어가는 모습 따위나, 배우들이 입고 나온 옷이나 갑옷만 봐도 눈이 즐겁다. 기네비어가 걸친 금빛 옷은 아름답기 짝이 없다.
나한테는 콘웰의 성에서 이그레인이 가락에 맞춰 돌아다니며 온몸을 움직여 춤을 추는 모습이 어떤 영화에서도 그렇게 박진감 넘치는 춤을 추기가 어려울 듯해서 마음에 남는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이그레인은 홀딱 다 벗고 있는데 울터왕은 갑옷을 입고 살을 섞는 일이다. 사내와 계집이 잠자리를 같이 하는데 어째 혼자 벗고 할 수가 있는지... 또 이그레인으로 제 딸이 나왔는데 가슴을 드러내고 알몸을 보여주어야 아버지인 감독의 마음에 차는지...
서른 해나 지난 영화라지만, 디브이디는 좋다. 화면이나 소리는 아주 깔끔하다. 보너스로 감독이 영화를 보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와 예고편이 있어 괜찮으나, 배우와 감독의 소개는 글로 되어 있고 그나마 영어로 되어 있으며 감독 것만 나온다. 그래도 6,500원이면 이런 쪽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사는 게 남는 장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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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왕의 전설에 기초한 영화는 한 두편이 아니다. 멜 페러의 아더왕과 로버트 테일러의 랜슬롯으로 유명한 '원탁의 기사', 숀 코네리와 리처드 기어의 '카멜롯의 전설',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마술의 검'...(내가 가장 최근에 본 건 샘 닐의 '멀린'이었는데, 이건 TV용 영화였고 아더왕보다는 멀린에게 초점을 맞춘 거였으니 빼야할까?) 그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존 부어맨의 '엑스칼리버'를 꼽겠다. 당시에는 비교적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배우들이 나왔지만, 지금 살펴보면 모르가나가 헬렌 미렌이었고, 아더의 아버지인 우더왕이 가브리엘 번, 심지어 거웨인 역으로는 그야말로 풋풋한 - 지금같은 중후함은 찾아볼 수 없는 방정맞은(^^) - 리암 니슨까지 나온다. 이 영화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옛날영화'다운 연출과 대사처리로 이루어져있지만, 그런 연극적인 대사와 과장된 연출이 오히려 고대 신화의 전설적인 미학을 더욱 생생하게 살려놓는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같다. 앵글로색슨족의 전설을 토대로 한 말로리경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이면서 영화 전반에 걸쳐 서구 문명의 오랜 상징들이 곳곳을 채우고 있기에, 볼 때마다 숨겨져있던 의미와 상징을 새로이 발견하고 감탄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엑스칼리버를 바위에서 뽑아냄으로써 왕이 되었으되 그를 왕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무리들로 인해 전쟁에 뛰어들게 된 아더왕이 결정적 순간에 자신의 권위인 엑스칼리버를 자신의 반대자에게 내어주고 인증을 요구하는 장면은 고대 신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현대에는 멸종해버린 감동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에 가까운 위험한 관용은 보통사람과는 차원을 달리했던 고대의 영웅에게서나 가능했던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영화의 가치에 비해 DVD 구성이 빈약하고, 케이스도 품격이 떨어지며, 자막 번역도 오해의 소지가 제법 있다는 것. 스페셜 피쳐의 코멘터리가 존 부어맨 감독 것밖에 없고, 제작진에 대한 소개도 존 부어맨 감독말고는 자세한 내용이 없으며 그 외엔 예고편 하나만 들어있다. 할인 행사 전에 DVD를 샀는데 지금 봐도 할인가가 딱 맞겠다 싶을 정도로 내용 구성과 케이스가 빈티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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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재미있게 좠던 영화로 기억되는군요,,, 마법이 나오는 중세시대의 판타지물이었는데 배우들은 뭐 유명한 사람이 별로 없었던걸로,,,, 이타이틀이 dvd로 나와 상당히 기쁩니다... 할인행사로 풀려ㅡㅡ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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