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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크로즈-배들의 무덤, 치타공의 철까마귀
거대한 폐선들의 무덤, 치타공. 방글라데시 남부의 항구도시 치타공에는 거대한 선박 해체장과 맨손으로 배를 부수는 사람들, 이른바 '철의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맨몸으로 높이 25미터, 길이 3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쇳동이를 부수고, 자르고 녹여낸다. 갯벌 위에 유령처럼 서 있는 수많은 폐선박들, 코를 찌르는 기름 끓는 냄새와 연기와 폐기물로 뒤덮인 작업장.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은 가파르게 솟은 철판에 위태로이 붙어 해체 작업을 한다. 그들의 쩍쩍 갈라진 맨발과 쇠줄을 끌고 다녀 어깨에 깊이 팬 상처들... 그들은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이곳에서 일을 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언제 가스통이 폭발할지 모르는 곳, 언제 쇳조각이 떨어져내릴지 모르는 곳, 언제 철판에 발목이 잘려나갈지도 모르는 '산 자들의 무덤' 치타공에서.
땀과 기름이 뒤섞이고, 살과 쇠가 부딪히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치타공에서 쓸모 없어진 대형 선박을 해체하는 작업은 노동자들에게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최대한의 투쟁이요, 운명을 향한 목숨 건 저항이었다! 폐유도 맨손으로 모아 깡통에 넣고, 석면도 맨 손으로 수거하는 사람들, 이들 중 20여 명의 노동자가 매년 목숨을 잃는다. 하루 1~2달러를 벌기 위해 온몸을 내던져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만 그들은 선하게 웃는다. 이 일은 신이 자신들에게 내려준 선물이라며. 이것이 없었다면 굶어죽었을 것이라며. 가슴이 찡해진다.
러픽, 벨랄, 악달, 알람, 모닐... 늘그막에 아들을 얻은 사람, 수줍은 미소로 장가 갔다고 고백하는 사람, 심장이 약한 아이를 저세상으로 떠나 보낸 사람, 동생이나 가족을 데려와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일할 나이가 안 되었기에 관리자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일하는 어린 소년들... 그들의 삶이 철사로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철까마귀들과 오버랩되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이겨내는 노동자들의 신성한 노동이 숭고해진다.
한국 영화 최초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아이언 크로즈>를 그래픽노블로 재구성한 작품. 작가의 겸손한 시선이 잘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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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를 받고 신나서 뜯었다. 그런데 표지의 그림이 무슨 그림인지,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처음 두 페이지의 영화 감독과, 이 책을 쓰고 그린이의 글만 읽었는데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인지 울컥해서 책을 다시 덮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 다시 책을 열 수 있었고, 그 후에는 쉬지 않고 끝까지 다 읽었다. 흑색의 펜으로만 그려져 있어서 더 진지하게 읽을 수 있다. 아무 색채가 없는 것도 그들의 삶인 것 같아서. 그림의 어조는 담담한 따뜻함, 혹은 따뜻한 담담함.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 덕분에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읽은 후에 서로의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는 다리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방학, 아이 손 잡고 서점에 가서 사주기 좋은책! 아이는 그림책이라서 좋고, 엄마아빠는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책이라 좋고^^ 영상이 아니고 그림이기에, 그림이면서도 영상같기에 다큐멘터리를 내 속도로 볼 수 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음미할 수 있고, 장면에 대한 상상의 범주가 더 크다. 이것이 그래픽노블로 아이언 크로즈를 담은 큰 장점이다. 이 책은 서평을 쓰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뭔가의 무게를 이기고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아주 예전에 방글라데시가 행복도가 높은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방글라데시의 '누구'를 대상으로 '어디에' 사는 사람에게 설문 조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울컥하고 마음이 저렸던 건 아빠가 생각나서였다. 러픽 일화에서 러픽의 말 중에 "그들이 여기서 번 돈으로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밥을 먹지. 그들 모두 치타공을 '외국'이라고 불러. 외국에 돈 벌러 가잖아? 똑같은 거야. 그들에겐 치타공이 외국이지..."라는 부분에서 정말로 외국에 가서 외화를 벌어와야 했던 우리의 세대들이 생각났고, 그 세대를 살았던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는 아들이 많은 집의 둘째로 태어나 배고픈 것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했다. 학교는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결혼해서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임신한 아내를 두고 사우디 아라비아로 떠났다. 너무 덥고 더운 그 나라에 아빠는 건설 근로자로 갔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 자란 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아이가 나다. 나는 공항에서 아빠를 보고 낯설어서 엄청 울었다고 한다. 지금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희생을 선뜻 하려고 할까? 이 책의 다른 중심 인물인 벨랄도 "처음에는 힘들었죠. 지금은 좋아요. 돈 벌어서 고향 집에도 보내고..." 라고 말한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가족을 위해서, 가족을 먹이기 위해서 힘들었지만 견뎌냈던걸까. 벨랄도 초등학교 4학년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의 정확한 학력을 모른다. 어릴 때는 부모 학력 조사 칸에 엄마가 알려준 대로 고졸이라고 적었지만 더 자라서 아빠와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두 분 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칠 수 없는 상황이셨다는 걸 알게 됐다. 아빠는 기와 공장에서, 엄마는 쌀 가마니를 꼬아서 만드는 일을 어릴 때부터 하셨다. 내가 나의 꿈에 대해 고민하던 때, 아빠에게 어릴 때 꿈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본 적이 있다. "꿈? 꿈 꿀 여유가 있었나. 배 곯지 않기에 바빴지"라는 말에 할 말을 잃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거의 아빠를 볼 수 있었다. 8시간 일하면 8시간 위험한 곳. 그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배고프지 않기 위해, 나도, 그리고 가족도. 벨랄이 고향에 가서 타지에서 일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타향살이가 평화가 없어. 간 사람들도 다 후회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앞의 인터뷰에서는 돈 벌어서 고향에 보낼 수 있어 좋다고 했지만 벨랄의 마음은 외롭고, 평화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이런 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왔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말하다 보니 그의 속마음이 이렇게 언뜻 비춰진 것 같다.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함. 이 안에서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누굴 위해서 이렇게 사는 걸까? 러픽은 셋째 아들을 낳고 이렇게 말한다. "자식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 아이들이 내 인생의 희망이야." "하지만 내 자식은 달라. 내 자식의 운명은 다를 거야.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거야." 한 세대의 노동이 다음 세대의 노동을 덜어주기 위해서 이뤄진다. 다음 세대는 그걸 알까?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 알기가 어렵다. 그냥 그 혜택으로 살아간다. 정말 묘하게 상징적으로 작업장에서 까마귀이 철사를 물고 모아서 둥지를 만든다. 사람들이 힘든 무게와 위험을 감수하고 일해 가족을 먹이는 것처럼. 그리고 그 안에 알을 낳는다. 사람들이 자식을 낳고 기르며 더 나은 삶을 선물하려고 소망하는 것처럼.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부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아이를 먹이고, 기른다. 사이클론이 닥친 어느 날, 치타공에 좌초된 선박 한 척. 운명적으로 그 때를 시작으로 선박해체소로 변한 마을. 신의 선물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지만 제대로 된 안전 장치가 없어 한 해에 20명의 노동자들이 사고로 죽어가는 곳.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자 보물인 곳. 삶에 폐선박이 찾아왔기에 그것을 통해 보금자리를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의 각 나라는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를 품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과거를 다른 나라에서, 우리의 미래를 다른 나라의 모습을 통해 다시 보고, 미리 볼 수 있다. 다시 보기에는 기억하기 싫고, 아찔한 기억일지라도 무거운 마음으로, 그리고 덤덤한 마음으로 다시 바라본다. 그래서 그 노동자들은 생판 남이 아니라 나의 부모 세대이고, 이웃이 된다. 마냥 관망하기에는 걱정이 되는 사람이 된다. 이 곳에서 일하는 어린 아이들. 배고프지 않아서 좋다고 말한다. 엘 세 살 아이 에끌라믈이 "여기서 일도 하고 돈도 벌고... 그 돈으로 고향에 있는 가족이 또 먹고 살잖아요. 그게 제 행복이에요. 돈 세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세요?" 라고 말한다.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한 곳에 행복이 있을까?' 지금까지 추상적으로 해 왔던 생각들이 내 안에서 실제적인 질문들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배고픈 고통을 모른다. 없어서 못 먹는 고통을 모른다. 나는 나를 부양한 기간도 짧고, 다른 사람을 부양해 본 적도 없다. 저 아이의 무게를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무게를 모른다고 해서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한 노동의 세대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밖에는 없을까? 노동의 아픔을 모르는 세대가 오기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을까? 그리고 '노동'이라는 것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 여전히 살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주변에 상가와 원룸 공사를 정말 많이 하고 있다. 새벽에 산책을 하면서 이미 이른 시각에 일을 시작한 그들을 보며, 아빠를 봤고, 치타공의 노동자들이 생각나 마음이 시큰거렸다. 부디 안전하세요. 부디 안전하세요. 치타공의 오늘을, 우리의 어제를 볼 수 있는 책, 아이언 크로즈. 기억할 수 있기를. 그래서 나의 삶이, 당신의 삶이 조금 더 다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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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크로즈 (2017년 초판) 원작 - 박봉남 그림 - 김예신 출판사 - 서해문집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35p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강철의 인간들 씻을수 없이 저주처럼 되풀이 되는 가난....항상 농담처럼 지인들에게 하던 말인 '죽지 못해 산다' 라는 말이 정말로 진실이 되어 있는곳...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남동쪽 외곽 치타공에는 수명이 다한 배들의 무덤이 있다. 어릴적 봤었던 호숫가 코끼리들의 무덤 처럼, 유조선이나 화물선 같이 웅장하고 거대한 폐선들이 줄지어 뼈대를 드러내고 있는곳...이곳에서 하루종일 목숨들 내놓고 일하여 일당 1달러를 받고 살아가는 강철의 노동자들을 그린 그래픽 노블 [아이언 크로즈]이다. 이 작품은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박봉남'감독의 다큐 [아이언 크로즈] 를 '김예신'일러스트레이터를 통해 그래픽 노블로 옮긴 작품이다. 다큐를 보진 못했지만, 스크린톤을 최대한 배제하고 펜선의 농담만으로 역동적인 노동의 현장을 재현해낸 그림 만으로도 실제 현장을 보는듯한 현장성을 주는듯 했다. 폐선의 고철부터 선박 내의 생필품 까지 모든 것을 재활용하여 방글라데시의 산업과 생활의 대부분을 이 폐선철거로 충당 한다고 하니 이 사업이 국가에서 얼머나 중요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것 이고, 결국 고용주만 배불리고 노동자는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죽을때까지 착취 당하는 구조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타공 배들의 무덤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에겐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이고 고향의 식구들에게 생활비를 대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장이라고 한다. 노인부터 12살 아동까지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폐선 해체에 뛰어든 노동자들은 강철의 노동자 답게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 강도와 끊임없이 목숨을 위협하는 사고의 위험을 떠안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웃으며 이겨낸다. 이 작품을 통해 본 노동자들은 너무나 순박하고 착하지만, 태어날때부터 저주의 굴레처럼 이어져온 가난은 그들에겐 씻을 수 없는 낙인이고 이 낙인을 지우기 위해 희망을 가져 보지만 결국엔 침혹한 현실에 무릎을 꿇는다....
작품의 한 에피소드 인데, 80만원을 모아 고향으로 내려가 아내와 아기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게 꿈이라는 21살 노동자 벨랄은 2박 3일을 꼬박 이동해야 갈 수 있는 고향에서 자신의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기뻐 하지만, 이내 산모의 영양실조로 아기 두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오열한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목숨을 위협하는 현장에서 고철을 절단하며 하루하루 버티지만, 결국 아기는 약한 심장 때문에 1년만에 사망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그렇게 웃음기가 사라져 버린 벨랄의 모습은 강철의 노동자 전부를 대변하는것 같아 슬프고 괴롭게 느껴졌다....작품은 에피소드 사이사이 실제 취제한 실사 사진이 함께 첨부되 있는데, 대부분의 이들이 사진을 향해 웃고 있지만 웃음 뒤에 짙게 드리워진 그늘은 가난과 함께 이어져 있는것 같아 안타까웠다... 방글라데시의 행복 만족도 지수가 전세계 1위라고 한다....척박한 환경에서도 알라신을 믿는 순박한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가족을 위해 희망을 잃지 않고 강철의 심장을 두드리며 일할 것이다. 소년들은 강철 와이어를 메고 수백미터의 뻘밭을 가로지르고, 수십미터의 선박 외벽을 안전끈도 없이 오르내릴 것이며, 절삭공은 유증기의 폭발 위험을 안고 강철을 자를 것이고, 발목이 잘릴 위험을 안고 선박의 철판을 이동할 것이다..... '기억하라, 이름 없는 이들이었으되 최고의 노동자였다고....'
작품속 벨랄의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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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크로즈-배들의 무덤, 치타공의 철까마귀
![]()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맨몸으로 높이 25미터, 길이 3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쇳덩이를 박봉남 김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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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 최초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중편부문 대상 수상작인 <Iron Crows(철까마귀)>를 그래픽노블로 각색한 작품이다. 최근 이렇게 다큐나 애니 등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그래픽노블로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반가운 일이다. 영상은 흘러가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지만 책은 보고 싶은 장면이나 문장을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독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그래픽노블을 읽으면서 그림보다 사진 한 장에 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보다 더한 것은 책 속에 담긴 이야기와 가슴 아픈 사연들이다.
치타공. 처음에는 이 단어가 지명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방글라데시의 바닷가란 것도 전혀 몰랐다. 직업의 한 종류로 착각했다. 하지만 이곳은 1965년 강력한 사이클론이 한 선박을 해안에 좌초시키면서 전 세계 선박해체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한다. 하루 일당 1 달러의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재활용 산업이다. 여기에 철광석이 전혀 매장되어 있지 않은 방글라데시의 철강 산업이 의존하고 있고, 거대한 선박에서 나온 수많은 폐기물들은 입찰을 거친 후 재활용업자들에게 팔려나간다. 가난이 만들어낸 완벽한 재활용이란 표현이 딱 맞다.
선박 해체 작업은 아주 위험하다. 제대로 갖추어진 장비도 없고, 안전장치도 허술하다. 절단공의 작업은 조금만 방심을 해도 불의 위협에 빠질 수 있다. 절단 후 떨어지는 철근에 깔리거나, 자른 철을 올기는 과정에서 끊어진 철끈에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 이 다큐멘터리 촬영 중에서 최소 두 번의 큰 사고 위험이 있었다. 한 번은 조종사의 순발력 덕을 본 것이고, 다른 한 번은 운이 좋았다 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 운이라는 것이 언제나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치타공의 해변은 언제나 괴담처럼 사고에 대한 소문들이 떠돌아다닌다. 화재로 인해 일곱 명이 죽었다는 것 같은.
결코 좋은 소문이 나지 않는 이 치타공의 해체 공장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인맥과 인맥을 통해 그들은 공장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노동 현장을 찍고, 해체 과정을 들여다본다. 이들은 대부분 북부의 못사는 지역에서 왔다. 러픽이 치타공을 ‘외국’이라고 부른다. 외국에 돈 벌러 가는 것과 똑같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열한 살 소년이 이곳이 좋다고 할 때, 겨우 1달러 옷을 산 것에 너무 많은 돈을 쓴 것이 아니냐고 할 때 이들의 빈곤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가난과 굶주림보다는 이 힘든 노동이 오히려 낫다.
어린 노동자들 고용에 대한 여러 NGO 단체 등의 문제 제기는 원론적으로 옳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반드시 이 선박해체소에서 노동을 해야만 하는 게 현실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이 원론이 옳지 않다. 선박해체산업이 완벽한 재활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린피스 등의 반대는 무력해진다. 가끔 나 자신도 이런 원론적 올바름에 매몰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삶도 죽음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란 표현에서 이 노동자들의 노동이 주는 의미가 갑자기 무게를 더한다. 무거운 와이어를 어깨에 지고 바다가 걸어오는 이들의 사진이 얼마나 강렬했던가.
가난은 슬프다. 그러나 아무리 척박한 곳이라도 버티고 살아가야 한다. 하나의 희망을 조용히 가슴에 품고 말이다. “하지만 내 자식은 달라. 내 자식의 운명은 다를 거야.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야.” 같은 희망이다. 우리의 부모 세대가 늘 말하는 바이기도 하다. 감독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그들의 육체를 말한다. 노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근육, 어깨에 깊게 팬 상처들, 검게 이글거리는 피부, 경이로운 육체라고. 그리고 이 육체야 말로 한 시대를 만들어냈던 빛나는 노동이었고, 이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아쉽게도 그래픽노블에서 이 육체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읽으면서 몇 번이나 가슴을 뒤흔드는 사연을 만났고, 울컥했다. 이 다큐가 나온 지 거의 10년이 되었는데 치타공은 어떻게 변했을까? 많은 상념들이 머릿속을 오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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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언 크로즈, Iron Crows. 철까마귀가 무슨 뜻일까 싶었다. 책 몇 장을 넘기고 알 수 있었다. 그곳에 철사 조각들을 옮겨서 둥지를 트는 까마귀처럼, 거대한 고철 덩어리 배를 해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언 크로즈라는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2009년에 방영되었다.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도 받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치타공이라고 하는 방글라데시 남쪽의 가난한 동네에서 촬영했다. 치타공은 배들의 무덤이었다. 20년 이상 노후한 선박들은 보험에 들려고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배들은 일종의 고물상과 같은 치타공의 선박해체소에 팔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체해서 재활용된다.
아이언 크로즈는 치타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실제로 그들의 삶을 그렸다. 그래픽노블로 그들의 삶의 주름을 그리고 있다. 거대한 배를 해체하는 작업은 엄청난 힘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은 놀라운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위험하다. 하지만 일해야만 한다. 그래야 가족들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당 1-2달러. 방글라데시에서 비교적 많은 일당을 주는 이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어린아이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를 다닐 나이인 아이. 그래서 아동노동을 반대하는 단체들에서 이런 실태를 고발했다. 14살 미만의 아이들의 노동은 그곳 법으로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곳으로 간다. 왜냐하면, 너무 가난한 그 아이들의 고향에서는 밥을 먹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고향에서는 굶어죽는다. 그래서 노동 현장으로 가는 것이 그들의 생존 방법이다.
이 책은 전체가 흑백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취재노트만 그들의 참 모습을 컬러 사진으로 보여줄 뿐이다. 검은 까마귀처럼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검다. 차라리 그들의 피부만 검으면 좋으련만, 그들의 삶도 검게 보인다. 물론 그곳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거대한 고철 덩어리 배가 신의 축복이다. 하지만 그들의 아이들도 다시 그곳으로 오게 될지 모른다. 자식들은 그곳에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들의 자식들도 다시 그곳으로 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철사를 옮겨 둥지를 튼 까마귀들처럼, 그곳의 사람들은 고철더미를 옮겨 그들의 집을 만든다.
이 책은 마치 단독인터뷰를 하는 뉴스 화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그린 것이 보인다. 그들 한명 한명이 거대한 짐들을 지고 살아간다. 그들의 삶의 무게일까. 어떤 사람들은 그 삶의 무게를 지고, 소망을 가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저 그 무게를 지는 것으로 끝나기도 한다.
거대한 고철더미를 짊어지느라, 어금니를 꽉 문채 가는 사람들. 치타공에는 배들의 무덤이 있다. 그리고 그 무덤에서 삶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