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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화가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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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나 예뻐서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앞표지는 페르메이르가 그린 <골목길>을 아치형 틀에 담아서 저 문을 통해 플랑드르의 골목길로 빨려들게 만든다. 책에서는 '플랑드르' 대신에 '플란데런'으로 쓰고 있는데 이는 저자가 지명이나 인명을 네덜란드어 발음으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화가의 이름도 익숙하게 써온 브뤼겔이 아니라 브뤼헐, 베르메르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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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너무나 예뻐서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앞표지는 페르메이르가 그린 <골목길>을 아치형 틀에 담아서 저 문을 통해 플랑드르의 골목길로 빨려들게 만든다. 책에서는 '플랑드르' 대신에 '플란데런'으로 쓰고 있는데 이는 저자가 지명이나 인명을 네덜란드어 발음으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화가의 이름도 익숙하게 써온 브뤼겔이 아니라 브뤼헐, 베르메르가 아니라 페르메이르로 써서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 들지만 정확한 현지발음을 알게 된 것은 나름의 소득이다. 뒷표지를 보면 화가를 시대순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림보다 화가, 화가보다 그가 살았던 도시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가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네덜란드에 머물고 있는 덕분일 것이다. 이 책의 강점은 여행자, 그 중에서도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각 도시별로 미술관이나 화가의 집에 만들어진 박물관을  찾아가기 쉽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화가가 그림으로 남겼던 풍경이나 즐겨가던 장소들을 연결해 만든, 화가의 이름이 붙은 산책로를 소개하고 있어 걷기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바다 건너편에 있는 영국에 비해 작지만 이들 나라에 굴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시 유럽 최강 스페인과의 80년 전쟁을 견디어낸 강인한 나라답게 미술에서도 독특한 화풍을 이루어냈다. 초기 플란데런 화파는 "천지 만물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형상화하려는 사실주의였다. 관념이 아니라 실제의 세계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38p) 그 발원지가 벨기에의 브뤼허였으며, 판 에이크 형제, 한스 멤링, 판 데르 베이던 등이 속한다. 그 유명한 <아르놀피니 부부 초상화>를 그린 얀 판 에이크는 거울 속에 자신을 그려넣었을 뿐 아니라 화가가 서명을 남기지 않던 시절에 액자에 그림의 주인공이 누가 언제 자신을 그렸다는 말을 기록하게 했다. 그는 서명 대신 'als ich can'이라고 쓰곤 했는데 '내 최선을 다해'라는 뜻이라니 최선을 다해 그림을 완성하고 자신이 그렸다는 흔적을 남길 정도로 자의식이 강한 화가였음을 알 수 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고야와 함께 가장 관심을 끄는 화가인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네덜란드 덴보스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그림이 네덜란드가 아니라 스페인에 더 많이 소장된 이유는 네덜란드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시절 그의 그림이 대거 스페인 궁정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보스와 동시대 인물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에라스무스(http://blog.yes24.com/document/10090556)가 있었는데 그 시대배경을 생각하면 보스가 초현실주의적 그림을 그렸던 파격이 잘 이해되지 않기때문에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학계에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보스의 <쾌락의 정원>이 자유로운 성관계를 종교의식으로 하는  '자유정신 형제자매회'라는 이단 종파에 경도되어 그려졌다는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짐작에 솔깃해질 만큼 보스의 그림은 괴이하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마음을 온통 흔드는 화가는 렘브란트다. 삼인칭으로 담담하게 화가와 그가 지냈던 도시를 소개하던 저자는 렘브란트 편에서 돌연 렘브란트, 사스키아, 티투스, 헨드리케가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어 일인칭의 관점으로 각자의 심정을 토로하게 한다.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교육까지 받았고, 부유한 상속녀와 결혼하고, 화가로서도 일찌감치 성공가도에 접어들었지만 아내의 죽음이후로 허물어져가는 그의 삶을 남의 일 처럼 건조하게 써내려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렘브란트 말년에 암스테르담 시청사를 재건할때 대형벽화를 수주하여 재기의 기회를 잡았지만 그 그림은 거부당해 조각조각 잘려 팔리는 처지가 되었다. 현재 암스테르담 시청에 렘브란트의 벽화가 있었다면 암스테르담 최고의 보물이 됐을 것이다. 클림트가 그린 비엔나 대학벽화가 거부된 것 만큼 안타까운 일이다.

 

   페르메이르를 소개한 이후 200년의 역사를 훌쩍 뛰어넘어 빈센트 반 고흐로 넘어간다. 반 고흐와 페르낭 크노프, 제임스 엔소르는 화풍은 서로 달랐지만 동시대에 브뤼셀 왕립예술학교를 다녔으며 이후 프랑스의 인상파와 마찬가지로 '20인회 연례전'으로 기성화단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작품들을 전시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반 고흐야 워낙 유명한 화가이니 새삼 말하지 않아도 될테지만  엔소르의 삶은 그의 그림만큼이나 기이하다. 해수욕장에서 기념품을 팔던 어머니와 술꾼인 아버지 사이에서 성장했고, 20인회 연례전을 같이 열던 화가들에게도 불쾌감을 주는 그림이라고 배척받아 어머니의 다락방에 얹혀살며 혼자 그림을 그렸다. 그러던 그가  20세기 들어 인정을 받으며 브뤼셀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 되고, 남작작위를 받고, 벨기에 100프랑 지폐의 모델이 되고, 왕처럼 성대한 장례식이 치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20인회 연례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그림을 팔아본 반 고흐가 그 다음해 죽지 않았다면 그도 엔소르처럼 말년의 영화를 누렸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나는 내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음을 느낀다."(261p)고 편지했다고 하니 그가 살아 영광을 받는 것보다 그의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 것이 예술가의 최고성취겠지만 아름다운 예술을 탄생시킨 예술가의 불행한 삶에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d 2017.07.20. 신고 공감 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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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에서 찾아낸 열두 명의 거장들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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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플랑드르(Flandre)지방은 네덜란드어로는 플란데런(Vlaanderen)이라고 부르는데, 시대에 따라서 영역이 바뀌어왔다고 합니다. 보통은 중세 시대 플랑드르백작이 다스리던 프랑스의 북부 노르파드칼레에 속하는 노르 주의 일부, 벨기에의 서부 저지대의 베스트플란데런 주와 오스트플란데런 주 그리고 네덜란드의 남서부 제일란트 주의 남방 일부를 포함하는 백작령을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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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플랑드르(Flandre)지방은 네덜란드어로는 플란데런(Vlaanderen)이라고 부르는데, 시대에 따라서 영역이 바뀌어왔다고 합니다. 보통은 중세 시대 플랑드르백작이 다스리던 프랑스의 북부 노르파드칼레에 속하는 노르 주의 일부, 벨기에의 서부 저지대의 베스트플란데런 주와 오스트플란데런 주 그리고 네덜란드의 남서부 제일란트 주의 남방 일부를 포함하는 백작령을 말한다고 합니다.

근대 유럽 화단에서 걸출한 화가들이 벨기에와 네덜란드 지역에서 활동했다고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플랑드르 화가들>에서 소개한 열두 명의 화가들이 모두 이 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얀 판 에이크, 히에로니무스 보스, 피터르 브뤼헐, 루벤스, 프란스 할스, 렘브란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반 고흐, 페르낭 크노프, 제임스 엔소르, 피트 몬드리안, 르네 마그리트 등 열두 명의 화가들은 그림에 대하여 잘 모르는 저도 대부분 익숙한 이름입니다. 이들은 15세기 초반에 프랑드르화풍의 새지평을 연 얀 판 에이크로부터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르네 마그리트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플랑드르 화가들>를 쓴 금경숙님은 2006년부터 네덜란드 남쪽의 작은 지방도시 루르몬트에 살며 네덜란드는 물론 벨기에 등을 돌아보면서 얻은 것들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열 두명의 화가들의 작품활동은 물론 생애에 관한 이야기들을 그들이 생활했던 장소를 직접 찾아가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생생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요즘 책읽기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맛깔스러운 단어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얀 판 에이크가 활동했다는 마세이크를 마스 강이 크게 돌아가는 물동이 마을이라고 비유한 부분, 누구의 것인지 딱히 집어낼 수 어금지금한 그림들, 향수를 눅여주고 자아낸다는 표현, 성벽 아래를 물길이 굽이감고, 레스토랑 옆 조붓한 골목에 있었다는 등입니다. 예쁜 우리말을 제자리에 꼭 맞게 쓰고 있어서 놀라는 한편, 마음에 새겨두기로 했습니다.

이야기도 다양하게 전개하는데, 책을 통해서 얻은 것으로 보이는 사실이나, 미술가들이 살았다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서 확인한 내용. 화가들의 대표작들을 직접 소개하면서 작품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역시 처음 만나는 표현방식이었습니다만, 렘브란트의 경우는 작가의 설명이 아니라, 렘브란트, 그의 부인 사스키아, 그의 아들 티투스, 그의 후처 헨드리케 등이 교대로 화자로 등장하여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맨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부분을 저자의 목소리로 요약한 것입니다. 갑자기 바뀐 화자 때문에 놀라기도 했지만 얼마나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조금 모호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는데, 하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이 네덜란드 건국의 아버지 빌럼 판 오라녀 공의 소유였는데, 네덜란드가 스페인에 맞서 일어났을 때, 스페인이 알바공을 보내 항쟁을 진압하였고, 이 때 오라녀공의 궁정에 있던 그림이 스페인의 펠리페2세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입니다. 프라도미술관에 걸려있는 소장품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처럼 약탈해온 것은 하나도 없고 스페인 왕가가 사들인 것이라는 데 기인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화가들의 흔적을 뒤쫓기 위한 여행이 잦았던 때문인지 여행에 대한 작가의 감정선이 아주 섬세한편입니다. “여행길에서는, 매일 움켜쥐고 살던 마음이 있던 자리를 더 강렬하고 더 압도적인 감각이 점령해버릴 때가 잦다. 그러도록 마음을 내어주는 의지가 아무 곳에서나 생겨나는 것은 아니고, 서서히 비집고 들어와 어느새 마음을 차지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브뤼허에서는 그런 여행자 모드로의 전환이 단박에 이루어졌다.(30쪽)” 정말 다양한 면에서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책읽기였습니다.

y*****2 2017.12.21.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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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의 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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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경숙이라는 분이 쓴 「플랑드르의 화가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YES24에서 읽을 만한 책 없나 검색하다 구매한 책인데 플랑드르 그리고 화가라는 조합이 단박에 내 시선을 사로 잡았던 것이다. 4년간 살았던 영국 빼고 내가 가장 자주 가본 나라가 ? 물론, 그 대부분이 경유지였을 따름이지만 - 네덜란드였고 또 곁다리로 거쳐간 벨기에였으며 책이 소개하고 있는 미술관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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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경숙이라는 분이 쓴 「플랑드르의 화가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YES24에서 읽을 만한 책 없나 검색하다 구매한 책인데 플랑드르 그리고 화가라는 조합이 단박에 내 시선을 사로 잡았던 것이다. 4년간 살았던 영국 빼고 내가 가장 자주 가본 나라가 ? 물론, 그 대부분이 경유지였을 따름이지만 - 네덜란드였고 또 곁다리로 거쳐간 벨기에였으며 책이 소개하고 있는 미술관들에서, 책이 소개하고 있는 많은 미술 작품들을 직관했으니 책이 내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쯤 읽었나? 오늘 아침 출근길에 책은 레이덴과 렘브란트를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접혔다.

 

사실 나는 책이 소개하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도시들, 그에 얽힌 화가와 미술작품들에 대해 사족에 불과할지라도 어떤 품평을 덧붙일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책 내용을 통하여 유추하건대 네덜란드어 능통자인 것으로 짐작되는 저자를 통해서 우리가 영어식으로, 그조차도 못 되는 콩글리쉬 식으로 읽거나 표기한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지명, 인명 같은 고유명사들이 원어로 어떻게 발음되고 한글로 표기되나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이 책이 상세히 소개하고 있고 나 역시 영국 생활 중 구경가봤던 “플란다스의 개”의 고향, 그 성모성당이 자리잡고 있는 곳을 우리는 늘 앤트워프(Antwerp)로 부르고 표기해왔지만 사실 그곳은 안트베르펜으로 표기해야 올바른 것이 아닌가 새삼 생각했던 것이다. 외국어라는 것이 어린 시절 필승 참고서 표지 그림처럼 ‘노력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생래적 재능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 내 영어실력 지금 단계에서 딱 멈추어 버린 것이 바로 그 때문이리라 - 개인적으로 믿을 뿐 아니라 역시 어디서 주워 들은 풍월에 불과하나 외국어라는 게, 그 언어를 체화한다는 뜻이 아니라 언어를 포함하여 그 문화를 체화해야 완벽해지는 법이라고 한다. 바로 이 점에서 대개는 영문이었을, 우리말로 번역된 다른 책들을 통하여, 기껏해야 영문 위키사전을 통하여 수박 겉 핥듯 알아온 이 책이 소개하는 플랑드르의 도시들, 그곳 태생의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현지에서 보고, 읽고, 듣고, 말하며 생활하는 분을 통하여 접할 수 있는 귀한 기회이기 때문에 이 책이 다루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꼭 읽어볼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다만, 저자의 이름을 달리 표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자분이 쓴 글이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을 만큼 행간에 소위 ‘디테일’이 너무 강렬해서 이 분 책을 또 구매해서 읽을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망설여진다. 호르몬이라는 것이 인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에스트로겐에 취해 어이쿠야, 어질어질할 정도로, 디테일하다.

http://blog.daum.net/oalbatross/

 

 

l******s 2020.09.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