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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편지,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독서후담
"카프카의 편지,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독서후담" 내용보기
https://blog.naver.com/mate3416   일터에서 타는 자전거는 집에 둔 것과 달리 예쁘장한 녀석이다. 민트색 몸체에 바퀴는 앙증맞다. 나무로 얇게 엮은 바구니를 달았다. 기어는 7단. 그냥, 갖고 싶어서 갖은 녀석이랄까.   봄이 왔고, 도서관은 비대면 개관을 했다. 희망도서로 구입신청한 카프카의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자전거를 타고 봄노래를 흥얼
"카프카의 편지,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독서후담" 내용보기

https://blog.naver.com/mate3416

 

 

일터에서 타는 자전거는 집에 둔 것과 달리 예쁘장한 녀석이다.

민트색 몸체에 바퀴는 앙증맞다. 나무로 얇게 엮은 바구니를 달았다. 기어는 7. 그냥, 갖고 싶어서 갖은 녀석이랄까.

 

봄이 왔고, 도서관은 비대면 개관을 했다.

희망도서로 구입신청한 카프카의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자전거를 타고 봄노래를 흥얼거리며 벚꽃비 내리는 길을 따라 도서관으로 갔다.

검은색 하드커버 장정의 커다란 책이 비좁은 문틈으로 등장한다. 맙소사, 차를 가져와야 했어.

예쁘장한 바구니는 휴대폰 하나만을 사뿐히 담았다. 왼손으로는 핸들과 브레이크를 쥐고 오른손으로는 거대한 검은 책을 모시고 다시 바퀴를 굴린다. 봄이었으되 여름이었고, 꽃비였으되 땀방울이었으며, 바구니였으되 핸드폰 케이스였으니...

 

2020417, 독서 어플에 완독기록을 남긴다.

독서기간 4. 10. ~ 4. 17. / 독서분량 1,000/ 정가 35,000/ 서평 별 3.5

 

 

1900년부터 1924년까지 프란츠 카프카가 절친한 벗들과 가족, 출판사, 직장 상사 등에게 쓴 620여 통의 편지들을 솔 출판사에서 카프카 전집의 일곱 번째 책으로 묶었다.

글 쓴 이가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는지 알고 있는 채로 그의 글을 (더욱이 편지글을) 읽는다는 것은 복잡한 심경을 불러온다. 엿본다는 기분, 당신의 끝을 나 홀로 알고 있어 미안하다는 말을 담은.

 

 

얼굴을 맞대지 않은 채 묻고 답하고 털어놓을 수 있는 수단이 편지뿐이었던 당시의 상황을 모르니 뭐라 짐작하기 어렵지만, 620통의 편지글(연인 밀레나에게 쓴 편지는 별도로 엮였다)들을 읽고 있으면 편지가 소통의 수단보다는 의존과 버팀의 그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카프카는 편지에 집중하고 성실했다.

어쩌면 직장생활과 건강상태로 인해 규칙적으로, 몰두하여, 오랜 시간 집필을 할 수 없던 카프카에게 편지는 최소한의 쓰기활동이었기에 그리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편지 내왕은 매우 단순할 수도 있네. 나는 내 편지를 쓰고, 자네는 자네 편지를, 그러면 그것은 이미 답장이요, 판결이며, 위안이며, 절망이지, 하고 싶은 대로. 그것은 같은 칼이지. 그 날카로움에 우리의 목구멍, 불쌍한 비둘기들의 목구멍이, 하나는 여기에서, 하나는 저기에서 잘려나가는 칼. 그러나 그렇게 서서히, 그렇게 도발적으로, 그렇게 유혈을 아껴가며, 그렇게 가슴을 끊어내며, 그렇게 가슴을 끊어내며.” - 막스 브로트에게, 1917. 9. 중순

      

활자를 읽은 것뿐이었던 부분도 많았다.

쉼표 또 쉼표 다시 쉼표로 이어지는 긴 문장, 자기비판과 주장 강한 비유, 건강치 못한 사람이 본인의 안부를 알리는 글의 피로감을 계속해 읽는 것은 독서를 기계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꼭 그러한 대화를 원하는 이와 마주하고 있을 때의 고단함과 유사한 경험.

 

소송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장악 당했던 그 당혹감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 무슨 복장 터지는 이야기란 말인가. 그런데 이거 어째 기시감이 든다. 언젠가 겪어보았던, 아직 아니라면 겪게 될 것만 같은 상황, 주변인, 혼란, 패배 아닌가. 이래서 프란츠 카프카, 이 사람을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실존주의 소설가(예스24)’ 라 하는 것인가, 했던 기억이.

이렇게까지 써야했을까

카프카의 소설을 읽을 때면 엽기적 상황 전개(결연함으로변신을 읽었다)에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이렇게 몇 줄 적는 지금도 그가 남겨둔 상황들이 떠올라 가슴팍이 뻐근해진다.

 

얼마 전 그의 단편 몇 편을 읽었고 이제 편지글들을 읽었다.

이렇게까지 써야만 했던 얼마만큼의 까닭은 자신을 포함하여 인간에 대한 어쩔 수 없었던 그의 애정으로부터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파멸할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묻는 어느 편지를 읽으며 진정 그리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어려웠던 때는 잠들기 전 머리맡 독서등 아래 누워 책을 읽는 시간들이었다. 책을 들어올려 읽다보면 이 거대한 책을 얼굴에 놓칠 것만 같은 불안감과 근육의 경련이 손가락에서 시작하여 팔꿈치를 타고 어깨까지 흘러왔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다시 바로 누워보지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쨌든 그가 남긴 짧은 메모들(이를테면 특히 작약을 돌보고 싶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너무도 부서질 것 같으니까.’와 같은)까지 모두 읽었다. 가끔은 무거워서, 어려워서, 재미없어서 흥미로운 독서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천 쪽에 담긴 그의 말들을 모두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게 되었다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의 소설처럼.

m******6 2020.04.21.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