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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우 화백! 나의 어린 시절 대표적인 만화가였다. 소년조선일보에 연재되던『홍길동』은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신문 중독을 체험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친근한 그의 그림체는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서 당시 정부 홍보물에도 많이 활용되었으니, 그는 국민만화가이자 궁정화가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이다.
그러나 신동우 화백의 작품에 대한 기억은 『날쌘돌이』와 『홍길동』정도였다. 만화방에서에서 그의 작품을 대한 기억은 있으나, 당시 내가 선호하는 작가는 김종래, 박기정, 임창, 강철수 화백이었다. 어린 마음에서였을까? 그의 작품은 어린이나 보는 수준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지금 리뷰를 쓰는 『허진형제복수록』은 물론 『날쌘돌이』마저 나는 읽지 못했다. 그 작품들은 내가 한글을 배우기도 훨씬 전의 앞 세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형들이 그의 작품에 열광했으므로 제목 정도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즉, 내게 있어서 신동우 화백의 작품들은 어린 시절의 친구라기보다는 고향에 살던 이웃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진형제복수록』복간본을 구입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그대로다. 나이가 드니 고향의 모든 것이 그립게 생각되듯이, 어린 시절이 익히 듣던 신동우 화백의 그림자가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128쪽의 단권으로 끝나는 이 작품을 보고 느낀 마음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 작품은 4대(허립장군 - 허만홍 - 허진과 허두 형제)에 걸친 장구한 세월을 다룬 만화이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나 안수길 선생의 『북간도』못지않은 대하소설로 전개할 수도 있는 내용이 아닌가? 그러나 스토리의 구성이 너무 허술하고 당시의 역사나 복식 등에 대한 고증도 전혀 맞지 않는다. 350년 전 조선 시대라고 하는데, 그곳의 지방관은 전국시대의 제후같은 느낌을 준다.
조선시대에 언제 지방 토호끼리 전쟁을 하며 그 지역의 권력을 뺏고 빼앗긴 적이 있었던가? 우리 역사에서 지방의 호족들이 제왕같은 힘을 누리던 시기는 후삼국 시대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조선시대의 지방관리가 그 직위를 세습을 하면서 그 힘을 누린 경우는 없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허립 장군의 후손들이 권력을 이어 받고, 다른 호족과 전쟁을 하기도 한다.
또, 등장인물들의 복식은 대부분 포졸 복장이고…. 또한 얼굴도 개성이 없다. 주인공인 허진과 허두의 차이마저 눈이 크고 작다는 것 외에는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고….
그러나 이 작품은 1959년 작품이다. 당시 인터넷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변변한 참고서도 구하기 힘들던 시절이다. 그 무렵에 이런 작품을 구성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으리라고 본다.
둘째, 역시 그리운 그림이다. 등장인물들의 얼굴과 복장은 내가 상상하던 어린 시절에 보았던 신동우 화백의 작품 그대로다. 날쌘돌이의 모습이고, 홍길동의 얼굴이다. 소나무 한 그루, 초가지붕, 기와지붕, 주변 산천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잠기기도 했다.
왜 많은 국민들이 신동우 화백의 그림을 좋아했는지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고향의 모습, 추억의 그림자가 아니었던가? 내용이야 아무려면 어떤가? 추억 그대로인데…. 어린 시절의 어머니나 누이, 옆집의 순이가 꼭 미인이라서 그리운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 작품을 어린이는 물론 젊은 세대에게 권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들은 이 작품에서 아무런 흥취를 얻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반도 읽지 못하고 책을 던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이가 드신 분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자를 지지했던 세대, 특히 1960년을 전후하여 초등학교를 다니셨던 60대 이상인 분들에게는 그리운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이 말은 정치적인 의미의 언급이 아니다. 학창 시절에 이런 풍문이 돈 적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신동우 화백의 그림을 좋아해서 정부 홍보만화에는 모두 그의 그림이라고…. 이 말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에게는 신동우 화백의 화풍이 너무도 익숙하다. 그분들은 앨범 속의 옛 사진을 보는 듯한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 허진과 허두는 복장이나 얼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어떤 개성이 없다.
허진형제복수록 첫 장면 신동우 화백의 화풍을 그대로 보여주는 친근한 그림체다. 소나무와 까치, 풍경들 모두 그리운 풍경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