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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진] 약동이와 영팔이
"[방영진] 약동이와 영팔이" 내용보기
2012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오늘 구입한 책이라서도 아니고, 만화라 쉽게 읽을 수 있어서도 아니다. 나이가 든 탓일까? 옛 시절이 그립고, 어린 시절의 정이 떠오른 탓이다. 문득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 그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향수가 샘솟아서 이 책을 펴들었다. 224쪽의 익숙한 이야기들! 두어 시간 만에 마지막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1960년대
"[방영진] 약동이와 영팔이" 내용보기

 

2012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오늘 구입한 책이라서도 아니고, 만화라 쉽게 읽을 수 있어서도 아니다. 나이가 든 탓일까? 옛 시절이 그립고, 어린 시절의 정이 떠오른 탓이다. 문득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 그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향수가 샘솟아서 이 책을 펴들었다. 224쪽의 익숙한 이야기들! 두어 시간 만에 마지막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1960년대 초반에 발간 된 이 작품은 김종래 화백의『엄마 찾아 삼만리(1958년)』, 김산호 화백의 『라이파이(1959~1961년)』과 함께 한국 만화의 삼대 보물급 만화로 평가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다. 그러나 나로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엄마 찾아 삼만리』와『라이파이』는 비록 발간 당시는 아니라도 그 이후에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은 표지 정도만 보았을 뿐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 집은 시골에서 유일한 서점이었다. 당시에는 만화도 서점에서 취급했었다. 그러므로 나는 1960년대 전후의 작품들은 거의 만날 수 있는 행운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까지 만화방의 단골이었으므로 나는 1960~1970년대의 만화작품과는 친숙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작품을 읽지 못했을까? 소설이나 만화를 포함해서 나의 독서 취향은 사극 계통이었고, 내가 좋아한 작가는 박기정, 김종래, 임창, 추동성, 강철수 화백 등이었다. 초등학생인 내게 있어서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작품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므로 나는 이 작품을 지금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이 책뿐만이 아니다. 지금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엄희자, 조원기 화백 등의 순정만화들은 아예 펼칠 생각도 안 했었다. 당대의 걸작과 스치면서도 깊게 사귀지 못한 당시의 안목과 책에 대한 편견이 아쉬울 뿐이다. 

 

이 책은 모두 40권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의 표지들은 대부분 눈에 익고 친숙하다. 그러나 바다출판사에서 복간한 이 작품에는 1~4권만 담겨 있다.

 

작품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가깝던 친구만 그리우란 법이 있던가? 친하지는 않았더라도 시공을 함께 했던 인연은 모두 반가운 법이다. 눈에 보이는 장면 장면이 어린 시절에 보던 그 그림체들이다. 등장인물들의 모습이나 행동 역시 우리 시대의 그것 그대로다. 옛 사진첩을 넘기는 마음 그대로였다.

 

주인공인 '약동이'에서 '약'은 '약다'는 뜻이다. 즉, 길동이가 '좋은 아이'라는 뜻이듯이, 약동이가 '약은 아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약다'는 의미에 '똑똑하면서도 이기적인'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지만, 이 작품에서 '약동이'의 캐릭터는 착하고 순진하며, 의지가 강한 아이이다. 다른 친구인 영팔이, 홀쭉이, 뚱뚱이 역시 착한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다. 유일한 여주인공이 약동이의 여동생인 약분이다. 영팔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중2의 여학생이지만, 얼짱과 몸짬을 선호하는 지금 학생들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작품이 재미있는가? 글쎄…. 명랑만화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학생들이 보면 그리 재미있을 것 같지 않고, 그림이 화려하거나 예쁜 것도 아니다. 50~60년대에 학생들은 물론 학창시절을 공유했던 선생님이나 어른들의 친구이자 영웅이었던 얄개전의 주인공인 나두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은 그 책을 보면서 시큰둥하다. 이런 내용이 뭐가 그리 즐겁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얄개전이 재미있고, 이 작품도 그리움을 안고 읽을 수 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우리 세대의 정서를 공유한다는 것이 충분히 즐겁고 아름담기까지 하다.

 

예전에는 단오 때 그네를 뛰거나 설날에 널을 뛰는 여인들의 치맛자락을 보면서 가슴을 설레는 남정네가 많았다던가. 학교에서 남녀 교제를 금하니 여학생을 만나기 위해 성당이나 교회에 가는 남학생들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거리를 오가는 여성의 치마를 보고 가슴 설레는 이가 얼마나 되며, 이성을 만나기 위해 성당이나 교회에 가는 학생들이 어디에 있던가?

 

이런 만화를 보며 즐거워했던 시절 친구의 여동생인 약분이를 생각하며 가슴 설레는 영팔이 같은 학생들이 있던 『영팔이와 약동이』 시대가 그리워진다.

 

y******3 2012.12.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