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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아자님의 선물. 몇 번을 언급해도 감사한 마음^^ 닭털 같은 나날을 헤아리며, 오전에 단번에 읽어내려갔다. 중국소설은 처음인지라, 호기심이 동했고, 대학 때 배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범주에 들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책장을 넘겼다. 일단 대박이다. 재미있다. 중국소설의 재발견이라고 할까? 류진운 작가는 현대 중국 작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한다. 그 정도의 타이틀이야 걸어주기 나름일테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백번 수긍하게 된다. 총 3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
첫번째, 닭털 같은 나날이다. 북경 소시민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 대학을 졸업한 부부의 고단한 일상이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전개된다. 출퇴근, 가정부, 자주 방문하는 고향 사람들, 직장에서의 로비와 줄타기 등 오밀조밀한 실타래처럼 그들의 일상이 드러난다. 사회주의에서 자유시장 경제로 급격히 변모하면서 겪는 혼돈은 그다지 크지 않다. 결국 일상은 내딛고 선 그 땅이 도시든, 시골이든, 한국이든, 중국이든... 치열한 삶의 공간이 되버린다. 닭털 같은 나날에서 문득 흩어진 나날이 떠오른 건 괜한 상상일까? 사랑과 이별 또한 삶 속에 투영된 일상이니까... 보기 드문 수작이다.
두번째, 관리들 만세. 회사 내의 권력 다툼을 묘사한 이 소설은 우리네와는 사뭇 다른 중층구조를 보인다. 공산당이라는 하나의 권력 축 속에 회사(공사)라는 또 하나의 다른 축이 얽혀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단순치 않은 진리를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유경제 체제에 편입되면서도, 여전히 깨뜨리기 힘든 중국의 관료주의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세번째, 르뽀르타쥬 형식의 '1942년을 돌아보다'는 1942~43년 사이에 중국 하남성에서 발생한 대기근을 추적해가는 형식의 소설이다. 한 해 300만명이 굶어죽고, 개가 시체를 물어뜯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고, 부모가 자식을 팔아넘기고... 지옥에서나 있을 듯한 처참한 광경이 펼쳐진다. 그런 와중에도 장개석을 필두로 한 중국 정부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서양의 압력과 일본 제국주의 침략, 내부 공산당의 분열 등이 국민의 대규모 기근보다 선결해야 할 현안이라 여겼던 장개석. 어떤 악랄한 네티즌의 농담처럼 쓰촨성 대지진으로 인한 수만명의 죽음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닭털 같은 나날에 묶인 세 작품은 연작시리즈처럼 묘한 어울림이 있다. 현재 중국의 소시민의 삶, 기업들의 모습, 사회상이 점차 확대되면서 결국엔 인간과 삶의 존엄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랫만에 담담하지만 질곡한, 일상의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을 한 중국의 작가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에게 삶은 닭털 같은 나날일 수도, 흩어진 나날일 수도 있다. 허나 누구나 내일의 희망을 잉태하기에 장밋빛 나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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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인 질문 하나. 어찌 보면 참 생뚱맞은 질문이라고 여겨질 만큼... 실생활과는 참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역사란 1) 과거의 것 혹은 2) 지루하고 따분한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인식 중 또 다른 측면은, 역사는 권력자들이나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위에서도 잠깐 거론했듯이, 대부분의 역사 서술이 왕조 중심인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과연 역사란 이런 것일까요? 왕들이나 특정 영웅들의 이야기, 혹은 지루하고 따분한 과거의 이야기, 단순히 점수 몇 점 올리기 위한 암기 과목, 이것이 역사일까요?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수는 없을까요? 예를 들어 이렇게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나라 역사 중 가장 큰 사건, 혹은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고 한다면 무엇을 꼽으시겠습니까? 물론 이런 저런 답변들이 나오겠지만, 아마 가장 많이 나오는 것 중 하나가 '한국전쟁'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전쟁'과 관련하여 역사를 서술한다면 어떤 식의 접근이 가능할까요? 그런데 이런 식의 역사 이야기를 읽다 보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과연 그렇다면, 이런 역사의 주체는 누구인가, 라는 문제점이죠. 분명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이 있을텐데, 이런 역사 서술에는 그런 일반적인 사람들은 전혀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를 살았고, 그 당시를 호흡했던 평범한 일반 민중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식으로 살아왔는지 등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어쩌면 이것이 기존 역사 서술이 가졌던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닌가 합니다. 역사의 주체는 일반 민중인데, 역사 서술에서는 정작 중요한 민중들은 빠졌다는 거 말이죠.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서... 당시 일반 민중들의 생활상이나 의식 구조 등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데, 바로 류진운의 '닭털같은 나날'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제목을 가진 '닭털같은 나날'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북경에 거주하는 임씨입니다. 임씨는 대학도 나왔고 북경에서 직장 생활도 해서 고향에서는 꽤 성공한 축에 들기는 하지만, 맞벌이 부부인 그들의 일상은 참으로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어떠세요? 자본주의 시장 개방으로 인해 사회주의의 이상들이 사라진 중국 사회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지 않나요? 이것은 현대 중국인의 모습이기도 하거니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사회에서 점점 작아지고 왜소해지는 개인들의 모습말이죠. 왠지 비장감까지 들 정도로 슬프고도 처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슬픔의 나락으로 몰고가기는커녕 한편의 코메디를 보는 것처럼 우습기까지 한 것은 류진운의 글솜씨이기도 하거니와,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발딛고 사는 실제 역사의 한 장면이기도 한 까닭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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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운, 그는 현대 중국 작가들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들어 중국에서 소시민의 일상생활이 예술보다 더 소중하다는 의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는 중국 특유의 불랙 유머와 자조 어린 필치로 개인과 조직과 역사를 뒤돌아보면서 그것 모두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쓰고 있다고 한다. [닭털 같은 나날]속에서 주인공 林과 그의 아내의 모습은 중국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떠나 바로 우리의 모습과 하등 다를 게 없다. 힘들여 사온 두부가 상해서 부부싸움을 하고, 부부싸움을 하면서 과거의 일까지 다 끄집어내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세살난 딸아이의 유아원 이야기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직장 때문에 고민하고 또 풀어나가는 것하며, 아둥바둥 하면서 살아가는 그 모습 속에서 바로 우리 자신을 느낄 수 있다. [관리들 만세]에서 나오는 국장과 부국장 들간의 갈등은 우리의 직장생활 에서 볼수 있는 바로 그 모습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국의 국영기업체와 우리네 조직들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 사이의 갈등과 그 해결 모습이 그리고 후임자 역시 의욕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난후 보니, 그들의 전임자와 똑 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그네들이나 우리들이나 하나도 다를바 없다는 것을 느낀다. 시간도 다르고, 공간도 다르지만 결국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 소시민적인 삶이란 다 같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중국 고전이 아닌 현대소설을 읽으면서 [형제]를 통해 위화를 알고 이번에는 류진운 이란 작가를 알았다.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고 더 많은 중국작가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한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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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가지는 입장은 상당히 극단적입니다. 물론 이 중에는 본인은 극단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외세의 침략과 간섭에, 때로는 직접적인 압제에 시달려온 한국인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대만은 중국이 아니다'론만 해도 중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급진적인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정치적인, 체제적인 이야기를 배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가지는 감상은 '더럽다' '싸다' 등의 관광과 연결된 것이 대부분일 뿐입니다. 우리는 중국인을 '어마어마한 숫자'라고는 인식할지라도 그 개개인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아온 것이죠. 하지만 이웃나라 중국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중국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이 느낀 중국의 근대사는 어떤 것이었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을겁니다. 우리가 중국과 가지는 교류는 국가 단위, 단체 단위의 것 외에도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것도 굉장히 많으니까요.
〔닭털같은 나날〕에는 지극히 평범한 한 쌍의 부부와 그들의 일상이 나옵니다. 야망에 찬 20대의 청년들이 점점 사회에 적응해가는 과정은 어느 나라에서든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도 받게 되지만, 일상과 피로와 소소한 기쁨을 자연스럽게 그려나가는 작가의 필치는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만듭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보는 중국은 마냥 긍정적인 장소도 아니지만 부정적이기만 한 장소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책은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이 한 부부, 한 회사의 고위관리들, 그리고 중국 근대사의 한 장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 지극히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것 외에 조금 더 구체화된 시각이 필요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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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은 어디나 언제나 큰 차이가 없다. 비록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살아가기 때문에 외부로 보여지는 행태는 다소 다를 지라도… 류전원[劉震雲]의 소설인 <닭털 같은 나날[一地鷄毛]>은 우리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맞벌이 부부이며, 베이징[北京]에 사는 소시민인 임(林)과 그의 아내 이(李)의 일상은 베이징[北京]에서의 삶이나 서울에서의 삶이나 큰 차이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임(林)은 상한 두부 한 근과 같은 사소한 문제(?)로 아내와 다투고, 진료를 위해 상경한자신의 초등학교 은사인 두(杜) 선생님을 푸대접하고 쫓아내듯 돌려보낸 것에 대해 괴로워하면서도 사소한 집안일이 떠오르자 그 죄책감을 기억 저편으로 넘겨버리는 소시민이다.
그런 그에게 아이의 유치원 입학문제와 아내의 이직문제는 커다란 난제로 다가왔다. 인맥도, 돈도, 정치력도 없는 그로서는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앞집 ‘인도여자’의 아이도 들어가는 좋은 유아원에 딸아이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다가 좌절하고, 출퇴근버스에 장시간 시달리다 지친 아내의 불평과 이직에 대한 하소연에도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그의 좌절은 뜻밖에 다른 사람에 의해 해소된다. 유아원에 가는 아이의 수행원이 필요했던 이웃 – ‘인도여자’ - 의 배려(?)로 딸아이가 좋은 유아원에 갈 수 있게 되었고, 임(林)이 살고 있는 동네에 사장의 처제가 이사 오는 바람에 직장으로 가는 통근버스가 생겨 아내의 출퇴근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이러한 상황전개에 마치 이등시민이 된 듯한 자괴감에 사로잡힌다.
아내가 울음을 그치자, 그는 이렇게 위로했다. 좋은 유아원에서 남의 ‘수행원’이 되어 공부하는 게, 나쁜 유아원에서 아무렇게나 지내는 것보다 좋은 거야! 남의 처제 덕으로 통근버스를 타는 게, 붐비는 시내버스를 타는 것보다 나은 것처럼 말야! 그날 저녁 아내와 아이가 잠든 뒤, 그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주 어두운 밤에 스스로 자기 따귀를 때렸다. “너는 왜 이렇게 능력이 없냐! 너는 왜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냐구!” 그러나 그는 아내가 깰까 봐 걱정이 돼. 세게 때리지도 못했다. 1) 그래 자존심을 버리면 소시민의 삶은 조금 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학생시절에 지니던 이상을 포기하고, 자존심마저 버리면 그 삶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삶일까.
어느새 자신의 위한 삶을 팽개치고 아이와 가족을 위한 삶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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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털 같은 나날…. 이 소설집의 제목을 접했을 때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얼마나 비참하고 보잘것없는 삶을 묘사했길래 닭털 같다고 했을까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집을 읽고 보니 왜 그런 제목으로 설정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 소설집은 총 3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닭털 같은 나날'은 한 쌍의 부부가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대해 남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정작 자신들의 체면만을 중요시하여 결국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들이 특히 겉으로 보여지는 것을 좋아하고 체면 차리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을 통해서 그런 중국인들의 태도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소설인 '관리들 만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이었는데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들을 묘사하고 있는 것 같고 회사라는 틀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비난하고 깔아뭉개는 관리들의 모습에서 이것이 지금의 현실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비난하는 것 같아서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 외 '1942년을 다시 돌아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를 중요시하여 극심한 기근문제를 도외시하는 중국 정부와 당시 중국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작가의 입장이 각종 취재자료를 통해 전해져서 상당히 독특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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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운 저/김영철 역 | 소나무 | 2004년 02월 | 페이지 307 | 436g | 정가 : 9,500원
중국소설이라면 『허삼관 매혈기』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누군가의 추천글이 있어서 이 책을 충동구매했었는데, 읽어보니 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임林의 집에 두부 한 근이 상했다!'로 시작하는 『닭털 같은 나날』은 개인의 지리멸렬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학을 나오고 북경에서 맞벌 생활을 하는 임씨네 부부는 두부 한근 때문에 속상하고, 물 값을 절약하려고 수도꼭지를 가늘게 틀어 물을 훔치다가 검침원에게 망신당하고(우리집도 전에 이런적이..), 직장을 옮기려고 뇌물을 쓰다가 좌절하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고향사람들 때문에 아내와 갈등이 생기고, 데리고 있는 어린 가정부 때문에 맘 상하고, 결국 그 가정부를 내보내고 아이를 유치원 보내려 노력하다가 결국 보내게 되는데, 그것도 영 뒷끝이 깔끔하지가 않다. 북경과 서울의 삶은 분명 다르지만 뭔가 익숙하다. 자존심이나 체면보다 순간순간 살아가는게 중요할까? 그래서 오랜만에 뵌 은사님의 병실에도 찾아뵙지 못하고 부고 편지를 받고 마음이 영 그렇다. 사는데 뭐가 중요한 것일까? 정말 삶은 닭잡고 흐트러진 닭털 같은 것일까?
역사를 뒤돌아보는 『1942년을 돌아보다』는 소설인지, 다큐인지 아리송하다. 1942년 류진운의 고향인 하남성에서 300만명이 굶어죽어 때로는 사람의 먹이가 때로는 개의 먹이가 되는 끔찍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그 당시 중국을 통치하던 장개석은 그 사실을 믿지 않고 결국 미국인 기자가 찍은 사진(개들이 사람을 먹는 사진)을 보고서야 구호명령을 하달하고 그 움직임도 참으로 기가막히다. 하달 명령에 내려간 구호물은 정작 어려운 사람들에게 적시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누군가가 떼어먹고, 이미 배 부른자의 배를 또 한번 더 불린다. 정치하는 이와 일반인이 한 하늘 아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인가?
"차라리 굶어 죽어 중국 귀신이 될 것인가? 아니면 굶어 죽지 않고 매국노가 될 것인가?
당장 내 가족이 굶고 헐 벗는다면, 주저하겠지만 결국에는 매국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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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두고 소시민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 보면, 다 뻥이다. 소시민은 무슨! 소설을 위해 쓴 것이 역력한, 머릿속에서 생각한 소시민을 그린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말이다. ‘닭털 같은 나날’은 진짜다. 먼 곳에서 어떤 민족이 학살당하는 것보다 순대국에 나온 순대가 터무니없이 적은 것에 분노하는 그런 사람들을 리얼하게 그렸다. 너무 리얼해서, 리얼리즘 소설이 뭔지는 잘 모르면서도, 이거야 말로 리얼리즘 소설의 정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버렸을 정도다. 리얼리즘이 뭐 별건가? 진짜 같으면 리얼리즘이지. 임씨 부부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야 하는 것은 직장과 동네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 눈치를 보는 것이고 할 줄 아는 것은 작은 일에 분노하는 것이며 기뻐하는 일은 공짜로 뭔가를 얻거나 덤으로 뭔가를 받았을 때다. 이것이 임씨 부부의 모습인데, 정말 가슴 철렁하게 만든다. 천천히 더듬어보면 류진운의 글은 거칠다. 비유도 없고 은밀한 것도 없다. 투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글의 그 리얼함이 모든 것을 가려준다. 글이 좋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것으로는 가려지지 않는, 소설이 좋다는 말을 백번 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소설은 훌륭하다. ‘닭털’이라는 그 야릇한 단어로 표현되는 임씨 부부의 모습은 여간해서는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소설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 아름답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이 책, 부디 영광을 얻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