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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ㅡ 황인숙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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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황인숙   이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튓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풀 속을 누벼누벼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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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황인숙

 

 


이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나는 튓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
가시덤풀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 떼를 덮치리라 .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
그리곤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겠지 .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
나는 꿈을 꾸리라 .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

( 본문 109 , 110 쪽 )

황인숙 시 [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1988 ]
시집 ㅡ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ㅡ 중에서 .





 

의도한 페이지 분할인지는 모르겠고 , 남진우 시인의 가시와 황인숙 시인의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ㅡ

두 시가 펼치는 풍경이 사뭇 재미나서 , 시집 안에서도 먹고 먹히며 죽고 태어나는 말들의 잔치가 ...

y*****7 2018.03.05. 신고 공감 9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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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시가 나를 불렀기 때문에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시가 나를 불렀기 때문에" 내용보기
"이번 500호 시집은 출간된 지 최소 10년이 지난 시집들 중,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1989), 황지우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1980),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1981) 등 판매가 두드러지고 독자와 시단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온 65명의 시인들의 시집을 추려보았다. 최근 40년 사이 한국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시가 나를 불렀기 때문에" 내용보기

"이번 500호 시집은 출간된 지 최소 10년이 지난 시집들 중,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1989), 황지우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1980),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1981) 등 판매가 두드러지고 독자와 시단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온 65명의 시인들의 시집을 추려보았다. 최근 40년 사이 한국 시단에서 이른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였다고 불릴 만한 시집들을 모은 것이다. 서시, 사랑시, 시인에 관한 시 등의 테마를 지녔던 기존의 기념 시집들에 비한다면, 이번 시집은 독자가 만든 시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40년간 우리에게 각별했던 시집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며, 독자들은 한국 시사를 압축적으로 다시 읽는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 특정시기에 탐독했던 시들과 재회하며 지난 시절의 '나'를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도 누릴 수도 있다." - 조연정 <우리가 시를 불렀기 때문에> (시집 발문 중에서)

 

지난 날, 만났던 시를 다시 만나는 기쁨도 있지만, 지난 날 만나지 못했던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시가 있었기에 어제를 버틸 수 있었고, 시가 있기에 오늘을 살아갈 수 있고, 시가 있으므로 내일을 꿈꿀 수 있다. 시가 나를 불렀기 때문에, 나는 살아가고 있다.

 

"나는 창 하나의 넓이만큼만 저 캄캄함을 본다 / 그 속에서도 바람은 / 안에서 불고 밖에서도 분다 /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길은 이미 지워졌지만 / 누구나 제 안에서 들끓는 길의 침묵을 / 울면서 들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 김명인 <<길의 침묵>> 일부

 

시를 보면서 가끔씩은 울고 있는 내 마음을 본다. 그 마음이 정화되고 정화되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고, 절망적이었던 마음이 희망적으로 바뀌는 순간, 그 기쁨의 순간. 잠시잠깐이었지만, 그 기쁨의 순간은 오롯이 나를 바꾸어놓고 내 미래를 바꾸어놓는다.

 

"흔들리는 풀꽃이여, 유명해졌구나 / 그대가 사람을 만났구나 / 돌 속에 추억에 의해 부는 바람, 흔들리는 풀꽃이 마음을 흔든다." - 황지우 <게 눈 속의 연꽃> 일부

 

시를 만난다는 건 그래서 기쁜 일이 된다. 나를 다듬고 다듬는 일, 내가 희망이 되어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일. 내가 가지기도 하지만, 나누어주기도 하는 일.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일부

 

나누어준다고 내가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손은 비어있을지 몰라도 마음은 풍족하니, 이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 있을까.

 

"시가 우리를 직접 구원하지는 못하더라도

 시가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의 삶이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만은

 포기되지 않으면 좋겠다."

- 조연정 발문, <<우리가 시를 불렀기 때문에>>에서

 

시가 나를 불렀으므로, 그러므로 나의 삶이 전혀 다른 것이 되어가고

시가 있음으로 인해 누군가의 삶도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도 믿는다. 우리는 믿는다.

 

 

 

 

 

h******o 2018.05.17. 신고 공감 7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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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1 외 , 김명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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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두 천 1  기차가 멎고 눈이 내렸다 어둠 속에서번쩍이는 신호등불이 켜지자 기차는 서둘러 다시 떠나고내 급한 생각으로는 우리들도 어디론가가고 있는 중이리라 혹은 떨어져 남게 되더라도저렇게 내리면서 녹는 춘삼월 눈에 파묻혀 흐려지면서 우리가 내리는 눈일 동안만 온갖 깨끗한 생각 끝에역두 驛頭 의 저탄 더미에 떨어져몸을 버리게 되더라도배고픈 고향의 잊힌 이름들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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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두 천 1

 

기차가 멎고 눈이 내렸다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신호등

불이 켜지자 기차는 서둘러 다시 떠나고

내 급한 생각으로는 우리들도 어디론가

가고 있는 중이리라 혹은 떨어져 남게 되더라도

저렇게 내리면서 녹는 춘삼월 눈에 파묻혀 흐려지면서

 

우리가 내리는 눈일 동안만 온갖 깨끗한 생각 끝에

역두 驛頭 의 저탄 더미에 떨어져

몸을 버리게 되더라도

배고픈 고향의 잊힌 이름들로 새삼스럽게

서럽지는 않으리라 고만고만했던 아이들도

미군을 따라 바다를 건너서는

더는 소식조차 모르는 이 바닥에서

 

더러운 그리움이여 무엇이

우리가 녹은 눈물이 된 뒤에도 등을 밀어

캄캄한 어둠 속으로 흘러가게 하느냐

바라보면 저다지 웅크린 집들조차 여기서는

공중에 뜬 신기루 같은 것을

발밑에서는 메마른 풀들이 서걱여 모래 소리를 낸다

 

그리고 덜미에 부딪혀 와 끼얹는 바람

첩첩 수렁 너머의 세상은 알 수도 없지만

아무것도 더 이상 알 필요도 없으리라

안으로 굽혀지는 마음 병든 몸뚱이들도 닳아

맨살로 끌려가는 진창길 이제 벗어날 수 없어도

나는 나 혼자만의 외로운 시간을 지나

떠나야 되돌아올 새벽을 죄다 건너가면서

 

 

김명인 , < 동두천 , 1979 >

 

******************************************************

 

침 묵

 

 

긴 골목길이 어스름 속으로

강물처럼 흘러가는 저녁을 지켜본다

그 착란 속으로 오랫동안 배를 저어

물살의 중심으로 나아갔지만 강물은

금세 흐름을 바꾸어 스스로의 길을 지우고

어느덧 나는 내 소용돌이 안쪽으로 떠밀려 와 있다

그러고 보니 낮에는 언덕 위 아카시아 숲을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 어둠 속이지만

아직도 나무가 제 우듬지를 세우려고 애쓰는지

침묵의 시간을 거스르는

이 물음이 지금의 풍경 안에서 생겨나듯

상상도 창 하나의 배경으로 떠오르는 것

창의 부분 속으로 한 사람이

어둡게 걸어왔다 풍경 밖으로 사라지고

한동안 그쪽으로는

아무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람의 우연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 , 침묵은 필경 그런 것이다

나는 창 하나의 넓이만큼만 저 캄캄함을 본다

그 속에서도 바람은

안에서 불고 밖에서도 분다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길은 이미 지워졌지만

누구나 제 안에서 들끓는 길의 침묵을

울면서 들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 본문 48 , 49 , 50 , 51 쪽 )

김명인 , < 길의 침묵 , 1999 >

 

ㅡ 시집 , [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 중에서 ㅡ

 


 

수많은 책을 읽었고 , 읽었다고 생각했다 . 수많은 시집을 읽었고 안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도 아직도 , 낯설고 모르는 시인의 이름과 시의 제목과 싯귀 속에서 말을 잃는다 .

1979 년의 시 , 1999 년의 시를 이제 만나면서 , 나는 무엇을 읽고 읽었다고 생각했는지 ,

이럴 땐 읽는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 시작도 끝도 없을텐데 싶어서 마음이 무너진다 .

시를 세상 한 귀퉁이에 내놓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지 , 이름만 , 책의 얼굴만 나오는 것이라도 , 때로 감사해야 할까 ? 어쩌면 ......

내 사소한 읽음 따위가 무슨 소용일까 , 어쩌면 ,

y*****7 2017.12.03. 신고 공감 6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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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억 7천만 년의 고독 ㅡ 함성호 시
"56억 7천만 년의 고독 ㅡ 함성호 시" 내용보기
56억 7천만 년의 고독  함성호  ㅡ 21세기는 우리를 , 마약과 동성애와 근친상간과 싸운바보스러운 세대라고 기록할 것이다성 聖 과 속 俗 과 천국과 지옥의 잠 속에서나는 그대를 추모하지 않는다당신은 꽃과 비의 정원에서무엇인가를 불리어가는 듯한 썰물과 흉한 가슴더 이상 볼 수 없었지만모든 죽음들에게 , 입에서 항문까지비로소 내장된 세상이 환하게 보인다기껏 보살펴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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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억 7천만 년의 고독

 

함성호

 

 

21세기는 우리를 , 마약과 동성애와 근친상간과 싸운

바보스러운 세대라고 기록할 것이다

성 聖 과 속 俗 과 천국과 지옥의 잠 속에서

나는 그대를 추모하지 않는다

당신은 꽃과 비의 정원에서

무엇인가를 불리어가는 듯한 썰물과 흉한 가슴

더 이상 볼 수 없었지만

모든 죽음들에게 , 입에서 항문까지

비로소 내장된 세상이 환하게 보인다

기껏 보살펴주었더니 몸이 나를 배반한다

바람에 담쟁이덩굴이 온 집을 흔들어놓고

당신은 안개꽃을 먹으세요

나는 장미꽃을 다 먹어치우지요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내일 신문에 코를 박고

방금 자신들이 떠나온 세상의 풍경들을 읽어내며

간단없을 생을 수군거립니다

권태롭듯이 아버지가 실내 낚시터에서 돌아오지 않고

형은 노래방에서 하루 종일 살았습니다

적막강산 寂寞江山 ㅡ , 오늘은 비가 징벌의 연대기처럼

내려

만화방창 萬化方暢 의 정원에서 식구들은

내 머리에 자라 있는 무성한 숲을 보고 놀라

시퍼런 낫을 들고 쳤지마는요 나는 늘 시원했습니다

나도 뜨겁거나 차지 않은 것들은 모두

내 입 밖으로 뱉아버리겠습니다

당신의 그 지루한 기다림만큼

아무것도 제시할 수 없는 이 위증의 세계에서

나도 그댈 겁나게 기다립니다

당신은 오래 꽆과 비의 정원에서 서 계세요

나는 넘치는 술잔을 들고 삼독번뇌의 바람을 기다리

지요

 

(본문 168 , 169 쪽 )

 

 

 


 

 

봄내 ,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함성호

 

 

    바다를 보지 못해 나는 병들었다

    헛헛한 꽃들이 마른버짐처럼 피어나는 한 철 송홧가

루 날리는 독백의 산 그림자 속에서 나는 변절의 수상스

런 기포를 끊임없이 뿜어 올리는 눈먼 쏘가리였다 청춘

의 푸른 가시에 상처 입은 맨살 위로 축축한 안개에 불을

지르는 자학의 방화범 , 얼른 잿더미로 화해버리지 못해

안달하곤 하던 번제의 부정한 제물이었다 솔잎혹파리에

침식당한 소나무숲을 가로질러 은 . 백 . 회색의 나무들을

기르는 긴 강이 비에 젖을 때 내 광활한 불의 나무숲도

그 중심으로 푸르게 젖어갔다 살아 있다면 흐르는 푸른

색으로 보호받고 싶었다 ㅡ 짙푸른 밤의 바다뱀 자리가

눈부신 햇살을 인 자작나무처럼 별들은 사원 목어의 빈

배를 두드리며 죽은 나무숲의 뿌리를 적시고는 곧 , 지하

의 수맥으로 흘러갔다 봄볕에 투사된 연녹색 이파리 위

에서 봄볕보다 더 투명해져가던 카멜레온의 진정한 색은

무엇이었을까 ㅡ 무성한 수풀이 가르마처럼 갈라지며 종

다리 우짖는 창천의 하늘 아래로 한 마리 정결한 산뱀이

사라져가고 가는 가지에서 막 자라는 순결한 잎은 마지

막 내려앉은 불은 삐라처럼 빛났다 엄청난 수압의 폭포

를 뚫고 둥지를 키우는 물까마귀의 날개처럼 몰래 키워

온 내 어린 철쭉의 붉은 꽃잎도 폭설에 부러지는 예각의

솔가지로 눈멀어갔다 강의 상류로 흘러가는 일점 바람은

뛰어오르는 잉어의 아가미를 꿰어내고 봄내 , 거기서 나

는 죽어도 좋았다

 

          (본문 170 , 171  쪽 )

 

 

 

함성호 시 [ 56억 7천만 년의 고독 , 1992 ]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중에서 ㅡ

 

 

 


 

모처럼 반짝 말갛게 개인 하루

봄볕이 마냥 좋은지

집 앞 겨우내 비어있던 정자에 모인 사람들

말소리가 두런 두런 두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하하 호호호 정겹다

봄 햇살은 이제 서늘해졌을 시간인데

사람들의 시간도 봄처럼 깊어지는 중

 

 

 

 

 

y*****7 2018.03.23. 신고 공감 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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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랑 노래 ㅡ 황동규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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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랑 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 사랑한다 사랑한다 ,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 성긴 눈이 날린다 .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ㅡ 황동규 < 나는 바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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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랑 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

 

사랑한다 사랑한다 ,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

 

성긴 눈이 날린다 .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ㅡ 황동규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1978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 망가드리고 싶은 어린 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뒤 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 굴리고 싶어진다 , 노점에 쌓여 있는 귤 ,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 둥그렇게 누워 있는 사

람들 ,

모든 것 떨어지기 전 한번 날으는 길 위로 .

 

ㅡ 황동규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1978 >

 


 

가속하는 세계 , 길 위를 보면 더 먼 옛날의 길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립거나 , 그립지 않던 날들의 풍경 

그러거나 말거나 자연은 변함없이 그 위로 변화를 보이고 , 

사람들 왔다 간다 . 나도 왔다 갈테고 ... 

y*****7 2017.11.02. 신고 공감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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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숲 1 외 , 조정권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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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숲 1  여느 새벽보다 일찍이 수레를 끌고숲으로 나갔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하늘 위에는희미한 하현달이 사위어가고별은 구름장에 가려져 있었다 .동이 트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내 당나귀가 간밤 늦게까지 실어나른곡식들과 함께 곯아떨어져 있었으므로나는 어둠 속에서 살결을 쓰다듬으며 깨웠다 .소나무 껍질같이 거칠어진 잔등 .당나귀는 몇 번인가 새벽 공기 속으로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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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한 숲 1

 

 

여느 새벽보다 일찍이 수레를 끌고

숲으로 나갔다 .

어둠이 걷히지 않은 하늘 위에는

희미한 하현달이 사위어가고

별은 구름장에 가려져 있었다 .

동이 트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

내 당나귀가 간밤 늦게까지 실어나른

곡식들과 함께 곯아떨어져 있었으므로

나는 어둠 속에서 살결을 쓰다듬으며 깨웠다 .

소나무 껍질같이 거칠어진 잔등 .

당나귀는 몇 번인가 새벽 공기 속으로

입김을 불며 흰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

 

여느 새벽보다 이른 새벽이었다 .

내 당나귀는 이상히 생각하리라 .

먼동이 트고

쓰러진 잿빛 구름 기둥 틈 붉은 빛 움틀 때

주인을 따라 수레를 끌었으므로 .

하늘에는 잿빛 구름장이 빠르게 이동하고

언 호수에는 새벽별이 박혀 있었다 .

얼음의 거울에서 수없이 눈 깜짝하는 빛 .

 

어둠 속으로 나 있는 샛길은

아무도 들어가보지 않은 길처럼

충만하고 은밀하다 .

수없이 다니던 길이었다 .

하지만 전혀 한 번도 다니지 않은 길처럼

빛이 감돌고 있었다 .

낯익은 길도 첫길처럼 느끼는 수도 있으리라 .

 

착한 대지의 딸들인

길들아 .

저 숲속에서도

길들이 일어났구나 .

착한 내 딸들아 .

착한 내 딸들아 .

빛을 마중 나왔구나 .

 

수레에 실은 곡식들의 예쁜 잠이 흔들리지 않도록

나는 조심스레 당나귀를 데리고 갔다 .

숲으로 가는 언덕은 언제나 자갈길

내 당나귀가 몇 번을 울었는지

모든 희미한 빛이 지상에서 더욱 고요해지는

그 시각에 울음을 멈췄으므로

숲은 더욱 적요하고 고요했다 .

공손해라 , 가까이 왔다 .

저 숲의 고요를 관장하는 그분에게

방정맞은 네 울음이 들려

고요를 깨워놓지 않도록 .

 

숲은 청빙 淸氷 하고 고요했다 .

내 늙은 수레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풍금 소리를 냈으므로

나는 사방 숲을 향해 수없이 사과를 하며 지나갔다 .

조용해라 ,

어진 수레야 , 네가 배운 공손함을 그분께 보여라 .

먼 길을 가깝게 귀 대고 듣는 너희의 귀에

그분의 고요가 깃들이면

영혼은 즐겁게 자갈길을 노래하리라 .

 

숲 가운데로 들어서자 언 호수에서 빛이 일어서고 있

었다 .

어둠 속에서 밤새들이 언 공기를 털어내며

깃을 움추린

그때 새벽별이 눈을 깜짝거렸으므로

나도 눈 깜짝이며 미소를 보냈다 .

이제 조금 있으면 동이 트리라 .

날개가 무거워 땅에 끌리는 육신들이

천상 天上 의 노동에 참여하는 첫 일과는

움트는 빛을

착한 딸들과 함께

미리 마중 나가는 일 .

나와 너희들은 수레에 실린 곡식을 내리며

천상에서 터지는 징 소리를

처음처럼 맞이하리라 .

 

숲은 비밀스러운 부름이 있는 곳 .

붉은빛이 나래 치는 바윗가에서

부름 소리를 들으리라 .

그 소리가 귀에 닿기 전 회리바람이 불어

앗아가는 일은 없으리라 .

하지만 기다리는 육신에게

신은 언제나

묵언 默言 으로 말할 뿐 .

새벽빛 같은 눈짓으로

묵시 默示 할 뿐 .

 

여느 새벽보다도 일찍이 별들은

광채에 싸인 숲길에 나타났고

내 착한 딸들은 먼저 나와 있었다 .

나는 숲 가운데 언 호수를 지나

그분을 찾아갔다 .

 

ㅡ조정권 , <신성한 숲 ,1994 >

 

 

*************************************************************

 

매혈자들

 

그들은 제각기 얼어붙은 몸으로 찾아와 병원 침대에서

한 삼십 분 정도 누워 있다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선짓국 집으로 몰려왔다

사골뼈 대신 공업용 쇼팅 기름을  쓴

이백 원짜리 국밥을

바닥까지 긁어 먹었다 .

개중에는 아편을 사듯 소주 반 병을 시켜 먹고 의자 뒤

로 스스르 주저앉아 못 일어나는 이도 있었다

적십자 병원 뒤 영천 靈泉 시장

말바위산이 올려다보이던 어둠침침한 밥집에서

서로 등 돌리고

서로의 밥에다 가래침을 뱉는 그 바닥 .

갈 곳 없는 심연 속을 그들은 걸어 내려갔다

제각기 몸을 등잔으로 삼고 어두움 속으로 .

육신에 가둬놓은 영혼의 어둠이 견딜 수 없이

몸을 누르고 눈을 봉할 때

그들은 다시 와서 피를 뽑았다 .

 

 

(본문 39 , 40 , 41 ,42 , 43 , 44 쪽 )

 

ㅡ 조정권 , < 신성한 숲 , 1994 >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 중에서

 


 

몸을 텅 비우며 자라는 대나무를 생각한다 .

몸안에 시커먼 구멍을 키우는 사람을 생각한다 .

제 속을 비우고 껍질의 두께를 키우고 마디를 키우는 대나무 .

제 몸 속 따듯하게 돌던 피를 빼내고 나오는 허기짐 .

울컥하는 비참함에 선짓국 대신 들이켰을 소주 반병 .

벌컥하는 가난앞에 누가 빼앗을까 밥 그릇을 지키던 마음 .

그 차디찬 열기를 텅 빈 몸은 못이기고 주저 앉았을 생에 대해

그 뜨거운 생에 대한 집착을 누가 매혈이라 비웃을까 생각한다 .

멀건 피가 돌고 있을 그들의 어두움을 ...

 

y*****7 2017.11.17. 신고 공감 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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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외 , 오규원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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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그때 나는 강변의 간이 주점 근처에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주점 근처에는 사람들이 서서 각각 있었다한 사내의 머리로 해가 지고 있었다두 손으로 가방을 움켜줜 여학생이 지는 해를 보고 있었다젊은 남녀 한 쌍이 지는 해를 손을 잡고 보고 있었다주점의 뒷문으로도 지는 해가 보였다한 사내가 지는 해를 보다가 무엇이라고 중얼거렸다가방을 고쳐 쥐며 여학생이 몸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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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그때 나는 강변의 간이 주점 근처에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주점 근처에는 사람들이 서서 각각 있었다

한 사내의 머리로 해가 지고 있었다

두 손으로 가방을 움켜줜 여학생이 지는 해를 보고 있

었다

젊은 남녀 한 쌍이 지는 해를 손을 잡고 보고 있었다

주점의 뒷문으로도 지는 해가 보였다

한 사내가 지는 해를 보다가 무엇이라고 중얼거렸다

가방을 고쳐 쥐며 여학생이 몸을 한번 비틀었다

젊은 남녀가 잠깐 서로 쳐다보며 아득하게 웃었다

나는 옷 밖으로 쑥 나와 있는 내 목덜미를 만졌다

한 사내가 좌측에서 주춤주춤 시야 밖으로 나갔다

해가 지고 있었다

 

 

 

 

오규원 < 길 , 골목 , 호텔 그리고 강물 소리 , 1995 >

 

 

 

****************************************************************

 

 

 

강과 둑

 

 

 

 

     강과 둑 사이 강의 물과 둑의 길 사이 강의 물과 강의

물소리 사이 그림자를 내려놓고 있는 미루나무와 미루나

무의 그림자를  붙이고 있는 둑 사이 미루나무에  붙어서

강으로 가는 길을 보고 있는 한 사내와 강물을 지그시 밟

고서 강 건너의 길을 보고 있는 망아지 사이 망아지와 낭

미초 사이 낭미초와 들찔레 사이 들찔레 위의 허공과  물

위의  허공 사이 그림자가 먼저 가  있는 강 건너를  향해

퍼득퍼득 날고 있는 새 두 마리와  허덕허덕 강을 건너오

는 나비 한 마리 사이

 

 

(본문 28 , 29 쪽 )

 

 

오규원 <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 2005 >

 

ㅡ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중에서 ㅡ

 

 


 

 

낭미초를 찾아보니 , 우리가 흔히 강아지풀이라 부르던 풀이었다 .

이리꼬리풀이라고도 수크령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

그렇지만 강아지풀은 수크령과 다르다 .

강아지풀이 더 작고 아담하고 수크령은 확연하게 크다 .

 

어릴 때 주먹 쥔 손위에 올려 놓고 강아지풀을 가지고 놀던 기억 .

수크령은 본 기억이 있지만 가지고 논 기억은 없다 .

이슬 잔뜩 묻은 강아지풀에 종아리가 늘 젖던 기억이 있다 .

 

 

 

 

 

 

 

y*****7 2017.11.12. 신고 공감 4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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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위한 기도 ㅡ 남진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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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위한 기도  남진우  이 밤 대지 밑 죽은 자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가내 잠을 깨운다 지하를 흐르는 검은 물줄기가누워 있는 내 귓속으로 흘러들어와몸 가득히 어두운 말을 풀어놓는 시각목구멍을 타고 내 몸 곳곳에 번져나간다 죽은 자들로 가득 찬 몸을 일으켜창가로 걸어가보면 멀리 밤하늘에 떠 있는차가운 달의 심장 대지 저 밑에서죽은 자들의 손톱과 머리칼이 소리 없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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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위한 기도

 

남진우

 

이 밤

대지 밑 죽은 자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내 잠을 깨운다

 

지하를 흐르는 검은 물줄기가

누워 있는 내 귓속으로 흘러들어와

몸 가득히 어두운 말을 풀어놓는 시각

목구멍을 타고 내 몸 곳곳에 번져나간다

 

죽은 자들로 가득 찬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가보면 멀리 밤하늘에 떠 있는

차가운 달의 심장

 

대지 저 밑에서

죽은 자들의 손톱과 머리칼이 소리 없이 자라듯

나는 이 밤

그들의 말이 두근대는 심장을 지그시 누르고

어둠 저편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눈빛을

막막히 마주 보고 있다

 

(본문 106 쪽 )

 

남진우 시 , [ 죽은 자를 위한 기도 , 1996 ]

시집 ,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중에서 ㅡ


3월 주말 저녁 비가 오는 거리 , 마냥 젖는 바닥 .

허연 길 바닥 위에

무수한 풍경 위에 점점이 내려 앉는 빗방울 .

돌아오는 길은 빗방울이 모두 차지하고 앉았다 .

길 바닥이 검게 지워지는 시간 .

y*****7 2018.03.04.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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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뿌리 끝까지 잡아당긴다 외 , 조은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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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뿌리 끝까지 잡아당긴다   비는 내리고나무들이 낮아지는 하늘을 흔들고 있다높은 새집이 위태롭다빗속에서 이 하루의 남은 빛을나무는 뿌리 끝까지 잡아당긴다어둡다오늘도 병 病 같은 우리를 덮치는 밤은어디에서 오는지온갖 소리들이 젖어 몸에 감기고기둥 같은 내 슬픔도 완강하게 불어난다어둠은 늘 내 몸에서 시작된다내가 있는 곳은 유독 어둡고바람은 밝은 물방울들을 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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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뿌리 끝까지 잡아당긴다

 

 

 

비는 내리고

나무들이 낮아지는 하늘을 흔들고 있다

높은 새집이 위태롭다

빗속에서 이 하루의 남은 빛을

나무는 뿌리 끝까지 잡아당긴다

어둡다

오늘도 병 病 같은 우리를 덮치는 밤은

어디에서 오는지

온갖 소리들이 젖어 몸에 감기고

기둥 같은 내 슬픔도 완강하게 불어난다

어둠은 늘 내 몸에서 시작된다

내가 있는 곳은 유독 어둡고

바람은 밝은 물방울들을 훑어서 간다

어제의 그 슬픈 별도 숨은 이곳을 등지고

얼마나 멀리 나는 갈 수 있을지

빗물은 낮은 땅을 지우고

물속까지 어둠이 자꾸 모여드는데

 

 

 

조은 , < 무덤을 맴도는 이유 , 1996 >

 

**********************************************

 

 

무덤을 맴도는 이유

 

 

 

알 수가 없다

내가 자꾸 무덤 곁에 오게 되는 이유

무덤 가까이에 몸을 둬야

겹겹의 모래 구릉 같은 하늘을 이고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이

무덤처럼 형체를 갖는 이유

 

 

그러나 , 알고 있다 , 오늘도 나는

내 봉분 하나 넘어가지 못한다

새들은 곳곳에서 찟긴 하늘처럼 펄럭이고

그들만이 유일한 출구인 듯 눈이 부시다

 

 

알 수가 없다

무덤만 있는 이곳에 멈춰 있는 이유

막막함을 구부려 몸속으로 되밀어 넣으며

싱싱했던 것들이 썩는 열기를

느끼고 있는 이유

 

 

사람들이 몇 줄 글로 남겨놓은

비문을 찾아 읽거나

몸을 잿더미처럼 뒤지며

한 생명이 무덤 곁에 있다

 

 

( 145 , 146 , 147 쪽 )

 

 

조은 < 무덤을 맴도는 이유 , 1996 >

시집 [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 중에서

 

 


 

 

화요일에 업데이트 되는 네이버 팟캐스트 알람이 울리고 ,

호안 미로와 파블로 카잘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팟캐스트를 끄려다 문지사의 오늘의 시가 눈에 들어 왔다 .

 

무덤을 맴도는 이유 .

남자 성우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지만 , 시는 나를 불렀다 .

정말 , 시집 제목이 좋다 .

시가 나를 불렀다 .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ㅡ 이 느낌을

처음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다 . 내가 시를 찾아 페이지를 넘기고

조은 시인을 찾아보게 되는 동안의 느낌 .

부르고 부른다 . 서로 짝을 찾는 것처럼 .

 

무덤을 맴도는 이유를 , 알지만 또 알 수가 없다 .

그 곳을 찾는 그 마음을 알지만

살면서는 왜 , 왜 , 이렇게 죽음이 , 보낸 상처가

아물지를 안을까 ... 그러니 찾아가게 되고 되돌아올 뿐이다 .

 

죽음이 , 늘 코 앞인 듯이 따라 가고 싶다가도 알고 싶음이

내 옷깃을 잡고 아직 가지 말라 , 때가 아니라고 한다 .

그곳은 이상한 구덩이이다 . 어둡지만 ,  혼자지만 , 

이상한 아늑함 . 그렇지만 알 수없다는 말을 알아 듣는다 .

그래 그래 , 그렇지 , 하면서 ... 같이 고갤 끄덕인다 .

 

y*****7 2017.11.15.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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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구 경 외 ㅡ 김형영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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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  ㅡ따듯한 봄날  어머니 ,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어머니 좋아라고아들 등에 업혔네 . 마을을 지나고들을 지나고산자락에 휘감겨숲길이 짙어지자아이구머니나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한 움쿰씩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 어머니 , 지금 뭐 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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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

 

ㅡ따듯한 봄날

 

 

어머니 , 꽃구경 가요 .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쿰씩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

 

어머니 , 지금 뭐 하시나요 .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 .

솔잎은 뿌려서 뭐 하시나요 .

 

아들아 , 아들아 ,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

 

김형영 < 다른 하늘이 열릴 때 , 1987 >

 

*****************************************************

 

노루귀꽃

 

 

어떻게 여기 와 피어 있느냐

산을 지나 들을 지나

이 후미진 골짜기에

 

바람도 흔들기엔 너무 작아

햇볕도 내리쬐기엔 너무 연약해

그냥 지나가는

이 후미진 골짜기에

 

지친 걸음걸음 멈추어 서서

더는 떠돌지 말라고

내 눈에 놀란 듯 피어난 꽃아

 

 

김형영 < 낮은 수평선 , 2004 >

 


 

 

지금은 비가 오는데 , 책 장 속의 시는 눈부신 봄 

다정한 부름이다가 돌연한 공포로 봄 날의 바람이

덜컹일 수도 있구나 .

어지러운 꿈을 꾸게 될 것 같은 시 한편 .

어머니 , 차라리 두렵다 말씀하실 것이지 ... 

모진 아들 걱정이라니 , 저 모성이 나는 더 무섭다 .

차라리 암말 말고 숨죽여 우셨더라면 ...

 

y*****7 2017.11.10. 신고 공감 3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