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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씨름하는 삶 <아픈 몸을 살다>를 읽고 건강한 사람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아픈 사람은 모두 제각각의 질병을 안고 산다. 십여 년 전, 극심한 통증과 함께 응급실을 찾게 만든 허리 디스크를 반려병으로 맞이한 뒤부터 평일에는 수영을, 주말에는 걷기를 예방주사 맞듯이 해오고 있다. 이제는 나에게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허리가 아파서 어떡하냐'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아직도 아프냐', '또 아파?'라는 걱정인지 질책인지 모를 질문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질병은 대체로 피해야 하거나 빨리 벗어나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보인다.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이 달라진다"는 말처럼 지금껏 아파본 적이 없는 이 혹은 현재 아프지 않은 이들이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은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다. 그러고 보니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병에 걸리고 낫기를 반복해온 (어떤 의미에서는 계속 회복중인) 환자로서 평소 자기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건강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낙인들이 찍혀왔고, 나 역시 (의도하진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지 않았을까.
여기 질병과 씨름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렇다, 질병과 싸우는 게 아니라 '씨름'하는 것이다. 서른 아홉살에는 잠자리에 들면서 다음날 깨어나지 못할까 봐, 마흔살에는 깨어나는 일 말고 깨어난 뒤에 맞닥뜨려야 하는 것들을 걱정했던 '아서 프랭크'는 심장마비와 고환암을 차례로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삶과 죽음,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는데, 특히 질병을 마주하는 태도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면서 배운 것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겠다고 결심한다. <아픈 몸을 살다>는 저자가 아프기 전의 '나'가 아닌, 이후의 '다른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각자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이끄는 질병의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돕는다. 책에서 환자를 이렇게 재정의하고 있다. 환자란 그저 아파서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 머무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 목격자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을 돌보며 우리는 자신 또한 돌본다. 그렇지 않다면 소진되거나 좌절하고 말 것(81쪽)"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우리 사회가 시시각각 개인에게 몸은 통제될 수 있으며 통제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지적한다. 질병은 몸을 통제하지 못한 환자가 받아든 성적표가 되어 불편함을 넘어 죄책감까지 불러일으켜 개인에게는 도덕적 실패를, 의료진에게는 의학적 성공, 즉 보다 효율적으로 환자를 '통제(치료)'할 수 있는 권력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 또한 여러 치료를 받았을 때를 회고하면서 '당신이 병을 키운 것'이라는 일부 의료진의 태도에 대하여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다.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질병은 저주도 아니며 신의 심판도 아니기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수전 손택의 말을 떠올려본다. 개인이 무언가를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어쩌다 생긴 것이 질병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생각일 듯싶다. 그 다음은 아서 프랭크의 조언처럼 질병이, 정확히는 지금과는 다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끈질기게 외치는 내 몸속 통증의 목소리에 온 몸과 마음을 기울여야할 차례이지 않을까.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는 몸에 기록된다. 몸에 남은 나의 역사에는 물론 후회되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 있으면 사라질 역사이기에 애도했다. 수술과 화학요법 치료가 몸을 뒤바꾸고 나면 나는 다르게 살게 될 것이었다. 달라지면서 많이 잃을 것이고 또 그만큼 많이 얻겠지만, 무엇을 얻을지는 아직 알지 못했던 반면 상실할 것은 거울 속 바로 내 앞에 놓여 있었다.(65쪽)아팠던 지난 날의 애도가 "마치 오래 살아왔고 사랑했던 어떤 장소에 안녕을 고하는 일과도 같았다.(65쪽)"고 저자는 회상한다. '미래와 과거'의 상실과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의 상실' 그리고 '평범한 기대의 상실', 이런 상실들을 충분히 애도한 후에야 다른 편에 있는 삶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그를 지켜보면서 불현듯 곤충의 탈바꿈(변태) 과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도 질병을 통해 옛 몸에서 새 몸으로 거듭남으로써 한층 더 성숙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저자는 글을 쓰는 내내 아픈 자신의 고통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고통이 그들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받길 바랐다. 그래서 아픈 사람의 진정한 책임은 낫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지그시 바라보고 질병을 잘 표현하여 다른 이들과 소중한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 배우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다시 한 번 질병과 승패를 겨루는 싸움이 아니라 길고 고되지만 씨름을 한다는 그의 말을 곱씹어본다. 씨름판의 풍경을 상상하니 현장에서 많은 이들의 탄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결코 그 아니면 질병이 승리하거나 패배해서가 아니다. 다 함께 그 씨름을 보면서 누구든 언젠가 아프게 될 것이고, 끝내 죽게 되리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거라는 까닭에서다. 질병의 샅바를 쥐고 있는 사람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직접 질병 경험을 통해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 것들을 감각할 수도 있고, 저자가 쓴 <아픈 몸을 살다>를 읽고 간접적으로 마주할 수도 있을 테다. 어떤 방식이든 질병 이야기를 말하고 듣고 쓰고 나누면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기술을 거는 순간, 누가 먼저 모래 위에 내동댕이를 당하는지는 중요치 않으리라. 이제부터 질병을 마주하면 왜 내가 아파야 하는지 따지기보단 그것이 보내는 신호에 하나씩 반응하고 자신의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전과 다른 삶으로 건너가야함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건강'이라는 말은 질병에 대한 공포로 채워질 수도 있고, '질병'이라는 말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불만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 회복 중인 사람으로 살면서 내가 좇는 것은 건강이 아니라 반대말이 없는 말, 오로지 그 자체인 말이다. 그리고 내가 좇는 회복의 의미이자 질병이 주는 기회를 나는 '덤으로 얻은 삶'이라고 부른다.(21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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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암 확진 판정 소식을 들은터라 읽는 내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 아픈 몸을 살고 있거나 아픈 몸을 살았던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 아픈 사람이 두렵고 비통한 마음을 잘 표현해서 칭찬받았다거나, 드러내놓고 슬퍼해서 칭찬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반대다. 웃지 않고 어두운 감정을 드러냈을 때 아픈 사람은 사과해야 할 것처럼 느낀다. 가끔 흘리는 눈물은 아픈 사람이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되는 편이다. 눈물은 지속되는 감정이라기보다는 일시적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일로 분류된다. 지속되는 '부정적인' 감정은 적절하지 않다. 환자가 너무 만이 슬퍼하면 틀림없이 우울한 것이며, '우울증'은 치료할 수 있는 의학적 질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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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쉽게 쉽게 내뱉는다. "암 걸릴 것 같아!". 스트레스받는 상황이나 소통이 안되는 상대를 만났을 때 이 말을 뱉으면서 암을 쉽게 말한다. 그렇다면 암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혹은 답답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암이 걸린 걸까?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편한 사람들만 만나면 걸리지 않는 병이 정말 암이라면 왜 사람들은 그토록 발암물질에 예민한 걸까? 이 책의 저자는 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암은 투병이란 말로 싸우기보단, 평생 함께 살아가며 지켜봐야 하는 병"이라고. 저자는 심장마비에 걸렸다가 회복한 후 고환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한다. 이 책은 그 투병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심장마비에 걸렸을 땐 주변에서 큰일이 지나갔다며 위안을 해줬던 것에 비해 암에 걸렸을 땐 '혹시 식습관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나쁜 환경에 오래 있었던 것은 아닌지'라며 환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더불어 암환자를 만나기 꺼려 하는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암을 대하는 병원 관계자들의 태도는 사무적이었고, 그 안에 위로나 공감과 같은 감정은 실리지 않았다. 환자를 돌보는 돌봄 노동자인 부인이나 가족은 환자만큼이나 힘든 상황임에도 돌봄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환경에 하루 노동의 강도는 몇 배임에도 하나의 직업보다 덜 인정받아 심리적으로 얼마나 취약해지는지 더불어 경제적으로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환자가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할 때는 인정하는 듯한 회사와 사회는 환자가 퇴원하는 순간 낮은 생산성 혹은 휴직으로 인한 경력 공백이란 말로 질책한다. 특히 오랜 시간을 치료해야 하고 퇴원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암의 경우 이런 상황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죽을 수 있고, 완치까지 몇 년을 조심하고, 완치가 되어도 재발이란 상황을 늘 신경 써야 하는 병이 암이다. 그런 암에 걸린 환자가 맞닥뜨리는 모든 환경에 대해 저자는 기록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단순히 환자의 감정만 기록한 게 아니라, 병원, 환자의 가족, 환자의 경제적 사정과 직장, 사회 분위기, 의료 보험 등 암 환자와 연결된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쓴 책이라 생각할 게 많았다. 암에 대해서, 오랫동안 아픈 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
| 아픈 몸을 살다는 사회학 교수였던 저다사 39세에 심장마비를 겪고 고환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하고 회복을 하는 경험을 계기로 쓰여진 책입니다. 저자는 투병 생활을 하며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인생에서 병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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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빨리 늙어가도 있는 몸!! 그래서 위로 받을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이 책으로 인하여 많은 위로 받았습니다. 아픈 한 사람으로 공감되고, 감동 받았네요. 특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과정을 똑같이 겪은 사람으로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위안에 나를 토닥이게 되네요. 혹시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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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것.. 그것은 길고 긴 밤 내내 다친채로 씨름하는것.. 해가 뜰때까지 지지않는다면 축복을 받는 것.. 아픈사람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객체화하기 바빴던것 같다..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 책이다. 주어진 시간과 경험은 온전히 자신의 책임임에 공감한다.. 견디고 인내하는 것.. 그것이 삶과 시간이 준 숙제 일수도.. 표현 지지 공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연민과 위로.. 그것이 모든것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