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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소멸이 일상적인 『지독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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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2018년 6월 13일 03시 25분에 사망하셨습니다.”당직 의사는 자신의 뒷머리가 아무렇게나 뻗쳐있는 걸 모르는 눈치다. 아마도 자다가 호출 받고 급히 달려왔겠지. 아직 앳돼 보이는 당직 의사는 공손히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미안한 얼굴로 우리 엄마의 죽음을 선고했다.  “죽음의 순간, 그 경계를 긋는 일”. 그것이 의사의 일이라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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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20186130325분에 사망하셨습니다.”

당직 의사는 자신의 뒷머리가 아무렇게나 뻗쳐있는 걸 모르는 눈치다. 아마도 자다가 호출 받고 급히 달려왔겠지. 아직 앳돼 보이는 당직 의사는 공손히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미안한 얼굴로 우리 엄마의 죽음을 선고했다.

 

죽음의 순간, 그 경계를 긋는 일”. 그것이 의사의 일이라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은 말한다.

 

 

죽음에 대한 판단은 심장이 멈춘 사람의 종합적인 상태를 고려해, 현재 할 수 있는 처치와 노력을 감안했음에도(중략) 이 사람이 절대로 돌아올 수 없으리라 확신할 때 내릴 수 있다. 반드시 가능성이 0퍼센트여야 한다. 그렇게 모든 미련을 떨치고 확신이 들면, 의사는 모든 노력을 멈추고 사망선고를 한다.(9)

 

그날 우리 엄마의 죽음도 의사의 선고로 공식화되었다. 모든 사망 관련 서류의 시작점이었다. 

 

 

 

 

 

30대 중반부터 죽음에 대한 화두에 시달렸으나 누가 죽음을 선고하는가에 대한 질문까지는 닿지 않았던가 보다. 그날의 선고는 낯설었다. 죽음과 관련한 나만의 시뮬레이션에는 없던 장면이었던 것이다. 법적으로 의사의 선고가 있어야 죽음이 인정되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나는 몰랐던 것처럼 낯설기만 했다. 생명의 끝은 과학적 판단에 의거한 의사의 입에 에 달려있었다.

 

 

 

 

 

 

남궁인의 두 번째 의학에세이 지독한 하루』에서 죽음에 대해 한발 더 다가섰다. 남궁인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이다. 종합병원의 응급실은 사고나 질병의 막다른 곳이다. 그곳에서 삶과 죽음의 면면들을 생으로 대면한다.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급한 환자들이다. 당장의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이 밀려든다. 그런 상황인 만큼 나는 상상해본 적도 없는 상태의 환자들을 책 속에서 대면한다.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려본다 한들 현실만큼 처참할까 싶을 환자의 사연들이다. 폭발 사고로 인해 전신이 불타버린 노동자들, 5층에서 떨어진 남매의 산산이 부서진 몸, 뼈의 강도가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불완전 골형성증 여자 아이, 매끄러운 두뇌를 지니고 태어나 오직 할아버지의 헌신과 사랑으로 보살핌으로 평균 수명보다 훨씬 길게 살고 있는 11살 설희까지, 이건 현장에서 의학을 실행하고 있는 현직 의사들도 보기 드문 환자들이다. 의사 본인도 책에서만 만나던 환자들의 처참한 현실에 놀라움을 감춘 채 시급히 치료를 감행했었다.

 

 

그는 독자들에게 흥미적 소재로 재미를 주려한 것만은 아니다. 응급실의 현실에 대한 묘사는 의료진의 노력과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의료진을 향해 행사한 폭력은 여러 사람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것과 다름 아닌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것이 놀랍다. 이를 넘어 소방관의 노고와 처우에 대한 이야기도 넣었고 의과 대학생들의 흉부외과나 응급의학과 전공을 선택이 적어 전국의 중증외상센터의 부족을 불러왔고 이에 파생된 여러 문제점도 지적했다. 문제 인식은 누군가 문제 제기해야 관심을 불러오고 해결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 이국종 교수가 재조명되면서 그나마 중증외상센터에 관한 문제점을 들어보게 된 것도 어찌보면 기적이다.  내가 겪지 않는 이상 문제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기 때문에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어쨌든, 응급실은 죽음의 문턱에 직면하여 달려온 환자들로 득실댄다.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응급환자는 분초를 따지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기에 의료진의 더욱 빠른 판단과 처치가 필요한 치열한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일하다보면 죽음에 무덤덤해지고 회피하고 싶은 순간도 쌓여갈 것이다. 글쓰는 의사 남궁인은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만약은 없다고.

만약은 없을 수 있게, 도저히 생각조차 나지 않아 내가 내뱉은 말에 어떠한 가책도 느끼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일이다.”(234).

 

우리가 만난 병원의 의사들은 냉정하고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특히 대형 병원 의사는 바빠서 그런지, 너무 많은 환자들을 만나서 그런지, 정도가 훨씬 심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도 생사를 다투는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버텨내려면 어쩔 수 없을 것도 같다. 그런 상황에서 남궁인의 소명 잔뜩 묻은 스스로의 다짐 같은 저 말은 환자 또는 보호자 입장에선 고맙고 반갑다. 저렇게 생각하는 의사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죽음에 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그래서 많은 문장들이 내게 닿는다. 자꾸만 여기에 옮겨 놓는 이유다.

 

인간사에서 가장 극적인 죽음을 한낱 물리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죽음은 그 횡포하고 잔인한 이미지와 놀라운 급작성, 현존 여부와 직결되는 슬픈 성질 때문에 유사 이래 계속 극화되고 신격화되어 왔습니다. 죽음은 처음부터 도저히 평등하다고 언급될 수 없는 성질을 가졌습니다.(156)

 

 

요조님의 감상문, 엄지 척!이다.

 

 

YES마니아 : 로얄 g********s 2018.10.04. 신고 공감 9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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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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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저자가 강연하는 모습을 보고 책에 대한 궁금증으로 구입.비슷한 류의 책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을 장황하게 늘어놓기 바쁘기도 하지만, 저자는 담담히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려한다.무언가를 호소하려고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의사로서 경함하고 느낀 것을 마치 내 앞에 앉아 차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하듯 들려준다.가족이 갑작스레 아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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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저자가 강연하는 모습을 보고 책에 대한 궁금증으로 구입.
비슷한 류의 책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을 장황하게 늘어놓기 바쁘기도 하지만, 저자는 담담히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려한다.
무언가를 호소하려고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의사로서 경함하고 느낀 것을 마치 내 앞에 앉아 차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가족이 갑작스레 아파 119로 병원응급실로 실려갔던 경험이 떠오르며 다시 한 번 그 당시의 도움주셨던 분들께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고..지금가족이 건강하게 지내는 이 순간에 대해 큰 기쁨과 감사를 느끼게 해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의사의 화려한(!?)면만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c***i 2017.12.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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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죽음 사이, 그 지독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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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를 포함한 가족은 병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잘한 감기는 약을 먹고 푹 쉬다보면 나았고, 흔한 외상 한번 없이 지금껏 건강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돌려받지는 못하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내가 출산을 하면서 처음으로 대학병원에 갔고, 1/5000 확률이라는 특수한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비록 3주만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출산을 앞둔 만삭의 몸으로 어느 날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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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를 포함한 가족은 병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잘한 감기는 약을 먹고 푹 쉬다보면 나았고, 흔한 외상 한번 없이 지금껏 건강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돌려받지는 못하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내가 출산을 하면서 처음으로 대학병원에 갔고, 1/5000 확률이라는 특수한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비록 3주만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출산을 앞둔 만삭의 몸으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미칠 듯한 골반 통증은 '이대로 평생 걸을 수 없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응급 환자가 되어 병원을 찾았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책을 다시 펼쳤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전작 '만약은 없다'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꼼꼼하면서도 특유의 감성으로 적었다. 의사, 그것도 응급실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면 특히나 수도 없이 죽음을 목격할 텐데도, 저자는 지극히 의학적이고 객관적인 진술과 더불어 인간적인 감성을 잊지 않았다. 비록 그 감도가 지나쳐 읽는 이까지 한없이 우울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지언정.


책을 읽고 응급실의 민낯을 조금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지금껏 단 한번도 119를 부른 적도 없고 응급실에 가본 적도 없지만, 24시간 급박하게 돌아가는 병동의 풍경 속에서 가지각색의 이유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의학용어가 적절히 난무하면서 한편으로는 읽기 힘들 정도로 생생한 상황 설명에 도저히 책장을 넘기지 못한 순간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전작에 비해 조금 더 순화되었고, 간간히 유머러스한 글도 섞여 있다. (의료봉사를 떠났다가 쓰레기봉투 처리를 놓고 고생한 이야기나, 인턴 시절의 일화 등등) 하지만 기본적으로 응급실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곳이기에, 책은 여전히 무겁다.


무엇보다 더 가슴이 아팠던 건 아이들 이야기였다. 선천적으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평생 그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들의 너무나 날것의 이야기, 찰나의 순간에 신체의 대부분을 잃거나 혹은 생명을 다한 아이들의 이야기. 거기다 불과 생후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끔찍하게 학대한 이야기 등등은 도저히 문장을 이어서 읽을 수가 없었다. 똑같이 백일도 안된 아기를 키우는 입장이기에 더욱 감정이입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에 저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 중증외상센터나 외과의 부족 현상, 119 에 걸려오는 장난전화의 심각성 등 응급의료 전반에 걸친 제도적 문제를 꼬집는 글도 실려있다. 절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 듯한 저자가 그럼에도 종종 방송에 나와 책과 응급실 이야기를 하는 것도, 궁극적인 목적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할 때 적절한 응급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인 듯 싶다. 


삶은 예고하지 않은 순간에 갑작스럽게 그 모습을 달리한다. 그렇기에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결코 나와 가족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생생했다.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난무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최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자와 의료진의 모습이 보여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이기도 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n 2017.10.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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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의 지독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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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의사, 부업은 소설가?! 바쁜 일상속에서 글을 썼다. 소재는 일상이었지만, 특별하다. 의사가 바라보는 환자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 충분히 흥미롭다. 그리고 빠져든다. 저자의 감정선이 나와같지 않아서, 읽다가 버거울 때가 있다. 그래서 조금씩 소화시키면서 읽었다.  그는 나보다 더 지독하게 느끼고 부딪히며 사건에 대해 몰입한다. 글을쓰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갔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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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의사, 부업은 소설가?! 바쁜 일상속에서 글을 썼다. 소재는 일상이었지만, 특별하다.

의사가 바라보는 환자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 충분히 흥미롭다. 그리고 빠져든다.

저자의 감정선이 나와같지 않아서, 읽다가 버거울 때가 있다. 그래서 조금씩 소화시키면서 읽었다. 

그는 나보다 더 지독하게 느끼고 부딪히며 사건에 대해 몰입한다.

글을쓰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갔던 것 같다. 

그냥 지나가면 잊혀질 일을 글로 붙들고 책을 남겼다.

특별한 사람이다. 의사이면서 인간적인 사람! 나도 그런 그를 응원하기로 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1******c 2023.09.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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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살때는 의사가 꿈이어서 구입했고 읽었습니다. 꿈이 의사였어서 흥미롭게 읽었나싶어 다시 읽어보았는데 꿈이 바뀐 지금도 깊이 와닿네요. 사람들의 삶을 잠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다소 우울한 경향이 없잖아 있지만 행복한 것만이 삶이 아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또 다른 책을 기대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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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살때는 의사가 꿈이어서 구입했고 읽었습니다. 꿈이 의사였어서 흥미롭게 읽었나싶어 다시 읽어보았는데 꿈이 바뀐 지금도 깊이 와닿네요. 사람들의 삶을 잠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다소 우울한 경향이 없잖아 있지만 행복한 것만이 삶이 아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또 다른 책을 기대하게 되네요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h**********1 2018.09.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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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지독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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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지독한 하루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슬픔과 두려움, 때로는 패배가 예정된 일일지라도 거기 맞서 싸우는 인간의 경이로움이 이 책에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다. - 요조(가수) -   응급실. 성형외과, 안과, 정신의학과 등등 의학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응급의학과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로 알고 있다.나도 고열로 씨름하는 아들을 데리고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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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지독한 하루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슬픔과 두려움, 때로는 패배가 예정된 일일지라도 거기 맞서 싸우는 인간의 경이로움이 이 책에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다. - 요조(가수) -

 

응급실. 성형외과, 안과, 정신의학과 등등 의학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응급의학과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로 알고 있다.


나도 고열로 씨름하는 아들을 데리고 몇 번 응급실을 가보았고, 특히 작년 갑자기 충수돌기염(맹장염)으로 아파하는 남편을 응급실로 데리고 간적이 있었다. 그날 응급실의 진짜 얼굴을 본 것 같았다. 남편은 복통을 호소했고 염증수치가 높아 CT를 찍었는데 맹장염이라고 진단 내려졌다.

당시 만삭이었던 나는 가족들에게 전화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했고 초조하게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응급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전문의로 보이는 의사가 1, 인턴이나 레지던트로 보이는 의사 2, 그리고 간호사가 3명쯤 되었을 것이다.

의식을 잃고 실려 온 할머니, 변비인지 장염인지 관장을 한다고 꽥꽥되며 우는 어린 아이들이 유독 많았던 기억, 그리고 통풍으로 걷지도 못하고 들것에 실려 온 아저씨,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도 그냥 아프다고만 하는 답답한 할머니까지.

그 와중에 우리는 그나마 참을성 있고 예의바르게 그저 신음만 끙끙대는 나름 착한 환자였다. 하지만 수술약속시간이 한 시간, 두 시간 지나고 만삭이라 몸이 힘들었던 나는 수술 방이 비지 않는 다는 간호사의 말에 점점 화가 치솟았고 참아야지 하면서도 인간인지라 예정보다 6시간이 지났을 때는 화를 안낼 수가 없었다.

그때 딱딱한 얼굴로 사무적으로 대하는 간호사와 의사에게도 화가 났었다. 결국 무사히 수술은 끝났지만 그때 그 긴 기다림은 지금도 나에게 안 좋은 추억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아들이 나중에 의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공부를 잘한다면) 의사는 명예롭고 덩달아 돈도 잘 벌고 멋있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내가 응급실에서 느꼈던 의사에 대한 불신과 이 책을 통해 본 의사(특히 응급의학과)의 현실은 그 꿈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2개월도 안된 아이를 구타해 울지도 못하게 만든 동거남에게 분노하고 마지막에 그 아이가 우유를 너무 세차게 빨더라는 간호사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장 읽기 힘들었던 것은 역시 불에 탄 7명의 이야기였다.


4명은 다른 병원으로 가고 3명을 저자가 치료하게 된다온 몸이 익어 한눈에 보아도 3도 화상이 분명한 사람들. 너무 아파서 아프다 이야기밖에 못하고, 온 몸의 피부가 익어 추위밖에 느끼지 못하는 그들을 어떻게든 살려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죽음을 마주한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과 그것을 온전히 느꼈을 의사들의 비통서린 마음에 가슴이 저몄다.

차라리 죽여 달라던 남자는 끝끝내 죽음을 선고받고 살아남은 나머지 2명은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살아남을 확률이 적다고 한다.


온 몸이 불타 고통스러운 그들도 지독한 하루였지만, 그들을 살리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는 의사들 역시 지독한 하루였음을 저자는 말한다.


우리 눈에는 멋있기만 하고 명예로워 보이고 때론 거만해보이기도 하는 의사들이 사망선고를 내리며 어떤 비통함을 느끼는지, 그 일들이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변해갈 때 자신에게 얼마나 처절한 실망을 느끼는지,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기에 아픔을 느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인간의 마음은 똑같다는 것, 그렇기에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이 인간을 보듬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모두의 삶이 조금은 덜 아플 것이라는 걸. 나 역시 어느 날은 지독한 하루를 보내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는 날, 되새기며 힘을 내야할 것 같다.

f*******a 2018.02.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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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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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가끔 영화를 보는 것처럼 깜짝깜짝 놀라는 부분도 있었고, 눈물이 날 정도로 뭉클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표현력이 좋기도 하고, 소재가 좋기도 했습니다. 보는 내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했습니다. 삶이 참 고달프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내가 참 배부른 소리를 하면서 살았구나 반성도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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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가끔 영화를 보는 것처럼 깜짝깜짝 놀라는 부분도 있었고, 눈물이 날 정도로 뭉클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표현력이 좋기도 하고, 소재가 좋기도 했습니다. 보는 내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했습니다. 삶이 참 고달프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내가 참 배부른 소리를 하면서 살았구나 반성도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되는 그런 책이었네요.

s******0 2018.02.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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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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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사의 좋은점만 본다. 그리고 의사를 전지전능한 신처럼여긴다. 의사가 환자를 살리지 못하면 우리는 그들을 비난한다. 여기에는 응급실에서 사투를 벌인 한 남자의 기록이 있다. 몇번 응급실을 가 본 기억이 있다. 나는 이렇게 아픈데 내 아픔은 뒷전이라고 모두가 아우성치고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밀려드는 환자 처치로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정말 아비규환의 지옥이다.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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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사의 좋은점만 본다. 그리고 의사를 전지전능한 신처럼여긴다. 의사가 환자를 살리지 못하면 우리는 그들을 비난한다. 여기에는 응급실에서 사투를 벌인 한 남자의 기록이 있다. 몇번 응급실을 가 본 기억이 있다. 나는 이렇게 아픈데 내 아픔은 뒷전이라고 모두가 아우성치고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밀려드는 환자 처치로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정말 아비규환의 지옥이다. 의사가 인간적인 고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깨닫는다. 환자를 위해 애쓰는 의사선생님들 힘내십시오.

YES마니아 : 로얄 j*******1 2017.09.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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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죽음이 서투른 후배의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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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의사로서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수없이 마주치지만,또다른 죽어가는 환자를 보느라 시간에쫓기고.. 익숙하지않은척 하면 프로페셔널해보이지 않을까봐.. 맘속 어딘가에 숨겨만 두었던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익숙한듯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들을 생생하게 풀어주셔서 단숨에 다 읽었네요. 죽음 앞에 서는 상황..일상적이지만 매번 낯선 이런 감정들이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구나 하
"여전히 죽음이 서투른 후배의사 드림" 내용보기
저도 의사로서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수없이 마주치지만,
또다른 죽어가는 환자를 보느라 시간에쫓기고.. 익숙하지않은척 하면 프로페셔널해보이지 않을까봐.. 맘속 어딘가에 숨겨만 두었던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익숙한듯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들을 생생하게 풀어주셔서 단숨에 다 읽었네요. 죽음 앞에 서는 상황..일상적이지만 매번 낯선 이런 감정들이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떡하노~이제 환자를보면 자꾸 그사람 인생이보인다"는 노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 아직도 죽음이 서투른 후배의사 드림 -
s****1 2017.09.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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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은 덜 지독한 하루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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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하루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일보 고정 칼럼 필진이다. 비스듬한 각도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읽는 맛이 있었다. 응급의학 이라는 칼럼 주제도 나쁘지 않았고. 굉장한 인상이라는 느낌은 없었는데 어떻게 이 책을 사게 됐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   그런데 후회는 전혀 없다   책을 읽고 심폐소생술의 필요성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까지 보고 나니 응급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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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하루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일보 고정 칼럼 필진이다. 비스듬한 각도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읽는 맛이 있었다. 응급의학 이라는 칼럼 주제도 나쁘지 않았고. 굉장한 인상이라는 느낌은 없었는데 어떻게 이 책을 사게 됐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

 

그런데 후회는 전혀 없다

 

책을 읽고 심폐소생술의 필요성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까지 보고 나니 응급의학 전문의인 저자에게 더 큰 신뢰감이 생긴다

 

그런데 정말 대단하다

 

의사가 되기도 어려울 텐데. 아니 어려운 그 과정을 저렇게 견뎌내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나

 

나 비록 독자에 불과하지만 아 진짜 정말 툭툭 던져 놓는 응급실의 긴박함이 대단히 흥미롭다. 물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그 곳의 진중함을 흥미롭다고 표현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응급실의 진정한 속살을 보는 것 같다. 드라마? 영화? 다 필요 없어 보인다. 이 책 한 권이면 응급실, 사람의 생명, 삶과 죽음 너무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저자가 쓴 다른 책도 읽어 보려 한다. 또 다른 경외감과 읽은 즐거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e******k 2018.09.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