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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색, 모순의 색, 빨강
"에너지의 색, 모순의 색, 빨강" 내용보기
미셸 파스투로의 책들을 읽다 이 책까지 발견했다. ‘파랑’을 읽었으니 ‘빨강’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 책이 있었다(미셸 파스투로의 도서 목록을 보면 ‘빨강’에 대한 책도 있지만 아직 번역이 되질 않았다).  물론 배경이 다른 만큼 미셸 파스투로와는 색에 대해 다르게 접근한다. 미셸 파스투로에게 색이란 문화사의 한 발현이고, 역사 속의 단면이다. 스파이크 버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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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파스투로의 책들을 읽다 이 책까지 발견했다. ‘파랑을 읽었으니 빨강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 책이 있었다(미셸 파스투로의 도서 목록을 보면 빨강에 대한 책도 있지만 아직 번역이 되질 않았다).

 

물론 배경이 다른 만큼 미셸 파스투로와는 색에 대해 다르게 접근한다. 미셸 파스투로에게 색이란 문화사의 한 발현이고, 역사 속의 단면이다. 스파이크 버클로의 책은, 책의 제목이 문화사이므로 당연히 문화의 측면에서 색을 보긴 하지만, 파스투로에 비해서 자연사를 훨씬 더 강조한다. 그래서 동물(주로는 벌레)과 식물에서 빨강이라는 색을 추출하는 과정과 그것들이 유통되는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보여주고, 땅의 색깔과 광물의 색깔에 대해서도 깊게 설명한다. 흙과 광물에서 비치는 빨간색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쉽게 납득은 되지 않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서 무척 진지하다. 우리가 보는 빨강이 다 똑 같은 빨강이 아니며, 그것을 대하는 태도도 시대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은 파스투로의 입장과 비슷하지만, 파스투로가 파랑이 역사 속에서 그 의미를 달리 해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버클로는 빨강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그리 깊게 다루지는 않는다.

 

빨강은 에너지의 색이다. 빨강이 긍정적으로 해석되든, 부정적으로 해석되든 모두 열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불의 색이 그렇고, 태양의 색이 그렇다. 실제 불의 색이 그렇지 않고, 현대에는 (전깃)불의 색이 더더욱 그러하지 않지만, 태양의 색도 오히려 붉은 색으로 보일 때가 드물지만 우리가 불과 태양의 색을 붉게 인식한다는 것은 붉은 색을 대하는 태도를 뜻한다. 그래서 빨강은 왕의 색이었지만, 또한 악마의 색이기도 했다. 빨강은 생명력을 지닌 색이기도 하지만, 어둠의 색이기도 하다. 중세, 검정과 하양의 중간색으로 받아들였을 때, 빨강이 검정 쪽에 가까운지, 하양 쪽에 가까운지에 따라 그 운명이 달라졌던 것이다. 그래서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또 극히 꺼리는 색이기도 하다. 그런 모순의 색이 바로 빨강이다.

 

질서를 상징하기도 하고, 무질서를 상징하기도 하고, 창조를 상징하기도 하고, 파괴를 상징하기도 하는 색, 왕을 만족시키면서 혁명가도 만족시키는 색이 빨강이라는 점은 이 색이 갖는 매력, 내지는 마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실은 과거에는 무시당했다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애호하는 색이 되었다는 파랑만큼이나 그 역사와 실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색이기도 하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n*****m 2019.03.14. 신고 공감 4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