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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책냄새가 짙게 난다. 범우문고. 중고등학교때 꽤 많이 사 봤었는데. 그 때는 아마 책 표지가 탁한 하늘색 아니었던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책 값이 7,8백원 했던가? 4,5백원 했던가? 지금 책값은 3900원이네. 그래도 저렴하다. 편집도 모두 옛날 판본 그대로 인 갑다.
<작품해설>을 쓴 이 상보 선생도 새삼스럽다. 왈칵 그리움이 밀려 온다. 그 때는 꽤 유명한 분이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였던가? 그의 수필 <갑사 가는 길>은 특별 했었다.
어른이 되어 계룡산을 수십 번 올랐다. 계룡산 곳곳에 내 발길이 안닿은 곳이 없다. 갑사를 오르기 수십년 전에 이미 갑사를, 갑사가는 길을 정서속에 품고 있었다. 교과서를 통해. 갑사-금잔디고개-삼불봉고개-남매탑을 지나칠 때, 거기에서만 풍겨 나오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좋아서 수십 번을 올랐는지 모른다. 능선을 지날 때 어느 곳에 내가 인사하는 나무, 내가 대화하는 나무가 있고 몰래 등산로를 살짝 이탈해(벌금 10만원? 50만원?) 들르는 곳도 있고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 곳도 있다.
불어나 영어나 독일어를 직역한 책이 아니다. 일본에서 번역한 일서를 다시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저작권이고 뭐고 없던 시절이어서 그런가. 맨 앞에 이상보 선생의 해설이 있고, 중간에 일본인 무명씨(아마도 일서의 번역가이거나 해설가인 듯)의 해설이 붙어 있다. 뜬금없고 우습고 재미있다.
각기 저자가 다른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물론 내가 구한 것은 플로베르의 <애서광 이야기>였다. 뜻하지 않게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이 들어 있어 뜻밖의 수확이었달까. 제목이 '독서광'이 아닌 '애서광'인 이유를 알겠다. 여기서 서(書)는 '글'이 아니라 '책', 물건으로서의 책을 의미한다. 즉 책수집광 이야기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은 그림수집광이야기다.
"그는 장님이 태양을 사랑하는 것처럼 지식을 사랑한다. 아니, 그가 사랑하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 그 표현인 서적이다. 그는 그것이 책이기 때문에 사랑한다. 그 향기나 형태, 표제 등은 모두 그에게 있어 사랑의 대상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가 어떻게 독서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애서광 이야기)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