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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오노 나나미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워낙에 장편이다 보니 나 같은 경우는 읽어볼 엄두를 못 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그녀에 대한 호기심을 지우지 못하고 그녀의 다른 책인 전쟁 3부작 시리즈 콘스탄티노플 함락, 로도스섬 공방전, 레판토 해전을 읽어보게 되었었다. 역사에 덧입혀진 그녀만의 상상력은 잘못하면 딱딱하거나 지루하게 생각될 수 있을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는 소설과도 같은 매력적인 장르로 변모시켜 재미를 더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워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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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지속적으로 관심 있게 지켜봤을 때만 가능한 수용과 긍정의 힘이 두 사람의 대화 사이사이에 고스란히 녹아 있고, 애정이라는 명분으로 상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줄다리기를 하지 않고 있어 이 모자간의 대담집이 부럽다' p344 -역자의 말 중에서-
[로마에서 말하다]는 로마 역사학자이며, 소설가인 일본인 시오노 나나미와 영화 제작자를 꿈꾸는 그의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의 영화에 관한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모자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와 미국의 영화를 주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나는 엉뚱하게도 그들의 나눈 대화를 통해 영화에 대한 생각보다는 한 가지 주제로 모자간의 대화하는 모습에 한없이 부러움을 가지게 된었다. 그래서 역자의 말에 더욱 공감하게 되고, 아들을 대하는 평소의 내 모습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끔찍하게도 늘 공부를 우선시 말해야 되고, 학원을 알아보고, 새학기가 시작되면 문제집부터 아들방에 들여보내는 엄마로서 아들에게 못할 일만 하는 듯해 우울해졌다. 대한민국 교육 현실 운운해서 그러한 내 행동에 어떤 변명거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모자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감과 서로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하는 두 사람의 태도에서 어느 한 순간 쌓인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에 부러움이 차올랐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면서 서로의 생각과 의견에 충돌과 타협을 거듭하면서 이러한 서로의 생각까지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 같아 나를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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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말하다]는 많은 사람들이 명작으로 꼽고 있는 작품과 그 작품을 제작한 명감독들을 시대가 다른 모자의 시선에서 각자의 생각을 얘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 제작을 꿈꾸고 있는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탈리아와 미국의 영화 제작 방법이나 두 나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영화 제작 분위기를 전해준다. 그는 이탈리아는 누구나 느끼 듯, 예술영화에 대한 제작을 주로 하고 제작 방법에 있어서도 치밀함 보다는 일단 찍고 시작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체계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러한 자유로운 제작 방식에서 오히려 이탈리아 영화가 예술 영화에 있어서 뛰어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 반면, 미국은 보다 체계적으로 모든 것을 준비한다. 보통 영화 제작 2~3년 간의 철저한 준비기간이 있다고 한다. 보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관객들의 호응에 맞는 미국 대작들이 세계 곳곳에 손을 뻗을 수 있는 것이 이러한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보다 철저한 영화 제작 시스템을 갖춘 미국에서 일하기는 편하다고 말하지만, 촬영이 끝나면 각자의 길로 가버리는 합리적인 개인주의가 미국 영화계가 이탈리아 영화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간미가 덜하다는 그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미국영화는 사업이다.' 라는 안토니오 시모네의 얘기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많은 영화와 배우, 감독들 중에 '월스트리트(1987년, 올리버 스톤 감독)', '폴링다운'(1993년, 조엘 슈마허 감독) 두 편이 기억에 남는다. 두 편의 영화는 주인공으로 마이클 더글러스가 맡아 열연했다. 그 당시 개봉할 때 두 편을 보면서 영화의 내용도 중요했지만, 그 영화에서 열연을 펼치는 주인공에게 더욱 열기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영화 '폴링다운' 에선 마이클 더글러스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가 (물론,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상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해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서 우리나라 언론이나 관객들이 불쾌해 했던 기억이 함께 떠올랐다.
놀랍게도 책을 읽으면서 20여 년이나 지났지만, 두 영화가 현재의 한국과 세계의 경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영화의 힘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영화의 힘이 세월을 넘어서도 그대로 전해져 온다는 사실은 시오노 나나미의 말처럼 '역사는 되풀이 된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로 그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듯하다.
모자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그들 모자의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나름의 영화에 대한 철학도 엿볼 수 있었다. 어머니인 시오노 나나미의 영화에 대한 보다 인간적인 시각과 아들인 안토니오 시모네의 젊은 패기에서 나오는 시대의 비판 (어머니는 삐딱하다고 표현) 적인 태도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오노 나나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은 한국인데, 이 책 속에는 한국영화나 한국 영화인들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이번 기획에선 빠졌겠지만, 점점 세계 속에서 한국의 영화가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시점에서 그들 모자의 한국영화.영화인에 대한 생각도 읽고 싶다.
시간이 흘렀지만, 책 속에 언급된 빛나는 명작들을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다시 봐야겠다. 책과 영화는 언제나 함께 하는 것이니 내겐 당연한 시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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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작가다. [로마인 이야기]는 독서의 시기를 놓친 이후로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지금까지 읽은 그녀의 작품은 [살로메 유모 이야기]가 유일하다. 이번에 그녀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와 그녀의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가 나눈 영화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안토니오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했고 안토니오는 미국 할리우드와 이탈리아에서 영화 일을 했다. 이 책에는 그들이 본 미국, 이탈리아, 일본, 독일 등의 영화와 스탠리 큐브릭, 구로사와 아키라 등 감독, 히스 레저, 폴 뉴먼 등 배우, 각 나라별 영화제작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구성은 시오노 나나미가 묻고 안토니오가 대답하는 방식이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엄마(혹은 아빠)와 오랜 시간을 얘기해 본 적이 없다. 아직 아이가 없는 관계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랜 시간 아이와 얘기를 해 본 적도 없다. 엄마와 아들이 영화라는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책을 한 권 낼 정도로 대화를 나누는 일, 그 행위만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토니오는 영화 [카포티]를 좋지 않게 보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주인공은 관객의 공감을 사지 못했지만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평했다. 특히 작가, 편집자, 신문기자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라고 평했다. 세대차이만큼 영화의 취향은 다르지만 그들은 서로의 영화의 취향을 존중했다. 프랑코 제피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직 보지 못했다. 아마 봤더라도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토니오는 티볼트에 주목했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것 때문에 인생을 만끽하지도 못하고 죽었던 티볼트에 대해 사랑을 성취하고 죽은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비극적인 인물이라고 보았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복잡하다. 영화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사업이기도 한 까닭이다. 안토니오는 프로덕션 어시스턴트와 프로듀서스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할리우드와 이탈리아 현장에서의 영화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 프로듀서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프로듀서를 하는 친구가 있어 종종 얘기를 듣는데 하는 일은 비슷했다. 영화 [300]은 흥행에 성공한 영화지만 나는 흥미가 생기지 않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안토니오의 “인간이란, 자신은 저렇게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후회 없이 죽은 남자들에게 매료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사람들이 [300]에 열광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독일 영화의 반격’ 편에 소개된 [타인의 삶]과 [굿바이 레닌!]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라 반가웠다.
[로마에서 말하다]는 31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많은 영화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본 영화가 많질 않아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뿐 그들의 대화에 동참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책을 읽기 전 장마다 소개하는 대표 영화들을 먼저 보고 난 후 그들의 대화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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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러 극장에 다녀왔다. 한국 영화였는데, 사랑과 연애에 관한 이야기였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웃기며, 적당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엄마와 극장을 나오면서 둘이 나눈 대화는 "재미있네." , "응, 그러게." 가 전부였다. 거짓말 하나 안보탠 실화다. 그러고 보니 엄마와 함께 극장을 가본 게 얼마만이던가. 작년에 한번, 그전에는... 거의 십년전? 그러고 보니 아버지랑 극장에 가서 봤던 첫 영화가 생각난다. 벤허였다. 긴 러닝타임에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와 동생은 그 이야기의 배경을 이해조차 하지 못할 나이였다. 그 영화를 보고 기억나는 장면은 마차 경주 장면이었다. 한바퀴를 돌 때마다 물고기 조각을 한마리씩 올리던가, 내리던가. 그때의 기억은 그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그후에 벤허를 볼 때마다 아버지 생각을 하곤 한다. (오해없으시길, 아버지는 지금도 곁에 계신다. 그저 아버지와 영화를 보러 처음 극장에 갔던 날이 유난히 생각에 오래 남아서이다.) 『로마에서 말하다』는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와 그의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가 나눈 영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들인 안토니오 시모네는 영화 감독을 꿈꾸는 사람으로 이 책이 씌어질 당시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 대한 지식이나 영화판에 대한 지식이 깊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 대한 비판이나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진실되게 다가왔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고. 책 표지를 보면 총 네편의 영화의 한 장면이 나와 있다. 왼쪽 위는 로미오와 줄리엣, 오른쪽 위는 스파이더맨, 왼쪽 아래는 사브리나, 오른쪽 아래는 시네마 천국이다. 모두 내가 재미있게 봤고 좋아하는 영화라 참 반갑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할을 맡은 올리비아 핫세는 내게 있어 영원한 줄리엣이다. 줄리엣하면 올리비아 핫세, 올리비아 핫세라고 하면 줄리엣. 나에게 다른 줄리엣은 필요없달까. 그리고 흑백영화라고 하면 오드리 햅번이다. 난 고전을 꽤 좋아해서 오드리 햅번이 등장하는 영화는 거의 다 봤고, 그중에서 로마의 휴일은 여러 번 봤다. (로마의 휴일을 좋아하는 팬들은 정말 많을 것이다) 이런, 표지 이야기만 하다가 날 새겠다. 본문은 총 31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340페이지의 분량인 것을 감안한다면, 각각의 꼭지에서 다루는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각 꼭지들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다른 꼭지들과 연관되어 있는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난 책을 읽으면서 총 네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이 책을 정리해 봤다. 이탈리아 영화 · 미국 영화 · 일본 영화 · 독일영화 시오노 나나미의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는 이탈리아인이다. 이탈리아인으로서 외국인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영화가 10편 소개되어 있는데, 그 형식은 네오리얼리즘, 희비극, 희극, 코스튬 대작등으로 나뉘어 지지만 그 속내용은 이탈리아라는 나라와 이탈리아인들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만들어진 영화가 많은데, 객관적이면서도 진실한 내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 영화에 관해서는 78회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상을 받은 <크래쉬>, <앙코르>, <카포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 꼭지와 미국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꼭지로 나뉘어 진다. 미국적인 영화로는 스파르타인들을 다룬 <300>이 거론되는데, 역사는 무시해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성들의 전투란 것을 멋지게 잘 표현했다는 글이 참 재미있다. 그외의 미국적인 영화로는 <스팅>타입의 영화다. 이런 영화는 "질 좋은 악이 머리를 써서 질 나쁜 악을 섬멸한다"는 줄거리를 가진다. 악당이 악당을 쳐부시지만 그중에서도 좋은 악당이 있고 나쁜 악당이 존재한다. 이런 영화는 단순히 총을 마구잡이로 난사하는 영화가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촘촘한 복선이 깔린 영화랄까. 나도 이런 영화, 아주 좋아한다. 일본 영화는 큐트한 <훌라 걸스>, 퍼니한 <선거>, 그리고 리스펙트할 수 있는 <굿바이> 세편이 소개된다. 모두 일본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특히 선거의 경우에는 일본 선거 시스템과 이탈리아의 선거 시스템을 비교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 영화의 경우 <타인의 삶>이란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공산국가 시절 다른 사람의 삶을 감시하던 한 남자의 이야기에 관한 내용인데, 무척 흥미로웠다. 언젠가 꼭 한 번 보고싶은 영화다. 그외의 영화 이야기중에는 다 식은 후에 제공되는 요리같은 복수를 다룬 복수 영화, 과거는 현재에도 반복될 것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들과 안토니오 시모네가 정의하는 B급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안토니오 시모네의 B급 영화에 대한 정의가 무척 흥미롭다. 첫째로 예술작품을 지향하지 않아 유명영화제에서는 절대로 상을 받지 못하는 영화들, 둘째로 평론가들에게는 무시당해도 관객 동원에는 성공하는 영화들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B급 영화란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의 B급 영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그중 <람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는데, 나같은 경우 그저 액션영화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안에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귀환병의 아픈 이야기가 숨어있었다고나 할까. 이런 부분들을 보면서 내가 영화를 볼 때 얼마나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참, 잊지 마시길. 각 꼭지의 뒷부분에는 그 꼭지에서 거론된 영화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다. 그 페이지들을 보면서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도 즐거울 듯. 영화 감독들 이 책의 수많은 꼭지들 중 영화 감독과 그들이 만든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총 9개이다. 엘레강스한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평해지는 루키노 비스콘티, 시칠리아 출신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날카로운 아이러니와 인간성에 대한 조롱을 담은 영화를 만든 로버트 앨트먼, 카메라와 렌즈를 속속들이 알고 있던 명감독 스탠리 큐브릭,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영화로 담아낸 구로사와 아키라를 비롯해 시드니 루엣과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비교 분석, 마틴 스콜세지, 시드니 폴락,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의 영화에 대한 철학과 그들이 만든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영화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들 감독의 모든 작품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각 꼭지의 주제에 맞는 영화와 두 모자가 좋아하는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겐 낯선 영화도 많았고, 나는 좋아하는 영화인데 언급되지 않아 약간은 서운한 부분도 있었다. 여기에 거론되는 감독중 주세페 토르타토레 감독은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다수 만들었다. 자신이 시칠리아 출신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특히 모니카 벨루치가 주연을 맡은 <말레나>라는 작품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영화 배우들 영화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는 총 7개 꼭지에 등장한다. 첫 테이프는 감독에 대한 철저한 신뢰를 보여준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로 시작한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스트론조와 필리오 디 푸타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는 뒤에 나올 아이스 레이디 이야기와 비슷한 전개를 보여주는데 일단 스트론조와 필리오 디 푸타나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스토론조는 나쁜 남자, 육식남 이미지라고 할까. 숀 코너리가 그런 남자라니, 난 숀 코너리 참 좋아하는데 말이지. 내가 모르는 숀 코너리를 만난 느낌이었달까. 무드남, 초식남으로 여겨지는 필리오 디 푸타나는 앞서 언급된 마르첼로 마스트로 얀니, 조지 클루니 그리고 대니 드비토. 앞에 나온 둘은 이해가 되는데, 대니 드비토라구??? 나도 놀랐다. 하지만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되었달까.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아이스 레이디로 칭해지는 여성 배우들은 어떤 배우들일까. 시오노 나나미에 따르면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은 여성들이다. 그 배우들로는 마돈나, 안젤리나 졸리, 조디 포스터. 이들은 사랑보다 일을 더 중시하는 내면이 차가운 여성들이라 묘사된다. 뭐, 사람 나름의 생각이긴 하겠지만, 난 이 말에 반쯤 동의한다. 근데 더 재미있는 것은 안토니오 시모네의 이들 여성에 대한 생각이다. 피곤한 여성 타입이라고 하던가. 하긴 여자들 입장에서 보면 쿨하고 멋지겠지만, 남자들 입장에서는 감당이 안되니 피곤하게 여겨질 수도. 이외에도 래퍼 출신 배우들, 요절한 배우들, 조연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래퍼 출신 배우들은 이 책에서 언급된 배우들 외에도 꽤 많다. 근데 이 책에서 언급된 배우가 아닌 아이스 큐브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 문득 대사치는 것이 랩하고 있는 듯하달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어떨지... 요절한 배우들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은 히스 레저, 리버 피닉스, 브래드 랜프로. 그들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이들을 압박해 죽음으로 몰고간 영화계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브래드 랜프로는 누군가 했더니,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에 나왔던 배우였다. 지금은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영화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주연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난 조연 배우들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여기에서 언급된 배우들 중 채즈 팔민테리는 나도 무척 좋아하는 배우이다. 무척 강한 인상을 주는 배우라 조연으로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기막히게 조연을 연기하는 배우.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조연 배우들이 주역 배우들 보다 연기를 더 능숙하게 한다고. 요즘 영화판은 90%이상이 그렇지 않을까? 영화판 뒷담화 안토니오 시모네는 영화 감독을 꿈꾸며 지금은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영화판의 이야기는 일반인인 내가 보기에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는데 이탈리아와 미국 영화 제작에 모두 참가한 경험이 있기에 두 나라 간의 영화 제작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그가 보는 미국 영화는 상업이고, 이탈리아는 예술을 지향한다. 두 나라는 영화 제작 준비기간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 미국은 2년, 이탈리아는 겨우 2달이란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미국 영화의 장점만을 말하는 것 같지만 두 나라의 장단점을 골고루 비교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시칠리아 섬에서 촬영을 할 때 마피아가 용역업체로 참가한다는 것이다. 마피아 이야기를 다뤄도 아무렇지도 않게 참가하는, 즉 돈만 되면 뭐든 하는 시칠리아 마피아의 철저한 현실주의적인 면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게 이탈리아 영화판의 흥미로운 점이랄까. 이외에도 의상담당에서의 독보적인 존재인 밀레나 카로네로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스탠리 큐브릭이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작업을 해 왔던 그녀의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인간적인 부분을 함께 다뤘다고나 할까. 로마에서 말하고, 한국에서 듣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영화계 전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시오노 나나미와 안토니오 시모네가 관심을 가고 있는 영화 감독들과 그들이 만든 영화, 좋아하는 배우들과 그들이 출연한 영화, 그리고 영화 제작 현장의 뒷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러하기에 그들의 감정이 담뿍 묻어나는 이야기들이다. 또한 비평가처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면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느끼는 바를 편안하게 풀어 놓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만약 이들이 아들과 어머니 사이가 아니라면 이렇게 편안한 어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 그래서 더 친근감있게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시오노 나나미의 인간의 삶에 대한 넓은 시각과 안토니오 시모네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의 눈길이 합쳐져 탄생한『로마에서 말하다』는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어도 재미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된 내용이 아니기에 책을 잡으면 한자리에서 다 읽어야 할 부담도 없다. 하지만, 내 장담하리라. 이 책을 읽다 보면 둘의 대화에 푹 빠져서 한자리에서 다 읽게 될 거란 것을. 사진 출처 : 책 표지 덧>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조금 어색한 부분 몇 가지에 대한 언급 본문 중에 '고급한 술'이나 '고급한 프로'라는 표현이 있는데, 우리말로 보자면 꽤나 어색한 표현이다. 고급 술이나, 고급스러운 술 혹은 고급스러운 프로라는 표현이 우리말로 더 잘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표현은 일본어를 직역한 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그리고 일본식 표현이 또 있다. 소녀만화란 것이 바로 그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순정만화라고 한다. 소녀만화를 주로 읽는 층은 여성들기에 소녀만화란 표현을 쓴다. 소녀가 등장한다고 소녀만화는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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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신간
내가 시오노 나나미를 처음 만난 건 <로마인 이야기>가 13권까지 나왔을 때였다.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아버지가 시리즈 형태의 책을 즐겨 읽으셔서 나 역시 자연스레 방대한 양의 로마사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시오노나나미의 목소리는 - 물론 호오가 분명히 갈리겠지만 -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과거의 로마인이나 현대 이탈리아 사람들의 성향이 시오노나나미의 독특한 필치와 적절히 어울려 탄생한 수작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후로 시오노 나나미의 이름으로 나온 책들은 죄다 구해서 읽었더랬다. <로마인 이야기>의 연장선 상에 있는 지중해/이탈리아 역사 소설부터 가벼운 에세이까지 한 작가에게 빠져 책을 읽어내는 게 꽤 재미가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예전에 영화 이야기를 한번 더 썼었다. 그게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로 나온 책이다. '로마'가 아닌 '영화관'에서 이 작가의 인생이 시작되었다니, 이 작가가 영화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었나하는 호기심이 들어 책을 집어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부>, <지옥의 묵시록>, <플래툰> 등 소위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의 대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는 책이었다. 영화를 테마로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인 에세이였다. 워낙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영화 취향에 적이 놀랐었던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신간이 나왔다길래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십자군 전쟁>인줄로만 알았는데, 영화 에세이라고 한다. 전작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를 떠올리며 설레는 맘으로 두 번째 영화책의 첫 장을 넘겼다.
‘로마’에서 말하다
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가 아들과 나눈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전작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와 달리 타이틀 <로마에서 말하다>에서 곧바로 ‘영화’라는 테마를 연상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장까지 덮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로마’라는 장소가 갖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우선 그녀의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자랐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인 듯 하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로마인'의 피가 흐르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이탈리아에서 실제 영화판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도시가 (아마도) 로마인 듯 하고, 물론 <로마인 이야기>가 저자의 대표작인 만큼 ‘로마’라는 도시가 타이틀에 쓰인 것 같다. 정리하자면 로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로마에서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기 때문에 <로마에서 말하다> 이상의 타이틀이 탄생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핵가족화, 개인화가 심화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가깝고도 또 한편으론 어려운 존재가 부모님이 아닐는지. 자식과 부모간의 대화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 현실의 어떤 부모와 자식은 가장 부자연스러운 시간이라 여길 수도 있다.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는 각자의 시대를 살아온 만큼의 간극이 생기게 마련이었고, 그만큼 이해의 폭은 좀처럼 좁혀지지 못했다. 이것을 일컬어 소위 '세대차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차이를 넘어 '세대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굳이 제 쪽에서 다가설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 타협은 저보다 아들이 더 싫어하지 않을까 싶군요.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이어야 오히려 대화가 자연스럽고 오래 이어지는 듯합니다. 우리 아들 역시 남자친구들과 보는 영화, 여자친구와 보는 영화, 그리고 엄마인 저와 보는 영화를 구분하는 것 같으니가요. 그래도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지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자식들과 별 부담 없이 대화만 나누어도 절로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요. 세상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에게 말하고 싶군요. 자식을 다 키운 후에는, 딱딱하게 굳기 쉬운 어른 두뇌의 자극제로 그들을 이용하자고 말이예요."
영화 이야기
책을 구입하고 첫 장을 넘겨 목차를 훑어보곤 솔직히 놀랐다. <자전거 도둑>, <레오파드>로 시작하여 <시계태엽 오렌지>, <타인의 삶>, <내일을 향해 쏴라!>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총 100여 편의 영화가 등장하는데, 물론 영화 한 편 한 편 페이지를 할애하여 자세하게 소개하진 못했다. 제목만 언급하고 지나간 영화들도 많고, 개중에는 가십류의 시답잖은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시네마테크에서나 볼 수 있는 고전부터 오늘날 멀티플렉스에서 3D로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까지 두루 섭렵하여 이야기를 나눈 점이 한편으로는 굉장히 부러웠다. 일본과 유럽이라는 다양한 문화적 환경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이유일까, 세대와 취향을 넘나드는 그들의 문화적 다양성과 해박함이 인기 위주로만 돌아가는 국내 문화 환경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나로서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화의 매 꼭지마다 정리되어 있는 영화 리스트를 체크해 가며 챙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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