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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연구의 일환으로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수필의 원전을 찾아 보았다. 이상석의 '외할매 생각' 은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창비(김상욱) 교과서에 실려 있다. ----------------------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키워 준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담은 글이다. 외손주를 사랑하는 외할머니, 그 외할머니를 생각하는 필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 글의 내용이 이해가 안 될지 모르겠다. 어려운 집안, 외손주를 사랑할 수 있는 외할머니 등의 여건이 어울러질 때 나올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세대 전의 사람들은 대부분 외할머니에 대한 이와 비슷한 추억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혹시 교단의 교사는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이 글을 읽는데 학생들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풍경이 연출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배우는 학생들이 지금은 이 글의 맛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훗날 이 글속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 그들의 손자들과 정을 나누게 되었으면 좋겠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나이가 들수록 옛 시절이 떠오르면서 그때 생각하지 못한 생각들에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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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것도 힘이 된다』(양철북, 2010년)가 소년 이상석이 반항하며 보낸 청춘을 기록한 것이라면 이 책은 참교육을 하려고 노력하는 이상석 선생의 교육일지이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재수하며 반항하던 소년 이상석은 아이들을 사랑하며 문제아들도 살뜰하게 끌어안는 교사가 된다. 「학급 재판」은 가출쟁이들 이야기이다. 길청이와 정록이는 담배를 피우고 동무들의 돈을 빼앗는 문제아들이다. 가출을 여러 번 하여 걱정을 하게 하더니 배가 고프다며 담임인 선생에게 먹을 것을 사달라고 전화한 뒤 선생을 따라 학교로 돌아온다. 그러나 둘은 얼마 못가 다시 같은 반 동무들을 괴롭히기 시작하고,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두 아이 버릇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고 반 아이들에게 용서받는 것도 중요해서 선생은 반 대표 아이들과 학급 재판을 열기로 한다. 재판은 다음 날까지 이어져 마침내 동무들은 둘에게 ‘고름 짜기’라는 기상천외한 판결을 내린다. 길청이와 정록이가 눈물을 흘리며 뉘우치거니와 무사히 졸업한다. 「누가 도둑인가?」는 특수절도죄로 구속될 처지의 제자 이야기이다. 창증이는 공장에서 물건을 훔친 죄에다 여학생과 동거를 했다는 죄목까지 첨가되어 기소된다. 학교에서는 당장 퇴학 처분하겠다고 난리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해 보니 기소된 내용과 전혀 다르다. 창증이가 공장에서 물건을 훔친 것은 공장에서 몇 달째 임금을 주지 않아 임금만큼 물건을 훔친 것이고, 여학생과의 동거도 경찰 멋대로 음흉한 상상을 하며 만들어낸 것이다. 선생은 밤을 새다시피 탄원서를 써서 검사를 찾아간다. 결국 창증이는 검사의 특별 조치로 풀려나고 고등학교도 무사히 졸업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은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실현하고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에 앞장서다 해직된다. 애인에 대한 사랑에서 겨레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 승화해야 한다고 믿는 선생이 전교조에 투신한 것은 어쩜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다고 하여 해직의 고통이 줄지는 않는다. 출근 투쟁을 할 때 동료 교사들은 슬금슬금 선생을 피하고, 학생들로부터 ‘아저씨’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그렁거리는 게 버릇이 되어버리고, 아내에게 옹졸하게 대한다. 그러나 그 동안의 행복은 어쩌면 굴종의 단맛일지도 모른다며 끝내 아이들과 헤어지지 않아도 될 그날까지 투쟁의지를 벼린다. 그러한 선생의 뒤에는 선생을 믿고 뒷받침하는 사모님이 있다. 어머님은 아버님 별세 이후 나날이 쇠약해져 가는 것을 아시는지요. 이제는 당신이 나의 남편이자 어머님의 남편 몫도 하셔야 합니다. 어머님 앞에서 소리 지르는 이 선생님은 내가 생각한 이 선생님이 아닙니다. 하시는 일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점 자인합니다. 그러나 나의 호의호식을 위하여 하시는 일에 방해가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함께 일을 못 하는 것이 마음 아플 뿐입니다. 나는 이 선생님이 좀 더 확실해지기를 바랍니다. 가끔 술 취해 오셔서 어렵다고 푸념하실 때가 가장 싫습니다. 어려운 줄 몰라서 시작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다하지 못한 일은 후대들이 이어받겠지요. 초조하게 생각하면 모든 일이 안 될 것입니다. (369면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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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았을 때, '중학교 선생님이 쓴 글이 나랑 뭔 관계가 있겠나?' 싶어 덮어두었다. 외국에서 쓴 책들은 읽어보면서 말이다. 책을 펴 들었을 땐, '대체 이게 어느 동네 말이고? 뭐~ 1989년? 하이고~' 하며 덮어버렸다. 출판사에서 출판기념회를 여는데 참석할 생각이 있는지 연락이 왔을 때, '에?' 하며 그냥 넘겨버렸다.
어쨌든 읽긴 읽어야지라는 생각으로 펼쳐든 책. 나와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상석 선생님. 독재와 군정이 뭔지를 모르고 살았던 나는 그저 입에만 발린 참교육을 말하고 다녔음에 가슴이 아프다. 대학생 때, '참교육'이란 글씨가 새겨진 개량한복을 입고 모교를 방문했을 때, "너네만 참교육을 하느냐!"고 화를 내시던 어느 선생님을 보면서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분은 어떤 일을 겪으셨을지 이해가 되었다. 해직 교사 출신이라는 우리 교육감이 바로 이상석 선생님이 해직 당할 때 똑같은 일을 겪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분이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일을 추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월회비 내는 전교조원. 그게 나다. 뒤에서 떠들기 잘하는 사람. 그게 나다.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 밀린 숙제를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열어본 이 책은 왜 빨리 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전해준다. 가슴이 아프다.
서평다운 서평을 쓰지 못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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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된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아이들이 좋아서~"이다. 나역시 막연히 내가 아이를 좋아하는게 분명하다는 이유를 들며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가 꿈꾸던 낭만스러운 교실의 광경은 사라지고 아이들 앞에서 온갖 협박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심지어 울어본 경험까지 있는 교사가 수두룩하다.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는 이제 교사는 단순히 가르치는 직업이 아니라 배우는 직업임을 느껴가고 있는 내게 또다른 울림으로 다가온 책이다. 지금도 아이들과 간간히 하는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는 게임이 떠올랐다. 책장 속의 이상석 선생님의 에피소드들을 접할 때마다 "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사랑하고 계십니까?"라고 묻게되었다. 나도 모르게 " 전~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를 사랑합니다." "전 제 말 잘 듣는 아이를 사랑합니다." "전 몸가짐이 반듯한 아이를 사랑합니다."하며 단서를 붙이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그래도 예전 교육현장이랑 지금이 얼마나 다른데~ 아이들이 예전 아이들 같지 않잖아? 라며 툴툴대던 마음이 문제는 알고보면 온전히 열리지 못한 내 마음과 아직도 아이들 눈보다 내 눈에 맞춘 태도에 있는 것이 아닌지 후회하게 되고 또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상석 선생님을 포함해 교직계에 전설처럼 남겨진 굵직굵직한 분들이 현장에서 고민하고 일하시던 모습을 엿볼 땐 '이분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셨구나.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셨구나.' 공감하면서 듬직한 선배님들이 조곤조곤 후배에게 들려주시는 이야기로 생각되어 더 쏙 빠져 읽게 되고, 어떤 장면에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도 했더란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비단 선생님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자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의 부모님들과, 이제 막 교사의 길을 걸으려는 후배님들과, 교직생활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고 무기력해지려하는 내 친구들과, 막연히 떠오르는 선생님을 그리는 수많은 제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간간히 내가 좋아하는 박재동 선생님의 그림까지 함께 읽는 재미가 1+1이라고 해야하나^^ 마지막으로 이 책 속의 이상석 선생님의 글 중 내게 와닿았던 부분 중 한 부분을 옮겨본다. 2011년 나의 다이어리 속에 옮겨 수없이 새길 그 말
"스승은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겸손하고, 가식이 없으며,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다. 스승은 제자를 온몸으로 사랑한다. 스승은 생활에 부끄럼이 없고 말과 삶이 일치한다. 스승은 끝없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며 흔들리지 않는 지조를 가진다. 스승은 자기의 교육권을 스스로 지키며 , 불위게 항거할 줄 알며 미래의 밝음을 예견하는 예언자이다. 스승은 고난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창조자이다."
그리고 다시 수없이 물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사랑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