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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하려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여기서부터 이야기해보자. 난 팔삭둥이로 태어났다. 스물넷 엄마와 그보다 세 살 많은 아빠가 허니문 베이비로 가진 첫 딸이 1.8킬로그램으로 세상에 나와 한 달이 넘도록 안아보지도 못하고 인큐베이터에 들여놨으니 얼마나 무섭고 심장이 내려앉았을까 싶어진 건 내가 아빠와 엄마가 날 낳은 나이를 훨씬 지난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겨우 작년이나 재작년쯤에 우연히 그들의 마음 졸임에 비로소 의식이 맺혔다. 그 전까진 그저 아빠가 날 예뻐할 때 써먹는, 엄마가 본인의 예뻤던 시절을 회상할 때 지나칠 수 없는 사건 정도로만 여겼다. 물론 아까 본 TV 속 신생아 중환자실 풍경은 우연이었다. 원해서 본 게 아니고 보려고 해서 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 출생까지 되짚어보기에는 뜬금없는 타이밍이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집중한 장면은 무려 560그램으로 태어난 아이가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리고 있는 힘겨운 사투였다. 그랬다. 우리의 이야기는 기억하든 못하든 각자의 존재가 생겨날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으며, 어쩌면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인어공주>는 처음부터 한 번도 왕자의 삶에 들어간 적 없는 외롭고 나약한 존재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도 못한 채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것도 사랑의 희생이라기보다는 자존감 부족으로 읽힌다. 자존감이 있었다면 사랑 앞에 자신의 존재자체를 어필해야 옳았고, 행여 왕자에게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목소리를 잃었다 쳐도 잘못을 깨달은 순간 본래대로 돌아왔어야 했다. 왕자에게 공주가 있다는 사실에 실망했더라도 자신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어야 후회가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어공주의 행동은 실망스럽다. 왕자를 죽이지 않고 혼자 조용히 사라지는 길을 택한 물거품 사랑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비극적 여주인공의 모습도 분명 아니다. 인어공주는 어느 쪽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을 얻은 것도 아니고 사랑을 위해 희생했다고 볼 수도 없는 ‘삽질’이 되고 말았다. 불쌍하고 가엾게, 그러나 어리석게 읽히는 대목이다. 과거 인어공주의 물거품 사랑에 잠 못 이룬 순간도 분명 있었겠지만 이제는 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걸. 나를 죽이고 상대에게 무조건 맞추려 하거나 타인을 존중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자신을 관철시키는 억지는 사랑으로 보기 어렵다. 인어공주는 왕자에게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여자로서 가장 매력적이어야 할, 왕자에게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목소리를 잃었다. 동화 속에서 자존감을 잃은 공주들을 종종 본다. 대부분은 어떤 어려움에 봉착한 끝에 비로소 왕자가 공주를 알아보고 키스하며,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로 끝나지만 인어공주는 그렇지 않다. 되고 싶지 않은 여주인공이지만 가엾어서 안아주고 싶은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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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화를 왜 읽는가? 물론 가장 좋아하는 신화는 아무래도 자료가 풍부한 그리스 신화이지만 바그너의 오페라 Der Ring 등을 통해 북유럽 신화와도 친숙하게 되었고 세계신화에 관한 책들도 몇권 읽었던지라 여러모로 신화 이야기에는 맥을 못추는 편이다. 특히나 이번 책은 KBS 라디오에서 <신화 오딧세이>라는 10부작 신화 특집방송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나름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신화는 이야기를 빌린 것이지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었다. 신화에서 우리 삶을 투영하고 가치관을 반영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한번도 그런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신화를 읽어보진 않았었다. 그런 의미에서 총 10장에 담긴 신화가 말하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새로운 내용들이라 할만하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캐릭터들을 서로 묶어 놓은데는 저자의 신화에 대한 오랜 연구와 통찰력이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가 그에 따라가지 못해서인지 나로서는 미리 정해진 주제에 맞추기 위해 발휘된 약간의 억지스러움에 거부감이 생기기도 했고 저자가 어필하고자 하는 내용들에 대해 흥미를 떨어뜨리는 지루한 요소들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아무리 신화가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소통의 징검다리라고는 해도 이야기 그 자체로서의 매력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신화가 여러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화가 가지는 스토리적 요소에 중점을 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문학에 근접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내용이라고나 할까. 차라리 아예 심도있는 인문학 요소를 좀 더 갖추었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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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신화나 동화라도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다. 내 경우는 어떤 메시지를 찾거나 파헤치면서 보기보다는 그 이야기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책의 본질에 다가서기를 어려워하는 편이다. 부끄럽게도 이 책을 보면서 내 생각이 얼마나 얕은 것이었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는 '시간과 공감을 초월한 소통의 징검다리'이다. 실제로 이야기들은 그 시대적 상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적용이 된다. 이야기들이 전해주는 의미를 파악하여 몇 개의 다른 이야기들과 엮어 더욱 깊게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징검다리 역할에 꼭 어울린다.
사실 책 내용이 그리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했다. 어떻게 보면 동화와 신화들을 잘 연결하여 그럴듯한 것처럼 보이다가도 약간 억지스럽게 엮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것도 한가지에 대해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미를 거울에 비교하거나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정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기타 등등 총 10장으로 나누어 구분을 했으며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흥미롭다. 저자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기에 주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동의하는 내용이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신화나 동화에 플러스하여 본질을 깨닳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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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사건으로 수시로 뉴스특보가 흘러나오는 요즈음이다.지금도 특보로 현 서해5도 대피령과 함께 연일 붉어져 나오는 여야갑론들의 언쟁과 질타 속에서 가시지 않고 더욱더 부채질 하는 격으로 포사격으로 인해 나라안팎이 그야말로 어수선 그 자체다.남과북이 한민족이였던가라는 얼토당토 않는 질문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간다.6.25로 분리된 불균형으로 인해 수십년간 품어 온 통일의 꿈은 현 시점으로 봐선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위기일발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그저 입속에서 맴도는 그 말이 결국엔 책을 읽다가 터져 나왔다.'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가라'라고 무심코 나도 모르는 사이 흘러나온게다.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소통의 징검다리 부제아래 '신화,우리 시대의 거울'이란 제목으로 신화를 통해 현 시대를 전반적으로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 재해석하고 있다.과거 고구려,백제,신라등 건국이야기엔 어김없이 신화가 등장하고 우리 역사 뿐 아닌 세계사에도 존재한다.그러한 이유로 신화는 그저 단순 상상에 그치는 허황된 이야기 아니란게다.물론 두 아이들을 비롯해 나 역시도 신화읽기를 꽤나 흥미있어 하는 탓에 그 장르를 굳이 가리지 아니하고 읽는 편이다.헌데 기묘한 것이 읽다보면 그 단순 이상의 깊은 사고와 깨달음이 빚어지는 결과물을 나도 알게 모르게 얻고 그것을 통해 삶의 어느 부분에 초자아(超自我)와 자아(自我)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투영해 리얼리티로 다가오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총10장으로 나뉘어 신화 전문가답게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있어 주제관통과 맥락통찰을 엿보게 해 주고 있다.그것의 정의는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원형,신화 그것은 그 원형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라 말했듯 그 신화를 거울을 들여다보듯 보면 현 우리네의 삶과 인간으로서 지키고 싶은 것 그리고 부딪히며 맞서야 하는 것의 모든 시대적 장치가 연결프로그램마냥 얄팍한 한 권의 책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10편의 이야기 중 개인적으로 7장 '타자는 누구인가'는 앞서 말한것과 언급해서 남과 북의 화두인 군사력과 함께 전쟁이라는 어마어마한 누란지위 형상으로 위태위태하게 명분을 찾고 있는 것을 보며 저자가 소개한 선녀와 나뭇꾼,곰과 결혼한 인디언 추장의 딸을 통해 매개체가 되는 그 무엇을 통해 숨김과 드러남의 절묘한 복선이 이루어진다.그 시발점이 타자의 인식에서 출발한다.그 타자는 내가,우리가 아닌 그 누군가 또는 그 무엇이 타자라고 말하고 있다.이처럼 타자는 불안의 대상이 된다.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타자가 되어있는 것이다.자본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빚어낸 결과물을 보며 씁쓸할 뿐이다.특히나 한국사회는 타자에 대해 거칠다 못해 배타적 구분화가 너무 정확한 나머지 긍정적인 부분보다 더러는 부정적인 부분이 도드라지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구별과 차별 그리고 문화상대주의 중심축을 돌면서 중심과 주변의 잣대를 살피면서 곰과 사람이 구별과 차별을 넘어 조화를 이루고 공존을 도모하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신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낯선 타자와의 화해와 조화는 서로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페루 신화의 간단명료한 지혜의 깨달음을 득도함과 동시에 남과북의 현주소가 너무나 다르나 그 다름을 각기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이 뒤따르기를 바라는 희망이 간절한 기적을 꿈꿔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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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상]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신화, 전설, 설화 등... 이야기거리로서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들은 아마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신화에 대해서 참으로 많이 모르고 있다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신화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만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할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여러 사람이 많이 다듬고 다듬어서 정리된 것 뿐.. 각 여러나라에도 신화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정리되어 전해내려오지 않을 뿐.. 우리에게도 있지 않은가.. 단군신화도 신화다.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문학적으로 정리를 할 수 있는 참으로 좋은 소재인데 잘 안되어 있다. 요런 정리도 필요해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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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은 신화에도 문법이 있다고 보고, 그 문법을 읽는 법을 알려 준다. 이 책은 레비-스트로스, 클리퍼드 기어츠 등 문화인류학의 성과에 기대어 있다. 이 책은 문법을 읽기 때문에 신화 하나를 들려 주고 해석을 다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신화를 쭉 꿰어 읽는다.
이를테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 아래 백설공주의 거울, 메두사, 나르키소스 신화 등을 꿴다. 저자는 백설공주의 진짜 주인공이 거울이라고 한다. 거울은 백설공주와 계모라는 대립 구도를 완성시켜 주는 매개물이다. 거울은 존재의 겉모습만 비춰준다.
저자는 에코와 나르키소스 신화도 흥미롭게 해석한다. 에코는 자기 이야기가 없는 여자다. 남의 이야기밖에 옮기지 못한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거울이다! 나르키소스가 보는 샘물 또한 거울의 이미지다. 결국 나르키소스 신화는 "자기의 이름을 부르고 자기를 들여다보라"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에 피는 수선화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꽃이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나르키소스 신화가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는 이러한 신화적 사유가 철학으로 옮겨갔다고 암시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를 아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문제였고, 따라서 시대에 맞게 철학이 되기도 하고 동화로 변신하기도 했으며 현대에는 영화나 소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렇듯 저자는 하나의 주제에서 다양한 신화를 꿰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여 준다.
'사회적 어른 되기' 주제도 무척 흥미로웠다. 피터팬에 대한 해석이 재미나다. 특히 시계의 상징성에 대한 해석에서는 '아하'를 외쳤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 주는 도구다. 그런데 네버랜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다.
그럼 왜 시계가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모험을 마치고 아이들의 세계를 떠나 어른의 세계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는 장치다. 시계 소리는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었다가 늙어가는 인간에 대한 진실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는 소리다. 그래서 시계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아이로 머물고 있는 피터팬에게 와서 째깍째깍 재촉한다.
저자는 피터팬에 대한 해석에 이어서 성인식의 의미를 살펴본다. 성인식의 본질은 아이가 죽고 사회적 어른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성인식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 같은 어른들이 많다. 커서도 책임은 지려 하지 않고 향유하려고만 한다.
저자는 성인식은 일종의 죽음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어린 아이의 죽음이다. 그래서 과거의 성인식은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의례가 많았다. 저자는 관련 신화를 들려 주며 성인식의 의미를 짚어나간다. 그 방식이 꽤나 흥미롭다. 나이를 먹어도 어른이 되지 못하는 시대, 성인식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글이다.
이 책은 그 외에도 '아름답게 나이 먹기', '소통', '출세', '타자' 등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그리고 다채로운 신화의 세계를 여행한다. 신화의 문법을 읽어 다채로운 신화를 꿰는 저자의 솜씨에 감탄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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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신화 오딧세이> 라는 제목으로 10부작 신화 특집방송을 했었다. 그 때 신화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했던 이경덕씨가 펴 낸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은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나 과거나 인류의 정서를 꿰뚫는 것들은 무엇인가. 신화는 지금도 거울처럼 우리를 비추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경덕씨의 이 책은 시종일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도 심도있게 지금의 전래동화나 이야기와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비단 그리스 로마 신화만 우리 인류에게는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여러나라의 신화와 우리나라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신화이야기를 잘 버무려서 설명해 주고 있어서 지적인 호기심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청비' 이야기는 정말 신선했다. '바리데기'이야기와도 어딘가 닮았지만 말이다. 자청비라는 등장인물만 들어보았지 자청비가 탄생한 배경등은 잘 몰랐다. 아버지가 100근이 아닌 99근만 공양하는 바람에 고대하던 아기를 얻었지만 남자아이 대신 여자아이인 자청비가 태어났고 여자임에도 여러모로 너무나 뛰어났던 그녀는 여자임을 숨기고 학문을 배우며 하늘의 도령과 5년간 수학하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그리고 호숫가에서 그녀를 욕보이려 했던 머슴을 어쩌다 죽였는데 아버지는 잡안일을 도맡아 해주던 고마운 그를 죽였다고 그녀를 오히려 탓했고 다시 숨돌리는 꽃을 어렵게 찾아내 머슴을 살려냈지만 오히려 요망한 것이라며 딸을 내쳤던 자청비 신화에서 가부장적인 사회와 은근히 오이디푸스적인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동경국의 버무왕 이야기라든가 잘 알려지지 않은 신화를 접할 수 있었다. 미녀와 야수나 오즈의 마법사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근현대의 동화를 신화와 함께 비교 조명한 것도 흥미롭고 길가메시 서사시나 아프리카의 신화까지 모두 아우르는 책내용은 한 권만으로도 신화와 현대인의 문화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사고의 장을 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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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어릴적 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며, 엄마와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 이야기에 푹 빠져 나도모르게 박수를 치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유치원때도 선생님이 동화책을 읽어주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나 스스로 책을 읽기도 하고, 책읽기에 흥미가 없다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든다. 죽을때까지. 그렇게 이야기는 책의 저자와 사람, 또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을 해주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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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는 신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신들은 절대적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사랑하고 질투하고 실수하는 우리 인간을 닮았기에 늘 애정이 간다. 이번에 읽은 책은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이다. 거울을 보면 보지 못했던 나를 볼 수 있다. 신화를 읽으면 미처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책제목처럼 신화는 ‘우리 시대의 거울’이다. 신화는 그리스 신화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에도 신화가 있다는 사실에 반가웠다. 또 그러다가 북유럽에도 신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화를 읽다보면 비슷한 일을 만난 적이 있다는,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야기의 원형이 신화 속에 있기 때문이다. 신화 읽기는 어렵다. 신도 많고 이름도 어렵다.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은 신화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당신이라면 [백설공주], [피터팬], [인어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오즈의 마법사], [선녀와 나무꾼], [빨간 구두], [미녀와 야수]를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동화 속에 신화가 있음을 알게 된다. [백설공주]의 이야기는 신화 속 메두사의 이야기로, 다시 에코와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어른아이인 캥거루족과 어른아이를 둔 헬리콥터 맘의 이야기는 [피터팬]의 이야기와 인디언 소년의 이야기로, 다시 북유럽의 신 오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목소리를 버리고 발을 선택한, 저자에 의하면 소통이 아닌 외모를 선택한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소통의 부재하는 현실과 연결되고 우리 사회에선 이루어지긴 힘든 관계인 길가메시 왕과 야생의 엔키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인드라의 궁전 짓기 신화로 연결되고 ‘세상의 관계는 정치가 아니라 사랑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제로 연결된다. [오즈의 마법사]는 우리의 자청비 신화로, 미궁으로 들어간 테세우스의 신화로 연결된다. 저자는 [선녀와 나무꾼]은 타자에 대한 인식의 문제로, [빨간구두]는 남획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환경 파괴와 기후 변동 등 위험에 처한 인류에게 주는 경고로 보았다. 오르페우스 신화와 우리 신화인 강님 신화는 삶과 죽음에 대한 동서양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신화들이다. 목마름, 갈증 그것이 우리의 삶을 움직인다. 우리 사회에서 사랑에 대한 간절한 목마름과 갈증이 회귀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름답게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의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의 생활이 여러 면에서 넉넉하지 않지만 나무처럼 나누고 바우키스와 필레몬 부부처럼 나눌 수 있는 마음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름답게 나이를 먹고 베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65쪽) 동화를 통해, 현실을 통해 신화를 만나다보니 어려운 신화가 쉽게 이해되었다. 이 책에 실린 신화의 해석이 정답은 아니지만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 사회의 문제, 실존의 문제가 이미 오래된 이야기 신화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우리에겐 ‘그들’의 경험이 담긴 신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신화엔 아름다운 인생에 대한 답이 있었다. 신화, 점점 더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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