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었을 때, 학원선생님이 나에게 권한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였다. 그때도 나온지 꽤 된 책이었으니까 지금으로 따지면 굉장히 시간이 많이 지난 책인 셈인데, 당시에 <개미>를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고, 이런 사람이 이런 글을 계속 써주면 정말 원이 없을 것 같았다. 동생에게도 권하고 평을 들어봤는데 둘의 평은 기막히게도 일치했다. 뭐니뭐니 해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가진 저력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다. <개미>는 개미 사회와 인간 사회를 이야기하다가 둘이 만나는 접점을 지나고 나면 둘의 이야기가 한 공간에서 함께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접점의 순간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를 잘 녹여내고 풀어내는 것이 그의 최대의 장점이다. 안타깝게 그의 책에서는 이제 더 이상 그런 힘을 느낄 수 없지만 이야기를 푸는 ''힘''이 그리워지면 난 <개미>를 다시 읽곤 한다.
베르베르에 버금간다고 까지는 할 수 업지만 아사다 지로의 글이 가지는 힘도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사다 지로의 이야기들은 독특하지도 않고 별나지도 않다. 물론 그의 독특한 이력 덕택에 야쿠자와 같은 다소 조금은 독특한 소재들이 등장해서 헛웃음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그의 글의 미덕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능력이다. 베르베르의 글에서 느껴졌던 접점이 느껴지지 않는 글쓰기와 그런 글에서 나오는 힘이 아사다 지로의 글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관계와 끈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으로 교묘하게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사다 지로이 글에서는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의외의 인물간에 연결관계를 많이 보여주는데 그것을 개연성의 부족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의 글이 가지는 힘 떄문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다소 어처구니가 없고 다소 황당해도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세 영혼이 있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한 남자, 누군가의 오야붕이었던 한 남자, 그리고 한 소년. 삶에 회한이 남지 않는 이가 있을까만은 이들은 다무지게 결심을 하고 지상으로 돌아와 몇일을 보내게 된다. 죽어서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와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사실은 너무도 많이 달랐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아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이라고 믿고 있던 아들도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 같고, 치매라고 믿고 있던 아버지는 알고보니 자식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 연기를 했던거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살아생전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죽어서 다시 돌아본 그의 생은 참 많이도 허무했다. 이건 오야붕에게도 마찬가지이고 소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각자 조금씩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지금 알게 된 것 사이에 서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선택을 한다. 자신의 뒤에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나름의 선택을 말이다.
아사다 지로의 저력이 나오는 것은 이 이야기의 이후 부분이다.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인물간에 연결관계가 나오기도 하고 그런 그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런 그들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나만의 행복찾기''이다. 특히 이 이야기는 오야붕, 그리고 그 가장의 아버지인 할아버지의 캐릭터를 통해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자신의 너무나도 소중했던 이들을 위해 살아생전 노력했고, 죽어서까지 그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것이 그들을 행복하게 했다. 물론 그들은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어처구니 없게도 지옥으로 가게 되고, 그것은 많은 사람을 심지어 독자마저도 안타깝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행복찾기''였고, 그것이 그들에게는 힘이 되는 것이다.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금 더 벌어서 조금 더 잘 쓰고, 가족들과 잘 지내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그렇게 살아가는게 행복일까? 행복의 기준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딱 사람수 많큼이나 다양하다. 60억 인구만큼 행복에 대한 정의와 행복해지는 방법은 60억개라는 말이다. 우리는 이기적인 행복에 비난을 하지 않지만 이타적인 행복에는 박수를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혹은 그녀의 행복을 통해서 행복함을 느끼는 이타적인 행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 하고 기뻐하고 심지어 눈물까지 뚝뚝 떨어뜨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사다 지로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척 평범하다. 아마 길거리에 다니는 수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그들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행복찾기''가 있다고, 그렇기 떄문에 그들은 행복하다고. 아사다 지로의 소설이 가벼워 보일지라도 그의 소설이 사람들에게 계속 회자되는 것은 분명 이 이유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에 지친, 혹은 사람에게 지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인상깊은구절] 아버지께서 말이죠.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많이많이, 많이많이 사랑했대요. 지금까지 계속 사랑하고 있었대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어머니를, 마키코를 사랑하겠대요. 그러니까 아버지를 용서해주세요.개미>개미>개미>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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