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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2-293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혼자서 영화관 가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로맨틱 코미디가 재미없어지는 나이. 차라리 판타지가 재미있어지는 나이.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일상을 뒤엎는 전폭적인 모험을 감행하기에도,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른 어정쩡한 나이. 파격이 아니라 품격이, 파행이 아니라 고행이 필요한 나이. 음악, 미술, 사진, 문학, 패션, 음식의 취향이 자신을 말해 주는 나이. 죽음이란 게 그저 육체의 한 현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그래서 약간 우울해지는 나이. 뭔가 필요한 자질구레한 것이 많아지는 나이. 그리고 그것들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기 시작하는 나이.
서른과 마흔 사이 혼자 남겨지는 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
그래도 뭐 어떤가 인생은 결국 혼자 떠나는 길고 긴 여행일 뿐이고 우리는 겨우 초반에 접어들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안정에 접어들고 있는 멋진 나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여행의 기록, 사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에세이집이자 시집이자 여행기록문이 되겠다. 어딘가 떠나고 싶은데 일상이 발목을 잡아 비틀고 있다면 뭐 어떤가. 이렇게 멋진 책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린 시절과 가족들, 무심히 지나쳤던 과거의 일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너무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P36-37
'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을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오늘부터는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하면서, 갖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가지면서, 생각하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면서……. 가령, 10년 전 당신과 함께 눈을 맞던 저녁의 그 골목, 꼭 갖고 싶었던 필름 카메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두었던 노란 커피포트, 우리가 조용히 어깨를 기대고 바라보았던 지난 6월의 노을, 언젠가 꼭 가게 될 거라고 예감했던 지도 위의 어느 작은 도시같은 것들. 아, 아무튼 이런 것들. 오늘부터는 이런 것들 조금씩 생각하면서, 하나씩 해 가면서 살자. 그러자.
P24-25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건 '잘해 보자', '열심히 해 보자' 이런 게 아니라 조금만 너그러워지자.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어쩌면 인생은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행하는 사진가의 눈과 마음으로 일상을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닐지...
P218
주의 깊게 바라볼 것. 보아야만, 보려고 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항상 찍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 검지손가락은 항상 셔터 위에 있어야 한다. 내 경우 카메라 대기 상태는 언제나 TV모드, 1/125초, ISO는 자동, 차를 타고 있더라도 언제나 창밖을 보고 있을 것.
약간은 외로워질 것. 사진을 찍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다. 길을 찍지 말고 '외로운 길'을 찍어라.
사람들은 혼자서 표정을 짓지 않는다. 상대방이 웃길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웃어라.
조금만 더 가까이.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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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다니면서 이 책에 대한 소개가 너무 좋아서 무조건 질러 버렸다. 사실은... 이책은 좀... 아껴서 읽고 싶었다. 아직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쌓여있고, 그동안 사 놓고 읽지 못한 책들이 많았지만 이상하게 어제는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그런 느낌이 나는 날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다른 블로거 님들이 올려 놓은 글귀를 읽으면서 빙긋 웃기도 했고, 이 글귀는 그래서 올리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기도 했다.
내가 내 인생에게 너는... 잘 살고 있는 거니? 라고 하루에도 몇번씩 묻곤하던 때가 있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던 20대. 하루 4시간 이상 자 본적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내가 아이를 낳고 두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갑자기 늘어난 시간에 울쩍해진 적이 있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있고, 열심히 돈도 벌고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나는 뭔가, 내 인생은 뭔가 이러다가 꿈도 없는 아줌마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아팠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남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냐고 넌 끊임없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잘 키우는 것인지 고민하고 본인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꾸릴수 있는지 고민하고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끊임없이 삶의 의문을 가지는 네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네 자신을 가치 없이 생각하냐고...
정신이, 마음이 평화로워야 인생의 조화가 이뤄지듯이 지금 당장 돈을 벌지 않고 한가롭게 지낸다고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그렇게 살지말라고 손가락질 할 자격 아무도 없는 거라고. 조금은 쉬어도 괜찮은 거라고... 그만큼 치열하게 살았다면 마음 편하게 미래를 준비해도 되는 거라고...
처음 이책의 제목을 봤을때 가슴이 떨렸다. 얼마전까지 내가 나에게 물었던 질문이었으니까...
이책에 짧지만 강한글이 하나 있다. 다른 많은 글들은 블로거 님들이 많이 올려주셨으니까 나는 내 방식대로 그 글을 남기고 싶다.
세상의 모든 길은 당신앞에서 시작하며 오직 당신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당신의 새로운 주소다.
나에게 어떤 길들이 펼쳐질지 몰라도 내가 가는 이길이 나에게 새로운 주소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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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이면서 사진가인 최갑수는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으로 먼저 만났다. 시 같은 감상적인 문체와 단렌즈 조리개를 한껏 열어 찍은 촉촉한 사진은 그를 참 전형적인 여행작가 겸 사진가로 느끼게 한다. 딱딱한 현실 속에서 딱딱한 글들만 읽다보면 가끔은 이런 여행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 싶게 마련이다. 누구나 할만한 생각을 통찰력을 가지고 설득력 있게 정리했다는 것이 그의 글이 가진 매력인듯하다. 그래서 그의 책들을 리스트에 담아놓은지 꽤 되었는데 아직 읽지 못한 채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행> 여행은 혹은 삶은(p.240)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여행했던 그 길들을 다시 지나갈 수 있을까. 그날의 아득하던 구름과 빗방울이 내려앉던 바다와 햇빛이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의 창가. 그리고 우리 이마 위에서 빛나던 무수한 별자리들...... 우리가 기억하는 찬란한 그 순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은 반드시 1초에 1초씩. 1시간에 1시간씩. 하루에 하루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아. 우리가 지나왔던 음악 같은 장면들.
우리 생의 한 줌을 우리가 지나왔던 길과 시간 위에 조금씩 뿌려놓고 있는 것. 여행은 혹은 삶은......
너무 좋았던 여행의 기억들이 떠올라 한 문장 한 문장이 공감되었다. 그 순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씁쓸해지지만 그의 말대로 추억은 대부분 아름답게 마련인가보다. 여행은 역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직업으로 삼아 비교적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가고 싶은 곳에 훌쩍 떠날 수 있는 그가 부럽기만 한데 정작 그는 그렇지만은 않은가보다. 평범한 사람이든 여행가이든 삶은 종종 사람을 외롭고 쓸쓸하고 힘들게 만드나보다.
<삶> 서른과 마흔 사이(p.290-293)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혼자서 영화관 가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로맨틱 코미디가 재미없어지는 나이. 차라리 판타지가 재미있어지는 나이.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일상을 뒤엎는 전폭적인 모험을 감행하기에도,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른 어정쩡한 나이. 파격이 아니라 품격이, 파행이 아니라 고행이 필요한 나이. 음악, 미술, 사진, 문학, 패션, 음식의 취향이 자신을 말해 주는 나이. 죽음이란 게 그저 육체의 한 현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그래서 약간 우울해지는 나이. 뭔가 필요한 자질구레한 것이 많아지는 나이. 그리고 그것들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기 시작하는 나이.
서른과 마흔 사이 혼자 남겨지는 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
그는 아침에 일어나 '파이팅'하지 말자고 한다. 덜 열심히, 덜 빠르게, 가장 빠른 달팽이 정도로 살자고 한다. 불필요한 경쟁의 크기가 너무 커져 긴장과 불안 속에서 자신을 채찍질하며 사는 우리에게 묘한 위로를 주는 말들이다. 매 순간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좋은 책도 전투적으로 읽어야하는 요즘의 나도 꼭 기억하고 싶은 삶의 자세다.
<사진> (p.186-189 '35mm 렌즈') 삶과 여행 사이에 사진이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주위를 좀 더 유심히 살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여행지에서 찍어온 사진은 일상에서 예쁜 추억거리가 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짐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광각렌즈나 망원렌즈가 아닌 단렌즈 하나만 들고 다니게 되었다는 그의 말이 참 공감되었다. 과연 그의 사진에는 기승전결 갖춘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노란빛이 나 바랜 추억 같은 느낌이 드는 그의 사진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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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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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마음 한 켠을 보듬어주는 듯한 따뜻한 한 마디. 사람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이 한 마디를 나에게 묻다.
내 어깨에 머물렀던 당신 손의 따스한 온도, 당신이 내게 건네주었던 빵 한 조각, 그것은 위로였고 나를 여기까지 살게 했다. 내게 왜 그토록 여행에 열중하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에게 받았던 위로들을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수밖에는. 나는 여행을 통해 점점 온전한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 나는 최선을 다해 여행할 것이다. 당신은 아직 나를 더 위로해 주기 바란다.
-<저자의 말> 중- 여행은 곧 나와 타인을 위한 위로라는 말이 와닿았다. '위로'하는 책들은 수없이 많다. 아픈 청춘들을 위로하고, 따끔하게 충고하기도 하고, 혹은 20대, 30대, 40대를 위해 다양한 주제로 다양하게 위로한다. 이 책은 작가의 일상을 통해 자신과 누군가와 독자를 위로한다. 글을 쓰기 위해 국내 어딘가를 여행하다가 혹은 방황하다가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적당한 여유로 '하루쯤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하고,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스스로 삶을 다짐하며 그 용기를 우리에게도 전한다. 때론 시같은 멋진 언어로, 때론 여행길에 만난 누군가가 내게 이야기하듯 나의 표정과 나의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너무 겁먹지 말라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한다고. 서른을 넘긴 인간은 삶에 대한 신념 같은 건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사랑에 관해 필사적이어야 한다고, 생활에 관해 좀 더 필사적이어야한다고. 자신은 좀 더 외로워져야겠다고.
작가의 이야기 속에 인용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말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게 되고 그것을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예정된 운명이 실행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도망침을 통해서다." 정말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미리 알고 피하려고 하지만, 내가 알게 된 그것 조차 이미 정해져있던 운명같다는 느낌. '다 때가 있다'는 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 그 '때'도 비로소 내게 올 준비가 된 게 아닐까. 사랑이든, 일이든, 공부든.. * 지금 방황하고 있다면 방황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지금 더없이 잘 나가고 있다면 잘 되어질 타이밍인 거고, junk time 같은 후회를 하며 사랑하는 인생을 낭비하지는 말자. 지금 이 시간은 내게 필요한 시간이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 ?" "네, 더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적당히 아프고, 적당히 헤매이고, 감사할만큼 기쁘고, 퍼주고 싶을만큼 행복하게"
나와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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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제목을 보는 순간..저건 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쉼없이 달려온 세월. 내 자신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많은 것을 버려야만 했던 현실.. 어쩌면 스스로 알아서 먼저 포기해 버렸던 나의 삶.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 번도 제대로 점검해 볼 기회없이 어느새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있는 나. 한번쯤은 물어봐야 했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규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 〈서른과 마흔 사이〉 중에서
하나도 틀린 말이 없이 지금의 나와 꼭 닮아 있는 <서른과 마흔 사이>이다. 나와 같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겠지..
일상에 지치고 고단하게 반복되는 삶에서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어루만지게 되는 책. 함께 실린 여백많은 사진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얼마 전 TV에 보니 직업 만족도가 제일 높은 것이 사진작가라고도 하던데.. 가방을 꾸려 언제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작가의 삶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혼자 떠나려면 수많은 제약이 있는 나. 그러나 미리 일찍 포기하지는 말아야겠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와닿은 건 내소사의 봄 사진.. 두고두고 내 머릿속에 새기려 한다. 또 곧 봄이 되면 꼭 가보고 싶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갈 길도 열어주는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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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게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는 없다. 시간이라는 공간 속에서 점과 점 사이를 직선으로 연결한 최대한 짧은 거리로 통과하려고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들로 인해 돌고 돌아 하나의 점에서 다음 점으로 선을 이어간다. 누군가는 이제 막 태어나 첫번째 점에서 출발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최단거리로 다음 점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이는 힘겹게 하나의 점에 도착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기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사람의 인생.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왠지 항상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들이 더욱더 아쉽게만 느껴진다. 과연 나는 인생의 어디쯤 서 있는것일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여러가지 고민들을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나갔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의 저자 최갑수는 지금 서른과 마흔 사이를 지나고 있는거 같았다. 그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현재의 그가 품고 있는 생각들을 사진과 글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책에 담고 있는 사진들은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한 사진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모습들이다. 꽃, 나무, 길, 담벼락, 하늘, 구름 등등 그런 사진들이 지치고 힘든 삶을 위로해주고 있었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또한 저자의 짧은 글들은 한번 뒤를 돌아보게 한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열차처럼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온 나에게 이 책은 신호등의 빨간불이 되어준거 같았다.
우린 속도 무제한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지. 우리에게 중요한 건 오직 길을 떠나다는 것. 어디에 닿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네. 인생은 언제나 요령부득. 운명과 우연의 절묘한 조합. 약간의 행운과 수많은 불행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 그러니 잘 사는 비법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끝까지 가든지 아니면 기름이 떨어져 포기하던지. p. 198
저자는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사실 그의 직업은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다. 언제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발목을 잡히고 있으니 말이다. 현실의 번뇌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맛보고 싶어하지만 결국 떠나고 나면 여행은 일상생활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굳이 현실과 여행을 분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자체가 여행 그 자체이니 말이다. 이러한 것을 저자 역시 오랜 여행을 통해 이미 느끼고 있는듯 보였다.
오랜 여행을 하다보면 생활과 여행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얽혀들때가 있다. 우리가 꿈꾸는 여행은 하나의 이미지다. 여행은 생활을 상쇄시키지만 생활은 여행을 기만한다. 우리는 여행이 허망한 짓거리임을 알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여행은 결국 하나의 거대한 허구인지도 모른다. p.210
이번주 내내 독감으로 고생을 했다. 매일매일 병원을 들락날락 거렸고, 코는 하도 많이 풀어서 헐것만 같았다. 다행히 며칠 앓은 덕분에 지금은 조금 나아진 상태가 되었다. 병원에서 신종플루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혹시 이러다 신종플루로 죽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아직 죽기엔 못해본게 너무도 많은 인생인데 말이다. 그러고보면 인생이란게 한순간의 일장춘몽과도 같다고 느껴진다. 바로 당장 내일 어떤일이 닥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현재 내 인생은 잘 지내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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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마음이 행복해지는 언어와 풍경 모음'이라고나 할까? '참 예쁜 시집' 한 권 읽은 후의 느낌과 비슷하다.
쉼 없이 달려오느라 지친 내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내 인생을 한 번 뒤돌아보게 하는 일기 같은 글이기도 하다.
또한 사진작가가 쓴 책이어서 그런가? 멋진 사진이 주는 배경 앞에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글 또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좋은 글귀를 발견하면 노트에 적는 습관이 있는 나는 독서 공책에 예쁜 글을 베끼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작가의 사진들을 오래오래 바라다보았다.
기분 좋은 햇빛, 꽃기린 화분의 작은 꽃 한 송이, 고양이의 눈동자, 몽골의 모래바람, 여관에서의 하룻밤 등 사소한 일상이지만 애정의 눈길과 사랑의 마음으로 자세히 주의 깊게 바라보기를 권하고 있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이 보인다고...
사진가의 마음은 보려고 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단다. 사진 찍는 일은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기에 모든 사물과 대화를 하려고 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이 책은 자기 직업에 가장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사진작가'라는 통계가 나왔다는 기사가 사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진정한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가장 빠른 달팽이처럼.........
달팽이처럼 느릿느릿....여행하면서 내 인생한테 잘 지내느냐고 말을 건네봐야겠다.
********책 속 에 서 ********206~207쪽 ★여행에 대한 몇 가지 서툰 잠언★ 여행은 고백의 한 양식, 익명적 중얼거림, 세상에 대한 깊이 없는, 그래서 가벼운, 그렇기에 유쾌한 찰나의 긍정.
여행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던 시간과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이다. 그 시간 속에 슬며시 심장을 올려놓는 일이다. |